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회
학교 대항전
[강수(强手)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가 500 포인트 적립 됩니다.]
[훈수 대상과 신뢰도가 일정 수치를 초과 하셨습니다.]
[훈수 리스트에 훈수 대상 ‘강소라’가 추가 됩니다.]
[‘강소라’의 스텟과 능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뢰도 수치에 따라 훈수 리스트에 있는 훈수 대상의 능력을 흉내. 모방. 복제를 할 수 있습니다.]
“응?”
갑작스레 귓가에 울리는 메시지.
차인수가 지랄발광을 하던 중,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날아갔다.
장외홈런을 당한 것처럼.
그 후로 시간이 꽤 흐른 현 시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알 방법이 없었다.
차인수가 요정의 숲을 이탈한 거나, ‘강수’ 메시지가 뜬 걸 봐서는 강소라가 분명 요정의 숲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나는 목을 긁적였다.
모두 긍정적인 신호니까 별 일은 없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강소라가 훈수 리스트에 추가 되다니.
훈수 포인트를 쌓기 위해 평소 강소라에게 적당히 훈수를 두고는 있었지만, 그녀를 훈수 리스트에 집어넣을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능력은 전혀 탐이 나지 않았다. 바람의 하급 정령은 내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강수’로 인해, 훈수 포인트가 500점이 단 번에 쌓였다. 그 결과 그녀는 내게 한설휘,정시아,금석에 이어 4번째로 훈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 됐다.
‘할 것도 없는데, 능력치나 구경해 볼까?’
혹시 내게 도움이 되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름: 강소라
나이: 17세.
체력: CC(45)
근력: C(20)
지혜: B(12)
민첩: B(35)
정령 친화력: 3000
-능력
1.바람 친화력
설명: 바람 속성 친화력이 ‘정령 친화력’에 비례해 상승한다.
2.정령 계약
설명: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3.정령 소환
설명: 계약 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계약 정령: 실프(바람의 하급 정령), 진(바람의 최상급 정령).
강소라의 스텟은 내 예상대로 B~C등급에서 왔다 갔다 했다. 능력 역시 딱히 내게 도움이 되는 능력이 없었다.
내게는 정령 친화력이 없었으므로,
강소라의 능력은 내게 있으나 마나였다.
헌데 내 이목을 끄는 줄이 한 줄 있었다.
‘진?’
하급 정령 소환하는 게 최선인 강소라가 최상급 정령과 계약을 맺고 있다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였다.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정령사의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강소라의 능력은 하급 정령이 최선인 정령사였다.
그런데 최상급 정령이라니.
이건 마치 장롱면허가 있는 드라이버가,
스포츠카를 소지하고 있는 것과 똑같았다.
‘진이라..’
한 두 번 본 적이 있었다.
저승의 모니터링 요원 시절에.
‘가만.’
진을 소환했던 정령사가 누구였더라.
나는 얼마 전,
한설휘가 내게 했던 말을 떠 올렸다.
‘소라 어머니 예전에 대단했던 정령사였다고 하더라.’
“....”
퍼즐조각이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세리나의 어머니 세나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정령사가 한 명 있었다. 가물가물했는데, 퍼즐 조각이 딱 머릿속에 떠오르자 이름이 기억이 났다.
강소진.
그녀는 세나의 뒤에서 세나를 보조해주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주목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나 역시 그녀의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강소진은 상급 바람 정령을 소환하는 상급 정령사였기에.
악마가 판을 치던 암흑기가 지난 후,
세나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그때부터 강소라의 어머니인 강소진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만큼이나,
빠르게 엔진이 고갈 됐다.
넘쳐나는 몬스터.
넘쳐나는 활동량.
넘쳐나는 피로도.
그 덕분에 정령사로서 레벨 업은 빨리 하기는 했다.
최상급 정령 ‘진’을 소환할 수 있게 됐으니까.
