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05화 (105/196)

10장씩 슬쩍 넣어드렸습니다. 후후~105회

Insert Coin

차인수.

여자에게만 관대한 남자였고,

여자에게만 친절을 베푸는 남자였다.

인생의 초점이 오로지 여자에게만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호색남 차인수.

그는 남자를 싫어하는 것 보다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거의 병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그가 필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아닌 그가 가진 능력이 필요했다.

태생부터 타고난 정령 친화력.

그로인해 아무런 노력 없이도 4개 원소 정령을 소환 할 수 있는 천재성.

차인수가 가지고 있는 그러한 능력이 필요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차인수만큼 정령에 대해 재능을 타고난 이는 없었다.

내가 아는 정령사 중 유일하게 차인수만이 ‘정령왕’을 소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너 나 몰라?”

물의 상급 정령을 밟으려는 행동을 하다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차인수.

표정이 상당히 거만하다 못해 콧대가 부러질 정도로 높아 보였다.

“어이.”

테이블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는 차인수.

광주에서 차인수는 탑 급 연예인 보다 유명했다.

‘차인수를 모르면 간첩’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근데 이 녀석 만큼이나 나 역시 유명세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나는 만월검을 움켜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인수는 내가 처음 서진에게 빙의 했을 시점의 서진과 체격이 비슷했다.

체격이 호리호리했고, 키도 제법 컸다.

그렇다고는 해도 첸의 ‘모순의 축복’ 덕분에,

나는 1년을 남들보다 더 빨리 성장을 했다.

차인수 보다 내 키가 더 컸고,

차인수 보다 내 체격이 훨씬 더 컸다.

무엇보다.

내 얼굴을 쳐다보는 차인수.

똥 씹은 것처럼 표정이 구겨졌다.

‘내 얼굴이 더 잘생겼다.’

“나 몰라?”

나는 역으로 질문했다.

차인수는 광주 한정이었지만,

나는 전국적이나 세계적으로 꽤나 유명인사였다.

너튜브에도 내 영상이 꽤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내 말에 미간을 좁히는 차인수.

표정을 보아하니 나를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차인수가 남자에 관심이 있을 리가.

나는 만월검을 등에 있는 검집에 꼽으며 차인수를 지나쳐 갔다.

오늘 볼 일은 차인수의 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게 전부였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직접 마주하기는 했는데.

지금 딱히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학교 대항전에 실컷 엮일 생각이니.

“네가 뭐하는 새끼든 간에, 광주 땅에서 나를 무시하면 섭하지.”

뒤에서 차가운 바람이 한 차례 불었다.

바람은 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앞길을 막아선 차인수.

녀석의 다리 부근에서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전부 정령의 도움이었다.

“근데 나를 모르는 것 같으니. 말만 잘 들으면 곱게 보내 줄 수도 있어.”

내 얼굴을 보며 씨익 웃는 차인수.

“눈깔아.”

“....”

이 녀석은 알고 있었다.

내가 눈을 안 깔 거라는 사실을.

야수의 본능이 내게 경고를 했다.

바닥 쪽에서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고.

아마도 대지의 정령으로 나를 포박한 다음에 성에 찰 때까지 때릴 생각인 것 같은데.

“조언 한 마디만 할게.”

“..뭐?”

“정령은 네 도구가 아니야.”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손을 들어 가볍게 차인수의 목을 내려쳤다.

차인수는 정령 능력을 제외하면 스텟 적인 측면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놈이었다.

차인수의 몸이 아무런 저항 없이 바닥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황급히 달려온 물의 상급 정령.

차인수의 몸을 받아 들었다.

“차인수가 이렇게 된 거.”

눈물인지 물인지,

액체를 눈에서 쏟아내는 인어 모양의 정령.

“네 탓이 큰 거 알고 있지?”

내 말에 ‘슬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물의 정령이 나를 올려다봤다.

“너무 오냐오냐 키웠잖아. 네가.”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는 슬란.

슬픈 얼굴로 차인수를 내려다보며 조심스러운 손길로 차인수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모습이 어린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성선설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성무선악설이라고나 할까.

서진이 서시우와 주변 환경 때문에 망나니가 된 것처럼,

차인수도 호색가이자 개차반 성격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

상황이 종료되고 사람들이 카페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슬란에게 인사를 하며 카페를 나섰다.

