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43화 (143/196)

143회

학교 대항전

3주차.

1주차에 이은 개인전이 펼쳐지는 주였다.

개인전의 주제는 토너먼트 형식의 1:1 대결이었다.

총 20개 팀에서 각각 5명의 선발 인원을 차출했고,

출전 인원은 총 100명이었다.

100명의 인원은 50명씩,

두 개의 조로 나뉘었다.

A조와 B조.

이렇게.

서로 다른 조의 접점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A조 우승자와 B조 우승자의 최종 대결.

사실상 토너먼트의 결승전이었다.

월요일 아침.

대진표와 3주차의 세밀한 일정 계획이 각 팀의 인솔 교관에게 전달 됐고, 박태산은 아침을 먹고 쉬고 있는 학생들을 소집했다.

금석과 내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

여자애들을.

금석과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다는 걸 깜빡했는지,

아니면 우리가 샤워한다고 한 말을 깜빡했는지.

“꺄아악!!”

“오오옷!!”

“왜 다 벗고 있어!!”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흡사 모텔이나 호텔과 비슷했다. 공간의 분리와 공간과 공간과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랫도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며, 샤워실을 나간 금석.

멍멍!!

뚜뚜가 황급히 자신의 몸으로 금석의 하반신을 가렸지만, 늦었다. 박태산의 침대 위에 옹기종기 앉아있던 여자 애들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샤워를 하게 된 금석.

“남다자잉?”

고개를 숙이거나,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한설휘, 박아름, 강소라와는 달리 다리를 꼬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있는 정시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너 몸에 왜 그렇게 상처가 많아?”

자리에서 일어난 정시아.

금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한 번 만져 봐도 돼?”

“..가까이 오지마라.”

“왜? 부드럽게 만질게.”

“....”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금석.

나는 알고 있었다.

금석이 지금 얼마나 당황하고,

얼마나 정신이 가출했는지.

왜냐하면 금석의 바로 뒤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요동치는 금석의 등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금석 때문에 현재 내 모습이 가려지고 있었는데, 정시아가 저렇게 다가오면 내 모습까지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금석의 움직임은 정시아를 피해 다시 샤워실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금석이 샤워실로 발을 딛기 전 샤워실 문을 빠르게 닫았다.

“....”

고개를 살짝 돌려 샤워실을 쳐다보는 금석.

입은 전혀 안 움직이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렸다.

“내가 너의 순정을 기억하마.”

나는 말과 함께,

빠르게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하마터면 정시아 때문에,

장르가 파괴될 뻔.

+ + +

“대진표를 보면 알겠지만 설휘와 서진이 A조. 소라,금석,시아가 B조다.”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대진표를 띄우고 있는 박태산.

박태산의 중재로,

정시아의 장르 파괴 소동이 일단락 됐다.

심란한 얼굴로 대진표를 보고 있는 금석.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대진표와 금석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정시아.

멍하니 금석의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박아름까지.

여파가 아직 남아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박태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름이는 3주차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치유 능력자 협회 사람들과 부상자들을 치료할 예정이다.”

전투 인원이 아닌 박아름은 당연하게도 전투 능력이 필요한 이번 주 일정에 제외 됐다

나는 홀로그램을 쳐다봤다.

각 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A조와 B조 골고루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B조의 평균 능력치가 조금 더 높아 보이기는 했다.

B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아무래도 스즈란 학교의 유우리였다. 그녀 외에도 내가 한 번 쯤은 들어 본 이름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미래의 유망주들이 다수 보이는 B조와는 달리 A조는 딱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세 사람밖에 없었다.

나. 한설휘.

그리고 야마모토 류진.

나는 대진표를 아래에서 위로 훑었다.

만약 세 사람이서 전승을 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한설휘와 류진은 8강전에서 맞붙었다.

나는 두 사람 중 승자와 A조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는 구조였다.

한설휘와 류진.

누가 이길까.

한설휘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당분간은 피닉스를 봉인해 둘 생각이야. 벌써부터 피닉스에게 기대는 버릇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기대는 버릇이 생겨버리면 거기서 내 성장이 끝날 것 같거든.’

