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연참할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99회
기말고사
'달빛 제 5초식. 보름달 부수기.‘
보름달 가두기를 캔슬 했다.
캔슬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회오리바람.
가볍게 만월검으로 회오리바람을 쳐내며 외팔 빌런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생각 보다 더 가벼운데?’
달의 축복 1단계와 2단계를 간단 비교하자면,
모래주머니 10kg을 여러 개를 두르고 있다가 해제를 한 느낌이랄까.
그 정도로 체감상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달빛 제 1초식. 달빛 가르기.’
만월검을 외팔 빌런을 향해 휘둘렀다.
반달 모양의 달빛이 달의 축복 2단계 영향인지 더 굵고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까강.
까가강.
마찰음을 내며 바람을 가르기 시작하는 1초식.
‘달빛 제 1초식. 달빛 가르기.’
“2연참.”
결계의 중간에 있던 회오리바람이 부랴부랴 날아왔다.
하지만 늦었다.
바람을 가른 1초식이 외팔 빌런의 몸을 관통하다시피 지나갔다.
깔끔하게 3등분 된 외팔 빌런.
치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형체가 흐릿해졌다.
“한 마리 잡았고.”
나는 등을 돌려, 남은 빌런 두 명을 쳐다봤다.
결계의 한 축이 무너져서인지 포지션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결계에 막대한 구멍이 생기긴 했지만 결계는 여전히 유지 되고 있는 중이었다.
남은 빌런들을 향해 도약했다.
‘달빛 초식. 제 7초식. 달의 광휘.’
일본에서 한 번 사용했던 적이 있는 초식이다.
달의 광휘.
순간적인 데미지와 움직임을 폭발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초식.
내 몸에서 하얀 달빛이 뿜어져 나왔고,
만월검의 새하얀 검신이 달빛으로 물들었다.
만월검을 몇 차례 휘둘렀다.
바람을 가볍게 뚫고 빌런들을 향해 나아가는 만월검.
한 번의 움직임으로 바람을 갈랐고,
두 번. 세 번의 움직임으로 남은 빌런 두 명의 목을 날렸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게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
빌런들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는 속도가 체감상 10초는 넘게 걸린 것 같았다.
달의 광휘를 캔슬하며 만월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 정도 퍼포먼스면.’
꽤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 +
실기 시험 이틀 째.
시험 종목은 팀전 미션인 ‘던전 클리어’하기였다.
“팀장 누구로 할래?”
단발머리 여학생의 말에 나와 같은 팀이 된 학생들이 자연스레 내 얼굴을 쳐다봤다.
중간고사 때는 금석, 정시아, 한설휘와 같은 팀을 했지만,
기말고사 때는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팀에 딱히 아는 얼굴이 없었다.
오다가다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인사를 하고 지낸 얼굴들.
“서진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전교 1등이 팀장을 안 하면 누가 하겠어. 안 그래?”
“맞아 맞아.”
4명이서 한 팀이었는데, 여학생 두 명이 내게 표를 던졌다.
나로서는 땡큐였다.
팀장을 하게 되면 가산점을 더 받게 되니까.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그 때, 옆에서 뚱한 얼굴로 앉아 있던 남학생이 큰 동작으로 몸을 뒤척였다.
“진솔아. 네 생각은 어때?”
어제 개인 역량 평가 때 선발 주자로 나섰다가,
오크들에게 된 통 당한 남학생이었다.
복서 능력자, 이진솔.
여학생의 말에 뒤척이던 몸을 멈추고 나를 힐끔 쳐다봤다.
“괜찮긴 한데..”
뒷말을 흐리는 이진솔.
얼굴 표정이 꼭 자신이 팀장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어제 오크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꽤나 주목 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걸 눈치 채기는 했다.
꼭 그 때문은 아니더라도 단발머리 여학생을 계속 의식하고 있는 걸로 보아하니.
‘좋아하나보네.’
짝사랑 하는 여자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이진솔에게 주기로 했다.
“진솔아. 네가 해. 팀장.”
“지..진짜?”
내 말에 눈치를 살피던 이진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응. 너 중간고사 때 성적 보니까 ‘전술의 이해’ 성적이 꽤 높던데. 아니야?”
“서진 이 자식!!”
이진솔이 나를 끌어안았다.
“너 좋은 놈이었구나!”
나는 이진솔을 떼어내며 여학생들을 쳐다봤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어..으응..”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여학생들.
[출발 5분 전.]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박태산 교관의 목소리.
우리는 일어나, 앞에 보이는 던전 입구로 걸어갔다.
+ + +
‘던전 클리어’ 시험은 팀전임과 동시에 다른 팀과의 경쟁전이었다.
개미굴 던전.
