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93화 (93/196)

그리고 다음편은 [외전]입니다!!!!!!!!!!!!! 외전!!!!!외전입니다!!!!!!!!!!!!!93회

[외전-지숙]

이번 편은 외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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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훌쩍..”

10살 정도 됐을까.

한 소녀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하늘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그럼에도 소녀는 울음을 멈추질 않았다.

오히려 소녀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흑..흑흑..”

빗방울이 소녀의 울음에 반응하듯 빗방울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혼자였다.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손을 내밀기는커녕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다.

“저 아이는 저주 받은 게 분명해.”

“마녀의 아이가 아닐까?”

빗속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

울고 있는 소녀.

그녀를 향해 누군가가 크고 두툼한 손을 내밀었다.

“들어가자.”

“훌쩍..”

고개를 드는 소녀.

“오빠?”

“응.”

소녀의 울음이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

오빠의 손을 잡은 아이.

‘한솔 고아원’이라고 적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뒤로 날씨가 서서히 개기 시작했다.

+ + +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다.

가족의 얼굴도 몰랐다.

“저리 가!!”

“마녀!!”

고아원에서도 혼자였다.

아이들이 소녀를 하나같이 기피했다.

“저리 안 꺼져?!”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격이 유난히 큰 아이가 소녀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내 쫓았다.

“오빠.”

체격이 유난히 큰 아이의 손을 잡는 소녀.

소녀에게 가족이 있다면,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아이가 유일했다.

“나 배고파.”

“원장님한테 가보자. 먹을 게 있을지도 몰라.”

남매처럼 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원장실로 향했다.

+ + +

원장실.

소녀와 소년이 처음 보는 사람들이 원장실에 앉아있었다.

“저 사람들 누구야?”

소녀의 물음에 볼을 긁적이는 소년.

“여기 있어. 내가 들어갔다 올게.”

소년이 듬직하게 말하며 원장실로 들어갔다.

소녀는 원장실 밖에서 소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나. 둘. 셋.

소녀는 손가락을 접었다 피며 숫자를 셌다.

‘백 하나..백 둘..’

벌컥.

원장실의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드는 소녀.

그녀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소녀는 낯선 이의 어깨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오빠?”

“원장님. 이 아이가 원장님이 말씀하신 그 아이입니까? 비의 마녀?”

“예. 예, 맞습니다.”

낯선 이들의 뒤에서 원장님이 굽실거리듯 허리를 굽혔다.

소녀의 손을 잡는 낯선 이.

“아저씨랑 같이 가자.”

소녀는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소녀의 입에 하얀 천을 갖다대는 낯선 이.

소녀는 그대로 기절했다.

+ + +

“0-88 실험체. 능력 적출에 실패 했습니다.”

소녀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귀에서 자꾸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억지로 눈을 뜨려고 노력을 했다.

약간의 눈을 뜨는데 성공을 한 소녀.

하얀 방이었다.

소녀를 에워싸고 있는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오빠는..어디 있..”

소녀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고, 소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 + +

소녀는 눈을 떴다.

이번에는 하얀 방이 아니었다.

사방이 철장으로 가로막혀 있는 방이었다.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소녀.

“아야..아파..”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주사바늘 자국으로 가득했다.

어떤 곳은 혈관이 터졌는지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있었다.

“훌쩍..”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그 때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이거 놔!!”

“훌쩍..오빠?”

엉금엉금 기어서 철창에 다가간 소녀.

맞은편 철장에서 소년이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저항을 하고 있었다.

“이거 놓으라고!!”

“오빠..오빠!!”

소년과 소녀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아주 잠시였다.

마취제를 맞고 스르르 쓰러지는 소년.

“오빠아!!”

소녀는 애타게 소년을 불렀다.

아무 소용없는 부름 속에서 소년은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 + +

“정신..단단히 차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온 소년이 힘없는 얼굴을 들며,

맞은 편 철장에서 소녀를 향해 말했다.

“오빠..괜찮아?”

“당연..하지. 알잖아. 오빠 튼튼한 거.”

“오빠..”

“크윽..크아아!!”

소년의 상태가 갑자기 이상했다.

발작을 하듯이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저기..저기요!! 여기요!!”

소녀는 손바닥으로 철창을 때리며 어디선가 듣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다.

소년의 발작이 모두 끝이 났다.

그제야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실험체 0-87. 실험체 0-87.”

같은 말을 반복하며 소년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

“의식이 있군.”

사람들은 소년을 다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소녀는 무서웠다.

그게 전부였다.

소녀가 할 수 있는 건.

+ + +

“내가 꼭 지켜줄게. 그러니까..흐흐.”

소년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철창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오빠..하지마. 오빠.. 나 무서워.”

광기어린 웃음 속에 소녀는 소년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 + +

소녀는 성장했다.

그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소녀는 여전히 무서웠지만,

참을 만 하다고 생각했다.

변해가던 소년도 어느 순간 이전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먹거라.”

인자하게 생긴 40대 아저씨가 철창 안으로 식판을 들이밀었다.

유일하게 소녀가 안 무서워하는 아저씨였다.

“아저씨. 여긴 어디에요?”

“..껄껄.”

매 번 똑같은 웃음소리만 낼 뿐,

아저씨는 별 말이 없었다.

