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36화 (136/196)

136회

학교 대항전

2주차의 마지막 경기가 있는 5일차.

2주차의 사실상 메인이벤트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래서일까?

다른 날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던전 앞에 모였다.

특히 기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릎에 노트북을 올리고, 실시간으로 던전 내부의 상황을 타이핑하는 기자들.

“레드팀과 노란팀이 빠르게 치고 나가는군.”

“그러게.”

“1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최종 보스 앞까지 당도하다니.”

레드팀과 노란팀의 화면을 띄우고 있는 기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공허의 던전’은 리젠 던전인 만큼,

기록이 존재했다.

1시간 20분.

베테랑 헌터들이 세운 기록이었다.

헌데, 만 20세도되지 않은 지망생들이 그 기록을 갈아치우려고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하늘팀은 꽤나 여유롭단 말이지.”

“그래도 저 정도 페이스면 무난하다고 보는데?”

“그게 문제야. 저 멤버로 무난하다는 게.”

하늘팀의 던전 주파 속도는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빨랐고, 기성 헌터와 비교했을 때는 느렸다.

즉, 기자의 말처럼 무난했다.

“기대 값이 있는데 말이야.”

“하긴.”

기자들끼리 내부 투표를 한 적이 있었다.

학교 대항전에서 어느 학교가 1위를 차지할 것 같은지.

학교 대항전에서 어떤 학생이 MVP를 수상할 것 같은지.

학교 대항전에서 어떤 학생이 가장 기대가 되는지.

거의 만장일치 결과가 나왔다.

이순신 헌터 학교.

그리고 이순신 헌터 학교에서 재학 중인 달빛 계승자.

‘서진.’

압도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재학중인 다른 학생들도 기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늘팀은 다른 팀에 비해 구멍이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거를 타선이 없는 팀이었다.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중간 스테이지에 머물고 있는 하늘팀은,

기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던전 클리어 속도였다.

만약 미션이 다른 미션이었다면,

역전이 가능하겠지만 던전 클리어 미션은 역전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400m 계주로 친다면,

하늘팀은 현재 200m지점이었다.

반면 레드팀과 노란팀은 350m지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역전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보라팀은 그래도 선방하고 있구만.”

종합 랭킹 8위의 보라팀은 하늘팀과 마찬가지로 중간 스테이지에서 현재 중간 보스를 잡고 있었다.

“음?”

고개를 드는 기자.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나?”

“아니 뭔가..지진 같은 게..”

“지진?”

“안 느껴져?”

“전혀..?”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기자는 동료 기자의 반응에 단순한 기우. 혹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잠시 후.

“어어?”

“어, 뭐야?”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땅이 흔들렸다.

그것도 1초 1초가 다를 정도로 거세게.

근원지는 현재 경기를 치르고 있는 ‘공허의 던전’이었다.

“심판!!”

앉아서 조용히 태블릿을 보고 있던 하늘팀 인솔 교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관객석 중간에 있던 외부 심판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박태산.

타악.

타아악!

각 던전의 출입구가 균열과 함께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만 말씀하십시오. 예정 된 일입니까, 아닙니까?”

외부 심판의 표정을 보면,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대답하십시오!”

“아..아닙니다.”

대답을 들은 순간 박태산은 곧바로 하늘팀이 들어간 2번째 던전으로 달려갔다.

“교관님!”

그의 뒤를 따르는 강소라.

“뒤로 빠져 있어라.”

강소라에게 말을 한 박태산.

막혀버린 던전 입구를 손으로 뚫기 시작했다.

갑자기 던전이 이상 징후를 보이는 이유.

이 자리에 박태산 뿐만 아니라,

헌터 업계에서 몇 년 구른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던전 진화’

그렇다는 말은 안에 들어간 학생들이 뜻하지 않은 위험에 노출 됐다는 뜻이었다. 학생이라는 특성상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학생들과 같이 심판 교관이 있기는 했지만,

한 명으로는 부족했다.

B등급 던전이 진화를 했다.

그렇다는 건, 최소 A.

진짜 최악의 경우는 S랭크.

몇 번 있었다.

B~D등급 던전이 던전 진화와 함께 S등급 던전이 된 사례가.

‘구해야 한다.’

현재 박태산 머릿속에 꽉 들어 찬 생각이었다.

던전의 떨림이 서서히 멎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던전 진화가 곧 끝난다는 소리였고,

그렇다는 건 시간이 촉박하다는 뜻이었다.

마치, 포크레인처럼 손으로 던전 입구를 막아선 돌을 치우는 박태산.

그는 강철 능력자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돌에 손이 긁히고 까지고,

피가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돌을 치우고 또 치웠다.

그의 모습은 뭔가에 홀린 사람 같았다.

“교관님..”

강소라는 겁이 났다.

강소라도 이 상황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났다.

‘던전 진화.’

내부에서 던전 진화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던전 진화를 목격했을 때.

모든 매뉴얼을 배웠다.

지금 박태산이 하는 행동은 목격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목격자가 아니라, 설사 다른 누가 와도 박태산처럼 행동하는 건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강소라는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안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박태산은 그런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

“박태산!”

강소라가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누군가가 호통 치듯 말을 하며 다가왔다.

“교..교장 선생님!”

이순신 헌터 학교의 교장,

이순신.

그의 뒤로는 주최측 사람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진정해라, 이 놈아!”

이순신 교장은 억지로 박태산을 던전 입구에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나 단단하게 버티는지 꿈쩍을 안 했다.

“태산아. 이러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않느냐.”

“아이들을..아이들을..”

“그래. 구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물러나라.”

“....”

만약 학생들이 던전 초입에 있다면,

던전 진화가 끝나자마자 들어가서 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팀이 중간 지점을 넘었고,

그 때부터는 섣부르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지,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모든 게 불확실했고, 구하러 가는 게 오히려 더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가 있었다.

