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77화 (177/196)

177회

젤다의 거취

랭커의 랭커라고 불리는 대마법사이자, 랭커 3위인 젤다.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젤다!

그는 능력자 중, 거의 유일하게 모든 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였다. 그것도 단일 속성 능력자처럼 자유자재로.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데,

그 경지가 가히 탑 클래스였다.

그러니 대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거지만.

마법사의 정점이자, 능력자의 정점에 선 그가 랭커 1위가 아닌 3위인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지혜 스텟에 몰빵.

다른 스텟은 일반 능력자 보다는 높은 편이었지만, 말 그대로 일반 능력자 보다는 높았다. 젤다는 장점이 확실했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유리 몸.

마법과 아이템으로 커버를 한다고는 해도,

한계는 있었다.

그래서 젤다는 상시,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니는 걸로 유명했다.

심지어 똥 쌀 때도 옆에 보디가드를 둔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였다.

단점은 이쯤하고, 장점을 조금 보충하자면 그는 홀로 한 나라에 대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남자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필요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필요조건이라 해봤자 어려운 게 아니었다.

마나 충전 물약.

마법 캐스팅 시, 보호해 줄 아군.

딱 이 정도만, 갖춰지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한 나라를 폐허로 만들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젤다를 마법 병기.

혹은 뉴클리어라고도 불렀다.

내가 봤을 때, 인간 최강이라 불리는 이무신 협회장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진 이는 현재 레볼루션을 제외하고 젤다가 유일했다.

박태산의 스승이자, 금석의 스승인 박진 선생. 그리고 야마모토 류진의 아버지이자 뇌(雷) 속성 스페셜 리스트인 야마모토 류헤이. 그들 역시 이무신이나, 젤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그만큼 젤다라는 인물의 위대함은 대단했다.

그는 본래 후반부에 인간의 편에 서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상시 가치관이 선도 악도 아닌, 중립이었다.

그런데 중립기어가 변속을 해버렸다.

거부할 수 없는 손아귀가 기어에 손을 올린 것 같은데.

젤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수 있는 인물. 혹은 집단은 단 하나 뿐이었다.

‘레볼루션.’

본래 시나리오대로, 유물이나 랭커들을 취하는 건 괜찮았다. 레볼루션이 유물이나 인간에 집착을 하는 이유는 전력 증강 측면에서는 맞았지만, 조금 다른 측면의 이유였으니까.

아들.

레볼루션에는 아들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유물과 랭커는 모두 그 녀석의 먹이였다.

내가 알기로 그 녀석은 이미 포화상태. 이 이상 뭘 섭취해 봤자, 플러스 요소가 미미했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젤다라니.

젤다를 아들의 먹이로 줄까?

‘아니, 아니야.’

현재 레볼루션에는 공석이 1자리 있었다.

바로 지숙의 자리.

그 자리를 젤다가 차지한다면?

“이것 좀 논란이 있겠는데?”

나는 만물상과의 통화를 끝내고,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기, 선생님? 하나님? 소녀님?”

혼탁한 마기에 뒤덮여 있는 하늘.

“이거, 논란이 굉장히 있겠는데요?”

하늘에는 미동도 없었다.

“여보세요? 보고 있는 거 알고 있는데, 밸런스 패치 좀요. 예? 젤다는 쫌 아니죠. 여보세요. 선생님!!”

나는 한참을 저승의 소녀를 찾아,

울부짖었다.

소녀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로 인해 만들어진 나비효과 때문이겠지.

그래도..

젤다.

이건 좀.

많이 선 넘는데.

+ + +

“태양 길드가 어째서 한국의 대표 길드인지, 새삼 느낍니다. 길드장님.”

공격3조의 대장이자,

스카이 길드의 길드장인 설민호.

그는 아첨하는 게 아닌,

진심이었다.

8번 게이트에 입성한지,

고작 4일이 지났다.

고작 4일 만에, 태양 길드가 주축인 공격1조의 활약으로 코어가 있다고 추정되는 핵심 필드에 진입을 할 수가 있었다.

