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선 상태 창을 열었다.88회
피닉스
-이름: 서진
나이: 17세.
체력: BB(50)
근력: BB(20)
지혜: B(10)
민첩: B(43)
달빛력: 1200
"와..“
나는 감탄했다.
달의 호흡을 체화했을 뿐인데.
‘근력이랑 체력 스텟은 3단계나 레벨 업 했고, 지혜랑 민첩은 2단계나 레벨 업이라니.’
하루아침에 B급 스텟을 손에 넣게 됐다.
서이란이 왜 그렇게 달의 호흡을 강조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서이란 만세!!”
크르릉!!
내가 갑자기 미친놈처럼 양 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지르자 레이가 사납게 짖으며 내 주변을 뛰어다녔다.
[달빛력이 30 증가합니다.]
뿐만 아니라 달빛력 증가하는 속도가 3배 정도 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달빛력을 쌓는 데, 제한이 있는 점이었다.
‘1만.’
달빛력이 생긴 시점부터 상향선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1만이라면 사실 아쉬워 할 수치도 아니었다.
낮은 초식 하나를 사용하는데 사용 되는 달빛력이 200~300정도의 달빛력을 잡아먹는 걸 감안하면 1만이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현재 달빛력이 오르는 수치를 보니 한 달 동안 달빛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1만이라는 숫자를 채울 것 같았다.
“크흐흐..크하하하!!”
크르릉!!(왜 그래 미친놈아!!)
나는 이 세상을 구하는데 5년여의 시간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러면 얘기가 다르지.’
이렇게 급속 성장을 300캡슐에 이어서 또 하다니.
“될놈될인가!! 아하하하!!”
급기야 내 다리를 무는 레이.
“우리 레이. 우쭈쭈. 이리와.”
레이를 잡으려고 했다.
멀리 도망가는 레이.
크르릉.(아프면 병원 가.)
“안 아프지롱~ 아, 맞다.”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오늘 한설휘의 정체기를 해소하러 가기 위해서는 아이템 하나가 필요했다.
‘아이템 방’ 문을 열었다.
현재 내 훈수 포인트는 대략 ‘12000p’ 정도가 있었다.
일본에서 이것저것 하느라 포인트를 다소 사용했지만,
지숙이 죽은 직후 ‘초강수’라는 메시지와 함께 ‘3000p’가 들어왔다.
그래서 포인트가 꽤나 많았다.
“지숙..”
그녀를 떠 올리자 괜찮아졌던 마음이 다시 무거워지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성심이 착하다고는 해도 그녀가 가는 길은 선이 아닌 악의 길이었다.
그녀를 살려뒀으면 추후에 발생할 이런저런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결정적으로 그녀는 한설휘를 포함 한태문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여자였다.
하얀 도화지에 뿌려진 검은 물감은 다른 색으로 덮는 게 힘든 법이었다.
나는 생각을 지우며 필요한 아이템을 골랐다.
-염옥의 불꽃-
색깔이 붉은색을 넘어 파란 빛을 띠고 있는 불꽃이었다.
“아 뜨뜨..”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뜨거웠다.
내게는 속성 반지뿐만 아니라 한설휘의 ‘불의 찬사’라는 불 속성 친화력이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염옥의 불꽃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하는 수 없이 ‘제빵사의 특제 장갑’을 500p 주고 구입했다.
“그래도 뜨겁네.”
하지만 만질 수는 있을 정도였다.
나는 곧바로 꺼낼 수 있게 아이템 방을 나와 하얀 방에 염옥의 불꽃을 내려놨다.
“이런 주먹만 한, 불꽃이 3000p나 한다니.”
포인트 시세를 누가 정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도덕이 없는 놈이 분명했다.
“하리부는 1200p면 웅담을 주기라도 하지.”
나는 제빵사의 특제 장갑을 벗어서 염옥의 불꽃 옆에 던졌다.
도합 3500p를 썼다.
이 정도는 한설휘에게 투자 할 만했다.
그녀는 장차 화력을 담당한 인재가 될 테니.
나는 포인트 상점을 닫았다.
+ + +
레이를 기숙사에 데려다놓고 잠깐 쉬다가 한설휘를 만나러 나갔다.
“잠 푹 잤나봐?”
“응?”
“얼굴이 되게 뽀샤시 해.”
“....”
나는 옆에 보이는 건물 창문을 쳐다봤다.
