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회
학교 대항전
2주차.
1주차의 개인전과는 달리 팀전이었다.
팀으로 하나의 미션만 수행하면 되는,
말만 들으면 무척이나 간단한 주였다.
‘공허의 던전 클리어하기.’
2주차 일정은 이게 전부였다.
여기에 더해,
간략한 던전에 대한 정보가 각 팀에 고지가 됐다.
-공허의 던전
난이도:B랭크
출현 몬스터: 공허충, 초음파 박쥐, 늪지 슬라임. 그 외 다수.
예상 소요 시간: 5시간.
공허의 던전은 일반적인 던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리젠’
클리어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복구 되는 리젠 던전이었고,
그런 특성 때문에 많은 초입 헌터들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애용하는 던전이기도 했다.
위치는 세종대왕 헌터 학교 바로 뒤편에 있었고,
던전의 수는 마치 경기 종목으로 쓰라고 생성 된 것처럼 4개였다.
4개의 던전 모두 출현 몬스터나 난이도가 똑같아서,
딱히 차이점은 없었다.
내부 구조가 조금 다른 점?
그게 전부였다.
여기까지 들으면 굉장히 쉬운 미션 같았지만,
사실상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미션이었다.
왜냐하면,
던전을 클리어 해야 하는 게 기성 헌터가 아닌 아직 헌터 지망생에 불과한 학생들이었으니까.
B등급의 던전.
아무리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을 모아놨다고는 해도 버거운 등급의 던전이었다.
박태산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하늘팀을 한데 모아 당부에 당부를 했다.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기거든, 심판이 동행하니까 곧바로 심판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알겠어?”
다른 팀에 비해 우리 팀은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나나 정시아 같은 경우에는 기성 헌터 못지않았다.
“넵!”
“네!”
“걱정마세요, 교관님!”
그렇다고는 해도 박태산은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고,
우리는 일부러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응원 열심히 하고 있을게!”
강소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주에 제외 된 인원은 강소라였다.
보통 파티를 결성하게 되면 버프형 마법 능력자나, 힐러를 한 명 꼭 끼워 넣는 게 불문율이었다.
나. 금석. 한설휘. 정시아.
그리고 박아름까지.
이번 팀전의 출전 명단이었다.
하루에 4개 팀씩.
5일에 걸쳐 진행되는 팀전.
오늘은 첫 날이었고,
1조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교관님! 그런데 저희는 5조인데요?”
“그러니까. 교관님 아침 먹는데 체 하겠어요.”
그렇다.
우리는 마지막 날인 5일차에 경기가 있었고,
그 전까지는 휴식을 취하며 숙소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박태산의 말도 맞는 말이지만,
아침을 먹는데 저렇게 비장할 필요까지 있을까?
아무튼 캐릭터 일관성 있다니까.
+ + +
드디어 5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4일차까지 진행 된 12개 팀의 평균 던전 클리어 시간은 8시간이었다. 4개의 팀은 중도 탈락 해, 평균 시간에서 제외 됐다.
8시간.
생각보다 길게 걸렸다.
하지만 그럴 만도 한 게,
상위권 팀이 전부 마지막 날에 몰려있었다.
야마모토 류진과 유우리가 있는 노란팀.
차인수가 있는 레드팀.
내가 있는 하늘팀.
그 외에 8위에 랭크 돼 있는 보라팀까지.
어떻게 보면 오늘이 1위 결정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자, 준비 된 팀은 던전 앞에 서 주시길 바랍니다!”
메인 심판이 공중에서 말을 했다.
“잘하고 와.”
“믿는다.”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강소라와 박태산이 한 마디씩 건넸다.
“2시간! 2시간 안에 나올게!”
정시아가 호언장담을 하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1시간! 1시간 안에 나온다!”
이에 질세라 금석이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그들의 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박아름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한설휘.
이 멤버라면 어쩌면 정시아가 말한 시간 내에 클리어 할지도 몰랐다.
전력을 다한다면 금석이 말한 시간 안에 컷도 가능했다.
저들은 아직 몰랐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대단해지고 있는지.
‘괜히 흐뭇하네.’
괜히 내 가슴이 다 뿌듯했다.
“갔다 오겠습니다. 갔다 올게.”
