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회
학교 대항전
만월검-2.
기존 만월검과 가장 큰 차이는 재료였다.
기존 만월검의 재료는 천석(天石)이었고,
만월검-2의 재료는 달빛석이었다.
천석이 아무리 달빛석과 성질이 유사하다고는 하나, 오리지널과는 비교불가였다. 달빛석으로 제작 된 만월검-2이(가) 진정한 달빛 계승자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만월검-2와 함께라면 기존 보다 훨씬 강력한 달빛 능력을 구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달빛력 소모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터.
한 가지 문제만 빼면 완벽했다.
“저는 그냥 만월검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름.
어차피 기존 만월검이 수명을 다 했으니,
만월검-2의 2를 빼도 되지 않나 싶었다.
“안 된다, 이 놈!!”
제작자는 동의를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고생했다, 레이.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는 토레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몸을 다시 소형화 시킨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제 한설휘와 경기 시작 전,
토레스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만월검이 완성 됐다고.
그래서 강소라에게 연락해,
레이를 부산으로 보냈다.
타이밍 상, 적절하게 도착은 했지만 원래라면 레이의 이동 속도를 생각한다면 어제 저녁에 도착했어야 했다.
크릉..(저, 하프 드워프가 같이 가자고 해서 업고 오느라..)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
크르릉.(빨리 달리니까 멀미난다고 천천히 가라고 해서 늦었어. 미안, 주인.)
딱히 상관은 없었다.
제때 도착했으니.
“근데, 어르신?”
“잔말 말고 어서 사용이나 해 보거라!!”
“그게 그러니까..”
“놔라. 놔라, 이 놈들!!”
사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심판진과 스태프가 우르르 경기장으로 몰려와서, 바로 앞에서 직관해야 한다고 떼를 쓰는 토레스를 끌고 나갔다.
“레이. 저기 교관님이랑 애들 있는 거 보이지? 저기 가 있어.”
크르르.(응.)
뛰어가는 레이.
자, 그러면.
“경기 시작 전에, 심판한테는 허락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네 허락도 맡아야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만월검을 흔들었다.
“이거 사용해도 될까?”
나는 경기 도중 아이템 교환을 했다.
심판한테는 미리 말해놔서 괜찮았지만, 금석은 부정하다고 생각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금석이 안 된다고 하면 무기를 안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괜찮은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금석.
“오케이.”
나는 시험 삼아, 달빛력을 최대한 줄이고 초식 하나를 사용했다.
‘달빛 제 1초식. 달빛 가르기.’
가볍게 만월검을 금석이 있는 쪽으로 휘둘렀다.
달빛검에서 하얀 광채가 뿜어져 나왔고,
금석을 향해 날아가며 반달 모양을 형성했다.
달빛력을 최대한 줄여서 그런지,
반달 크기가 2m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투수가 던진 야구공이 날아가는 속도였고, 금석 정도라면 충분히 피하고도 남았다.
헌데, 몸으로 막을 생각인지 제 자리에 서 있는 금석. 반달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화들짝 놀라며 몸을 옆으로 덤블링 하듯이 날렸다.
목표를 잃은 반달은 그대로 경기장 벽면을 향했고, 벽면과 진한 입맞춤을 했다. 별다른 효과음 없이, 얼음이 녹듯이 벽면에 스며드는 것처럼 보였다.
“피한 이유가 있었네.”
반달에 적중당한 벽이 반달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었다. 그것도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숙하게.
벽면에는 혹시나 관중석에 불똥이 튈까봐, 결계가 쳐져 있었다. 만약 결계가 없었다면 완전히 경기장 벽면을 관통하지 않았을까?
금석이 만약 막는다라는 선택을 했으면,
금석은 아마 지금쯤..
‘조심해야겠네.’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꼬리는 위를 향해 있었다.
힘을 뺐는데도,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니.
만월검은 내 능력을 배로 증가시켜주는 증폭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뿐만 아니라, 1초식 사용 후 곧장 소모 된 달빛력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소모 된 양이 아주 조금밖에 없었다.
증폭에 이어 달빛 소모량 감소라니.
또 다른 기능이나 효과가 있나 실험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다.
“계속 할 거지?”