한설휘의 말대로 화장품이라도 바른 것처럼 얼굴에 광택이 났다.
“너 체격도 조금 커진 것 같은데?”
스텟이 상승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달의 호흡 영향이었다.
“근데 우리 어디 가?”
“가보면 알아.”
“어디 가는데 비행기까지..”
나는 한설휘의 입에 손을 갖다 댔다.
“군 말 없이 내가 가는 길 따라가기로 했잖아.”
“그렇긴 한데..”
우리의 목적지는 제주도.
제주도의 한라산이었다.
+ + +
한라산은 내가 살아 있을 때나, 이 세상이나 관광지로 유명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세상의 한라산은 활화산이었다.
그것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한라산의 화구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백록담.
그곳은 용암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는 곳이었다.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금지 구역’과 ‘접근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
그 앞에 서 있는 우리.
“설마 여기 들어갈 건 아니지?”
내가 대답이 없자, 내 팔소매를 잡고 흔드는 한설휘.
“서진아?”
나는 계속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다.
한라산은 관광지로 유명한 만큼 관광객이 많았다.
그 탓에 금지 구역을 지키고 있는 경비도 여러 명 있었다.
여태까지 내가 출입한 금지구역과는 달랐다.
하리부가 있는 곰 왕국.
레인보우 새가 있는 하늘산.
두 곳은 유동 인구도 경비도 없었다.
그래서 왔다 갔다 하기가 편했는데.
‘슬슬 신호가 올 때가 됐는데.’
경비에게 친절을 베푸는 척 설사약을 탄 커피를 건넸다.
이 사실은 나만 알고 있었다.
한설휘는 범생이라 이런 행동을 용납안 할 게 분명했다.
예상대로 갑자기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비.
주변을 살피더니 빠른 걸음으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뭐가 지금이야?”
“안겨.”
“응?”
“빨리. 시간 없으니까.”
내 말에 머뭇거리며 나를 끌어안는 한설휘.
향긋한 그녀의 채취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더 꽉 잡아.”
“왜 그러는데. 설명을 해 줘.”
세게 내 몸을 껴안는 한설휘.
‘플라이.’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어? 뭐하는 거야!!”
내 품에 안겨 있는 한설휘가 소리를 질렀다.
“정체기 해소하고 싶다며?”
“아니 그거랑 이거랑..꺄악!!”
놀이기구는 잘만 타더니.
내 품에 얼굴을 파묻는 한설휘.
나는 그대로 날아올라 백록담의 언덕 가장자리에 한설휘를 내려놓았다.
나를 째려보는 한설휘.
“설명해. 설명하라고!!”
윽박을 질렀다.
“너 내가 금지 구역 간다고 했으면 안 따라 왔을 거잖아. 아니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긴 대체 왜.. 아니..”
한설휘가 백록담을 내려다봤다.
용암이 들끓고 있었다.
그곳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장난이 아니었다.
“내려가자.”
한설휘가 단호하게 말하며 나를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뭔가 죄 짓는 느낌이 들어.”
모범생도 가끔 일탈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한설휘의 표정을 보니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그건 한설휘의 얼굴 표정이었다.
나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한설휘를 성장시키기 위해 3500p나 사용했다.
그녀가 좋든 싫든 그녀는 오늘 성장을 해야 했다.
3500p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녀가 성장을 하면 내게 도움이..
‘사실 3500p가 아깝..’
아무튼.
“성장하고 싶다며. 정체기 해소하고 싶다며.”
내 말에 단호하던 그녀의 눈빛이 약하게 흔들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까지가 뭔데?”
“..응?”
“우리가 금지구역 넘어온 거 말고 또 한 게 있어?”
“그건 아니지만 금지구역 넘어온 것 자체가..”
“한설휘.”
“말해.”
“가끔 사람은 말이야.”
나는 한설휘의 어깨를 잡았다.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
“세상이 다 NO라고 할 때 YES라고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야.”
“너..너.. 어깨에서 손 치워. 손 치워어!!”
나는 손에 힘을 줬다.
내 근력 스텟은 이제 한설휘에 비해 밀리지 않았다.
“아니..무슨 힘이..”
애쓰는 한설휘를 보며 용암 너머 벽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동굴 같은 거 보여?”
“동굴이고 뭐고 손부터 치우라고!”
“저기로 갈 거야.”
“갈 거면 너 혼자 가. 나는..꺄악!!”
