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95화 (95/196)

지금까지 너무 쉼 없이 달려와서 반나절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95회

황금 고블린

골드 코인 사태.

딱히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성을 못 느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이 사태는 전혀 무관했기 때문에.

그래서 침묵했다.

침묵 속에서 나는 현재 황금 고블린 열 마리를 처치했다.

“음..”

나는 손에 들려 있는 ‘고블린 하의’를 포인트 상점에 집어넣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점점 고블린의 숫자 보다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히 많아지기 시작했다.

고블린 신발에 이어 고블린 하의까지.

이제 남은 아이템은 하나였다.

‘고블린 장갑.’

이 아이템만 습득하면 오늘의 일일미션 클리어였다.

“비켜 비켜!!”

“내거라고!!”

사람들이 내 몸을 밀치며 내 발 아래에 있는 황금 동전을 줍기 위해 몸싸움을 했다.

나는 옆으로 이동을 하며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고블린의 개체수가 줄어서 그런지 황금 고블린을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멍멍!!

크릉! 크릉!(달려! 달려!)

내 품에 있는 짐승들은 신났다.

놀이기구라도 탄 줄 착각하고 있었다.

‘도심 외곽으로 나가야 하나.’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고블린 장갑이 없으면 다른 아이템이 있으나 마나였다.

멍멍!!

크르릉!(저 쪽에서 냄새 나!)

내 품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였다.

멍멍!!

크릉!(맛있는 냄새!)

“....”

정육점 간판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내려 뚜뚜와 레이를 쳐다봤다.

혓바닥을 내밀며 서로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시간 없어.”

멍멍..

크르릉..(알았어..)

“다 끝나면 고기 사줄게.”

멍멍?!

크릉?!(진짜?!)

“응.”

내 품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하는 레이와 뚜뚜.

녀석들을 품에서 내렸다.

멍멍!

크르릉!(따라와!)

뚜뚜와 레이는 교감 능력을 통해 나와 금석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강아지와 늑대가 아닌 치타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 달리기 시작하는 두 녀석.

금석과 내가 성장함에 따라,

펫들도 동시에 성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뚜뚜와 레이의 뒤를 쫓았다.

수색견처럼 귀여운 엉덩이를 흔들며 달리던 뚜뚜와 레이.

멍멍!!

크릉!!(저기!!)

두 녀석이 앞발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폐업한 상가 건물 앞으로 황금 고블린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가볍게 뚜뚜와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황금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퍽.

한 방에 황금 고블린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꽝이네.”

호랑이도 아닌 것이 달랑 가죽 하나만 남기고 육체가 사라졌다.

나는 뚜뚜와 레이를 쳐다봤다.

내 시선을 읽었는지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레이와 뚜뚜.

현재시각은 10시.

이벤트 종료까지 2시간 남았다.

+ + +

황금 고블린을 찾아 삼만리를 하다 보니,

도심의 끝까지 이동했다.

나는 도심 외곽으로 나가려는 뚜뚜와 레이를 품에 안았다.

멍멍?

크릉?(왜?)

언제 설치 된 것인지 바리게이트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도심 외곽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저 바리게이트를 넘어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리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여러 길드 소속의 능력자들을 넘어서야 한다는 소린데.

플라이 능력을 사용 해 날아가자니 저렇게 많은 능력자들 중 눈치 채는 능력자가 분명히 있을 테고.

그렇다고 도심으로 돌아가자니,

도심에는 더 이상 고블린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바리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몇 마리의 고블린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바리게이트를 넘어야 하는데.

나는 바리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능력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여러 길드에 협조 요청을 했는지,

다양한 길드가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 중 내가 알고 있는 길드도 있었다.

나는 그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마스크를 살짝 내리며 인사했다.

내 인사에 나를 쳐다보는 한 여자.

사신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이자, ‘홍련’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였다.

레볼루션 간부인 레드를 죽일 때 지대한 공헌을 한 여자이기도 했다.

“여긴 어쩐 일이지?”

나를 알아본 홍련.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성격은 미야마 가문의 타쿠야 여자 버전과 비슷했다.

“외곽에 볼 일이 있어서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홍련.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안 된다.”

“....”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단호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띠링.

홍련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들여다보는 홍련.

