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제 매일 자정 00시에서 00시 10분 사이에 2편 이상 연재를 할 테니 많이들 보러 와주십시옷!103회
지켜보겠어요.
웅담과 꿀을 교환했다.
꿀을 먹고 있는 하리부를 보며 슬쩍 레이를 쳐다봤다.
벽면에서 신경질적으로 앞발로 벽을 박박 긁고 있었다.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도대체 하리부가 무슨 말을 했길래.’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줬다.
그렇다고 말이 안 통하는 하리부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음..”
하리부와 레이는 초면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런데 둘 사이의 관계가 꼭 초면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레이는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하리부는 레이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비단 하리부 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산에 ‘레인보우 새’ 역시 레이를 보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그 덕에 속성 반지를 쉽게 획득 할 수 있었고.
레인보우 새와 하리부.
두 영물이 레이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까닭.
그 까닭이 몹시 궁금했다.
레이가 범상치 않은 늑대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털이 유난히도 검고, 유난히도 성장이 더뎠다.
무엇보다 레이의 상태 창은 온통 ‘각성’을 요구하는 ‘미각성’ 창으로 가득했다.
앞선 까닭과 내가 생각하는 까닭이 연관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아깝긴 하지만.’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까닭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이템 방에 들어가서 ‘몬스터 언어 번역기’를 3000p를 주고 구입했다.
“하리부.”
쿠오오?(왜 불렁?)
번역기는 제대로 작동했다.
카세트처럼 작은 기계의 중심에 있는 동그란 판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꿀 맛있어?”
쿠오오! 쿠오!(맛있어! 더 줘!)
안 될 말씀이다.
이미 여기서 사용한 포인트만 해도 4000p가 넘어갔다.
이 이상의 지출은 안 된다.
“안 돼.”
쿠오오..(그래..)
“하리부.”
쿠오오.(왱?)
“너 레이 알아?”
쿠오오?(레이?)
“저기 저 늑대 말이야.”
쿠오! 쿠오오!(오오! 이름이 레이구나!)
손에 묻은 꿀을 빨아먹으며 몸을 일으키는 하리부.
꼭 모양새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는 구..”
쿠오.(몰라.)
“응?”
쿠오오.(모르겠는데?)
“....”
이 자식이 내 3000p 빨아먹는 소리를 태연하게도 하고 있네.
“그럼 아까 왜 아는 척을 한 거야?”
쿠오?(내가?)
“막 레이 들어 올리고 그랬잖아.”
쿠오오~(아~ 그거?)
꿀이 들어있던 빈 병을 입에 털어 넣는 하리부.
아쉬운 얼굴로 빈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쿠오오.(쟤 은빛 늑대 새끼잖아.)
“..뭐?”
쿠오. 쿠오오.(그래서 반가워서 그랬엉. 은빛 늑대는 오랜만에 보거든.)
내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한 번에 떠올라 복잡하게 회전했다.
“은빛 늑대는 은빛 털을 가지고 있잖아. 근데 레이는 검은 털인데?”
직감적으로 딱 떠 오른 의문점이었다.
내 의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는 하리부.
쿠오오.(원래 새끼 때는 검은 털이야. 성장하면서 달빛으로 인해 털이 점점.. 잠시만.)
말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하는 하리부.
쿠오.(뭔가 이상한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긁적였다.
쿠오오. 쿠오.(은빛 늑대가 아닌가? 이빨을 보니까 2살은 넘은 것 같은데 왜 아직도 털이 저렇게 검지? 몸집은 왜 또 저렇게 작아?)
나를 쳐다보는 하리부.
나를 봐도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레이!!”
대화의 당사자를 불렀다.
벽을 긁고 있던 레이.
우리 쪽을 보더니 그대로 동굴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리부.”
쿠오?(응?)
“은빛 늑대에 대해 아는 거 다 말해 줘. 다 말해주면 꿀 한 병 더 줄게.”
쿠오오!!(좋아!!)
동굴을 벗어난 레이가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멀리 가진 않을 것 같았다.
그 보다 뜻밖의 정보를 얻는 게 더 중요했다.
쿠오.(음.. 우선.)
하리부의 얘기가 시작 됐다.
+ + +
하리부가 제공한 정보를 종합하면.
“낚였네.”
지금으로부터 오래 전 은빛 늑대를 잠깐 만난 적이 있다 했다.
그게 전부였다.
하리부가 아는 정보는 나 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였다.
그나마 쓸 만한 정보가 은빛 늑대를 만났던 장소를 얘기해주는 대목이었다.
‘여기서 서쪽으로 쭈우욱 가면 돼.’
그 말에 나는 물었다.
얼마나 쭈우욱 가면 되냐고.
그랬더니 하리부가 하는 말.
‘글쎄. 이틀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나는 다시 물었다.