한설휘를 들고 플라이를 시전 했다.
“내려줘. 내려줘어!”
한설휘가 내 품에서 발버둥 쳤다.
“여기서 내리면 아무리 너라고 해도 바로 몸 녹을 걸?”
우리는 현재 용암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내 말에 아랫입술을 씹으며 나를 노려보는 한설휘.
나는 유유히 동굴 입구로 날아갔다.
“나쁜 새끼!”
내려놓자마자 한설휘가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다 끝나면 때리던가 해.”
다 끝나면 손이 아니라 입술로 나를 때리고 싶어질 거니까.
같이 온 게 한설휘가 아니라 정시아였으면 어르고 달랠 필요가 없었다.
정시아였다면 앞 장 서면서 ‘어디야! 어디로 가면 돼!’라고 했을 게 분명한데.
“따라와.”
우리의 온실 속 공주님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고개를 홱 돌려 용암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부러워했잖아.”
내 말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한설휘.
용암 때문인지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금석에게는 뚜뚜가 있고. 나한테는 레이가 있고.”
“....”
“정시아도 실존하진 않지만 블랙맘바라는 코브라를 소환할 수 있고. 그래서 나한테 부럽다고 했잖아.”
“그 말이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
“따라 와. 가보면 알아.”
나는 동굴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로 약하지만 한설휘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하리부의 서식지처럼 제법 넓은 공간이 나왔다.
바닥에 웅덩이처럼 군데군데 용암이 깔려 있었고,
천장에서 용암이 군데군데 바닥을 향해 흘러내렸다.
조심만하면 용암을 피해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공간의 한 가운데에는 연못처럼 용암이 한데 모여 들끓고 있었다.
용암 연못.
그 한가운데에 가만히 눈을 감고 몸을 담그고 있는 생물이 하나 있었다.
생김새가 꼭 새와 유사했다.
용암 밖으로 튀어나온 머리 주변으로 벼슬 대신 불길이 휘날렸다.
내 옆으로 다가온 한설휘도 그 모습을 확인 했는지 손으로 입을 막았다.
“휘뚜루~ 마뚜루루~”
우리의 존재를 파악 못했는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녀석.
“뚜루루~ 마로로~”
정체불명의 노래 한 소절을 부른 녀석.
내친김에 2절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몸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존재라네~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 휘뚜루~ 나의 불길은 마뚜루~ 휘뚜루~ 나의 불길은 휘뚜루~ 마뚜루~”
2절을 끝낸 녀석.
흡족한 얼굴로 용암에서 몸을 일으켰다.
전신이 손바닥만 할 정도로 작았다.
녀석의 몸에서 얼굴과 마찬가지로 불길이 휘날렸다.
보고 있으면 몸이 그냥 불길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전체적인 모습은 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날개로 보이는 불길을 퍼덕이는 녀석.
“꾀꼬리 놈이 내 노래 들으면 꾀꼬닥 하겠구만~ 우후후~”
자화자찬을 하며 용암 위를 스케이트 타듯 움직였다.
녀석의 얼굴은 불길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눈과 입이 존재했다.
눈을 뜬 녀석.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
“....”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는 녀석.
자신의 몸을 힐끔 쳐다봤다.
“웨..웬 놈이냐!!”
버럭 소리를 지르며 용암에 다시 몸을 담갔다.
“이미 다 봤는데?”
“그..그래?”
내 말에 고개를 용암 밖으로 내미는 녀석.
“내 노래도 들었냐?”
“응.”
“어때?”
“꾀꼬리가 꾀꼬닥 하겠던데?”
“그렇지? 역시 내 그럴 줄..아니. 근데 너희가 여긴 어떻게.. 아니 그 보다 너희 누구야? 아니 우선 어떻게 여기를 들어 왔지? 아니, 뭐가 먼저야?”
“보통 이럴 때는 누구냐!고 묻는 게 보통이긴 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 하긴 했어. 누구냐!! 아니 잠시만 기다려봐.”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는 녀석.
용암 밖으로 날아올랐다.
녀석의 몸이 갑자기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독수리처럼 몸이 커진 녀석.
다시 한 번 외쳤다.
“누구냐!”
한설휘가 내 얼굴을 쳐다봤다.
표정이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듯이 절박해 보였다.
이곳에 온 이유.
그리고 한설휘의 동반자가 되어 줄 친구.
‘조금 병신력이 있긴 하지만..’
나는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피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