가공할만한 반달의 파괴력을 봤음에도,
금석의 눈빛은 여전히 전투력 만땅이었다.
“얕보지 말라고..했을 텐데!!”
달려드는 금석.
나는 회피하는 쪽 보다는,
만월검으로 막는 쪽을 택했다.
막았을 시, 손에 느껴지는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한 것뿐인데.
‘내 스텟이 높은 건가?’
분명 금석의 주먹이 쉴 새 없이 만월검을 두들기고 있었다. 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충격이 거의 없었다.
금석과 내 스텟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검 주제에 방어력도 탑재를 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지.
이 정도는 돼야지.
달빛석을 얻기 위해,
내 목숨과 레이의 목숨을 내놓을 뻔 했는데.
나는 칼등으로 금석의 목을 한 차례 내려친 후,
발로 금석의 복부를 걷어찼다.
“겨우 이 정도야?”
“크흐으..”
나는 아직 ‘달의 축복’도 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런 능력도 사용하질 않고 있었다.
만월검이 사기적이긴 했지만,
단순 용도로만 쓰고 있으니까.
“실망이다, 석아.”
“....”
“그 정도 실력이면 아름이랑 싸워도 지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
“닥쳐.”
“그래, 아름이는 조금 심한 것 같으니까. 음..레이는 어때? 아, 너무 강한가. 그러면 우리 자주 가는 중국집 있잖아. 거기 사장님은?”
나는 일부러 금석을 도발했다. 하는 말을 봐서는 진심으로 할 것처럼 굴면서, 전혀 행동이 그렇질 않았다.
금석은 망설이고 있었다.
나를 진심으로 상대해도 되는지.
“왜 대답이 없어? 그래. 무의미한 말은 그만하고, 그냥 한 팔로 상대해줄게. 들어와.”
나는 검집에 만월검을 집어넣고,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금석을 향해 까딱까딱 거렸다.
이 정도 도발이면, 금석의 머릿속에서 내가 친구라는 사실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역시.’
금석의 마나가 용솟음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금석의 마나를 형상화 할 수 있다면,
거센 회오리로 보일 듯 했다.
전신에서 요동치던 마나는 빠르게 한 곳을 구심점으로 모였고, 하나의 거대한 마나 덩어리로 변해갔다.
금석은 눈을 감고 집중을 했고,
나는 기다렸다.
나는 박진이 사용하는 능력을 저승에서 모니터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박진은 능력을 사용할 때, 딜레이나 캐스팅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즉발.
하지만 아직 금석은 햇병아리였고,
캐스팅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한 달 만에 박진의 능력을 겉핥기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성과이자, 재능이었다.
체감상 5분 정도가 흘렀을까?
주먹을 쥐고,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던 금석이 천천히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금석과 내 거리는 30m가 넘게 떨어져 있었다.
금석의 오른손이 끝에 다다랐을 때.
‘온다.’
축구공만한 새하얀 마나가 뿜어져 나왔고,
곧장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속도는 내가 아까 날린 반달과 비슷했다.
능력을 시전 한 금석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지켜봤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사실 피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마나 덩어리에,
금석의 피,땀,눈물이 묻어 있었다.
‘내가 안 피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답이다.
나는 마나 덩어리가 지척에 이르렀을 때,
만월검을 검집에서 꺼냈다.
사악..깡!
“..응?”
만월검에 달빛을 싣고 마나 덩어리를 베려고 했는데, 철과 철이 부딪힌 것처럼 청명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어떠냐! 크하하!!”
금석의 기고만장한 웃음소리.
마나 덩어리는 흠집 없이,
건재했다.
금석은 아직 박진의 능력을 흉내 내는 단계라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렇게 단단한 마나라니.
역시 박진의 능력이라 이건가.
‘달빛 제 7초식. 달의 광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내게 닿으려면 멀고도 멀었다.
새하얀 검신을 감싸는 달빛.
마치 한 동작인 것처럼 빠른 속도로 마나 덩어리를 5번 가격했다.
굳건하던 마나 덩어리가,
이번에는 젤리처럼 잘려나갔다.
투웅. 퉁. 퉁.
잘려나간 마나 덩어리가 경기장 바닥에 흩어지며 육중한 소리를 냈다. 도저히 마나라고는 믿기 힘든 소리였다.
