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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91화 (91/196)

잠깐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91회

박아름. 그녀는 누구인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봄을 지나 여름이 한 발짝 더 고개를 내밀었다.

6월.

곧 있으면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한 달 전 일어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일본 미야마 가문.

의문의 남자에게 멸문하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기사였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희망 찬 기사가 종종 보였다.

『미야마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타쿠야. 그리고 어린 가주. 그들은 과연 미야마 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희망 찬 기사만큼 비아냥거리는 기사도 있었다.

『야마모토 가문의 기생충이 된 미야마 가문. 야마모토 가문의 그늘에서 언제까지 목숨을 영위할 수 있을까?』

어린 가주와 타쿠야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야마모토 가문에 몸을 위탁했다.

이에 대해 내 생각은 단순했다.

샤인이 두 사람을 살려 준 이유.

‘죽일 가치가 없어서.’

충분히 미야마 가문을 끝냈다는 생각을 했을 게 분명했다.

실제로 미야마 가문은 기둥이 뽑히다 못해, 발 디딜 자리도 없어졌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을 한 모양인데.

나는 타쿠야를 떠 올렸다.

타쿠야라면 어린 가주를 어떻게 해서든 키워서 미야마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하지 않을까?

나는 들고 있던 서이란의 노트를 쳐다봤다.

얼마나 봤던지 노트가 점점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이미 노트의 내용을 머릿속에 한 자 한 자 전부 외울 지경이었다.

뭔가 서이란의 노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에, 할 게 없으면 습관처럼 펼쳐놓고 있기는 한데.

더 이상 내가 서이란의 노트에서 얻을 건 없었다.

그렇다고 서이란의 노트에 적힌 말들을 전부 이해했냐.

그건 또 아니었다.

나는 서이란이 적어놓은 11초식. 12초식. 마지막으로 13초식까지의 정보를 쳐다봤다.

내가 아는 달빛 초식은 10초식까지였다.

그 후의 초식은 서진에게 빙의 후 서이란을 통해 처음 접하는 초식이었다.

“봐도 봐도.”

잘 모르겠다.

서이란의 노트를 덮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11초식부터는 독단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조력자가 필요했다.

‘어둠 능력자’

딱 여기까지는 100% 이해했다.

그 뒤가 문제지.

나는 서이란의 노트를 옆에 던져 놓으며 기지개를 켰다.

한설휘와 피닉스가 ‘불의 계약’을 맺은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진에게 빙의 후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한 달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 덕에 한 달 동안 아침에는 박태산의 트레이닝.

오후에는 수업.

저녁에는 개별 훈련.

이러한 과정을 반복했다.

나는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서진

나이: 17세.

체력: B(10)

근력: BB(90)

지혜: B(50)

민첩: B(90)

달빛력: 10000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웅담을 먹고 훈련한 결과였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스텟이 오른 건 아니었다.

B등급부터는 요구하는 경험치가 대폭 증가해서 아무리 경험치 부스터인 웅담을 먹는다고 해서 쭉쭉 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여름방학 때 올 스텟 A를 찍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AAA라도 A는 맞으니까.

달빛력은 며칠 전에 Max를 찍었다.

딱히 한 달 동안 달빛 초식을 사용 할 일이 없다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래도 한 달 동안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금석과 정시아에 이어 한설휘와의 신뢰도 점수가 90점을 돌파했다는 사실이었다.

금석과 신뢰도 점수는 96점이었고,

정시아와의 신뢰도 점수는 94점이었다.

그 뒤를 이어 한설휘가 90점으로 90점대 라인에 합류했다.

그에 따라 한설휘의 능력을 모방이 아닌 복제가 가능해졌다.

한설휘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된 셈.

또 한 가지.

한설휘는 총 7가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는 그 중 원래 5가지를 사용 할 수 있었다.

불 소나기.

장작 태우기.

화염의 인도자.

소각.

불의 찬사.

신뢰도 점수가 90점을 돌파하면서 나머지 두 능력이 잠금 해제가 됐다.

‘불 속성 스킬 북’ 그리고 ‘활용’까지.

이 두 가지 능력은 한 세트였다.

스킬 북이 오첩반상을 넘어 뷔폐라고 한다면 ‘활용’이라는 능력은 수저나 젓가락이었다.

스킬 북에는 오만가지 화염 관련 스킬이 다 들어가 있었다.

기본적인 스킬인 ‘파이어 볼’부터 시작해서 수십 가지의 화염 스킬까지.

“스킬 북.”

시동어를 외치자 내 손에 생겨나는 불타는 책 한 권.