한설휘가 내게 그런 말만 안 했어도,

한설휘의 손을 들었을 텐데.

순수 본인의 능력만 가지고 싸운다고 가정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설휘도 미친 재능의 소유자였고,

류진도 미친 재능의 소유자였으니까.

차기 속성 최강자들의 대결.

그들의 대결이 이번 주에 가장 큰 볼거리이지 않을까?

“근데 교관님.”

대진표를 유심히 쳐다보던 한설휘.

“그 녀석 이름이 없는데요? 차인수?”

그 순간 나와 강소라가 눈을 마주쳤다.

이미 강소라와 입을 맞췄다.

이번 요정의 숲에서 일어난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자고.

“헐? 진짜네?”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기 시작하는 강소라.

“교관님 설마 부전승 그런 건 아니죠?”

어찌나 연기가 자연스러운지,

박수를 칠 뻔 했다.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네?”

“차인수는 이번 주 일정에 기권 했다. 자세한 건 묻지 마라. 나도 잘 모르니. 근데 레드팀의 팀 명단에서 차인수라는 이름이 지워진 걸 보니, 앞으로의 일정에도 합류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차인수는 스스로 잠적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지만,

정령사로서 면허를 박탈당한 차인수.

과연 녀석 성격에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슬슬 준비해라.”

박태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진이랑 설휘는 무슨 일 있으면 곧바로 연락하고.”

나와 한설휘가 박태산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A조와B조는 경기장이 달랐고,

박태산은 B조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B조 애들만 보내면 사고 칠 것 같단 말이지.’

나도 박태산의 생각에 동감이었다.

박아름은 사고 칠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금석과 정시아는 높은 확률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었다.

“10분 뒤에 입구에서 봐.”

한설휘가 말을 남기고,

다른 여자애들을 따라 방을 나섰다.

박태산도 준비할 게 있다며 방을 나갔다.

“크으..”

금석과 둘이 남게 됐을 때,

나지막하게 귓가에 들리는 금석의 침울성.

나는 금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심심찮은 위로를 건넸다.

“그래도 네 꺼, 큰 편이잖아. 작았어봐. 더..”

“으아아!!”

베개와 이불을 사방으로 집어던지기 시작하는 금석.

꽤 아까 여자애들에게 나체를 보여준 게,

정신적으로 타격이 큰 것 같은데.

‘위험한데.’

금석의 1차전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명복을 빌어줘야겠네.’

+ + +

학교 대항전에 모인 학생들은, 각 학교를 대표하는 만큼 재능과 실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봐야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학교 대항전에서 하위권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재능 위의 재능.

나는 새가 있으면,

더 높이 나는 새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각자 학교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인재인 만큼 자신감 하나 만큼은..

“기권.”

“응?”

“기권이라고.”

“....”

A조 50강전.

나는 황당한 얼굴로,

상대를 쳐다봤다.

양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하는 주황색 팀 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

“질 게 뻔한데, 싸우는 건 어리석잖아. 안 그래?”

“아니, 그래도..”“심판 교관님! 저 기권이요!”

“....”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사각형의 경기장을 벗어나는 남학생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기권이요!”

“기권!”

여기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기권자가 속출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손가락으로 한 번 푹 찔러 볼만은 한데.

똑똑한 건지, 포기가 빠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50강전.

의도치 않게 부전승 했다.

+ + +

“오전에 말씀드린 대로, 2차 예선전의 경기 룰을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전에 1차 예선전이 모두 끝이 나고,

심판진과 운영진은 긴급회의를 했다.

기권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았고,

2차 예선전도 안 그러리란 보장이 없었다.

1차 예선 때,

경기를 보러 온 수 많은 관객의 야유.

TV로 시청하던 시청자들의 폭격 같은 댓글.

만약 2차 예선도 1차 예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이번 학교 대항전은 ‘폭망’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될지도 몰랐다.

“2차 예선전은 ‘총알 슬라임’ 잡기입니다. 화면을 잠깐 봐주시기 바랍니다!”

1차 예선전을 통과한 25명의 학생들과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관객들이 심판이 가리키는 경기장 상단의 대형 스크린을 쳐다봤다.

