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회
달빛 늑대
[달빛을 다량 흡수하셨습니다.]
[스텟이 영구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달빛력의 최대 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달빛력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새로운 능력 ‘달의 가호’를 획득 하셨습니다.]
“와..우.”
생과 사의 경계선을 넘나든 보상 같은데.
메시지가 울리자마자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넘치기 시작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서진
나이: 17세.
체력: A(30)
근력: A(70)
지혜: A(50)
민첩: AA(20)
달빛력: 30000
내 스텟은 본래 평균 B 스텟이었다.
그런데 달빛을 흡수한 덕에 평균 A스텟으로 변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1만이 최대이던 달빛력이 이제는 3만까지 저장할 수 있게 됐다.
‘미쳤네, 미쳤어.’
로또를 맞은 기분이 이러할까?
A스텟에 달빛력 3만이라니.
이 정도 능력치면 이제 달빛 능력을 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달빛 소모량과 몸의 부담이 많은 상위초식까지.
‘달의 축복도 3단계까지는 거뜬하겠네.’
어쩌면 나를 죽음의 문턱까지 내 몰았던 달의 축복 4단계까지 시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전화위복도 이런 전화위복이 있을까?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친김에 새로운 능력을 확인했다.
-달의 가호
설명: 달빛 계승자의 패시브 능력. 달빛력이 최대치에 이르면 달빛막을 형성해, 공격을 1회 막을 수 있다.(대상의 공격력에 따라 달빛력 차등 감소. 대상의 공격력이 달빛 계승자보다 현저히 낮을 경우 발동을 안 할 수도 있음.)
달빛력 최대치는 3만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달빛력 역시 3만이었다.
어쩐지 내 몸에서 옅게 하얗게 빛이 나는가 싶더라니.
이게 달의 가호 효과로 인해 생긴 달빛막인 것 같았다.
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속성 반지, 상현달 귀걸이. 그리고 만월검까지.
방어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는 아이템은 속성 반지가 유일했다. 속성 반지도 따지고 보면 방어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방어 아이템보다도 좋은 능력이 하나 생겼다.
달의 가호.
연달아서 로또 1등이 터졌다.
달빛 계승자 능력 중 이런 능력이 있었다니.
‘땡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자제를 했다.
“착각이 아니었네.”
쾌재를 부르는 와중에 내 눈은 지시를 기다리는 것처럼 엎드려 있는 은빛 늑대들을 향해 있었다.
선두에 있는 대장 늑대를 비롯해서, 은빛 늑대들의 털이 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너희들도 달빛 늑대가 된 거야?”
내 물음에 선두에 있던 대장 늑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달빛을 머금었을 뿐, 저희는 은빛 늑대입니다.”
“달빛을 머금었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대장 늑대가 내 뒤로 시선을 옮겼고,
나는 자연스럽게 녀석의 시선을 따라 뒤 쪽을 쳐다봤다.
“뭐..뭐야!!”
하얗게 빛나던 달빛석이 다 죽어가는 것처럼 빛을 거의 잃은 채, 깜빡이고 있었다.
“이거 왜 이래?”
달빛석에 손을 올리려다가, 멈칫하고 물었다.
한 번 죽을 뻔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빛을 잃었다고는 해도 살짝 겁이 났다.
내 물음에 은빛 늑대들이 몸을 일으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울기 시작했다.
아우울!!
아우우!!
아울!!
은빛 늑대들의 울음소리에 레이 역시 울기 시작했다.
아우울~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레이가 울기 시작하자,
조금씩 녀석들이 우는 이유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레이가 각성을 해서 그런지,
녀석의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느껴졌다.
지금 늑대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숭배하는 토템이 있었는데, 그 토템이 자신들에게 힘을 주고 소멸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런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즉.
‘달빛석의 달빛을 이 녀석들과 내가 흡수를 한 건가?’
나는 자꾸만 제동이 걸리는 손을 억지로 달빛석에 척하니, 올렸다.
‘맞네.’
눈에 보이는 것처럼,
달빛석의 달빛이 현저하게 약해져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바람 앞에 등불 정도는 아니었다.
달빛석에서 흘러나온 달빛이 내 손을 감쌌다.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전에는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굴더니.
나는 손바닥으로 달빛석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웅웅.
마치 내게 말을 하듯이 공명하는 달빛석.