박태산과 강소라에게 말을 하며 일행에게 합류했다.
2시간.
1시간.
마음 같아서는 그들의 말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오늘.
공허의 던전이 B랭크에서 A+랭크로,
던전 진화를 하는 날이었으니까.
무엇이든 고이면 형태가 변하거나 강해지기 마련이었다.
던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명 고인물 던전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공략을 당하게 되면 시기는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한 단계 진화를 한다. 던전에 따라 2단계 레벨 업을 하는 던전도 있었다.
공허의 던전이 세상에 드러난지 3년.
오늘 공허의 던전은 한 단계 진화를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었다.
+ + +
“이야. 뚜뚜랑 레이. 듬직한데?”
던전에 들어 온지 1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인간은 버스를 타는 것처럼 두 짐승에게 업혀가는 중이었다.
뚜뚜와 레이.
두 짐승이 앞장서서 몬스터를 모두 제거 하고,
방해물을 모두 파훼했다.
“저녁에 뭐 먹을까?”
정시아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닭발 어때? 나 어제부터 닭발이 너무 당기는데.”
오죽하면 한설휘까지 긴장이 풀려 있었다.
“쿨쿨..”
금석은 아예 걸어가면서 졸고 있었다.
현재 우리를 덮치는 위협은 천장에서 가끔 나타나는 ‘초음파 박쥐’라던지, 바닥을 기어 다니는 ‘공허충’이 전부였다.
이 마저도 금석이 졸면서 퇴치를 할 정도니.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1시간.’
1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다.
그렇다는 건 곧 있으면 중간 보스가 등장하는 스테이지였다.
‘정확히 언제였더라?’
공허의 던전이 진화하는 날은 오늘이 확실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물가물했다.
지금쯤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후였던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준비 해.”
그래도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런 내 말에 일행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심판과 촬영팀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빛이 많이 새어 들어오는 걸로 봐서, 앞 쪽에 뭐가 있는 것 같아.”
내 말은 사실이었다.
던전의 통로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고,
전방에는 하리부의 거처처럼 넓은 공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멍멍!
크르르!
먼저 앞서갔던 뚜뚜와 레이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가자.”
나를 선두로 우리는 앞으로 달렸다.
“에이, 뭐야.”
넓은 공간에 도착했을 때,
정시아가 김빠지는 소리를 냈다.
“저..반칙은 아닌 거죠?”
괜히 걱정 된 한설휘가 뒤에 있는 심판에게 물었다.
“네..뭐..”
어깨를 으쓱하는 심판.
이게 다 공허의 던전 중간 보스인 ‘공허 나방’을 장난감처럼 죽여 놓은 뚜뚜와 레이 때문이었다.
멍멍!
크르르!(맛없어!)
당연하지.
공허는 ‘암흑’ 속성인데 반해,
레이는 ‘달빛’ 속성이니까.
속성 자체가 안 맞는데 맛이 있을 리가.
달그락.
천장에서 돌 하나가 떨어졌다.
달그락달그락.
연달아 두 개.
나는 벽면에 손을 갖다 댔다.
미세하지만 떨림이 느껴졌다.
“심판님.”
“네?”
내 말에 이동을 하려던 일행들과 심판.
그리고 촬영 팀이 모두 제 자리에 섰다.
“뭔가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원래 이런가요?”
“진동이요?”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심판.
나처럼 팔을 벽에 갖다 댔다.
“딱히 진동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심판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무래도 다른 공허 던전과 인접해 있다 보니 영향을 받는 것 같은데, 잠시만요.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됐다.
이로써 일행을 이곳에 잠깐 묶어둘 수 있었다.
굳이 던전 진화할 때,
앞 서 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보통 던전은 깊숙하면 깊숙할수록 몬스터의 레벨이 올라가는데, 괜히 깊숙한 곳까지 이동했다가 높은 레벨의 몬스터에게 둘러싸일 수가 있었다.
딱 중간 지점.
우리가 있는 이 정도.
이 정도가 딱 적절했다.
그래야지 대처하기 편한 것도 있고,
나는 힐끔 촬영팀을 쳐다봤다.
그래야지 우리의 활약상이 더 잘 담길 테고.