‘진’이라는 존재가 강소진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진의 존재를 한 번. 많게는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 두 번, 소환하고 강소진이 죽었으니까.
강소진의 딸, 강소라.
왜 진즉 연결고리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강소진의 임팩트가 크지 않아, 내가 기억을 못한 것도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너무 빈약했다.
강소진은 그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에 대입해도 능력이 출중한 정령사였다.
헌데, 강소라는 아니었다.
모녀 관계라고 생각하기에는,
두 사람의 능력 편차가 너무 심했다.
그러니, 강소진이 낳은 자식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근데..”
나는 요정의 숲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강소라를 쳐다봤다.
드디어 용무가 끝난 것 같은데.
“진이랑 계약을 어떻게 한 거지?”
그리고.
진을 강소라의 스펙으로 어떻게 소환한다는 거지?
갖가지 의문부호를 떠 올리고 있을 때,
강소라가 강물을 건너왔다.
“서진아!”
나를 부르는 표정이 밝은 것도 같고,
어두운 것도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궁금한 게 많았다.
차인수가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날아간 것부터,
진의 존재까지.
“그게..”
손을 꼼지락거리는 강소라.
“그게 있잖아..”
비밀을 얘기하는 것처럼 얘기를 시작하는 강소라.
“헐..”
차인수가 더 이상 정령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헐..”
강소라가 진과 계약을 하게 된 배경에 한 번 더 놀랐다.
“진이 자신이 희생하겠다고는 하는데..”
강소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한 걸까..”
정령사가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정령사의 마나가 필요했다.
또한, 정령사가 정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령사의 마나가 필요했다.
정령도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헌데, 왜 소환과 유지 과정에서 정령사의 마나만 사용하느냐.
그래야지,
정령이 소환 됐을 때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만약, 정령사가 해야 할 마나 부담을 정령이 함께 짊어지게 되면 정령의 힘이 하락했다.
강소라는 진을 소환할 수 있었다.
진이 온전히 모든 걸 다 감당하면.
강소라의 말대로 ‘희생’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현재 상태로 강소라가 진을 소환하면 진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힘의 반도 사용 못하지 않을까? 반은 무슨, 3분의 1만 사용해도 다행이었다.
뭐, 그 정도만 해도 웬만한 중급 정령이나 상급 정령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긴 했다.
“하아..”
강소라의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분명 요정의 숲에서 성과를 얻었다.
그것도 진이라는 로또와 같은 성과를.
하지만 로또를 돈으로 환전하기 위해서 치러야할 대가가 만만치 않았다.
나는 강소라의 정수리를 보면서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탁.탁.탁.
차인수.
정령 친화력을 잃은 게 아니라서, 언젠가 복귀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먼 나라, 꿈동산 같은 얘기였다.
정령과 계약 파기를 당했다고,
차인수가 과연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할까?
훗날에는 가능할지 몰랐지만 당장은 네버. 절대 그럴 일이 없었다.
애초에 나는 차인수를 버려도 되는 패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있는 편이 좋으니, 굴복시켜서라도 포섭하려고 했는데.
‘아웃.’
차인수는 아웃이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온 강소라.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소라에 대한 내 생각은 일편단심이었다.
‘성격 좋네.’
끝.
그녀를 키우고 싶다거나,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다.
헌데 얘기가 바뀌었다.
바람의 최상급 정령, 진.
녀석의 존재를 보유하게 된 강소라.
진이 온전히 자신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진은 S랭크 이상의 능력자와 맞먹는 전력이었다.
아니, SS랭크 정도 되려나.
“오케이, 결정.”
“응?”
나는 호주머니에서 ‘공허의 수정’을 꺼내,
고개를 든 강소라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같은 팀 하자.”
“응? 우리 이미 같은 팀이잖아?”
학교 대항전에서야 그렇지,
학교 대항전이 끝나고 나서도 접점이 필요했다.
