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뿐만 아니라 코로나도!100회
기말고사
대환장 파티에 앞서 나는 빠르게 남아 있는 달빛력을 확인했다.
어제 있었던 개인 역량 평가에서 많이 소모해서 그런지 1200 정도가 남아 있었다.
낮은 초식 몇 번은 쓸 수 있는 수치였다.
“어? 설휘야!!”
“시아야!! 닉스 좀 잡아줘!!”
“물럿거라!! 감히 이 몸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느냣!!”
대환장 파티가 시작 됐다.
다행히 우리 팀은 전선을 뒤로 물리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애들 눈에 띄지 않고 있었다.
“어떡해?”
단발머리 여학생이 물었다.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른 팀 학생들이 통로를 완전히 꽉 틀어막고 있었다.
‘20m 정도만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너희 둘이서 여왕개미 처치 할 수 있겠어?”
내 말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여학생들.
자신감 없는 눈빛으로 나를 동시에 쳐다봤다.
‘보름달 가두기’로 일제히 전방에 보이는 녀석들을 잠시 가둘 수 있었다.
하지만 달빛력이 많지 않아 시간을 오래 끄는 건 불가능 했다.
“음..”
내가 잠깐 발을 묶고,
그 시간에 여학생들이 여왕개미를 처치하는 게 베스트긴 한데.
“뒤로 빠져서 잠시 기다리자.”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선택하기로 했다.
‘저렇게 자기네들끼리 싸우다보면 지치겠지.’
다른 팀을 처치하는 게 아무리 가산점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에는 여왕개미를 처치하는 팀이 가장 많은 점수를 받았다.
보험 삼아 다른 팀을 처치하는 게 좋을 수는 있었지만, 굳이 지금 난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우리 팀의 위치가 발각 안 된 이점을 최대한 활용 할 생각이었다.
끼에엑!!
다른 팀의 모습이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통로의 깊숙한 곳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한 차례 울려 퍼졌다.
나는 손을 들어 여학생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건 누가 들어도 여왕개미가 낸 소리였다.
“소라. 이름 소라 맞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보는 단발머리 여학생.
“소라야, 실프 좀 앞 쪽으로 정찰 보내줘. 부탁할게.”
“응!”
사라졌던 실프가 다시 등장하며,
앞으로 날아갔다.
여왕개미가 우리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모습을 드러내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금석은 몰라도 정시아나 한설휘는 모르는 척 여왕개미를 신경 쓰고 있을 가능성이 100%였다.
여왕개미가 모습을 드러내면 정시아와 한설휘는 곧바로 태세전환을 할 게 분명했다.
끼에엑!!
끼에에!!
몇 차례 여왕개미의 울음소리가 더 들려왔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실프.
따스한 미풍이 몇 차례 불었다.
녀석이 전하는 바람의 언어였다.
“개미들이 우르르 안에서 범람하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데?”
바람의 언어를 해석해서 전달하는 소라.
그녀의 말에 앞으로 가져갔던 무게중심을 원래대로 가져왔다.
나는 앞쪽을 쳐다봤다.
다른 팀 애들은 여전히 제 자리를 고수하는 중이었다.
거리가 제법 벌어져 있어서 정확히는 안 보였지만, 타겟을 서로가 아닌 개미들로 바꾼 모양이었다.
잠깐의 동맹.
저 동맹이 끝나는 시점이 이번 시험이 끝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었다.
나는 개미와 함께 양동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분명히 학생들의 시선과 신경은 전방의 개미들에게 쏠려 있을 터.
“잘 들어.”
소라와 옆에 서 있는 여학생에게 몇 가지를 지시했다.
통로를 완전히 빠져나가는 여학생들.
나는 등에서 만월검을 꺼내들었다.
‘뱀의 움직임.’
내 고유 능력이 아닌 정시아의 이동 능력을 선택했다.
달빛력을 조금이라도 아낄 생각이었다.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개미 전사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안 쪽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시아야 왼쪽!”
주 화력과 오더는 한설휘였다.
그녀가 중간에 서서 ‘소각’으로 물대포로 화염을 진압하는 것처럼 개미 전사를 진압하고 있었다.
한 두 마리씩 옆으로 새어나가는 개미 전사는 정시아가 맡거나 다른 학생들이 맡았다.
“나 잡아봐라~ 휘뚜루~ 못 잡지? 바~보~”
“이..이..”
유일하게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금석과 피닉스.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통로를 왔다갔다 거렸다.
