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회
학교 대항전
"이제 이번 학교 대항전의 일정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대회장 입구에서 받으신 팜플랫에서 확인 가능하니,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먼저 대회의 시작 주인 이번 주는 각 팀의 학생들이 각기 다른 종목에 한 명씩 출전해서 대항전을 치르는 방식입니다.“
나는 사회자의 말을 듣지 않아도 대략적인 일정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첫째 주는 5개의 종목에 5명의 학생이 따로 출전.
둘째 주는 하나의 종목에 5명의 학생이 팀으로 단체 출전.
셋째 주는 하나의 종목에 5명의 학생이 따로 출전.
넷째 주는 이벤트전.
즉, 첫째 주와 셋째 주는 개인전이나 다름없었고, 둘째 주는 단체전이었다.
이벤트전은 학교 대항전과 무관하게 열리기 때문에 본 일정은 3주차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각 학교 마다 기본 점수 100점을 드리겠습니다.”
일정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사회자가 이제는 룰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기본 점수 100점.
20개 학교의 공통 시작 점수였다.
3주차가 끝나는 날에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학교가 우승이었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각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차지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 외에도 돌발 퀘스트 같은 것들을 준비해 놨으니 대회 일정 동안 긴장을 늦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점수 페널티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학교 대항전에서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각기 다른 학교에서 모인만큼 서로에 대해서 궁금한 건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대회가 아닌 장소에서 마찰을 빚거나, 능력을 사용하면 팀 점수에 마이너스를 하겠습니다. 마이너스 점수는 기본 10점부터 시작이니 이 점 유의. 주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만약 마이너스 점수가 쌓여 팀의 기본 점수가 50점 이하로 내려가면 바로 팀 전체가 실격처리 되니 무분별한 신경전을 벌이면 안 되겠죠?”
나는 하품을 하며 ‘실격’이라는 단어에 가장 근접한 학교를 쳐다봤다.
붉은 팀복을 입고 있는 레드팀.
차인수가 있는 팀이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레드팀은 시작하자마자 마이너스 점수를 얻고 시작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에 대한 근거는 차인수가 나를 향해 쏘아붙이는 시선을 전혀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
‘출정식이 끝나면 바로 달려들 것 같은데.’
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자, 그럼 각 팀의 시작 점수를 화면에 띄워 드리겠습니다. 각 팀의 실시간 점수는 학교 내에 위치한 다양한 전광판이나 화면을 통해 확인을 가능하니, 이 점 참고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관객석 상단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그곳에 ‘학교명’이 아닌, 우리가 입고 있는 활동복 컬러와 옆에 점수가 표시 돼 있었다.
대체로 모든 팀이 기본 점수 100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했다. 그게 시작 점수니까.
하지만 유일하게 100점이 아닌 팀이 한 팀 있었다.
웅성웅성.
관객석 쪽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늘팀: 93점]
어제 7시간 29분을 지각한 탓에 7점이 까였다.
시간 당 1점의 페널티라는 걸 생각하면 29분을 반올림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우리 팀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관객들과는 달리 덤덤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남들 보다 7점을 뒤처지고 시작했지만, 박태산은 우리에게 어제 말했다.
‘자만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라.’
그의 말은 적절했다.
우리는 그간 방학에 훈련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안달인 상태였다.
하지만 박태산의 그 한 마디가 우리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자, 그럼 우선 30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30분의 시간동안 인솔 교관님은 각 종목의 대표 학생을 뽑아서 앞으로 제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관객 여러분들은 화장실을 다녀오시거나 볼 일을 보고 오셔도 됩니다! 30분 후에 뵙겠습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관객석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보통 이런 큰 대회를 맡은 사회자의 경우 ‘사일런스’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게 다반사였다.
사일런스는 소리를 차단하는 능력이었는데,
각 팀들이 보다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사회자가 외부의 소리를 차단한 걸로 보였다.
“모여 봐라.”
박태산의 말에 1열종대로 서 있던 우리는 박태산을 에워싸듯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팀에서도 우릴 향해 걸어왔다.
“오랜만이군요, 박태산 교관.”
스즈란 헌터 학교의 노란팀.
인솔 교관은 일본에서 봤던 코코로 교관이었다.