학교라는 특성상,
무리가 존재했다.
삼삼오오 학생들은 무리를 형성했는데,
강소라는 현재 다른 무리였다.
“쭉, 같이 하자고. 학교 대항전 끝나고 나서도.”
“어..음..”
내 말이 프로포즈처럼 들렸는지,
얼굴이 약간 상기 된 강소라.
“그러니까..진짜 친구 하자는 말이지?”
활짝 웃는 강소라.
“나 사실..너희랑 있으면서 조금 겉도는 느낌을 가끔 받았거든. 너희만 아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소외감이 종종 들었다고나 할까.”
내 손에서 공허의 수정을 가져가는 강소라.
“근데 이건 뭐야?”
대화 화제를 돌리는 강소라.
우리의 대화가 조금 낯간지러운 면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반응을 보니,
내 말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경험치 부스터라고나 할까?”
“응?”
무려 S급 부스터다.
다량의 생명력과 다량의 스텟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아이템. 하지만 한 가지 기능으로 아이템을 사용할 경우 효과 기대치가 2배는 높아졌다.
“양 손으로 수정을 감싸 봐.”
성장 기대치를 봤을 때, 강소라가 공허의 수정을 사용한다면 괄목할 정도의 성과를 얻을 게 분명했다.
“눈을 감고 수정에서 느껴지는 마나를 느껴. 그럼 서서히 네 몸 안으로 마나가 흘러들어 올 거야. 이왕 하는 거, 편하게 앉아서 하자. 흡수하는데 시간도 조금 걸릴 테니까.”
“으..응? 서진아?”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강소라의 어깨를 잡고 억지로 바닥에 앉혔다.
“경험치 부스터면 굉장히 비싼..”
“진짜 친구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 해.”
이걸 사용하면 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그러면 진을 더 잘 이용할 수 있지.
“자자, 그러지 말고 어서 사용해 봐.”
나는 약을 파는 것처럼,
강소라를 재촉했다.
살짝 나를 미심쩍어하는 강소라.
그러다가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다.”
그럼그럼.
강력한 아군이 생기는데,
딴 말은 무슨.
나는 강소라가 집중하는 사이,
잠깐 포인트 상점에 들어갔다.
“현재 시간.”
정보 방에 들어가,
시간을 검색했다.
요정의 숲에 있으면 전자기기도 먹통이었고,
시간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15시 20분-
오늘은 일요일이었고,
강소라가 저녁까지 공허의 수정을 모두 흡수한다고 생각했을 때.
‘늦지는 않겠네.’
나는 포인트 상점을 닫고,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강소라를 쳐다봤다.
흐뭇.
강소라를 보고 웃는 게 아니라,
강소라 너머에 있는 진을 보고 웃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총 다섯 시간이 흘렀을 때.
눈을 뜬 강소라.
“서진아!!”
그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훈수 리스트를 통해 그녀의 스텟을 확인하고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B~C등급을 왔다 갔다 하던 그녀의 스텟.
공허의 수정 덕분에 스텟이 전체적으로 한 단계씩 상승했다.
A~B등급.
스텟이 상승해서 그런지,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정령 친화력이 두 배 정도 껑충 뛰어올랐다.
이 정도 스텟이면.
‘100%는 아니더라도 반 이상의 힘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제대로 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소라를 더 레벨 업 시켜야 했다.
한설휘,정시아,금석.
세 녀석을 적당히 레벨 업을 시켜놓자,
레벨 업을 시켜야 할 녀석이 새로 등장했다.
뭔가 내 역할이 육성 전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나쁘지는 않았다.
레벨 업을 시키면 그만큼 내게 힘이 되니까.
“슬슬 복귀하자.”
강소라의 레벨 업도 레벨 업이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학교 대항전.
일단 대항전을 모두 끝 맞춰야 했다.
강소라와 나는 숙소로 복귀했다.
내일.
드디어 3주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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