그러다가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휘뚜루~ 마뚜..?”
“이 개..음?”
벽면에 붙어 숨을 죽이고 있다가 단숨에 피닉스를 낚아채며, 금석의 목을 향해 만월검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
만월검을 거두며 피닉스를 금석의 손 위에 올렸다.
“쉬잇.”
조용히 하라는 내 동작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피닉스와 금석.
나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가장 후미에 서 있는 학생과의 거리는 10m도 남지 않았다.
정시아, 한설휘와의 거리는 20m 남짓.
‘달빛 제 7초식.’
남은 달빛력으로 한 번에 정시아와 한설휘를 제압하려고 했다.
그녀들만 제압하면 남아 있는 학생들은 달빛력이 없어도 훈수 리스트에 있는 녀석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달의..”
[금석 사망. 허튼 짓 하지 말고 곧바로 던전 입구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방송이 흘러 나왔다.
신경이 온통 앞에 쏠려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뒤를 향했다.
나는 만월검을 들고 있는 손을 올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디 있나 했더니. 감히 우리 뒤를 노리셨다?”
정시아가 이를 갈며 내게 걸어오려고 했다.
“야.”
“왜?”
“거기 있어.”
“..뭐?”
“내가 갈 테니까.”
‘달의 광휘.’
내 몸과 만월검에서 하얀 달빛이 터져 나왔다.
나는 곧바로 정시아와 한설휘가 있는 쪽으로 돌진했다.
달의 축복을 사용한 상태가 아니라 그런지 그녀들이 내 움직임에 반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하려고 한 것이지 반응을 한 게 아니었다.
톡. 톡.
가볍게 만월검 손잡이로 정시아와 한설휘의 목을 터치하듯이 건드렸다.
그 후 곧바로 원 위치로 돌아왔다.
달의 광휘를 캔슬하기 전에 달빛력이 먼저 고갈 됐다.
내 몸과 만월검을 감싸던 달빛이 일순간 사라졌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는 한설휘와 정시아.
나중에 있을 후환이 두렵긴 했지만 중간 보스들을 모두 제거 했다.
“와..”
“너..”
정시아와 한설휘가 통로를 벗어나며 입이 아닌 눈으로 쌍욕을 하며 자리를 이탈했다.
한설휘가 개미 전사의 씨를 거의 말려놓은 탓에,
안에서 나오는 개미 전사의 숫자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어떻게 할래?”
남겨진 자들에게 물었다.
남겨진 학생들은 총 5명이었다.
그들은 어미를 잃은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할래?”
나는 만월검을 집어넣으며 한 발자국 다가갔다.
“메두사.”
정시아의 스턴 능력을 사용했다.
학교에서 이제 나보다 지혜 스텟이 높은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메두사에 속절없이 몸이 굳어버린 5명의 학생.
“소라야~”
내 부름에 한설휘가 무너뜨리고 나왔던 벽면으로 소라와 여학생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미안!”
“미안해!”
사과를 하며 들고 있는 돌멩이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는 두 사람.
흐뭇하게 그 모습을 쳐다봤다.
‘던전 클리어’는 개인 역량 평가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캐리를 한다고 해서 최고점을 받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팀원들의 점수까지 신경을 써준다면?
‘후후.’
우리 반에서는 일단 우리 팀이 1등이 분명하고.
다른 반과 경쟁을 한다고 해도 우리 팀이 전교 1등을 차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남은 과제가 하나 있긴 했다.
‘여왕개미.’
이 녀석은 최종보스이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몬스터 등급으로 따지면 C급이었다.
하지만 다른 개미들을 부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급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몬스터였다.
키에에!!
여왕개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녀석의 마지막 울음소리였다.
“킹 코브라.”
정시아의 궁극기를 사용했다.
+ + +
기말고사가 모두 끝이 났다.
이제 1학기 때 남은 일정은 방학식이 전부였다.
방학식이 거행 되는 대강당.
뒤편에 서서 핸드폰을 쳐다봤다.
어제 발표 된 기말고사 성적표.
그리고 중간고사와 합산한 종합 성적표.
기말고사 성적은 중간고사와 마찬가지로 내가 1등을 차지했다.
필기시험 전 과목 만점.
실기시험 전 과목 97점.
종합성적 역시 1등이었다.
나는 기말고사 성적을 차치하고 다른 애들의 종합 성적 순위를 살폈다.
한설휘2등.
정시아3등.
박아름4등.
