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02화 (102/196)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102회

다음 행선지

"조심할게요.“

사신 길드의 길드장실.

채린이 피곤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부했다.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꼭 어디 다닐 때 사신 길드원들을 데리고 다니라고.

제로가 박쥐에게 왜 채린을 살려두고 있냐고 한 멘트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별 일이야 있겠냐 싶지만.’

아직 레드가 박쥐라는 사실을 레볼루션 측에서는 눈치 채지 못한 상황이었다.

즉, 채린 담당 간부는 여전히 박쥐였다.

박쥐가 신분을 들키지 않는 이상 채린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내가 한동안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혹시나 한 마음이 컸다.

“근데 되게 피곤해 보이시네요?”

“학생들 방학 시즌이 되면 여기저기서 경호 의뢰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의뢰서를 검토하느라 요새 잠을 잘 못자가지고..하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채린.

“쉬엄쉬엄해요.”

“그럴 수는 없죠!!”

내 말에 양 손으로 자신의 뺨을 몇 번 때린 채린.

눈을 크게 뜨며 바보처럼 웃었다.

“이번 년 안에 세계 길드 랭킹 5위 안에 드는 게 목표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실적이..하암..”

크게 뜬 눈이 다시금 작아졌다.

‘세계 길드 랭킹 5위 안이라..’

현재 사신 길드는 국내 기준으로 보면 2위였다.

1위는 한설휘의 할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태양 길드였다.

기준을 넓혀 세계적으로 보면 태양 길드가 3위에 랭크 돼 있었고, 사신 길드는 7위에 랭크 돼 있었다.

이것만 해도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이었다.

10위권 안에 대한민국 길드가 두 곳이나 포함 돼 있었으니까.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사신 길드가 세계 랭킹 5위 안에 진입하는 게..’

기억났다.

정시아가 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사신 길드원으로 활약한 시점이었다.

빠르면 앞으로 2년 후.

늦으면 3년 후.

혹시 몰랐다.

내가 바꾼 현재로 인해 그 시기가 앞당겨질지.

정시아에게 듣기로는 길드 내에서 훈련을 자주 실시하는 모양이었다.

훈련 강도도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도 하고.

나라는 인물이 제공한 ‘레볼루션’이라는 정보 때문에 채린 뿐만 아니라 사신 길드는 전생 보다 더 강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년 안에 채린의 목표가 달성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

누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길드장실로 들어오는 사신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 홍련.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채린 앞으로 걸어갔다.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이제야 내게 눈길을 주는 홍련.

“말씀들 나누세요. 마침 갈 생각이었거든요.”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크릉.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레이가 등을 치켜세우며 기지개를 켰다.

다음 행선지로 갈 시간이 찾아왔다.

+ + +

“조심해.”

내 말에 박쥐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쥐의 뒤에 있던 바보 3인방 역시 목이 끊어져라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있으면 곧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내가 자리를 이탈했을 때,

박쥐는 내 눈과 귀나 다름없었다.

“오케이.”

간단히 전화로 하면 될 말이었지만,

만나서 전하고 싶었다.

그만큼 점점 박쥐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생기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 편이 되긴 했지만, 살아남아 철저히 내 편이 돼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박쥐를 내 편이라고 인정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박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지막 행선지로 향했다.

+ + +

“여행을 간다고? 혼자?”

“예.”

내게는 부모가 있었고,

방학 시작과 동시에 문자 한통 남기고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 본가에 저녁을 먹으러 왔다.

‘겸사겸사 서시우에게 할 말도 있고.’

“어디로? 혼자 가는 건 쫌.. 그런데. 이실장이라도 데리고 가지.”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실장은 제 개인 비서가 아니잖아요. 엄연히 회사에서 실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걸요, 어머니.”

“어머머. 그런 애가 작년까지 이실장을 개인 비서 부리듯이 그렇게..”

“여보.”

아버지가 근엄하게 어머니를 불렀다.

“걱정 돼서 그러잖아요. 걱정 돼서.”

“....”

나를 쳐다보는 아버지.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우리 부자는 몇 초 동안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아버지의 눈에서 더는 ‘내 놓은 자식’이라는 눈빛을 읽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버지는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밥이나 먹지.”

한 마디 하고 수저를 드는 아버지.

조용한 식사 자리가 시작 됐다.

+ + +

“어둠 능력은 악마 능력이랑 달라.”

저녁을 다 먹은 후,

서시우와 단 둘이 마당에 나와서 산책했다.

“비슷한 거 아니야?”

“비슷하긴 한데 음..”