하나 번거로운 건 이렇게 스킬 북을 생성 후,

스킬을 사용해야 해서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책을 빠르게 넘겼다.

5서클에서 책 페이지가 끝이 났다.

5서클이 내게 허용 된 범위였다.

5서클 다음 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6서클을 열람하기에 지혜 스텟이 부족합니다. 필요 지혜 스텟은 ‘AAA(0)'스텟입니다.

그렇다.

지혜 스텟에 따라 열람 가능한 페이지가 달랐다.

한설휘의 스텟을 생각 했을 때,

한설휘는 아마 7서클까지 열람 가능하지 싶었다.

“캔슬.”

나는 스킬 북을 없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주말이었고,

서시우와 대련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동안 녀석의 상태를 종종 문자로 주고받았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서시우도 흔쾌히 수락했다.

나는 거실로 나갔다.

“잡아봐라!! 멍청한 똥개 놈들!!”

피닉스가 천장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멍멍!!

크르릉!

아래에서 뚜뚜와 레이가 성난 얼굴로 제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나는 거실에 앉아서 기말고사 대비 공부를 하고 있는 애들을 쳐다봤다.

정시아. 한설휘. 금석.

언젠가부터 여기가 아지트나 다름없게 변했다.

끼익.

화장실에서 나오는 박아름.

언젠가부터 파티원이 한 명 추가 됐다.

“에베베~ 에붸붸~”

피닉스가 침을 튀기며 뚜뚜와 레이를 약 올렸다.

녀석의 침이 애들이 공부하고 있던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치이익.

책에 구멍이 뚫리며 녹았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정시아.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너!! 내가 한 번만 더 침 튀기면 기름에 튀겨버린다고 했지!!”

“튀겨? 이 몸을? 에퉤퉤퉤!”

침을 무더기로 발사하는 피닉스.

조용히 손을 들어 피닉스의 침을 막은 한설휘가 한 숨을 쉬며 천장을 쳐다봤다.

“닉스. 공부 좀 하게 사라져주면 안 돼?”

“어엇?!”

충격을 받은 피닉스.

“왜 자꾸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와서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어어엇?!”

피닉스가 양 날개로 눈을 가리며 힘없이 말했다.

“갈게..”

파사삭.

불길과 함께 모습이 사라진 피닉스.

여기 있는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뚜뚜와 레이까지도.

멍멍.

크르릉.(저 새끼 또 연기하네.)

“너 어디가?”

자리에 앉으며 묻는 정시아.

“동생 좀 만나러.”

“너 근데 진짜 공부 안 해도 돼? 아니 중간고사 때도 그렇고 교과서 펴는 걸 본 적이 없네.”

피닉스 때문에 선 날이 나를 향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나도..나도..데려가.”

금석이 간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가볍게 묵살했다.

8월 달에 시작하는 ‘학교 대항전’에 같이 나가기 위해서는 금석은 이번에 꼭 전교 50등 안에 들어야 했다.

적어도.

“올 때 메로나.”

“나는 쌍쌍바.”

기숙사를 나섰다.

+ + +

대련실로 가기 전, 간호실을 들렀다.

“서~진. 주말에 어쩐 일이야?”

어찐 일이긴.

훈수 포인트 쌓으러 왔지.

“주말인데 간호실에 계시네요?”

내 말에 들고 있던 간호 차트를 눈으로 가리키는 신지수.

“정리할 게 있어가지고. 근데 진짜 어쩐 일이야? 어디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아름이 어쩌고?”

“교관님 보러 왔죠. 아름이는 애들이랑 공부하고 있어요.”

“너 요새 수상해.”

“뭐가요?”

“아니 간호실을 너무 자주 들락날락 하잖아. 설마..”

자신의 몸을 양 손으로 가리는 신지수.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금석. 정시아. 한설휘.

세 사람에 이어 나는 다음 타겟으로 채린이 아닌 신지수로 정했다.

채린은 신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나기가 힘들기도 했고,

아무래도 치유 능력이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신지수에게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름이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서요.”

“우리 아름이? 너 설마..”

“뭐가 자꾸 설마에요?”

“아..쏘리. 요즘 너무 외로워서 생각이 다 그 쪽으로 가네.”

“박태산 교관님은요?”

“그 놈 얘기는 꺼내지도 마. 아름이에 대해 뭐가 궁금한데? 내가 아는 선에서는 물어보면 대답해줄게.”

나는 질문에 앞서 그녀가 들고 있는 차트를 뺏어서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렸다.

“무슨 짓이야?”

“치마가 너무 짧아서요.”