+ + +

포인트 상점에서 나온 레이가 천방지축 산길을 뛰어다녔다.

카페에서 나온 이후,

본래 루트로 복귀를 했다.

산길을 오르며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으음..”

학교 대항전은 한 달 동안 지속 됐다.

즉,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었다.

한 달 안에 차인수를 개과천선 시킬 수 있을까?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헌데 실제로 보니 강적이었다.

녀석의 아드레날린을 잘만 자극하면 한 달 안에 개과천선 시킬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레이! 잠깐 쉬다가자!”

말을 하며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에 벌러덩 누웠다.

차인수는 내게 필수사항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부족하기에 부족함을 다른 인원으로 대신 채우려고 했다.

내가 성장할 때까지.

헌데 내가 이런저런 사건들로 성장을 예상보다 훨씬 잘 했다.

달빛 능력도 이제는 마음 놓고 사용 할 수가 있었다.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했던 차인수라는 존재가 선택사항이 됐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왕 학교 대항전에 나가게 된 거.’

예정대로 차인수를 포섭하기로 한 거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차인수가 정령왕을 소환 할 수만 있게 있다면,

그는 국밥보다 더 든든한 아군이 될 터니.

“반나절 정도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이제 곧 첸의 시골집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나는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 + +

“딱히 바뀐 게 없네.”

4월 달에 방문했으니, 3개월여 만의 재방문이었다.

첸의 시골집은 첸이 떠났음에도 먼지 하나 쌓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우렁 각시라도 왔다가는 것처럼 집 상태가 온전하다 못해 깔끔했다.

마당과 첸의 집을 점거하고 있던 동물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 천천히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크르르.

그 모습을 보며 으르렁 거리던 레이가 내 곁에서 벗어나 산 속으로 뛰어올라갔다.

째짹.

찍. 찍.

크엉. 크어엉.

참새. 다람쥐. 돼지.

참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나를 에워쌌다.

레이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보며 품에서 ‘몬스터 언어 번역기’를 꺼내들었다.

째짹.

찍찍.

“....”

뭐라는지 모르겠다.

‘몬스터’와 ‘동물’의 경계선이 확실한지 번역기는 동물의 소리를 번역하지 못했다.

나는 마루에 가서 앉았다.

‘동물 번역기도 하나 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멧돼지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마당에 나타났다.

크엉. 크르엉.

코를 먹는 소리를 내는 멧돼지.

그 소리에 몬스터 언어 번역기가 작동 했다.

‘배고픈데.’

“멧돼지!”

내 부름에 나를 쳐다보는 멧돼지.

나는 다가오라고 손짓을 했다.

크엉. 크어엉.(첸이 인간은 먹지 말라고 했는데. 흠.)

내 쪽으로 어슬렁 다가왔다.

멧돼지가 다가오자 나를 에워쌌던 작은 동물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도망쳤다.

생김새는 분명 멧돼지였지만,

머리에 황소처럼 거대한 뿔이 두 개 자라나 있었다.

이 녀석은 동물이기는 하나, 하리부처럼 몬스터였다.

내 앞에 멈춰 선 멧돼지.

입가에 침을 줄줄 흘렸다.

“물어볼 게 있는데.”

크어엉. 크엉.(그냥 먹어버릴까. 첸도 없는데.)

“야, 내 말 듣고 있지?”

크엉. 크엉.(어디부터 먹으면 좋을까. 다리? 팔?)

“....”

이 돼지 새끼.

완전히 정신이 나를 먹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오는 멧돼지.

“네가 날 먹는 게 빠를까, 내가 널 통구이로 만들어서 먹는 게 빠를까?”

화르륵.

나는 오른손을 들어, 한설휘의 능력을 살짝 방출했다.

움찔거리는 멧돼지.

크어엉.(치워. 불 무서워.)

불을 꺼드렸다.

“멧돼지.”

크어엉.(다른 거 뭐 먹을 거 없으려나.)

내 부름에 고개를 다른 데로 돌리는 멧돼지.

온통 머릿속이 돼지 새끼 아니랄까봐 먹을 걸로 가득 차 있었다.

“묻는 말에 대답하면 먹을 거 줄 수도 있는데.”

나를 쳐다보는 멧돼지.

“은빛 늑대 알아?”

첸의 시골집에서 모든 단서가 끊겼다.

여기서부터 새로운 단서를 찾아서 이어야 했다.