총 5개의 팀이 각자 다른 시작 포인트에서 동시에 출발 했다.
시작 포인트는 달랐지만, 목표는 하나였다.
어딘가에 있을 ‘여왕개미’를 처치하는 것.
이것이 던전 클리어 조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팀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개미굴 던전은 일종의 미로나 다름없었으니까.
‘싸움 허가.’
박태산 교관은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다른 팀의 인원을 탈락 시킬 시 가산점.’
이런 조건도 내걸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왕개미를 죽이러 가는 길에 다른 팀을 만나면 죽이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다른 팀들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여왕개미를 처치하는 것 보다 가산점을 더 주진 않을 테니까.
“저기서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이진솔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저긴가!!”
이진솔이 옆으로 튀어나갔다.
이진솔은 사방팔방 던전을 들쑤시고 다녔다.
‘의욕적인 건 알겠는데.’
트랩이란 트랩은 다 밟고 다녔고, 다른 팀들에게 우리 위치를 다 알려주고 다녔다.
“서진아.”
“어떻게 좀 해 봐.”
뒤 포지션을 잡고 있던 여학생들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이진솔을 보며 말했다.
내가 이진솔에게 팀장을 맡긴 이유는 그를 배려해서도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으어엇?!”
뛰어다니다가 불개미 집을 건드린 이진솔.
불개미가 순식간에 이진솔의 몸을 뒤덮었다.
[이진솔 학생, 사망.]
방송이 흘러 나왔다.
‘저렇게 될 줄 알았지.’
혼자 자멸할 거라고 생각했고, 생각보다 늦게 자멸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멸했다.
“미..미안.”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이진솔이 고개를 숙이며 던전 입구로 걸어갔다.
“소각.”
한설휘의 능력을 사용해, 불개미를 전부 불태웠다.
처음부터 내가 팀장을 했다면,
이진솔은 분명 불만 가득한 얼굴로 지시를 따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재를 뿌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팀원이 죽음으로써 마이너스 점수를 떠안게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득이었다.
이진솔은 하고 싶은 대로 팀장을 잠깐이나마 했고.
나는 고문관이나 다름없는 이진솔을 제거 했고.
서로 윈윈이지 않을까?
“이제부터 내가 앞장설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여학생들.
이진솔의 조기 탈락에도 전혀 아쉬운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금석의 ‘야수의 본능’을 최대한 활성화하며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 + +
개미굴 던전의 주 몬스터이자 트랩은 ‘개미’였다.
던전을 진전하면 진전할수록 개미의 크기가 ‘몬스터’라고 지칭해도 될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으..징그러.”
“으으..”
여학생들이 앞에 보이는 ‘개미 전사’를 보며 한 마디씩 했다.
크기가 고양이만한 개미 전사 여러 마리가 불쏘시개 같은 막대기를 쥐고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소각.”
벌레 종족답게 불에 취약점을 드러냈고,
내 손에서 뻗어나간 화염포에 그대로 화염과 함께 증발했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꽤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팀이든, 여왕개미의 흔적이든 뭐가 보일 때가 됐다 싶었다.
앞에 보이는 세 갈래의 길.
아무런 특색이 없는, 똑같아 보이는 길이었다.
세 갈래의 길 앞에 서서 한설휘의 ‘화염 속성 스킬 북’을 꺼내들었다.
2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을 시전 해, 각 통로에 투수처럼 포즈를 취하며 멀리 집어던졌다.
살짝 어두컴컴하던 통로가 서서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왼쪽과 오른쪽 길은 20m 정도 가다가 커브길이 나오는 바람에 그 이상의 정보를 획득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나 있는 길은 파이어 볼이 50m 넘게 뻗어갔고, 50m 너머에 넓은 공터가 나오는 걸 확인했다.
‘느낌은 중간 길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야수의 본능이 왼쪽과 오른쪽 길에 섰을 때 중간 길 보다 몇 배는 더 심하게 경고 신호를 보내오는 것 같았다.
보통 보스 몬스터가 있는 쪽이 위험 지역이었다.
그렇다는 건 왼쪽. 혹은 오른쪽 길이라는 걸까?
내가 세 갈래 길 앞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 뒤에서 잠자코 있던 단발머리 여학생이 옆으로 다가왔다.
“서진아.”
“응?”
“내 생각에는 중간 길이 맞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려 여학생을 쳐다봤다.
자신의 손을 들어 보이는 여학생.
그녀의 손에 작은 실타래 같은 것들이 생겨나더니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실프?”
내 물음에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학생.
“너 정령사였어?”
“..몰랐어? 같은 반 된지 한 학기가 다 되가는데..?”
“....”
몰랐다.
우리 학교에도 정령사가 있었다니.