소녀는 식판에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으면서 소녀는 음식 하나는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고아원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비싸 보이는 음식들이 매일 나왔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 + +

소녀에게서 여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소녀는 또 성장했다.

생활이 몸에 완전히 익어, 일상이 됐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일주일에 3~4번 하얀 방에 끌려가 몸에 주사바늘을 수십 차례 꽂는 건 아직까지 힘들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것만 빼면 괜찮았다.

소녀는 소년을 쳐다봤다.

소년 역시 성장했다.

소년은 성인 남자 못지않게 체격이 커졌다.

소년이 소녀에게 말했다.

“내일 여기서 나갈 거야.”

“..응?”

갑작스러운 소년의 말에 소녀는 불안했다.

소녀는 가축 된 동물이나 다름없었다.

나간다니.

나가다가 잡히면..

소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내일 여기 폐쇄한대. 안 나가면 우리 여기서 꼼짝 없이 죽어.”

“....”

소녀는 소년의 얼굴에서 진심을 읽었다.

‘그렇구나..’

소녀의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일상으로 받아들였던 이곳에서의 삶이 끝나는 소리였다.

+ + +

“내 손을 잡아!!”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고 복도를 질주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굳게 닫혔던 철장이 갑자기 모두 오픈이 됐다.

소년과 소녀처럼 10대의 모습을 한 아이들이 철장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다함께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입구로 보이는 곳을 발견 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황급히 자신의 옷소매를 찢은 소년이 소녀의 입을 막았다.

“숨 잠시만 참고 있어.”

소년이 입구를 막고 있는 철제문을 몸으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캉! 캉!

열리지 않았다.

후미에 있던 아이들이 픽픽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열려! 열리라고!!”

소년은 다급해졌다.

연기는 점점 소년과 소녀를 향해 다가왔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점점 절망으로 치 닫았다.

그 때.

문이 열렸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문밖으로 튕기듯이 뛰어나갔다.

문밖에는 한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옷으로 온 몸을 가린 남자였다.

그 남자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소녀는 저 남자를 알고 있었다.

하얀 방을 오고가며 한 번씩 봤던 남자였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저 남자를 ‘제로’라고 불렀다.

소녀는 제로가 비명을 지르는 걸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이 세상을 구원할 생각이다. 나와 뜻을 함께 할 자 있나?”

제로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참 포근하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몇 명의 아이가 손을 들었다.

소녀의 옆에 있던 소년 역시 손을 들었다.

소년의 손을 잡고 있던 소녀 역시 손을 들고 있는 꼴이 됐다.

“좋다.”

제로의 말이 끝나자, 손을 안 들고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

“우리가 살아남은 건,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그 말을 끝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는 제로.

살아남은 인원들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그의 뒤를 따라갔다.

+ + +

소녀에게는 가족이 생겼다.

제로는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늬만 아버지라고 제로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남은 아이들은 제로를 진심으로 아버지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제로는 인자했고,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그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소녀는 아버지를 좋아했다.

하지만 가끔 아버지가 싫을 때가 있었다.

사람을 죽여야 하는 임무를 시킬 때.

하지만 괜찮았다.

그럴 때마다 소년이 나타나 대신 해결해주었다.

아버지는 소년을 ‘라이언’이라고 불렀다.

소년은 라이언이라는 칭호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소녀는 부러웠다.

고아원에 있을 때 사용했던 이름이 있긴 했지만,

잊은지 오래였다.

0-88.

현재 소녀가 떠 올리는 자신의 이름이었다.

“지숙.”

“응?”

“지숙 어때?”

라이언이 툭 내 뱉은 말이었다.

“지혜 지, 맑을 숙. 지혜롭고 착하다.”

“지숙..”

“별로야?”

“아니..좋아. 좋아!!”

소녀에게도 이름이 생겼다.

소녀는 너무나도 기뻤다.

+ + +

시간이 흘러 소녀는 홀로서기를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라이언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내리는 임무가 너무 힘들다고 느꼈다.

사람을 죽여야 한다니.

아버지는 말했다.

‘우리가 선이다.‘라고.

‘저들은 악이다.’라고.

아버지는 세상을 구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말이 맞는 게 아닐까?

사실 소녀는 선과 악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가족이 생긴 게 기뻤고,

그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했다.

그래서 죽였다.

‘가끔.’

역시 사람을 죽이는 건 내키지가 않았다.

언제 한 번 아버지에게 잘 얘기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 + +

소녀는 오늘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꿈을 이루었다.

놀이동산이라니.

“이거.”

소녀는 오늘 만난 친구에게 물방울을 내밀었다.

친구와 헤어지는 길.

소녀는 다음에 저 친구와 동물원도 같이 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너무 좋은 친구 같았다.

+ + +

“어..?”

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가슴을 쳐다봤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파..”

소녀는 순간적으로 아버지와 라이언이 떠올랐다.

그들은 항상 소녀에게 말했었다.

‘연민. 동정. 그런 감정 따위 지워버리라고.’

소녀는 지키지 않았다.

전부 죽일 수 있었는데,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치르는 대가인 것일까.

“너무 아파..”

몸에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얼핏 어제 만난 친구를 본 것도 같았다.

옆을 쳐다보는 소녀.

아무도 없는 옥상이 보였다.

“동물원..꼭 가보고 싶었는데..”

푸슈슉-!

파공음과 함께 소녀의 몸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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