산책을 하며 서시우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 중이었다.

“어둠 능력은 속성 능력이라고 보는 게 맞아. 악마 능력 보다는. 너 악마 능력 뭐 있는 거 있어?”

“아니.”

“근데 어떻게 어둠 능력이 악마 능력이야.”

“책에서 그렇게 나와 있길래.”

“뭐라고 나와 있던데?”

“악마 종족의 속성은 ‘어둠’ 속성이다. 라고.”

“속성이 어둠 속성인거지 어둠 능력이 악마 능력이라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근데 강해지려면 악마와 손을 잡긴 해야 돼. 그렇게 되면 악마 능력이라고 봐도 되긴 하겠네.”

“무슨 말이야?”

나는 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내 옆에 앉는 서시우.

“암흑기 때 악마가 가장 군침 흘렸던 능력자 능력이 뭔지 알아?”

“뭔데?”

“어둠 능력.”

“....”

“사람에게 환경이 중요하듯이 악마에게도 환경이 중요하거든. 어둠 능력이 있는 능력자와 손을 잡으면 마치 이 세계가 마계인 것처럼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거든.”

나는 시선을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계속 말했다.

“계약을 하는 거지. 악마와 어둠 능력자 간에. 어둠 능력자는 ‘어둠’을 제공하고 악마는 능력자에게 자신의 능력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윈윈 관계라고나 할까?”

“형.”

“끝까지 듣고 말해.”

“....”

“나랑 있으면 우리 둘이서 일당백이지만, 내가 없으면? 내가 없는 상황이 분명 발생할거야. 그 땐 어떻게 할래?”

서시우의 어둠 능력은 분명 강한 능력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너지를 낼 내가 없다면 한계점이 분명했다.

암살자.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가정 하에 서시우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었다.

“꼭 악마라고 다 나쁜 악마만 있는 게 아니야. 천사라고 다 착한 천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꼭 나쁘게 생각..”

서시우가 내 얼굴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쳐다봤다.

“이제 말해.”

“형은 이 세상에 악마가 다시 등장할거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렇지?”

“나야 모르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모르잖아. 그런 의미로 지금부터 계약해도 좋을 악마 리스트를 불러줄 테니까 핸드폰 꺼내서 받아 적어.”

순순히 핸드폰을 꺼내는 서시우.

나는 수다맨처럼 악마 이름을 나열했다.

“이제는 절대 계약해서는 안 될 악마 리스트를 불러줄게.”

다시 악마 이름을 나열했다.

“형.”

“왜?”

“어떻게 그렇게 악마에 대해서 잘 알아?”

“..평소에 관심이 많았거든. 아, 그리고.”

중요한 걸 깜빡할 뻔했다.

“악마 새끼들이 참을성이 없어서 대악마 같이 강한 악마들이 네 머릿속이나 꿈에 침투하거나 말을 걸 수가 있거든. 그럼 이름 물어보고 내가 불러준 리스트 확인하고 무시하던지 응하던지 둘 중에 하나 하면 돼.”

“언제쯤 말 걸어오는데?”

“아마 8월..”

눈을 지그시 뜨는 서시우.

“몰라? 그냥 느낌이 8월 같아서. 여름이라 그런지 날파리가 왜 이렇게 많아? 들어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참. 너 방학 때 뭐 할 거야?”

나를 따라 일어선 서시우.

“생각 중.”

“그러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해볼래? 짱 세질 수 있는 방법 알고 있는데.”

내친김에 서시우의 방학 계획을 짜주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아침.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한동안 연 적이 없어서 그런지 포인트가 꽤 많이 쌓여 있었다.

‘30000p'

일부러 모아두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 쓸데가 없기도 했고.

나는 곧장 ‘정보’ 방에 들어갔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타타탁.

키보드를 몇 번 눌렀다.

하나의 문장이 완성 됐다.

-은빛 늑대 위치.

가격이 저렴하면 검색을 해 볼 요량이었다.

엔터를 쳤다.

그리고 뜨는 요구 포인트.

“..국가 기밀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요구 포인트가 무려 ‘3만 포인트’였다.

내가 가진 포인트의 전부였다.

나는 아무 고민 없이 정보 방을 나와 포인트 상점을 닫았다.

내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일단 발품을 먼저 팔아볼 생각이었다.

‘3만 포인트라니.’

3만 포인트면 아이템 방에서 A급 이상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고, 능력 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텟 방에 3만 포인트를 투자하면 스텟을 어마무시하게 올릴 수 있었다.

그런 포인트를 단순히 ‘위치’를 알고자 사용하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종족일까.’