여학생의 손 위에서 하품을 하는 실프.
하얀 피부를 가진 요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프는 바람의 하급 정령이었다.
하급 정령이라고는 해도 이 세계에서는 홀로 C~D급 능력자의 힘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다른 속성 정령도 소환 가능해?”
혹시나 해서 물었다.
내 물음에 고개를 젓는 여학생.
“그럼 바람의 중급 정령은?”
고개를 젓는 여학생.
역시.
‘그 새끼가 괴물이긴 하네.’
세계적으로 정령사의 숫자는 천 명도 되지 않았다.
그 중에 한 속성 정령만 소환 할 수 있는 정령사가 대부분이었다.
많아봐야 2개 속성.
뿐만 아니라 상급 정령을 소환 할 수 있는 숫자는 백 명도 되지 않았다.
최상급 정령 같은 경우에는 3명 정도에 불과했다.
정령왕을 소환 할 수 있는 정령사는 여태껏 단 한명도 없었다.
나는 여학생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내 질문 때문에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네 나이 때 하급 정령 소환 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데.”
“됐어..위로 하려고 그런 말 하는 거 다 알아.”
“바람의 중급 정령 이름이 실라. 맞지?”
“응. 그게 왜?”
“실라랑 계약하기 위한 팁을 주자면, 계속 구애의 손길을 보내는 건 오히려 역효과야.”
“어엇..진짜?”
“응. 네가 구애의 손길을 안 보내도 너를 점 찍어둔 실라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그 실라는 정령계에서 너를 계속 관찰 중 일거고. 그러니까 내 말은..”
쿠쿵!!
쿠우웅!!
왼쪽과 오른쪽 길 통로에서 커다란 소음이 발생했다.
“시험 끝나면 마저 말해줄게. 실프로 정찰 보냈던 것 맞지?”
“응.”
“실프가 뭐래?”
“그게.. 왼쪽이랑 오른쪽 길은 인간들이 싸우고 있대. 중간 길은 가다가 분위기가 무서워서 도망쳐 나왔대.”
납득했다.
야수의 본능이 왜 내게 그런 정보를 제공 했는지.
내 입장에서는 여왕개미 보다 다른 팀을 만나는 게 더 위협적이었다.
여왕개미 보다 한설휘나 정시아. 금석이 몇 배는 더 강했으니까.
쿠쿵!!
얼마나 심하게 치고 박고 있으면 던전 천장이 무너질 것처럼 진동했다.
“답 나왔네. 중간 길로 가자.”
총 5개의 팀 중,
왼쪽에 두 팀. 오른쪽에 두 팀이 각각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운이 좋게도 다른 팀과 조우 없이 여왕개미를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간 길로 뛰어 들어갔다.
내 뒤를 따르는 여학생 두 명.
안으로 진입하면 진입할수록 벽 너머에서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벽이라는 훌륭한 구조물이 양 팀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
쿠루룽!!
“....”
내 뒤를 따라오던 여학생들을 양 팔에 안고 살짝 후진 기어를 밟았다.
왼쪽 벽이 허물어졌다.
“황금돌대가리!! 진짜 죽고 싶냐!!”
“죽는 건 너다, 마귀!!”
정시아와 금석이 능력을 사용하며 허물어진 벽을 타고 우리가 있는 쪽으로 넘어왔다.
그들의 뒤로 녀석들의 팀원인 듯한 학생들이 말리는 포즈로 따라 넘어왔다.
“쫌 진정해. 그러다 진짜 다치겠어!!”
“너희 서로 간의 능력은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진짜 다친다니까!!”
쿠루쿵!!
왼쪽 벽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벽이 허물어졌다.
“내가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휘뚜루~ 마뚜루~”
“우리 팀 애들까지 불태우면 어떡해!!”
“그 녀석들이 먼저 이 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단 말이다!! 이 몸의 휘뚜루하고 마뚜루한 머리를!!”
한설휘와 피닉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한설휘의 말처럼 모두 피닉스 때문에 사망처리 됐는지 뒤이어 등장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
어쩐지 조용하게 던전 클리어 하나 싶었다.
‘휴.’
중간보스 치고는 강력한 놈들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작품후기]
돌아왔습니다 ㅠ_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진짜 죄송합니다.
이제는 많이 괜찮아져서 장시간은 무리지만 앉아있을 수는 있을 정도로 많이 호전 됐습니다.
기다리신 분들..죄송합니다ㅠㅠ
참으면서 억지로 몇 편 쓰다가 또 휴재하고 참으면서 몇 편 쓰다가 휴재하고.
이런식 보다는 며칠 휴재를 하고 컨디션을 제대로 회복 후에 휴재 없이 쭉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습니다.
이제 노노휴재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