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16화 (116/196)

116회

라이언

“레이.”

크릉.(응.)

은빛 늑대 서식지에서 출발한지 20분 정도가 흘렀다.

20분이 흐른 현 시점.

우리는 부산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어색하진 않아?”

나는 현재 레이의 등에 타고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질주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각성한지 얼마나 됐다고,

레이는 내가 가진 능력 중 ‘월광쇄도’와 ‘달의 축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크릉?(뭐가?)

귀를 쫑긋하며 묻는 레이.

보통 각성을 이렇게 대폭하게 되면 자신의 힘을 컨트롤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레이는 마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마치, 자신의 능력이었던 것처럼.

“아니야.”

레이는 동물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보다 적응이 빠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르릉.(현재의 내가 본래의 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레이의 기분이나 생각을 교감 능력을 통해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듯이 레이 역시 내 생각이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생각을 읽은 듯한 레이의 목소리.

나는 가볍게 레이의 목덜미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나저나.’

은빛 늑대 서식지에서 출발하기 전,

박쥐를 비롯해서 채린이나 만물상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감감무소식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한데.‘

라이언을 직접 맞닥뜨린 박쥐는 높은 확률로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라이언의 성격상 박쥐의 정체를 알고서도 살려뒀을 일은 만무했으니까.

문제는 라이언의 다음 행보였다.

채린 옆에 만물상이 있다면,

조금은 안심이었지만.

‘만물상이라고는 해도..’

만물상이 만약 전투에 특화 된 세계적인 랭커였다면, 라이언의 공세를 조금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전투가 아니라 박태산처럼 방어 특화 헌터이거나.

하지만 만물상은 그런 류의 헌터가 아니었다.

아이템빨로 모든 종류의 헌터를 흉내 낼 수 있었지만,

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내가 알기로 만물상의 기본 스텟은 B등급 수준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때,

레이가 부산 시내로 진입을 했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목적지를 사신 길드로 설정을 했다.

그 편이 가장 ‘무슨 일’에 근접한 목적지였으니까.

서서히 동이 트고 있어서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틈틈이 눈에 띄었다.

그 틈에 끼어 도로를 질주하는 한 마리의 달빛 늑대.

그 속도는 마치 섬광과도 같았다.

“레이.”

사신 길드에 근접하면 할수록,

사신 길드가 있는 곳에서 엄청난 마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거대한 마나.

그리고 작은 마나 여러 개.

거대한 마나의 질은 여태까지 내가 한 번도 보고 느껴본 적도 없는 질의 마나였다.

흉폭하고.

거칠고.

사납고.

반대로 작은 마나들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크릉.(응.)

나는 레이의 목에 상반신을 파묻고 있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전투의 흔적.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전투의 현장이 눈에 보였다.

‘라이언.’

분명히 라이언이었다.

녀석이 누군가를 향해 주먹을 번쩍 들고 있었다.

누군가는 살아 있는 게 의심 될 정도로 곤죽이 되어 있는 만물상이었다.

그리고.

만물상과 마찬가지로 피를 철철 흘리고는 있지만,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서 있는 몇 명의 사신 길드원들.

채린.

그리고 사신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 홍련.

몇 몇 간부들.

다행히 아직까지 전사자는 없어 보였다.

아니, 있기는 했다.

사신 길드원으로는 보이질 않았지만,

난리통에 도움을 주러 합류한 수십 명의 헌터들이 찬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내 생각은 이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죽음에 대해 둔감해진 것일 수도 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내가 현실을 사는 것인지,

게임 속에서 게임을 클리어 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지금 달의 축복 몇 단계 시전하고 있어?”

크릉.(1단계.)

이런 괴물을 봤나.

고작 1단계와 월광쇄도 만으로 광주 인근에서 부산까지 30분도 안 걸려서 주파를 하다니.

“몇 단계까지 사용 가능해?”

레이의 스텟이나 달빛력을 봤을 때는 아마도 3단계까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크릉.(4단계.)

“응?”

크르릉.(보름달이 떠 있는 밤에 주인이 옆에 있으면 5단계도 가능해.)

“....”

5단계는 달의 축복 가장 마지막 단계였다.

내가 사용하려면 모든 스텟을 S등급 이상으로 찍어야지만 가능했다.

레이한테 시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좋아해야 하는 게 맞았다.