나는 조심스레 달빛석을 양 손으로 들었다.
꽤나 묵직했다.
“이거 내가 들고 간다?”
달빛을 거의 소진했다고는 하나,
달빛석은 달빛석이었다.
요긴하게 쓸 데가 있었다.
내 말에 은빛 늑대들은 떼창하듯 울기만 할 뿐,
별 다른 대답이 없었다.
녀석들이 거부해도 억지로 들고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는 포인트 상점에 달빛석을 집어넣고 나왔다.
“레이.”
아울..크릉?(응?)
주둥이를 하늘로 향하고 있던 레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네가 이제 쟤들 대장이야?”
레이의 능력에 분명히 적혀 있었다.
‘달빛 늑대는 은빛 늑대의 대장이다.’라고.
내 말에 눈을 깜빡이는 레이.
크르르?(아마도?)
“근데 레이.”
크릉.(응.)
레이는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늑대였다.
은빛 늑대 무리에서 유일하게 성장하지 않은 검은 늑대였으니까.
게임에는 ‘전직’ 시스템이 있는데, 그런 것처럼 아마도 달빛석이 레이에게 있어서 각성 아이템이 아니었을까?
그 과정에서 죽을 뻔 하기는 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더 이상 그 부분에는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만 궁금증이 생겼다.
“달빛석에 도대체 왜.”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손을 댄 거야?”
토를 다는 게 아니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다.
진짜다.
“하마터면 너랑 나. 그리고 저 녀석들까지 다 죽을 뻔 했잖아.”
토를 달거나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진짜 물어보는 중이다.
진짜다.
하지만 레이가 듣기에는 문책하는 걸로 들렸는지,
내 옆으로 다가와 머리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나는 진짜 물어보는 중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레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크르릉..(문스..)
“문스?”
크릉.크르르.(문스가 말을 걸었어.)
“....”
이건 무슨 개소리가 아니라 늑대소리일까.
나는 살살 부는 바람을 느끼며,
레이가 하는 말을 해석하기 위해 레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레이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레이는 문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달빛석에서.
‘어떻게?’
내가 얼굴에 의문부호를 떠 올리고 있자,
달을 향해 하울링을 하고 있던 대장 늑대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말씀드린다는 게 깜빡하고..”
“뭘?”
“달빛석은 달빛뿐만 아니라 은빛 늑대들의 령(靈)을 품고 있는 돌이었습니다.”
“....”
“은빛 늑대가 죽으면 달빛석에 바치는 게 저희의 관례입니다.”
“..그래?”
“예.”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달빛석을 처음 마주했을 때, 대장 늑대가 내게 추가로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아마도 지금 말한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했다.
“근데.”
나는 대장 늑대를 쳐다봤다.
‘레이가 대장이 됐으니까 대장 늑대가 아닌가? 음..’
잠깐 딴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는 생각난 물음을 던졌다.
“왜 ‘돌이었습니다.’야?”
“그게..”
크릉. 크릉.(다 내게 왔어.)
대장 늑대의 말을 끊고 말을 하는 레이.
크르르.(은빛 늑대의 영혼. 다 내가 품고 있어.)
‘아아.’
그러고 보니 레이의 능력 중 ‘령(靈)의 비호’라는 능력이 떠올랐다.
크르릉. 크르.(은빛 늑대들이 주인을 만나서 영광이라고 전해달래.)
“목소리가 들려?”
크르르.(아니. 그냥.. 그런 기분이 전해져와.)
달빛 늑대로 각성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진화를 한 것인지.
아무튼.
더 이상 작고 검은 털을 가진 레이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인이 된 것처럼, 살짝 어색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듬직하네.’
그동안 내 플랜에는 레이가 전혀 없었다.
그동안 레이는 그저 내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자신의 역할을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나와 레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은빛 늑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대장 늑대.
“너희 사이 안 좋지 않았어?”
크르르.(그랬지.)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맞아?”
크릉. 크르르.(응. 문스의 시체를 치워버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레이.
어금니를 드러내 보였다.
웃는 표정이었다.
레이의 감정이 안 전해져 왔으면 순간 화가 난 걸로 착각할 뻔 했다.
크르르.(내가 대장이잖아. 대장은 이해심과 아량심이 넓어야 해.)
‘어쭈. 이 녀석 보게.’
나는 손을 들어 레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다 컸네, 다 컸어.’