코코로 교관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박태산 교관을 쳐다봤다.
반대로 박태산 교관은 흥미 없다는 얼굴로 코코로 교관을 쳐다봤다.
“뭡니까?”
“뭡니..까? 라고 하셨습니까?”
“지금은 잡담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니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
그들과는 달리 학생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서지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전부 목에 학생증 같은 걸 걸고 있었는데,
이 안에 통역 아이템이 장착 돼 있었다.
그래서 유우리의 말은 일본어였지만,
내 귀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번역 돼, 들렸다.
“나 너 만나고 난 이후에 매일 매일 네 생각 했어!”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유우리의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흘려들었다.
그녀의 말을 번역에 번역하자면 이랬다.
‘너와 다시 대련할 날을 기다렸다.’
그녀는 전형적인 검사.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승부욕으로 활활 불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유우리와 마찬가지로 승부욕에 불타는 일본인이 한명 더 있었다.
“몸이 더 커졌군.”
야마모토 류진이 금석을 보며 대뜸 말했다.
“너는 더 왜소해졌군.”
금석이 어깨를 피며 류진을 쳐다봤다.
“이 자리에서 결착을 지어볼까?”
류진이 도발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금석이 응했다.
“지랄들 하고 있네. 야, 괜히 시비 걸지 말고 가.”
정시아가 둘 사이에 난입했다.
“넌 뭐냐?”
류진이 정시아를 벌레 보듯이 쳐다봤다.
“말투 뭔데? 그 눈빛 뭔데? 생긴 건 콩자반 같이 생겨가지고.”
정시아가 류진을 경멸하듯이 쳐다봤다.
“콩..자반?”
류진이 당황했다.
정시아의 말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나는 유우리와 대화를 하며 주최 측과 공중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사회자를 힐끔 쳐다봤다.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야! 야!!”
레드팀의 한 학생이 내 쪽으로 마나를 끌어올리며 다가왔다.
주최 측과 사회자가 몸을 달싹이려고 하고 있었다.
이건 용인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차인수가 당장이라도 내게 능력을 사용할 것처럼 걸어오고 있었다.
녀석의 팀원들과 인솔 교관이 말리고 있었지만, 차인수는 막무가내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내 죽빵을 날리고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맞는 건 페널티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맞고 나서 반격을 하면 페널티를 먹었다.
이 부분은 사회의 법과 거의 흡사했다.
누군가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을 해도 절대 반격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게 대한민국의 법이자 룰이었다.
거지같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맞은 사람에게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라고 몰아붙이는 게 세상인데.
이 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는 애야?”
옆에 있던 유우리가 물었다.
“응. 조금?”
어찌나 마나를 철철 방출하던지 이곳에 있는 학교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킨 차인수. 급기야 불의 상급 정령을 소환했다.
샐레스트가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보면 피닉스와 모습이 흡사해 보였다.
불타는 작은 새.
“너 보니까 쫌 유명한 새끼더라?”
크르르!
레이가 내 앞에 서서 크기 변환을 하려고 했다.
만류했다.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근데 내가 저번에 말했지? 광주 땅에서 나 보다 잘난 놈은 없어!”
종로의 김두한도 아니고,
땅덩어리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차인수.
여자 교관에 팀원 네 명 모두 여자인 차인수네 레드팀.
차인수의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방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아니었다.
“쟤 뭐야?”
“저게 도랏나.”
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는 스즈란의 노란팀도 함께 있었다.
“싸움인가!!”
류진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표정으로 스리슬쩍 내 옆으로 걸어왔다.
“와, 정령이다!”
유우리가 신난다는 듯이 샐레스트를 보며 말했다.
결정적으로 이쪽에는 태산 같은 사내가 있었다.
“당장 능력 사용을 중지해라.”
내 앞으로 걸어 나오는 박태산.
“지랄하고 있네!!”
차인수는 망나니 중에서 탑 급 망나니였다.
교관이고 학생이고 분간이 전혀 없었다.
욕을 시원하게 내 뱉은 차인수.
“샐레스트!”
녀석의 외침에 어깨 위에서 둥둥 떠 있던 샐레스트가 입을 벌렸다.