5명의 졸라맨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각형의 경기장 끝에 서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의 중간에서 탱탱볼처럼,

몸을 튕기고 있는 세 마리의 ‘총알 슬라임’.

“보시는 바와 같이, 5명이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제가 시작 신호를 드리면..”

딱!

손가락을 튕기는 심판.

그의 신호에 화면 속 졸라맨들과 총알 슬라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알 슬라임을 잡으면 통과라는 소리네.”

화면을 보던 학생 한 명이 중얼거렸다.

학생의 중얼거림이 들린 것인지,

곧바로 학생의 얼굴을 쳐다보는 심판.

“맞습니다! 총알 슬라임을 잡으면 그 즉시 통과!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총알 슬라임의 숫자는 셋! 즉, 다섯 명 중 세 명은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살아남은 인원은 25명.

그렇다는 말은 5개 조라는 소리.

‘각 조에서 3명이면 15명이 살아남겠네.’

단순 확률로 봤을 때는 살아남을 확률이 60%의 확률이었다. 5명 중 3명이 살아남으니까. 하지만 확률에 큰 변수가 한 가지 있었다.

“같은 조의 인원을 공격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능력과 폭력 사용 시, 경고 조취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1:1 토너먼트처럼 바뀐 경기 룰 역시 강하면 장땡인 룰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5명 중 3명이 합격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 생각인데 바뀐 룰로 인해,

2차 예선전은 기권자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기권하실 분..?”

심판이 조심스레 물었다.

보통 경기 전에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데,

워낙 1차 예선 때의 여파가 큰 탓이었다.

“좋습니다!!”

역시나 내 생각대로였다.

“각 조는 랜덤으로 추첨을 통해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기권자는 아무도 없었고,

추첨을 하기 시작했다.

+ + +

“크하하!! 다 뒤져라!”

야마모토 류진이 속한 A조.

물에 풀어놓은 전기뱀장어처럼,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전류를 발산했다.

그 결과.

“야마모토 서..선수 통과!”

아무리 봐도 힘 조절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놈이었다.

이어진 B조 경기.

“실례할게.”

화르륵.

한설휘가 다른 학생들이 접근도 못하도록 불의 장막을 시전 했고, 가뿐히 총알 슬라임 한 마리를 손에 잡았다.

그 즉시,

불의 장막을 캔슬하는 한설휘.

“화이팅.”

그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내려가는 그녀.

류진에 비하면 그녀의 퍼포먼스는 양반이었다. 왜냐하면 위협용으로만 능력을 사용했지,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았으니까.

“으아아!!”

“저건 내꺼다!!”

호랑이가 떠난 경기장.

여우들의 전쟁이 시작 됐다.

+ + +

A조와 B조와는 다르게 C조와 D조는 압도적인 강자가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치열했다. 도토리 키 재기에서 키 큰 도토리 세 명씩 살아남았고, 이제 마지막 조 경기만 남았다.

내가 속한 E조의 경기.

경기장에 올라서서, 가볍게 몸을 풀며 E조 학생들의 면면을 살폈다. 딱히 눈에 띄는 얼굴은 없었다.

근데.

‘왜 저렇게들 쳐다봐?’

나를 제외한 네 명의 학생들이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경기~~시~작!!”

심판이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가,

아래로 내렸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학생들이 경기 시작 사인에 맞춰서 아예 노골적으로 나를 쳐다보고 시작했다.

아무도 경기장 중앙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총알 슬라임을 잡으러 가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총알 슬라임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혹시나 네 명이서 단합해서 나를 공격하려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무임승차 하듯이 능력도 사용 안 하고,

총알 슬라임 한 마리를 손에 쥐었다.

“음?”

총알 슬라임을 손에 쥐자마자,

사방에서 살기와 함께 마나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그런 거였나.’

류진과 한설휘가 보여준 퍼포먼스 여파인지, 갈 사람은 빨리 보내자 라고 의기투합한 듯 보였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내가 통과한 게 본 게임의 서막이었다.

내가 경기장에서 내려가자마자,

조용하던 경기장이 미친 듯이 시끄러워졌다.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 됐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