공격1조는 전력을 비축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들 역시 공격3조와 마찬가지로 논스톱으로 게이트 공략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치기는커녕 더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에 설민호는 혀를 내둘렀다. 공격3조도 힘을 내고 있었지만, 공격1조에 비하면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저 분은 누구입니까?”

설민호가 손가락을 들어, 불의 화신과도 같은 맹렬한 마법을 쏟아내고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마족에게 가족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눈에 보이는 마수와 악마를 불에 태우고 있었다. 볼에 촘촘히 박혀 있는 주근깨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얼마 전에, 낙하산 타고 들어온 신입이네.”

“..예? 신입..이요?”

신입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태양 길드원 보다 더한 화력을 뿜어내고 있는데? 신입이라고 하니까, 저 열정은 이해가 된다지만 저런 화력은..

“그런데, 자네도 참 대단하구만 그래.”

“예?”

“젊은 나이에 다른 길드까지 함께 이끌며 한 데 융화시키고 통솔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비범한 청년인 줄은 알았지만, 리더십까지 있을 줄이야. 하하!”

“....”

아니다.

자신은 딱히 한 게 없었다.

공격3조에 편성 된 길드는 주축인 스카이 길드를 포함해, 총 10개의 길드. 인원은 200명가량이었다.

그들이 화합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이 아닌 한 남자 때문이었다.

분란과 불협화음은 한 데 뭉친 돌들이 마찰을 일으켜야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마찰을 야기 시키는 건 피곤함이나, 의견차이 따위였다.

헌데 공격3조에는 그런 게 없었다.

왜냐하면 서진이 공격3조가 활약도 하기 전에 가는 길을 닦아 놓거나, 보스 몹의 체력을 거의 다 빼놓았으니까.

공격3조는 융화와 화합이 잘 되었다기 보다는, 아직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설민호의 눈에는 보였다.

조금씩 삐그덕 거리는 공격3조의 모습이.

생으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는 경우는 공격3조의 경우 처음이라, 날카롭고 예민한 정도가 점점 서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이른 바, 남탓.

하지만 공격1조 함께 해서 그런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별로 티도 나질 않았다.

그래서 설민호는 내버려두기로 했다.

어차피, 남은 게이트도 얼마 없었고 이제 와서 ‘자자, 다들 잘 지냅시다.’ 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서진이 공격 3조의 버릇을 잘못 들이기는 했지만, 설민호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그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활약을 하고 싶었으니까.

자신도. 스카이 길드도.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설민호는 천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카이 길드가 소수 인원인 이유는 소수정예를 표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없는 역량 부족. 즉, 사람을 품는 자신의 그릇이 너무 작았다.

만약, 서진이 없었다면.

자신의 단점을 역력하게 드러내며,

공격3조의 운명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지 않을까?

‘서진씨는 언제 오시려나.’

5번 게이트를 클리어 하고 합류 한다고 했는데, 지금 쯤 클리어 했을까?

설민호가 잠깐 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광활한 붉은 토양의 저편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게이트 안의 게이트.

서진이 말한 그대로였다.

-8번과 9번 게이트는 연결 되어 있습니다. 쌍둥이 게이트라고도 하죠. 하나의 게이트가 위험에 쳐하면 다른 게이트에서 원군이 올 겁니다.

그게 이유였다.

한태문과 설민호가 모든 인원을 전장에 투입하지 않고, 일정량의 인원과 함께 관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던 이유.

서진은 말했다.

앞만 보고 가면,

샌드위치를 당한다고.

그러니, 적당히 상대를 해주며 다른 게이트에서 오는 원군을 위한 인원을 남겨두고 있으라고.

“신통방통 하구만. 손서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구만, 그래.”

“손서..요?”

“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우리 손녀딸과 결혼을 시킬 예정이야. 서로 좋아하는데 미룰 게 뭐 있나. 안 그런가? 하하핫!”

이미 한설휘와 서진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건 소문이 파다했다. 설민호는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서진은 학교 대항전에서 자신이 길드를 만들 거라고 선언을 했다. 하지만, 많은 분석가와 관계자들이 아닐 것이다라는 말을 늘어놓았다.