불의 상급 정령 샐레스트.
단순 능력치로 환산을 한다면 B등급의 최상급.
A등급에 살짝 못 미치는 불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샐레스트를 헌터로 치환을 한다고 치면 A~B등급의 헌터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정령사가 역대급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령사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차인수가 소환하는 정령은 다른 정령사가 소환하는 정령과 급 자체가 달랐다.
내가 봤을 때, 저 셀레스트는 최소 A등급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는 한설휘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샐레스트가 뿜으려는 불길이 얼마나 거셀지.
“안되겠군.”
박태산이 팔을 걷어 붙였다.
배출구는 작았지만 배출구에서 나온 순간 화력이 거세게 증폭돼서 우리를 향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흡사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오는 불길.
“휘뚜루 마뚜루~”
뒤에서 들리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우리 팀에는 불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소환수가 한 마리 있었다.
“읍..읍..”
박태산의 앞까지 날아간 피닉스가 셀래스트의 불길을 흡수하듯이 먹기 시작했다.
“꺼억.”
전부 먹어치운 피닉스.
시원하게 불 트림을 한 번 했다.
“야!”
날개로 샐레스트를 가리킨 피닉스.
“최상급 불의 정령 불러와! 그 녀석 불이 맛있다고! 네 불은 밍밍해. 휘뚜루~”
정령은 지능이 있었고,
등급에 따라 지능의 수준이 달랐다.
상급 정령 정도 되면 지능이 인간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피닉스의 말에 차인수와 피닉스를 번갈아 쳐다보던 샐레스트.
화르륵.
불길에 몸을 감추듯 사라졌다.
“이..이 새끼가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정령계로 돌아가?”
당황한 차인수가 다른 정령을 소환하려고 했다.
“차인수 학생?”
이 상황을 모두 지켜 본 사회자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더 이상 공격을 한다면 레드팀 전원 실격처리 하겠습니다.”
“....”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방금 행위는 명백한 공격 행위. 마이너스 10점을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일 아래에 있던 우리 팀이 한 단계 위로 상승했다.
[19등 하늘팀(93)]
[20등 레드팀(90)]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는다면 마이너스 10점을 추가로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레드팀의 인솔 교관과 학생들이 차인수의 몸을 억지로 돌렸다.
“이..”
고개를 돌려 눈으로 쌍욕을 하는 차인수.
나는 가볍게 씨익 웃었다.
“휘뚜루~ 마뚜루~ 얼래? 너희 뭐야?”
허공을 비행하던 피닉스가 내 앞에서 나를 호위하듯 서 있던 뚜뚜와 레이 앞으로 날아들었다.
“너희~ 휘뚜루~ 여전히 귀엽게 생겼네!”
크르르.(뚜뚜. 오늘 점심은 새 고기 어때?)
멍멍!
그들만의 술래잡기가 시작 됐다.
+ + +
이번 주는 총 5개의 종목을 팀이 아닌 개인이 치러야 했고,
각 종목에 합당한 인원을 선정해야 했다.
탑 오르기.
지혜의 피라미드.
억겁의 등산.
바람의 레이스.
외딴섬에서 생존하기.
이렇게 총 5개의 종목이 있었다.
각 종목마다 요구하는 능력치가 조금씩 달랐다.
‘탑 오르기’는 전체적으로 높은 스텟을 요구했다.
능력 역시 어딜 갖다 놔도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능력이 유리했다.
‘지혜의 미라미드’는 머리를 쓰는 종목이라,
평소 상식이 많은 사람이 유리했다.
‘억겁의 등산’은 무시무시한 체력을 요구하는 종목이었다.
‘바람의 레이스’는 빠른 스피드가 필요했도 기동 능력이나 민첩 스텟이 높은 사람이 유리했다.
마지막으로 ‘외딴섬에서 생존하기’.
이게 난이도가 다른 종목에 비해서 별 5개짜리 종목이었다.
앞서 말한 종목의 모든 능력치가 요구되는 종목이었다.
난이도로 치면 ‘탑 오르기’와 비슷했다.
“의의 있는 사람?”
박태산이 물었다.
우리는 속전속결로 각 종목의 출전 선수를 정했다.
각 종목의 출전 선수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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