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회
달빛석
달빛 제 8초식 ‘내리치는 달빛’.
속성만 달빛일 뿐, 모양새는 영락없는 벼락이었다.
만월검을 휘두를 때마다 새하얀 달빛이 벼락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내가 능력을 사용할 때까지 기다리던 대장 늑대와 은빛 늑대들.
발등에 불똥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며 달빛을 피했다.
그러다 몇 마리가 달빛에 맞고 말았다.
끼이잉!!
낑!!
닭 모가지를 비틀 때 나는 소리가 늑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비명 소리만 클 뿐 크게 다치거나 한 건 아니었다.
은빛 늑대의 속성은 ‘달빛’.
녀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달빛 속성에 대한 친화력과 내성이 있었다.
“호오.”
요리조리 달빛을 피하던 대장 늑대.
앞발로 달빛을 건드려보더니 앞으로 한 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나를 가만히 노려봤다.
표정이 꼭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고작?’
표정뿐만이 아니었다.
안마기에 몸을 의탁한 것처럼 달빛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이곳의 레벨이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 제한이 300인 줄 알았는데,
입장 제한이 300이었던 게 아닐까?
“더 증명해야 돼?”
크르르..
대장 늑대가 탐욕스러운 얼굴로 침을 뚝뚝 떨어뜨렸다.
마치 허기가 진 얼굴이었다.
나는 상태 창을 열어 남아 있는 달빛력을 확인했다.
8초식을 여러 번 사용해서 그런지 1만이던 달빛력이 6000가량으로 낮아져 있었다.
계속 ‘달의 축복’을 유지하고 있는 탓도 있었다.
“그래, 그럼.”
‘달의 축복 2단계.’
나는 달의 축복의 단계를 한 단계 높였다.
아무리 속성이 같다고는 해도,
한 쪽이 압도적이면 당연히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달의 축복 2단계 영향 때문에,
순간 몸이 하늘에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몸이 가벼워졌다.
‘달빛 제 9초식.’
8초식을 사용한 김에 미개봉이던 9초식까지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낮에 뜨는 달.’
초식을 사용하자마자 나를 향해 다가오던 대장 늑대가 꼬리를 밟힌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9초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월광쇄도’의 상위호환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9초식은 ‘은신’ 능력이었다.
모든 기척을 지울 수 있는.
‘달빛 제 2초식. 월광쇄도(月光殺到).’
9초식을 사용하자마자 2초식을 더불어 사용했다.
9초식은 2초식의 상위호환이 아니었지만,
2초식과 가장 찰떡인 초식이었다.
은신 후,
빠른 접근.
9초식과 2초식을 같이 사용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저승으로 보내는 게 가능했다.
달의 축복.
월광 쇄도.
낮에 뜨는 달.
유지형이자 버프형 초식을 3개나 한 번에 유지를 하자, 달빛력이 보지 않아도 가파르게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게 보였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계속해서 나를 찾고 있는 대장 늑대에게 도약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대장 늑대 앞에 도착한 나는 손을 들어 대장 늑대 눈에 흔들었다.
까막눈이 된 것처럼 내 손바닥을 무시하는 대장 늑대.
‘이크..’
하마터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대장 늑대와 손이 닿을 뻔 했다.
손을 치우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대장 늑대 목에 만월검을 들이 된 채로 은신을 풀면, 대장 늑대는 과연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까?
‘하는 짓을 봐서는 분명히 개길 것 같단 말이지.’
결정했다.
나는 만월검을 들어 칼등으로 대장 늑대의 목을 가격했다.
크륵!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지는 대장 늑대.
아우울!
아울!
대장이 쓰러지자 은빛 늑대들이 일제히 울음소리를 내며, 내가 굳이 다가가지 않아도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있는 쪽이 아닌 대장 늑대가 있는 쪽이었지만.
다가오는 은빛 늑대들의 목덜미를 대장 늑대에게 했던 것처럼, 칼등으로 툭툭 건드렸다.
30번 정도 동작을 반복하자,
발을 딛고 서 있는 늑대는 더 이상 없었다.
전원 기절.
“달빛석이나 구경하러 가 볼까나~”
은신을 비롯한 버프를 모두 풀며, 뒷목에 양손을 받쳤다.
은빛 늑대는 지능이 높은 종족이었다.
대장 늑대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의도만 있었다면 기절이 아닌 죽일 수도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않을까?
고로, 대장 늑대가 내게 제시한 첫 번째 퀘스트는 완수한 셈이었다.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나는 관광이라도 온 것처럼 달빛석을 찾아 산 정상을 돌아다녔다.