얼마나 대단한 종족이면 위치만으로 3만p를 요구할까.

달빛 수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은빛 늑대.

그 녀석들은 얼마나 나를 강하게 만들어줄까?

“기대 되네.”

나는 방을 나섰다.

어제 본가에 저녁 늦게까지 있다가 오피스텔에 와서 잠을 잤다.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오피스텔 풍경이 상당히 낯설어져 있었다.

낯선 풍경에 익숙한 인물이 거실에 서서 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실장?”

“예, 도련님.”

“이실장이 웬일이야?”

“여행에 운전기사가 있으면 편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내게는 마르지 않는 샘물인 블랙 카드가 있었다.

“여행 간다는 말만 듣고 다른 얘기는 못 들었어? 여행 혼자 갈 건데?”

“크흑..”

이실장이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의도한 것처럼 과도한 리액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라도 저렇게 해주려고 온 모양인데.

저런 정성이 싫지는 않았다.

“이왕 온 김에 노포동까지 운전 좀 해줄 수 있어?”

“알겠습니다. 언제 쯤 차를 대기시키면 되겠습니까?”

“지금.”

“지금요?”

“응.”

“알겠습니다. 먼저 내려가서 오피스텔 앞으로 차를 빼고 있겠습니다.”

이실장이 나갔다.

“레이. 우리도 가자.”

곧바로 이실장을 따라갔다.

+ + +

“도련님, 그거 아십니까?”

창밖을 보고 있을 때 이실장이 말을 걸어왔다.

“뭘?”

“도련님이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신 이후에 저희 회사 주가가 3%가량 올랐습니다.”

“..우연이겠지.”

라고 말은 했지만 우연일 리가 없었다.

어떤 회사든 회사 이미지가 중요했고,

나 때문에 떨어졌던 주가가 이제야 원 위치를 찾은 것뿐이었다.

“회장님께서는 별 말씀 없으셨습니까?”

“없었는데?”

신호에 걸리고, 운전대에서 손을 살짝 놓으며 나를 쳐다보는 이실장.

“어제 회장님께서 전 직원에게 상여금을 돌리셨습니다.”

“..진짜?”

“예.”

“얼마씩?”

“100만원씩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 양반이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나.

직원이 수천 명인데 일인당 100만원씩이면.

‘수십억이라는 소리인데. 와..’

통 한 번 크다.

“근데 입니다도 아니고, 알고 있습니다는 뭐야?”

“..그게 말입니다. 저한테만 다른 금액을 하사하셨습니다.”

“얼마?”

“1..”

“천 만원?”

“아뇨.”

“에이~ 그러지마.”

“1억입니다.”

“캬하~”

내 최측근 버프 그런 건가 본데.

“이실장 좋겠어?”

“..하하.”

“이 참에 그 돈으로 결혼이나 하는 게 어때?”

“생각해보겠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정차했던 차가 다시 출발했다.

+ + +

“나중에 뵙겠습니다.”

“응.”

이실장이 떠나고.

나는 품에서 레이를 내렸다.

생각을 해보니 여행에 앞서 행선지가 한 군데 더 남아 있었다.

나는 앞에 보이는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는 팻말 쪽으로 걸어갔다.

여행하면서 틈틈이 훈련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아이템이 있었다.

하리부의 ‘웅담’.

마침 오늘이 장날이었다.

그래서 웅담을 챙겨가기 위해 곰 왕국에 발을 들였다.

+ + +

“하리부~ 나 왔어~”

하리부의 거처로 들어왔다.

쿠오오!!

하리부가 뛰어나와 나를 반겼다.

그러다가 내 옆에 있는 레이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쿠오오?

크르릉!!(간식 같은 소리하고 있네!)

쿠오오!!

크릉!(그 입 닥쳐!)

레이의 말만 들어도 얼추 하리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유추할 수가 있었다.

쿠오오?

하리부가 레이를 양 손으로 들어올렸다.

레이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하리부.

쿠오오?!

얼굴에 느낌표를 띄웠다.

나는 레이를 쳐다봤다.

하리부가 하는 말을 유추하기 위해서.

그런데 레이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크르르..

당장이라도 하리부를 공격할 것처럼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하리부의 손을 물어뜯고 하리부의 손에서 벗어난 레이.

최대한 몸집을 부풀리는 동작을 하며 이빨을 드러냈다.

“....”

하리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작품후기]

잭팟!!!!!!이랑 또 하나 있었는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제게 딱지가 조금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벤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편에 댓글을 다시는 선착순 36분에게 딱지 10장씩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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