무게 때문인지, 아니면 담겨있던 마나 때문인지 수류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바닥이 원형으로 움푹 군데군데 파였다.
캐스팅 시간.
투사체 속도.
마지막으로 연발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연속성. 혹은 지속력.
이러한 점만 보완한다면, 금석이 지금 내게 선보인 능력은 상당히 까다로워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오늘은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지만 까다롭진 않았다.
철권(鐵拳).
금석이 사용한 능력 이름이었다.
박진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능력이기도 했다.
금석이 철권을 마스터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녀석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아군이 되 줄 터였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긴 했지만,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한 방이 끝이야?”
“으..으아아!!”
금석이 내게 달려들었다.
금석의 스텟은 거의 근력과 체력 몰빵이었다. 그래서 마나를 뒷받침하는 지혜 스텟이 현저하게 낮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마나 조루인 셈이었다.
자기가 조루라서 한 방 쏘고 끝냈으면서,
나한테 화풀이 하듯 주먹을 휘두르는 금석.
“아이템 요새 좋은 거 많아. 내가 사줄 테니까, 진정 좀 해. 야, 그리고.”
금석의 주먹을 잡으며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한 방이라도 쏘는 게 어디야. 나는 네가 한 방도 못 쏠 줄 알고 걱정 했..”
“죽어라!!”
“부끄러워 안 해도 된 다니까?”
금석의 능력도 확인 했겠다,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달빛 제 3초식. 달의 축복 1단계.’
탁.
금석의 뒤로 돌아가,
손날로 목덜미를 후려쳤다.
쿵.
기절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금석.
나는 고개를 들어 공중에 있는 심판을 쳐다봤다.
경기장으로 내려온 심판.
금석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복화술처럼 말을 하는 심판.
“서진 선수.”
“예?”
“그게..말이죠. 잠시 귀 좀.”
속닥거리는 심판.
“하하..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어제 경기도 너무 일찍 끝나고, 심심하게 끝나서 이래저래 말이 많았거든요.”
“....”
금석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쪼그려 앉았던 심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팍에 있는 마이크 모양의 단추를 누른 심판.
“금석 선수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사일런스 마법으로 인해 관중과 경기장의 소리를 서로 차단 돼 있었다. 그래서 경기장 곳곳에 설치 된 마이크가 관중석에 설치 된 대형 스피커에 경기장 소리를 전달했다.
“아직 경기가 가능하다는 사인을 보내왔습니다!! 그럼 경기를 속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심판이 다시 공중으로 올라갔다.
“....”
나는 만월검을 치켜들었다.
“하아압!!”
그리고 일부러 기합 소리를 내며,
“달빛 제 8초식! 내리치는 달빛!!”
일부러 초식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다.
내리치는 달빛은 내가 가진 능력 중,
과장 화려한 임팩트를 자랑하는 능력이었다.
스파크처럼 만월검 주변으로 달빛이 튀기 시작했고, 나는 태권도 품새를 하는 것처럼 절도 있는 동작으로 허공에 만월검을 몇 번 휘둘렀다.
콰지직.
콰직.
만월검에서 흘러나온 달빛이 바닥에 내리 꽂혔다.
“달빛 제 6초식! 달빛 소나기!”
한 번 더,
초식 이름을 외치며 6초식을 사용했다.
비가 오는 것처럼,
경기장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수십 줄기의 달빛.
나는 힐끔 심판을 쳐다봤다.
딴청을 부리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피곤하네.’
금석은 기절했다.
하지만 심판이 관중에게 거짓말을 했다.
왜냐.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노잼이니까.
그래서 내게 부탁했다.
최대한 화려하게 피니시 하는 척을 해달라고.
그래서 생쇼를 하고 있기는 한데,
이 정도면 된 것 같았다.
“끝이다!!”
클리셰 범벅인 대사로 생쇼를 끝낼 요량으로 금석을 향해 만월검을 뻗었다. 찌를 생각은 전혀 없었고, 시늉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통의 희여어얼!!”
금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금석의 회복 능력을.
역시, 클리셰는 불가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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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다음 편은 '금석의 하루'라는 외전입니다. 스킵하셔도 본 편을 보는데 지장이 없으니, 스킵하셔도 됩니다~ 몇 시간 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