“..지나가라.”

“넵.”

나는 유유히 홍련을 지나쳐 외곽으로 진입했다.

홍련이나 타쿠야 같은 캐릭터는 은근히 다루기 쉬웠다.

그들은 직속상관의 말을 철썩 같이 따랐다.

그래서 채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홍련에게 말 좀 해달라고.

역시 곧바로 패스였다.

나는 바리게이트에서 제법 벗어난 곳에서 뚜뚜와 레이를 품에서 내렸다.

“출바알~!”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두 녀석.

앞으로 남은 시간은 1시간.

도심 외곽을 헤집기 시작했다.

+ + +

12시가 됐다.

신데렐라처럼 남아 있던 고블린도,

녀석들이 뿌린 황금 동전도 귀신 같이 사라졌다.

나는 내 손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결국 구했다.

‘고블린 장갑.’

고블린 장갑을 포인트 상점에 넣으며 바닥에 잠시 앉았다.

아무리 스텟이 B등급이라고는 해도, 하루 종일 뛰어다녔더니 지쳤다.

멍멍.

크릉.

뚜뚜와 레이도 마찬가지인지 내 무릎에 올라와서 얼굴을 파묻었다.

띠링.

띠링.

“....”

핸드폰을 꺼냈다.

두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한 통은 금석이었다.

-금석: 뚜뚜가 사라졌다!!!

지금 문자가 온 걸 보니,

여태껏 대강당에 있었던 모양.

-내가 데리고 있음.

답장을 보내고 다음 문자를 읽었다.

-신지수: 우리 서진아^^. 변기통에 빠져 죽은 걸로 보고 하기 전에 얼른 내 눈앞에 나타나주지 않을래^^? 황금 동전이 진짜라고? 어머나. 근데 왜 내 손에 있는 황금 동전이 새 똥으로 변했을까? 당.장.튀.어.와.라.

그러기에 내가 입에는 물지 말라니까.

“쯔쯧.”

“가자 귀요미들.”

새근새근 잠에 빠져드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뚜뚜와 레이.

두 마리를 품에 안고 학교로 향했다.

+ + +

전생과 마찬가지로 고태공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다.

하지만 학교는 단순한 헤프닝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한 여자만 빼고.

“서진아~ 어떻게 죽여줄까~”

귀신처럼 신지수가 나를 쫓아다녔다.

“교관님. 립스틱 살짝 번져 있어요.”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덕분에 원 없이 신지수를 상대로 훈수 포인트를 쌓고 있기는 했다.

이러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신지수를 훈수 리스트에 등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링.

문자가 왔다.

‘빨리도 오네.’

분명히 어제 학교로 복귀하는 길에 문자를 보낸 걸로 기억하는데.

“교관님. 저 할 일이 생겨서요.”

신지수를 따돌리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대며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근데?

짤막하게 온 문자였다.

발신자는.

-만물상-

내가 앞서 보낸 문자의 내용은 이러했다.

‘어제 고블린 아이템 세계적으로 제법 드랍 된 거 아시죠?’

나는 자판에 손을 올렸다.

-저한테 고블린 하의, 신발, 장갑 있어요.

답장을 보내고 만물상의 답장을 기다렸다.

아이템 박람회에서 D급 아이템으로 고블린 세트를 고른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물상은 극구 만류했다.

세트 아이템은 희귀했으니까.

만물상이 가지고 있는 고블린 세트는 세트 효과가 있긴 했지만 미완성 세트였다.

거기에 내가 어제 습득한 고블린 아이템을 합치면.

완전체.

D급 아이템 여러 개로 A급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완벽한 세트의 완성이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수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있어 희열을 느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모은다고 치면,

주인공과 일행들의 피규어를 거의 다 모았는데 몇 개가 빠진 상황.

조금만 더 모으면 완성인데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는 상황.

피규어를 살 돈도 있는데 원하는 피규어를 구하기 힘든 상황.

현재 만물상의 상황이었다.

그는 어제 일로, 세계 각지로 수소문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고블린 세트를 완성하기 위해.

띠링.

역시나.

답장이 초고속으로 왔다.

-제시.

제시라니.

파는 게 아니라 교환 할 건데.

핸드폰을 두드렸다.