“3단계를 시전 해.”

크릉?(지금?)

“응. 그리고 저기 보이는 피떡 된 사람 좀 구해줘.”

내가 말한 피떡은 곧 라이언의 손에 죽을 운명인 만물상이었다.

만물상이 지금 죽어버리면 그가 소장하고 있는 아이템까지 같이 죽었다.

앞으로 나는 만물상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꼭 필요했다.

이렇게 그의 아이템이 죽는 걸 방관할 수 없었다.

‘달의 축복 3단계. 월광쇄도.’

나는 내 몸에 버프를 둘렀다.

마음 같아서는 달의 축복 4단계를 시전하고 싶었지만, 현재 스텟으로는 살짝 조심스러웠다.

“지금!”

레이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리며,

레이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레이는 만물상을 향해.

나는 라이언을 향해 쇄도했다.

사아악!!

사아아!!

돌풍과도 같은 바람이 두 차례 불었다.

콰앙!!

하나의 돌풍은 잔잔하게 가라앉기 시작했고,

하나의 돌풍은 다른 돌풍을 만나 굉음을 냈다.

“막..아?”

라이언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만월검을 들고 있는 손을 가늘게 떨며 씨익 웃었다.

고작 막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크게 의의가 있었다.

라이언은 이 세계관에서 단순 물리 공격력만큼은 최강자나 다름없었다.

그런 녀석의 공격을 내가 막았다.

막고 있는 손이 충격에 떨리고는 있었지만, 괜찮았다.

나는 라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틈을 타 옆을 쳐다봤다.

레이가 만물상의 목덜미를 물고 채린 앞에 툭 던져놓는 게 보였다.

“서..진씨? 서진씨!!”

나를 발견한 채린이 소리를 질렀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그럴 만도 했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을 또 언제 만나봤을까.

“도망쳐요!!”

그럴 수는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레볼루션 간부들이나 졸개들은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은 혼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독단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로 인해서.

혹은 나와 연관 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라이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있었다.

라이언이 어디까지 생각을 했는지는 몰랐지만,

오늘 일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레볼루션은 수면 위로 떠오를 게 분명했다.

그렇다는 말은 레볼루션의 적이 늘어난다는 말이고,

내가 활동하기 편해진다는 말과 동일했다.

‘지금 죽인다.’

여전히 라이언은 건재해 보였다.

몸에 가늘게 생채기가 몇 개 있는 걸 제외하고는 별 다른 상처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대폭 상승한 스텟과 금석의 능력 중 하나인 ‘야수의 본능’으로 인해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조금이지만 거칠어져 있는 라이언의 숨소리가.

제 아무리 라이언이라고는 해도 사신 길드의 간부들과 만물상.

그리고 다른 헌터들을 아무런 소모 없이 상대했을 리가 없었다.

“아, 기억난다 기억나.”

“....”

“달빛 계승자.”

라이언이 손을 들어 스트레칭 하듯이 목을 매만졌다.

나는 그 틈에 녀석과 거리를 벌렸다.

“흠.”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라이언.

“아버지께서 탐내 하시는 자원인데. 죽여도 될랑가.”

혼잣말을 하는 라이언.

녀석의 말을 조합해보면 이런 결론이 나왔다.

‘모른다.’

라이언은 나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전무했다.

내가 뒤에서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채린을 공격한 것이겠지.‘

대외적으로 레볼루션 잔챙이를 죽인 건 모두 채린과 사신 길드가 처리한 걸로 돼 있었다. 그리고 라이언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결정적인 이유는 지숙이 죽은 탓이 큰 게 분명했다.

채린과 지숙의 석연찮은 죽음.

둘 사이에 연관성을 찾은 것 같기는 한데,

나라는 인물이 결여 돼 있었다.

나라는 인물이 결여 되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박쥐.’

라이언에게 나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애초에 박쥐가 레드로 변장해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채린을 감시하는 목적에서였다.

그래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채린에게 덤탱이를 씌운 것이라면?

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며 라이언의 행동을 주시했다.

“어차피 혼날 거, 조금 더 혼난다고 치지 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라이언이 먼저 생각을 끝냈다.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던지는 라이언.

이제 그가 입고 있는 거라곤 바지가 전부였다.