주변에 기억나는 건물이나 뭐가 없었냐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인간 하나를 만나기는 했어. 참 착한 인간이더라고.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있지 뭐야?’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한 사람을 떠 올렸다.
‘첸.’
하리부가 말하는 인간이 첸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말의 정황상이나 첸의 시골 집 근처에서 레이를 주운 정황을 합치면 얼추 그럴싸해 보였다.
“레이!”
곰 왕국을 빠져나온 후, 레이가 계속 개별행동을 했다.
불러도 대답도 없고 계속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 번씩 나타나 생존신고를 하는 것에 감사하게 여겨야 할 판이었다.
나는 하리부의 말을 떠 올렸다.
‘은빛 늑대의 새끼는 털이 검다.‘
하리부는 레이의 이빨을 보며 나이를 2살 정도로 추측했지만, 나는 레이의 상태 창을 열 수가 있었다.
4살.
레이의 나이였다.
마냥 새끼라고 볼 수 없는 나이였다.
레이는 은빛 늑대인가 아닌가.
이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떠돌았다.
그래서 속 시원하게 레이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도통 근처에 오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레이를 처음 만났을 때 녀석에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은빛 늑대를 알고 있느냐고.
그 때도 반응이 지금이랑 비슷했다.
나를 쌩 하니 무시하는 태도며, 입을 꾹 다물고 말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최소한 은빛 늑대는 아니더라도 뭔가 연관이나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말이지.’
일정은 이제 시작이었고,
조급한 마음을 안 가지기로 했다.
‘첸의 집은 걸어서 얼마나 걸리려나.’
나는 뒷목에 손을 올리며 한량처럼 느긋하게 하늘을 쳐다봤다.
서쪽.
동물을 치료하는 인간.
레이를 주은 장소.
결정적으로 전생에서 서진이 은빛 늑대를 찾기 위해 밟았던 루트까지.
모든 단서가 첸의 시골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뱀의 움직임’을 시전하고 가볍게 걸어가는 중이었다.
뱀의 움직임 때문에 걷고 있어도 일반인이 뛰는 속도와 비슷했다.
차를 탈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전생에서 서진이 이동한 루트를 따라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다.
혹시나 전생의 서진이 놓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었으니까.
“멀리도 갔네.”
레이의 모습이 점처럼 작게 보였다.
나는 속도를 높였다.
+ + +
해가 진 산속.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앞에서 만월검을 휘둘렀다.
[달빛력이 50 상승합니다.]
[달빛력이 45 상승합니다.]
보름달이 뜬 날이라 그런지 달빛력이 쑥쑥 올랐다.
두 시간 정도 쉬지 않고 계속 만월검을 휘둘렀다.
여름 날씨라 그런지 땀이 흘러내리는 게 아니라 끈적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
숨을 한 번 길게 내쉬며 만월검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레이.”
내 부름에 텐트 안에서 내 모습을 구경하던 레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와의 거리를 좁히는 건 허용했지만, 여전히 뭔가에 뿔난 모습이었다.
만월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레이 옆으로 가, 앉았다.
가볍게 손을 들어 레이의 몸을 쓰다듬었다.
크르르.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단순한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는 레이.
울음소리에서 약간의 경계심이 느껴졌다.
“....”
아무래도 당분간은 ‘은빛 늑대’의 한 글자도 꺼내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 온 곳이 한 곳도 없었다.
늘 시끄럽던 단체 겟톡방도 조용했다.
‘다들 잘 도착 했으려나.’
한설휘는 한라산에.
정시아는 아프리카에.
금석은 박진 선생님이 있는 울릉도에.
한설휘와 정시아는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금석은 약간 걱정이 되긴 했다.
옆에 박태산이 있기 때문에 괜찮긴 하겠지만.
철권 박진.
그는 거의 꼰대력을 만렙으로 찍은 남자였다.
과연 그의 밑에서 천방지축 날 뛰는 금석이 잘 훈련 받을 수 있을지.
“알아서 잘 하겠지. 그치, 레이?”
레이가 무슨 소리하냐는 듯 몸을 일으켜 내 몸을 밟고 텐트를 나갔다.
‘언제쯤 레이 기분이 가라앉으려나.’
나는 눈을 감았다.
산 속에서 이렇게 누워있으니 스르르 잠이 쏟아졌다.
잠시 후, 나는 잠들었다.
+ + +
5일.
유랑객처럼 여러 산을 오르내렸고,
노숙자처럼 몰골이 초췌해졌다.
“오오!! 레이!!”
크르릉!!
그 때문인지 오랜만에 만난 도시가 퍽 정겹게 느껴졌다.
레이가 내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어제 드디어 레이의 기분이 괜찮아졌고,
사이가 다시금 좋아졌다.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자!”
크르릉!(좋지!)