만약 뭔가를 잘못 건드려,

학생들이 있는 쪽에 위험이 가중 된다면?

만약 뭔가를 잘못 죽여,

학생들이 있는 쪽에 몬스터가 생성 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구하러 가는 사이 학생들이 살아 있을까?

모든 게 트리거로 작동 될 수가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다.

학생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에는,

그들을 믿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들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믿는 게.

“함정 전문 헌터와 던전 연구가를 불렀으니까, 잠시만 기다려라.”

“크윽..”

“아이들을 못 믿는 게냐?”

“..믿습니다.”

“나도 믿는다.”

자신은 믿는다.

그만큼 아이들도 자신이 오기만을 믿고 있지 않을까?

박태산은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관객석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태블릿을 보며, 아이들이 제발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살아 있어라.’

박태산은 기도했다.

+ + +

“야, 반칙! 그거 내가 잡으려고 했단 말이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마귀! 할멈! 여기 전세 냈냐! 적당히 해라!”

“너나 적당히 해! 몬스터가 뭔 죄냐!”

밖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던전 내부.

마치, 게임을 하듯이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었다.

피식.

나는 웃음이 나왔다.

갑작스러운 던전 변화에 아무리 녀석들이라 해도 나는 조금 당황할 줄 알았다. 헌데 완전히 반대였다.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중이었다.

“고..마워.”

“너희 덕분에 살았다, 진짜.”

“휴, 그러니까.”

보라색 팀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이 진화함에 따라,

4개로 갈라져있던 공허의 던전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래서 자연스레 중간 스테이지에 있던 보라팀과 만나게 됐다.

그들은 던전이 진화 전,

꽤나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는지 몸에 잔상이 가득했다.

“어..땡큐.”

“너희 팀은 좋겠다. 치유 능력자도 있어서.”

“우리 학교에는 치유 능력자 한 명도 없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아름이 보라 팀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중간 스테이지는 정확히 4배가량 넓어졌고,

정중앙에 보라 팀과 촬영 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두 금석과 한설휘. 정시아.

그리고 두 마리가 날뛰고 있는 덕분이었다.

어쩌다 만나게 된 우리팀 심판과 보라팀 심판은 외부와 연락을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슬쩍 촬영 팀이 찍고 있는 화면을 쳐다봤다.

우리 팀 촬영 팀은 당연히 우리 팀을 찍고 있었고,

보라 팀의 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팀까지 우리 팀을 찍고 있었다.

‘좋아, 좋아.’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이곳의 주연은 하늘 팀으로 정해졌고.

‘이제 다른 팀의 씬스틸러가 되러 가볼까?’

“야! 나 잠시 저기 좀 갔다 올게!”

“어디?”

“같이 가자!”

대왕 공허충을 상대하고 있던 한설휘와 정시아가 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무리 금석이 철권 박진에게 수련을 받았다고는 해도, 이 곳을 혼자 커버하기에는 버거웠다.

“금방 갔다 올게!”

대왕 공허충의 몬스터 등급은 B등급이었지만,

끝이 안 보일정도로 계속해서 리젠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스 몹을 잡기 전까지는 네버엔딩스토리였다.

그래서 보스 몹을 잡으러 가야했다.

‘달빛 제 2초식. 월광쇄도(月光殺到)’

한설휘와 정시아가 따라오기 전에,

얼른 전방으로 달렸다.

“야!!”

“야아!”

뒤에서 들리는 두 여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아득해졌다.

“소각. 장작 태우기.”

지혜 스텟을 A등급 찍어서인지,

한설휘의 능력을 오리지널 못지않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내 손을 통해 발사되는 굵직한 화염포.

나를 향해 달려드는 대왕 공허충과,

초음파 박쥐를 단숨에 녹였다.

차인수. 야마모토 류진.

거기에 더해 유우리까지.

그들이라면 제 아무리 A등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라도 충분히 잡고도 남았다. 내 목표는 그들이 보스 몬스터를 완전히 죽이기 전에 숟가락 하나 얹는 거였다.

운 좋게 막타라도 치면 더 좋고.

던전이 진화함에 따라, 평가 기준이 모호해진 지금.

보스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점수는 꽤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잡은 건 아니겠지?’

이렇게 한입만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설마.

“시발, 저리 안 꺼져?”

“너나 꺼져라, 병신아!”

“싸우지들 말고 전투에 집중 하세요!”

전방에서 들리는 목소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류진과 차인수.

그리고 유우리였다.

저런 대화를 한다는 건 아직 보스 몬스터가 살아있다는 청신호가 아닐까?

“아, 진짜 죽고 싶냐!”

“걸리적거리니까 꺼지라고, 쫌!”

보스 스테이지에 도착했다.

서 있는 사람은 앞서 언급한 세 사람이 전부였다.

나머지 학생들과 촬영팀. 교관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구오오.

보스 몬스터, 알자하.

서서히 대상의 체력을 흡수하는 패시브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고, 꽤 위협적인 궁극기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영혼 흡수.

영혼을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강해지는 몬스터였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영혼을 흡수당한 인원은 없는 것 같았다.

“저것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알자하 앞에서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는,

차인수와 류진.

유우리 혼자서 알자하를 상대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알자하는 A급 몬스터였지만,

지금처럼 인원이 다수일 경우 준S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였다.

왜냐하면 체력을 흡수하는 패시브 능력 때문에,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알자하는 불사에 가까웠다.

유우리는 A급 능력의 소유자였는데,

그녀의 공격에 당한 상처가 곧바로 낫는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쓰러져 있는 카메라를 알자하가 있는 곳으로 고정했다.

내가 활약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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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멸망한 세계의 먼치킨'도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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