“오호~이 녀석~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해서든 내 팬티나 가슴 보려고 아주 지랄 염병을 하는데. 역시 서진~ 이 녀석~”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나는 옆에 보이는 의자를 끌어와 신지수 앞에 앉았다.

아름이는 간호실에 오기 위한 핑계거리였다.

하지만 실제로 궁금하기도 했다.

아름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으니까.

치유 능력자라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엮일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까지 엮인 이상 그녀의 능력을 알아두고 싶었다.

“너 그거 알아?”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입을 연 신지수.

“영도 말이야. 춘추전국시대 개막했다고 내가 전에 그랬잖아.”

그랬다.

내게 패배 후 박아름의 아버지인 박대식은 왕권에서 물러났다.

호랑이가 물러난 밀림은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였다.

“근데 이번에 새로운 왕이 정해졌대.”

“....”

“이름이 뭐라더라..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사람들이 대머리 신사라고 부르던데?”

‘의외네.’

대머리 신사는 처음 영도를 갔을 때 파초선을 가지고 나와 기 싸움을 했던 녀석이었다.

녀석은 영도에서 서열로 따지면 3위에서 4위 정도였다.

그런데 녀석이 왕이 되다니.

‘하긴. 여우같은 새끼니까.’

“박대식한테는 연락 없어요?”

“응. 전혀. 근데 너는 친구 아버지한테 박대식이 뭐니, 박대식이. 쫌 이름으로 부르는 게 정감가기는 하네. 대식이.”

“그렇죠?”

“뭐가 그렇죠야. 아름이 앞에서는 말조심해. 티는 안 내도 박대식 연락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과연 그럴까.

잘 모르겠다.

새장 안의 새로 만든 장본인이 아버지라는 이유로 보고 싶을까?

“자, 이제 질문해.”

“아름이 능력이요.”

“능력?”

“네. 아름이 능력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신가 하고요.”

치유 능력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치유 능력에 비중이 높은 능력자가 있는 반면 버프 능력에 비중이 높은 능력자가 있었다.

혹은 디버프형 치유 능력자도 있었다.

신지수는 여러 가지 요소가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치유 능력자였다.

‘치유’라는 치유형 능력.

‘사랑의 불주사’라는 버프형 능력.

‘강제 수면’이라는 디버프형 능력.

첸도 균형 면에서 신지수와 비슷했다.

하지만 첸은 신지수의 상위호환 같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아름이 능력은 왜 궁금한데?”

그야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앞으로의 계획에 박아름을 포함시킬지 제외할지 정하니까.

“그냥요.”

“흠..”

내 말에 머리를 뒤로 한 번 넘기는 신지수.

“아름이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해주던데요?”

“잘 아네.”

“....”

“본인이 말 안하는 걸 내가 말하면 쫌 그렇잖아?”

“교관님도 잘 모르시는 건 아니죠?”

움찔.

신지수의 동공이 약하게 흔들렸다.

탁.

무릎에 덮고 있던 간호 차트를 들어 내 머리를 때리는 신지수.

“궁금한 거 다 물어봤으면 나가. 나도 빨리 끝내고 주말을 즐겨야 하지 않겠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훈수를 뒀다.

“박태산 교관님은 ‘패 죽이고 싶은 놈이 생겼다’ 같은 격투 영화 별로 안 좋아해요.”

“가..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는 턱으로 책상에 있는 영화 티켓 두 장을 가리켰다.

“박태산 교관님 영화 취향은 은근히 야한 멜로 영화입니다. 교관님. 그럼 이만.”

“..확실해?”

“예. 저 예언 능력 있는 거 아시죠? 저녁에 박태산 교관님이 영화관에 먼저 도착해서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이라는 영화 팜플랫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나는 일부러 머리를 잡고 텔레파시를 쏘는 것 같은 연출을 했다.

“아..보고싶다. 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하는데요?”

“오호라..”

내 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신지수.

모른다.

두 사람이 몇 시에 만나는지.

박태산 교관의 영화 취향이 뭔지.

그냥 지금 시간이 오후였기에 당연히 약속은 저녁일거라고 생각을 했고.

영화는 그냥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말했다.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걸 몇 번 모니터로 본 적이 있었다.

세상 세상 그렇게 재미없는 데이트가 또 있을까 싶었다.

‘야한 영화를 보다보면 성인 남녀가 불끈불끈 안 하고 배기겠어?’

간호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 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내가 또 기브앤테이크 정신이 뛰어나단 말이지. 아름이 말이야. 다른 건 모르겠는데 치유 능력 하나만큼은 나 보다 더 뛰어나.”

신지수 보다 치유 능력이 뛰어나다라.

박아름의 능력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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