“오오!!”
찾았다.
‘달빛석’
정상의 구석 부근에 돌담처럼 형성된 구역이 있었다.
무수히 많은 돌 중간에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돌 하나가 고고하게 나를 쳐다봤다.
“생각보다 작네.”
난 또 무지막지하게 큰 줄 알았다.
근데 ‘에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빛석은 축구공 정도의 크기였다.
레이는 내게 말했다.
달빛석을 지키는 게 은빛 늑대의 숙명이라고.
그렇다는 건 내가 이 곳에서 취할 수 있는 보상이 ‘달빛석’이라는 얘기인데.
그럼,
“조금 더 컸어도 됐을 것 같은데.”
달빛석에서 흐르는 달빛에,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가져다 대려고 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이끌림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무리 달빛 계승자라 할지라도.”
멈칫.
나는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아까 그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빛이 온순해진 대장 늑대가 어기적거리며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깨어났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앞까지 다가온 대장 늑대.
“감당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야, 그게?”
크르르.
내 물음에 대답 대신, 낮게 울며 바닥에 있는 나뭇가지를 입에 문 대장 늑대.
가볍게 달빛석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처럼.
마치, 불에 녹아 없어지는 눈송이처럼.
나뭇가지는 증발하다시피 달빛석에 부딪히자마자 사라졌다.
“하지만 진정한 달빛 계승자라면 감당하셔야 합니다. 이게 두 번째 시험. ‘자격’ 증명입니다.”
“자격..증명?”
“예.”
“그러니까 달빛석을 만지기만 하면 된다는 소리지?”
“그렇다고 볼 수..”
나는 대장 늑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뻗었다.
난 달빛 계승자.
달빛석은 나만의 전용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아이템을 내가 못 만질...
“음..?”
달빛석에 손을 댐과 동시에 손을 곧바로 회수했다.
‘뭐지?’
나는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내 행동에 머뭇거림이 묻어나왔다.
“....”
이번에도 역시, 달빛석에 손이 닿자마자 황급히 손을 뗐다.
묘한 감각이었다.
불에 맨 손을 집어넣는 것 같기도 하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음에 손을 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각은 이거였다.
‘잡아먹힌다.’
포식자의 입에 손을 넣는 것 같은 감각.
달빛석은 피아식별이 안 되는지 거대한 ‘달빛’으로 나를 집어삼키려고 들었다.
‘이거 꽤..시간이 걸리겠는데?’
“500년입니다.”
“뭐가?”
“저 돌이 달빛을 머금어 온 시간이.”
“....”
그 얘기가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달빛을 어마무시하게 축적하고 있다.’
그렇다는 얘기는 저 돌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더 얘기하려던 대장 늑대.
고개를 돌려 뒤 쪽을 쳐다봤다.
내게 맞아, 쓰러졌던 은빛 늑대들이 하나 둘씩 우리가 있는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크르르!!
대장 늑대가 무어라 말을 했다.
녀석의 말에 은빛 늑대들이 ‘낑낑’ 소리를 내며 내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대장 늑대와 마찬가지로 나를 보는 은빛 늑대들의 눈빛이 온순해져 있었는데, 녀석들의 눈빛은 한걸음 더 나아가 ‘복종’, 혹은 ‘순종’의 눈빛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단체로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
크르!! 크르릉!!
대장 늑대가 이빨을 드러냈다.
몬스터언어번역기를 잠깐 빼고 있었는데,
다시 착용을 할까 생각을 하던 중 대장 늑대가 나를 쳐다봤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인간의 언어로 내게 말을 한 대장 늑대.
그새, 몸이 회복이 됐는지 은빛 늑대들이 있는 곳으로 껑충 뛰어갔다.
퍽. 퍽.
그리고는 가차 없이 앞발로 은빛 늑대들의 머리를 후드려 패기 시작했다.
크르르!!(달빛 계승자님 부담스럽게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갑자기 대장 늑대가 은빛 늑대를 패는 이유가 궁금해서 잠깐 번역기를 꼈다가 다시 벗은 나는 뒤를 돌아 달빛석을 쳐다봤다.
“근데 더 할 말이 있던 것 같은데.”
대장 늑대가 ‘뿐만 아니라’ 뒤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했지만, 달빛석을 보고 있자니 금세 잊혀졌다.
나는 달빛석과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동안 빤히 달빛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 +
울릉도 울릉신항.
“후후..”
여름에 맞게 시원한 복장을 하고 있는 한 여자가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여객선에서 내렸다. 복장이 어찌나 시원했던지, 여객선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곁눈질로 한 번씩 쳐다봤다.