“후딱후딱 끝내자고. 잡아 죽여야 할 놈들도 몇 명 남았으니까.”

나는 만월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주변을 살폈다.

하나둘씩 헌터들이 다시 모이고 있었다.

아니, 모이고는 있었다.

하지만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멀리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크르릉.

내 옆에 서는 레이.

‘그래.’

괜히 헌터들에게 도움을 바래봤자,

걸거 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 바에 레이와 둘이서 하는 게 훨씬 나았다.

“레이, 방심 하지 마.”

크르릉. 크릉.(사자 냄새 나. 사자 고기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사자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먹으면 사자 맛이 날까?

‘궁금하기는 하네.’

“먼저 가도록 하지.”

친절하게 말을 하고 돌진해 오는 라이언.

덩치에 비해서 대시하는 속도가 어마무시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레이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달빛 제 1초식. 달빛 가르기.’

다가오는 라이언을 향해 만월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형체가 뚜렷한 상현달 모양의 달빛이 만월검에서 뿜어져 나갔다.

달빛을 대량으로 흡수하기 전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농도 깊은 달빛과 크기였다.

깡!!

가볍게 달빛을 주먹으로 걷어내는 라이언.

행동은 무척이나 가벼웠지만, 녀석의 주먹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게 주먹을 뻗는 라이언.

나는 옆으로 몸을 틀며 곧바로 다시 거리를 벌렸다.

곧바로 내게 따라 붙으려고 했지만,

중간에 레이가 훼방을 놓는 탓에 라이언과 내 사이는 다시금 거리가 생겼다.

라이언은 전형적인 인파이터였고,

거리를 허용하지만 않으면 현재로서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달빛 제 9초식, 낮에 뜨는 달.’

낮에 뜨는 달은 은빛 늑대 서식지에서 한 번 사용했던 능력이었는데, 절대적인 은신이 가능한 능력이었다.

지속적으로 거리를 벌려,

천천히 라이언의 체력을 갉아먹는 것도 가능했지만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해가 뜨고 있다.’

하늘은 이미 어둠과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해의 붉은 머리카락이 보이기 직전이었다.

그에 따라 달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레이도 그렇고,

달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제법 나는 편이었다.

내 모습이 사라졌다.

“음?”

내게 대시를 하다가 멈칫한 라이언.

코를 킁킁거렸다.

야수 능력자답게 라이언의 신경은 예민하다 못해, 동물 보다 뛰어났다.

보통 은신 능력은 모습만 숨길 뿐 ‘청각’이나 ‘후각’에는 무방비했다.

최상급 은신 능력도 ‘청각’과 ‘후각’ 둘 다 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낮에 뜨는 달’은 가능했다.

나를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라이언.

그의 눈에 포착 된 먹잇감, 레이.

크르릉!!(뭘 봐!!)

새침하게 말을 한 레이의 모습이 나처럼 흐릿해지더니,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

레이 역시 나처럼 ‘낮에 뜨는 달’을 시전 한 듯싶었다.

따로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게 참으로 편리했다.

‘레이. 한 번에 끝내자.’

나는 마음속으로 레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같은 속성이라 그런지,

내 눈에는 레이의 형체가 흐릿하지만 보였다.

레이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달빛 제 4초식. 보름달 가두기.’

우선 속박 능력인 4초식으로 라이언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달빛 제 7초식. 달의 광휘.’

단일 타겟으로 사용했을 시, 내 능력 중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7초식으로 단숨에 끝내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거기에 더불어 레이라는 도움까지.

나의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내 계산은 완벽했다.

불청객이 나타나 주연은 자기라고 주장하기 전까지는.

까강! 깡!

까가강!!

레이와 내 공격이 모두 막혔다.

‘제..제로?!’

레볼루션의 수장.

그들만의 세계에서 속칭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로가 내 시나리오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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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lfen님 댓글 감사합니다!

제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 모두 건강 유념하시고,

장마철이 시작 될 것 같은데 안전에 유의하시길 바래요!

여러분들도 제 글을 오랜만에 보듯 저도 글을 오랜만에 손에 잡아서 아직 글 쓰는 속도가 안 붙어서 연참은 커녕 하루 한 편 올리는 것도 버벅 되고 있는데, 점점 속도가 붙고 있으니 조만간 하루 2연참 혹은 3연참 패턴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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