-박람회에서 제가 형한테 말한 거 기억하시죠? 나중에 저랑 아이템 하나 교환하자고 했던 말.

띠리링~

문자를 보내자마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까불지 말고 제시나 해. 마음만 먹으면 너 아니라도 구할 수 있어.

맞는 말이었다.

어제 그만큼 고블린 아이템이 많이 풀렸으니까.

“약속 한 거 벌써 잊었어요?”

-하~ 그래. 좋다, 좋아. 고블린 아이템에 그 때 30억 정도 네가 손해 본 거. 합쳐서 A급 정도 선에서 교환 해줄게. 됐냐?

“S급을 A급으로 잘못 말한 거 아니에요?”

-까놓고 말해서 고블린 세트 나 아니면 취급도 안 해주잖아. 안 그래? 시중에 갖다 판다고 생각해봐. 고블린 아이템? 천 만 원도 안 해. 인정하지?

인정하는 부분이긴 했다.

그래도 내게 필요한 아이템은 만물상의 S급 아이템이었다.

“형.”

-바쁘니까 거래 할지 말지 말하기나 해. 어떤 놈이 판다는 거, 그간 쪼매난 정이라도 있어서 너한테 먼저 기회를 주는 거니까.

“고블린 영혼.”

-..뭐?

“저한테 고블린 영혼도 있다면요?”

-....

잠잠해진 만물상.

‘고블린 영혼’은 어제 드랍 된 아이템이 아니었다.

이 아이템은 포인트 상점에서 ‘8000p'를 주고 구입했다.

그 덕에 포인트가 3분의 1이 한 번에 사라지긴 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꼭 필요했다.

만물상이 가지고 있는 어떤 S급 아이템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렇게 말 할 줄 알았다.

“형 잠시만요.”

나는 포인트 상점에서 어제 습득한 고블린 아이템과 고블린 영혼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통화를 영상 통화로 전환했다.

“보이시죠?”

만물상이 휴대폰에 눈을 갖다 대는 게 보였다.

-너 뭐하는 새끼냐?

말을 하는 만물상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뭘 어떻게 해. 원하는 아이템이 뭔데? 개 똥 같은 소리만 안하면 들어줄게.

나는 하나의 아이템 이름을 말했다.

내 말에 잠깐 침묵하던 만물상.

-그건 쫌 선 넘는 것 같지 않냐? 아이템 등급으로 따지는 S급 중에서도 상급이라고.

“부족한 건 제가 돈으로 메워 드릴 게요.”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음..

고심하는 만물상.

-오케이! 가지고 있어봤자, 딱히 쓸 데도 없고. 전시 하자니 멋도 없고. 근데 이 아이템은 어디 쓰려고 그러냐? 가끔 이 아이템에 대해 문의 하는 녀석들은 거의 다 세계 랭커 30위 안에 드는 놈들뿐인데.

아주 유용하게 쓸 때가 있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야마 가문을 멸망시킨 샤인.

그 녀석을 잡을 때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간부 중에 포포나 라이언은 어떻게 어떻게 대처가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샤인은 대처 불가였다.

그래서 이 아이템이 꼭 필요했다.

‘천사의 올가미’

능력자의 능력 중 하나를 봉쇄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샤인의 능력 하나를 봉쇄시킨다고 해서 샤인의 능력치가 대폭 하락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괴물 같은 녀석이라 하나라도 봉쇄 시키지 않으면,

잡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 한국에 7월 달에 한 번 갈 생각인데. 그 때 거래 콜? 아니면 네가 나 있는 데로 올래? 내가 지금 어디냐면 아프리카..

“7월에 거래하죠.”

-오케이~

아프리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는 전화를 끊고 운동장을 내려다봤다.

전생에서 샤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중반을 넘긴 시점이었다.

하지만 나로 인해 일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괜한 노파심이 들었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지나쳐도 전혀 과함이 없는 법이었다.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네.”

햇살이 따갑게 내 얼굴을 때렸다.

“너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지!!”

“....”

신지수가 씩씩거리며 옥상에 등장했다.

“뒤에 박태산 교관님도 같이 오셨네요.”

내 말에 반사적으로 뒤를 쳐다보는 신지수.

나는 곧바로 옥상으로 뛰어내리며 플라이를 시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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