즉,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한 행위.

그렇게 압축했다.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이미 서진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헌데, 그런 행위로 인해 그의 값은 백지수표가 되었다.

그로인해 중위권 이하의 길드는 그를 감히 거들떠도 보지 못하게 됐다. 혹시나..했던 그런 일말의 감정조차 허락되지 않을 정도였다.

설민호 역시 이번에 서진과 함께 하며,

그를 탐내했고 ‘혹시나’했다.

접점이 있으니,

혹시나 그를 자신의 길드로 포섭할 수 있지 않을까? 탐내했다.

그런데 옆에서 손서라고 부르며,

이미 처조부를 자처하는 이가 있으니.

서진은 이미 태양 길드에 들어가기로,

내정되어 있는 게 아닐까?

“음? 저기 좀, 보지. 설민호 길드장.”

혼자 김칫국에 수저를 담그려다가 만 설민호가 김칫국을 옆으로 치우며, 한태문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9번 게이트에서 지원 온 마수들이었다.

이제 우리도 나서자는 그런 의미인 줄 알고,

손을 대고 있던 검을 뽑으려던 설민호.

“겨울 제국의 엘사를 닮은 얼굴. 저 악마, 서진씨가 말했던 ‘혹한의 마녀’ 아닙니까?”

“내 생각도 그러하네.”

서진이 말한 인상착의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게이트에서 나와,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얼굴로 지상을 내려다봤다.

9번 게이트의 최종 보스.

그녀가 원군으로 오다니.

이건 예상외의 일이었고, 한태문과 설민호는 당황스럽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길드장님, 저기 좀 보십시오.”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에,

한태문과 설민호의 눈이 왼편으로 돌아갔다.

혹한의 마녀와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진 여자가,

마그마가 들끓는 성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인 붉은 머리.

짜증이 가득해 보일 정도로,

심술이 나 있는 얼굴.

8번 게이트의 최종 보스인 ‘지옥불 마녀’였다.

8번과 9번 게이트 중,

8번 게이트 먼저 공략을 선택한 이유.

지리적 특성과 몬스터의 속성.

최종보스인 지옥불 마녀까지.

화염 속성 능력자가 태반인 태양 길드가 활약하기 좋은 무대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얼음왕국인 9번 게이트는 공격조에 아무런 이점이 없었다.

그래서 8번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지원 온 9번 게이트의 몬스터를 대거 줄이고 9번 게이트로 넘어가는 공략을 세운 건데.

이렇게 양 쪽 보스가 한 번에 등장했으니.

“긍정적으로 보면,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민호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얼음 왕국의 추위를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직접 와주니 참으로 예의가 바른 ....”

억지웃음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혹한의 마녀가 있는 곳에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마냥 덥기만 했던 8번 게이트의 온도가 급격하게 시원해지는가 싶더니, 차가워졌다.

그에 맞서듯, 지옥불 마녀가 있는 쪽에서는 불똥처럼 보이는 것들이 우박처럼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가워지는 공기에 순풍이 불 듯,

따뜻해지다가 뜨거워졌다.

춥고, 덥고.

덥고, 춥고.

팔은 뜨거운데, 얼굴은 춥고.

발가락은 시린데, 발목은 뜨겁고.

매 초마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온도 변화가 다이나믹하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두 마녀의 온도가 전장의 중심에서 형용할 수 없는 기류를 만들어냈다.

일방적인 공세를 취하던 인간측이 손바닥을 뒤집은 것처럼, 급격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부상자와 사망자가 곳곳에서 속출하기 시작했다.

“설민호 길드장.”

“..예.”

“여름과 겨울. 어떤 계절을 더 좋아하나?”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보다는 여름이 더 낫습니다.”

“나와 같군. 나이가 들어서인지, 겨울이 되면 뼈가 시리는 기분이야.”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의 시선이 혹한의 마녀 쪽을 향했다.

양 쪽을 한 번에 공략하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었다.

일단 의기투합해서,

고장 난 냉방 온도를 조절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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