속옷이 훤하게 비치는 시스루 티셔츠에,
바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짧은 반바지.
육감적인 몸매가 훤하게 드러나 보이는 패션에 여객선에서 하선하는 승객들 사이에 정체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다.
“후후..”
하지만 여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연신 작은 소리로 웃으며 캐리어를 양 손으로 끌며 항구를 걷던 중, 제 자리에 우뚝 섰다.
동시에 웃음을 멈춘 그녀.
“시집가기 참 더럽게 힘드네, 힘들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쓰고 있는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치는 그녀.
이순신 헌터 학교에서 간호 교관을 맡고 있는 신지수였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상을 팍 쓰는 신지수.
“뭘 쳐다봐?”
주변에서 힐끔 거리는 시선에 한 번 으르렁 거린 신지수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박태산 이 새끼..”
2주전에 보낸 문자를 아직까지 읽지도, 답장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감히 나를 이곳까지 오게 만들어? 만나기만 해봐. 아주 그냥..”
핸드폰을 부술 것처럼 쳐다보던 신지수.
순간 박태산을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살짝 누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박태산을 알게 된 후,
그와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 있자..
“밀당 천재 아니야?”
괜히 보고 싶고,
괜히 생각나고.
신지수는 뭔가 지는 것 같은 기분에 양 옆에 놓인 캐리어를 한 번씩 발로 찼다.
“아야..”
샌들을 신고 있던 탓에 발등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제 자리에 쭈그려 앉아서 발등을 문지르던 신지수.
갑자기 전방에서 느껴지는 흉폭하고 난폭한 기운에 고개를 들어, 전방을 쳐다봤다.
‘빌런?’
이런 기운은 대게 빌런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근데..이상하네.”
울릉도는 대한민국에서 청정구역으로 유명했다.
‘철권(鐵拳), 박진.’
그의 존재 때문에 울릉도에서 감히 설치는 바보들은 없었다.
현역에서 은퇴 했다고는 하지만,
박진은 아직까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능력자였다.
그런 그가 울릉도에 거주하고 있었다.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울릉도는 빌런에게서 안전지대가 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박진.
그의 현역 시절 별명이 하나 있었다.
아니, 좌우명이 하나 있었다.
‘빌런의 씨를 말려버리겠다.’
실제로 박진이 잡거나 죽인 빌런의 수만 해도 100명은 가뿐히 넘어갔다.
박진은 단순히 울릉도에 거주만 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의 현역 시절 명성이 자연스레 울릉도에 배리어를 치는 효과를 가져 오고 있었다.
“아씨.. 하필 이럴 때.”
신지수는 주변을 둘러봤다.
죄다, 일반인들뿐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기운을 느끼질 못하고 있었다.
신지수는 간호 교관 이전에 헌터였다.
그래서인지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저도 모르게 일반인을 보호해야 될 것 같은 거지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혹시 몰라 챙겨온 주사기를 캐리어에서 빠르게 꺼낸 신지수.
“나한테 사랑의 불주사 놓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지.”
신지수는 전투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종종 전투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셀프로 사랑의 불주사를 놓고는 했다.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버프를 두르면,
그나마 전투에 도움이 되니까.
“음..”
자신의 팔에 주사기를 가져다 대려다가 멈칫하는 신지수.
“아니다.”
주사기를 캐리어 위에 던지고,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주사 맞는 건 무서우니까.’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신지수.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문자나, 전화를 일절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위급상황이 아니던가.
그리고 자신이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울릉도에 왔지 않는가.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됩니다.
“..박태산..이..개..”
욕을 뱉으려던 찰나 빌런이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풍기는 기운 만큼이나 아주 거칠게 생긴 놈이었다.
품에는 검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캐리어 위에 던졌던 주사기를 집어 들며 빌런을 두 눈으로 확인을 한 신지수.
“금..석?”
금석이 자신이 있는 쪽.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떠나려는 여객선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를 하고 있었다.
“사람 살려!!”
미친 듯이 구조 요청을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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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우선,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휴재를 너무 길게 했습니다. 그것도 공지 없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을 할 여지가 없이,
그저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성실하지 못해서.
그리고 책임감이 없어서 휴재를 본의아니게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릴 말씀이 죄송하다는 말씀.
그리고 앞으로는 휴재 안하겠다는 약속.
이것 뿐인 것 같습니다.
자정 12시에서 12시 10분 사이에 연재를 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실망하셔서 떠나가셨겠지만 혹여 기다리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보러 와주시면 너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질타를 하셔도 좋고,
비난하셔도 좋습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다시 출발해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