전생에 서진이 움직인 루트를 따라 움직여 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앞에 펼쳐진 도시는 서진이 움직인 루트에서 벗어난 루트였다.
은빛 늑대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장소였다.
그냥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들렀다.
동선상으로 반나절의 손해가 있긴 했지만 꼭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광주.
부산에 있는 ‘이순신 헌터 학교’와 더불어 ‘세종대왕 헌터 학교’가 있는 도시였다.
광주로 발을 디뎠다.
+ + +
“몇 분..”
말을 하는 호텔 직원이 스캐너처럼 빠르게 내 몸을 위 아래로 훑었다.
그러던 중 내 품에 안겨 있는 레이에게 시선이 꽂혔다.
“저 손님.”
직원이 정중하게 불렀다.
나는 할 말 하라는 듯이 직원을 쳐다봤다.
“죄송하지만 저희 호텔은 애완동물과 함께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었고,
나는 품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다.
마법의 카드.
‘블랙 카드.’
이거면 모든 게 다 해결..
“웬 거지새끼야?”
“....”
3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기름이 반지르르한 남자가 내 옆에 서서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입고 있는 정장이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소매 너머로 살짝살짝 보이는 시계가 금은보화처럼 반짝반짝거렸다.
“야.”
손으로 코를 막으며 직원을 부르는 남자.
“예..지배인님.”
난처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남자를 쳐다보는 호텔 직원.
“호텔 로비에서 지금 썩은 내가 진동하는 거 안 보여? 내가 아무나 넙죽넙죽 받지 말랬지.”
카운터에 있는 책자 하나를 들어 직원의 머리를 내려치는 남자.
탁. 탁.
그의 행동은 자주 있는 일인지 당하는 직원은 덤덤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숙인 그의 머리 위로 벽면에 큼지막하게 호텔명이 적혀 있었다.
-창 조-
“야.”
이번에는 타겟이 나인지 내 머리 위로 책자를 들이대려는 남자.
내 몰골이 초췌한 건 인정했다.
하지만 못 알아 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 했는데.
호텔의 지배인이라는 양반이 눈썰미가 이렇게나 안 좋아서야.
나를 향해 책자를 뻗는 남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틀어 피했다.
“어쭈. 이 새끼 봐라? 야. 냄새 나니까 당장 호텔에서 꺼져.”
“잠시만요. 꺼지기 전에 전화 한 통만 할게요.”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실장, 나야. 무슨 일 있냐고?”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큰일은 아니고 광주에 우리 회사 호텔 몇 개 있잖아. 그 중에..”
남자의 가슴에 달려 있는 지배인 명찰을 확인했다.
“박상면이라는 지배인이 있는 호텔. 알아? 오~ 아는구나. 다름이 아니라 박상면 지배인을 만났는데 나 보고 꺼지라고 하지 뭐야. 진정해, 이실장. 아주 그냥 박상면 지배인이 나를 때리려고 했다는 것까지 알면 당장 광주로 달려올 기세야, 아주? 뭐라고? 아빠한테 말해서 당장 박상면 지배인을 해고한다고? 아니~ 그건 너무 과하잖아. 그냥 나한테 사과만 하면 돼. 정.중.하.게. 그래그래. 잘 좀 말해줘. 응, 땡큐~”
전화를 끊었다.
박상면 지배인이 나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따르릉.
박상면 지배인의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턱짓으로 받으라는 시늉을 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내드는 박상면 지배인.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태도가 곧바로 공손하게 변하며 양 손으로 핸드폰을 받쳤다.
“예, 실장님. 오래간만에 뵙..예?”
나를 쳐다보는 박상면 지배인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화로 거듭 사과를 하던 박상면 지배인.
전화를 끊자마자 광속의 속도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도련님을 못 알아보고..”
“저 쪽에도 사과 해야지.”
“..예?”
내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움직인 박상면 지배인.
“뭐해? 호텔에서 꺼지고 싶어? 3초 준다.”
내 말에 울며 겨자 먹기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박상면 지배인의 사과를 받은 호텔 직원이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일반실로 키 하나만 주세요.”
“아..예.”
내 말에 빠르게 키 하나를 내게 건네는 직원.
“사람이 냄새 좀 날 수도 있지.”
키를 받아들고 박상면 지배인 앞으로 걸어갔다.
손으로 박상면 지배인의 옷깃을 매만지다가 가슴팍을 두드렸다.
“너무 뭐라고 그러지 맙시다. 예?”
“죄..죄송합니다.”
“사람 냄새 싫어하고 돈 냄새만 좋아하면 어떡합니까. 예에?!”
“죄송합니다!!”
“이실장 말로는 직원들한테 함부로 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한 번만 더 그러면 곧바로 끽.”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지켜보겠어요.”
뻥이다.
지켜보기는 뭘 지켜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