아마도 내 예상이 맞다면 오늘 경기는 던전 진화로 인해 취소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취소가 될 경우 재경기가 열릴 가능성은 제로였다.
진화 던전은 조사가 필요했기에,
조사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동안 당연히 출입제한이고.
그렇다면 오늘 경기를 치른 팀들과 다른 팀들 간에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할 텐데.
‘임팩트 있는 게 좋지.’
굵직한 놈을 여러 명이서 상대하는 것 보다,
가늘고 얇은 놈 수십 마리를 여러 명이서 화려하게 능력을 난사하면서 싸우는 게 더 임팩트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평가기준이 어떻게 될지는 정확하게 몰랐다.
전생 같은 경우는 학교 대항전에 참가한 모든 팀의 점수를 0으로 처리했다.
왜냐하면 진화 던전에서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에.
다행히 사망자가 심판이어서 학교 대항전이 속행되기는 했다.
어쨌든.
만약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는 전생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소리였다.
“딱히 다른 던전의 영향은 아닌 것 같고.”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보던 심판이 눈을 깜빡였다.
그도 처음 겪는 일이라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말을 하다가 만 심판이 핸드폰을 쳐다봤다.
“일단 경기를 속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네요.”
아주 미약한 진동 때문에 경기를 중단한다?
말이 안 되기는 했다.
하지만 말이 될 정도로 강도 6.0을 넘어서는 진동이라면?
다다다!
드드드!
땅이 갑자기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벽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선수 분들! 침착하고 제 곁으로 모이세요!”
심판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촬영 팀을 구심점 삼아 곧바로 모였다.
이곳에서 가장 약한 인간은 D급 이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촬영 팀이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촬영 팀을 에워쌌다.
“갑자기 무슨 일이래?”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을 단검으로 쳐내며 정시아가 말했다.
“그러게.”
화염으로 돌을 쳐내는 한설휘가 응답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더 위험할 수가 있으니 전원 이 자리에서 대기하도록 합니다!”
나도 심판의 말에 동감이었다.
만약 천장이 무너져 내리지만 않았다면.
‘달빛 제 4초식. 보름달 가두기.‘
천장에 생긴 대규모 균열을 본 순간 달빛 초식을 사용했다.
그리고 일행을 모두 보름달 안에 집어넣었다.
“야! 말 좀 하고 써! 놀랬잖아!”
“쏘리.”
정시아에게 사과를 하며 느긋하게 보름달에 몸을 기댔다.
탁! 타닥! 탁탁!
지붕 위로 떨어지는 우박 소리가 났다.
“설휘야, 불 좀.”
“너 담배 끊었잖아.”
“황금돌대가리, 무슨 소리야! 죽을래?!”
보지 않아도 지금 정시아가 금석의 멱살을 잡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화르륵.
한설휘가 등불처럼 작은 불을 공중에 띄어 올렸다.
보름달 가두기로 인해 어두워졌던 시야가 밝아졌다.
시야가 밝아진 순간,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 사람을 향해 쏠렸다.
심판.
“저..그게..”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는 심판.
보름달 가두기가 워낙 뛰어난 쉴드이자, 속박 능력이다 보니 핸드폰은 먹통이었다.
“뭔가 조용해진 것 같지 않아?”
무거운 적막이 가라앉으려던 찰나,
보름달 막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던 정시아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녀 말처럼 우박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는 없어졌다.
“모두 전투태세 갖춰. 설휘는 동쪽, 석이는 서쪽, 시아는 남쪽. 나는 북쪽을 맡을게. 나머지 인원은 저희 중간에 있으세요. 뚜뚜랑 레이. 사람들 좀 보호해줘.”
멍멍!
크르릉!
“5초 뒤에 쉴드를 해제하겠습니다.”
“근데 서진아.”
“응?”
“너는 마치 밖에 뭐가 있는지 아는 거 같다?”
“....”
정시아.
쓸 데 없이 예리해가지고.
“5. 4. 3.”
나는 모르는 척을 하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달빛 제3초식. 달의 축복 1단계.’
사실 시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꽤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화려한 연출을 하기위해서는 필요했다.
“2.1.”
‘달빛 제 5초식. 보름달 부수기.’
보름달을 캔슬 하자마자,
완전히 달라진 환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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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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