실제로 크기도 했고.
“아, 레이. 나 얼마나 누워 있었어?”
크르르.(달이 열 번 떴다가, 졌어.)
그 말은 10일이 지났다는 말인데.
나는 핸드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7월 25일.
학교 대항전까지 5일밖에 남질 않았다.
이곳에 온 목적도 과정이야 어찌됐든 200% 넘게 달성했고.
슬슬 복귀할 때가 됐다.
핸드폰을 꺼낸 김에 내게 온 문자를 확인 했다.
여러 명에게서 문자가 왔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한설휘: 애들아 훈련을 잘하고 있어? 나는 잘하고 있어!(피닉스와 브이하고 있는 사진)
-정시아: 나도 뭐, 쏘쏘? 아 빨리 한국 가고 싶다.
-금석: 씨발씨발씨발
-정시아: 이 새끼가 도랏나. 황금돌대가리!! 어디서 욕질이야!
-금석: 씨발!!
-정시아: 안되겠네. 지수 언니 말로는 사람 됐다고 하더니, 지수 언니한테 당장 전화해서 박진 선생님에게 이르라고 해야겠어.
-금석: ..이르기만 해라. 오늘 자살하러 갈 테니까.
-한설휘: 근데 서진이는 뭐한다고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살아 있나 몰라.
단체 겟톡 방에서 나와서 다른 문자를 확인했다.
-서시우: 형. 악마들이 자꾸 말 걸어오는데. 차단하는 방법 없어?
나는 답장을 보냈다.
-응. 그런 거 없어.
악마가 말 걸어오는 게, 겟톡도 아니고 차단하는 방법이 있을 리가.
유일한 차단 방법은 악마와 계약을 하는 방법이었다.
이건 내가 악마 리스트를 알려줬으니, 서시우가 알아서 할 문제고.
나는 다른 문자를 확인했다.
-이실장: 도련님..잘 지내십니까..?
이 양반은 또 왜 이렇게 짠하게 말을 한데?
-응.
다른 문자를 확인했다.
-만물상: 나 내일 한국 간다. 물건 준비해둬라.
날짜를 확인하니 일주일 전이었다.
‘어쩐지 부재중 전화가 100통도 넘게 와 있더라.’
사경을 헤매고 있던 탓에 만물상의 연락을 받질 못했다. 하지만 만물상이라면 아직 한국에 남아 있지 않을까?
그의 아이템에 대한 집념을 생각하면,
나와 아이템 거래를 하기 전까지는 한국을 안 떴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물상에게 답장을 보내려다가 머릿속으로 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급격하게 바뀐 현실에 때문에 잠깐 머릿속에서 지워진 장면.
저승의 모니터실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그 장면.
나는 황급히 박쥐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온 겟톡이 2주 전이었다.
전화는 3주 전이 마지막이었다.
본래 1주일 단위로 박쥐와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는데.
박쥐는 그동안 한 번도 나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라이언이 어째서..”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박쥐에 이어, 채린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채린에게서는 꽤 최근까지 연락이 왔었다.
-채린: 서진씨, 잘 지내고 있어요? 만물상 오빠가 계속 서진씨를 찾아요. 근데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음.. 다름이 아니라 요즘 박쥐가 연락이 뜸해서요. 집에 찾아가보니 도통 보이지도 않고. 박쥐 부하들도 안 보이고. 혹시 소식 아는 거 있나요? 혹시.. 진짜 혹시.. 박쥐가 저희를 배신한 건.. 아닐까요?
연락 온 날짜는 어제였다.
모니터로 봤을 때는 라이언이 채린에게 전화하는 걸로 봤는데.
그건 아닌 모양.
‘어제까지 연락 왔다는 건, 아직 채린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문제로 보였다.
라이언이 박쥐의 정체를 안 이상,
가장 목숨이 위험한 건 나. 그리고 채린이었다.
박쥐와 가장 연락을 자주. 그것도 레볼루션에 대해 연락을 한 사람들이었으니까.
나는 여기 있어서 라이언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 있다고 치더라도, 채린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면 어련히 내가 죽이러 갈 텐데.”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박쥐는 살아있으려나.’
부디 라이언의 독단적인 행동이어야 할 텐데.
“레이, 은빛 늑대들에게 인사하고 와.”
사자 한 마리 사냥하러 갈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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