여기까지는 중간고사 성적이나 기말고사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등이 소라라고?’
어제 처음 소라라는 학생을 머릿속에 인지했다.
너무 늦게 인지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학교에서 꽤. 아니 많이 뛰어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중간고사 성적 7등.
기말 고사 성적은 어제 팀전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탓에 전교 5등을 했다.
결과적으로 종합 성적 5등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바람의 하급 정령을 부리는 것 치고는 등수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실기 시험에서는 30등 언저리 등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필기시험 점수가 정시아랑 비슷비슷했다.
‘의외네.’
5등에 다른 이름이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종합 성적 순위를 아래로 쭉 내렸다.
-50위, 금석.
아슬아슬했다.
어제 내가 팀전에서 금석네 팀까지 몰살시킨 것 때문에 팀전 점수가 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기시험에서 선방을 한 덕분에 5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세를 바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크 앞에 서 있는 교관이 말했다.
그의 말에 옆 사람과 떠들던 학생들이 목소리를 줄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첫 순서로, 성적 우수자에 대한 표창이 있겠습니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학생은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2학년에 앞서 1학년 표창이 먼저 있겠습니다. 종합 성적 1위. 서진 학생. 종학 성적 2위. 한설휘 학생.”
쭈르르 종합 성적 5등까지 호명을 한 교관.
나는 성큼성큼 단상으로 걸어갔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박수소리.
박수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깨가 으쓱거리는 기분이었다.
“고마워, 서진아. 네 덕분이야.”
내 옆에 선 소라가 배시시 웃었다.
그녀와는 반대로 나를 죽일 놈 쳐다보듯이 쳐다보는 한설휘와 정시아.
“휘뚜루 마뚜루한 새끼.”
“잘 먹고 잘 살아라.”
기말고사가 끝난 후 쭉 나를 보면 으르렁거렸다.
그녀들을 무시하고 옆에 서 있는 박아름을 쳐다봤다.
역시나 감정의 기복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다시 한 번 큰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교관의 말에 학생들이 순수하게 박수를 쳤다.
그 와중에 제일 그룹의 장남인 이수혁과 그의 패거리들만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학식은 학생에게 가장 기쁜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날에도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다니.
‘쯔쯧.’
심보가 글러 먹었다.
“이 학생들은 8월 달에 있을 ‘학교 대항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저희 학교를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학교 대항전 일정은 추후에 따로 공지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서진 학생부터 한 마디 하시죠.”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 마이크 앞에 섰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무수한 눈빛.
동경. 질투. 선망.
혹은 우호적이거나 아니거나.
처음 내가 학교 입학 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를 보는 시선은 대체적으로 곱지 않았다.
그나마 얼굴이 잘생겨서 망정이지 얼굴도 못생겼으면 나는 비호감1위로 학교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가 끝나는 시점.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이들 부드러워져 있었다.
부드러워진 시선이 내게 약간의 보상으로 느껴졌다.
망나니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탈피했구나. 하는.
나를 향한 학생들의 다양한 시선을 마주하자,
그간 학교생활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을 두 개를 뽑자면 레볼루션 간부인 레드와 지숙이 죽은 거였다.
뜻하지 않은 성과였다.
큰 산을 두 개를 넘은 것만 같았다.
여전히 더 큰 산 여러 개가 도사리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서진에게 빙의 후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두 명의 간부를 죽인 건 아주 고무적인 성과임이 분명했다.
“음.”
본의 아니게 마이크 앞에서 뜸을 들이게 됐다.
나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입학식 행사에서 1등을 하며 받은 보상 중 하나였다.
‘학교 대항전 참가권.’
입학식 행사 때, 단독주택과 함께 받은 보상이었다.
본래라면 나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나는 1등이라 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중간고사 끝난 후 한 녀석을 위해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종합 성적 50등 안에 들 시, 학교 대항전에 참가 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이거 사용하고 싶은데요. 양도 가능한가요?”
내 쪽으로 다가오는 교관.
티켓을 확인 후 교장에게 다가가 몇 마디를 나누고 다시 돌아왔다.
“50등 안에 든 학생이라면 가능하다.”
“네. 그럼. 쟤한테 양도하겠습니다.”
나는 학생들 틈에 끼어 있는 금석을 쳐다봤다.
나. 한설휘. 정시아. 박아름. 강소라.
에 이어 학교 대항전에 마지막으로 금석이 탑승하게 됐다.
[작품후기]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한 1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