크엉?(은빛 늑대?)

“그래.”

크어엉.(모르겠는데.)

별 기대를 안 하기는 했다.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발로 뛰어다녀야겠네.’

상체를 뒤로하며 마루에 누웠다.

잠깐만 쉬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크어엉.(먹을 거는?)

포인트 상점을 열어,

레이를 주기 위해 쟁여 놓은 생고기 몇 덩이를 들고 나왔다.

“자.”

멧돼지 앞으로 던지고 다시 뒤로 누웠다.

찹찹.

멧돼지가 생고기를 먹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의 플랜을 짜고 있을 때 생고기를 다 먹은 멧돼지가 마루 위로 올라왔다.

멧돼지 무게 때문에 마루가 살짝 삐걱거렸다.

입에 생고기에서 흘러나온 피를 묻히고 나를 쳐다보는 멧돼지.

“....”

누워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너무 섬뜩해졌다.

나는 상체를 바로하며 고개를 돌려 멧돼지를 쳐다봤다.

“왜?”

크어엉.(더 줘.)

“안 돼.”

이제 레이에게 줄 양 밖에 없었다.

꾸에엑. 꾸엑!

내 말에 앞발을 구르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는 멧돼지.

제 딴에는 위협을 하는 것 같은데.

화르륵.

손에 화염을 생성했다.

곧바로 잠잠해진 멧돼지.

크엉. 크어엉.(은빛 늑대에 대해 알려줄게.)

돼지 주제에 어딜 사기 치려고.

나는 저리가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마루에 누으려고 했다.

크어엉.(너구리 영감이라면 알고 있을 거야.)

“너구리 영감?”

크엉. 크어엉.(너구리 영감은 모르는 게 없어.)

“오호.”

뭔가 영감이라고 지칭하는 걸 보니 멧돼지 입에서 나온 말이기는 해도 약간의 신뢰가 느껴졌다.

“안내 해.”

나는 마루에서 내려왔다.

나와는 달리 마루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멧돼지.

표정이 꼭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Insert Coin.

이라고.

나는 포인트 상점에서 생고기 몇 덩이를 들고 나와 멧돼지 앞으로 던졌다.

레이에게 줄 고기는 귀찮지만 따로 사러 나가야할 것 같았다.

고기를 다 먹은 멧돼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앞장서서 산 속으로 들어갔다.

녀석을 따라 10분 정도 산을 올랐을까?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는 멧돼지.

“다 왔어?”

고개를 젓는 멧돼지.

아까 본 표정을 짓고 있었다.

Insert Coin.

나는 다시 한 번 포인트 상점을 열어 코인을 지불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멧돼지.

10분 후.

Insert Coin.

마지막 고기를 들고 나왔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멧돼지.

정확하게 10분 후.

멧돼지가 걸음을 멈추자마자 녀석에게 뛰어가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크엉.(다 왔어.)

“아..그래?”

난 또.

괜한 돼지 잡을 뻔 했네.

자세를 바로하며 멧돼지가 쳐다보고 있는 거대한 나무를 쳐다봤다.

다른 나무에 비해 둘레나 높이가 5배는 더 커 보였다.

그야말로 거목(巨木)이 따로 없었다.

꾸에엑!!(너구리 영감!!)

멱따는 소리로 너구리 영감을 부르는 멧돼지.

꾸에엑! 꾸엑!

몇 번 반복해서 부르자 고목의 아랫부분에 둥글게 나 있는 홈에서 양 손으로 귀를 막고 있는 너구리 하나가 고개를 밖으로 쑥 내밀었다.

“이 놈!! 조용히 쫌 해라!!”

너구리의 목소리에 몬스터 언어 번역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구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내 귀에 들려왔다.

너구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인간의 언어였다.

‘오오.’

순간 고양감이 치솟았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너구리라니.

뭔가를 알아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꾸에엑!(나와 봐!)

멧돼지의 목소리에 지팡이를 짚으며 고목에서 나오는 너구리 한 마리.

외양은 일반 너구리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반대 손으로 가느다란 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우리 앞으로 걸어온 너구리 영감.

멧돼지가 너구리 영감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멧돼지의 말을 경청하던 너구리 영감.

“오랜만에 개구리 뒷다리 살이 땡기는구나!!”

“....”

녀석의 말이 내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Insert Coin.

이라고.

[작품후기]

치맥 먹자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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