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82화 (82/196)

표정이 점점 사나워지기 시작했다.82회

아이템 박람회

수학여행 3일차 아침이 밝았다.

만물상의 아이템 박람회가 개최 되는 날이었다.

민족대이동을 하는 것처럼 참으로 부산스러운 아침이었다.

오늘 리조트를 떠나 도쿄 인근에 있는 호텔로 숙박업소를 옮기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제 미처 다 싸지 못한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나는 딱히 쌀 짐이 없었다.

그래서 캐리어를 끌고 리조트 앞에 나와 보니 나 혼자였다.

잠시 후,

나처럼 짐이 그다지 없는 금석이 현관에서 나왔다.

“야, 괜찮아?”

내 물음에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금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뚜뚜 능력 ‘크기 변환’ 말고 또 있어?”

고개를 젓는 금석.

“그래?”

“엉. 근데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새로운 능력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무슨 행동하는데?”

“이갈이를 하더라고.

“....”

그야 당연히 뚜뚜는 강아지니까.

“너 설마 뚜뚜한테 물어뜯기 같은 능력 생기면 사용할 건 아니지?”

먼 산을 쳐다보는 금석.

‘에이 설마.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있지.’

그래도 금석이라면 혹시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금석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학생들이 한 두 명씩 리조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틈에 정시아와 한설휘 역시 끼어 있었다.

“여어~”

정시아가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내추럴한 복장이 아닌,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위아래 밝은 색 의상을 입고 있는 정시아.

머리에는 선글라스까지 올리고 있었다.

한설휘 역시 복장이 정시아처럼 샤랄라했다.

입고 있는 분홍색 꽃 치마가 봄 처녀처럼 보이게 했다.

“너희 복장이 왜 그래?”

“그러는 너희야말로 복장이 왜 그래?”

내 말에 오히려 이상한 건 우리라는 듯 말을 하는 정시아.

나는 평상시처럼 검은 티에 검정바지.

금석 역시 나처럼 티 하나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오늘 도쿄 가잖아. 도~쿄.”

“그게 왜?”

“어휴. 말을 말자.”

정시아가 다른 애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설휘가 나를 흘깃 보더니 정시아를 따라갔다.

어제 유우리가 내 손을 오래도록 잡고 있었던 것 때문에 질투인지 뭔지 살짝 기분 상해 있는 한설휘였다.

“석아. 너는 여자 만나지마라. 후.”

내 말에 돌을 주워 앞에 보이는 버스 바퀴를 맞추며 놀고 있던 금석.

곰곰이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한 마디 했다.

“싫다.”

그러면서 자신의 손에 감긴 붕대를 매만졌다.

‘이 자식. 진짜 아름이 좋아하나본데?’

금석이 돌 던지는 걸 구경하고 있을 때 신지수가 박아름과 함께 다가왔다.

“서~진~아~”

“....”

어제 신지수는 혼자 롤러코스터를 탔다.

3경기와 4경기 때 급 내리막을 가다가 내가 승리함으로써 한 번에 정상 궤도에 올랐다.

그녀의 감정.

그리고 돈.

이 두 가지 요소가.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계속 나를 보면 예뻐서 죽으려고 했다.

나는 달라붙으려는 신지수를 떼어냈다.

“교관님.”

“응?”

“그래서 어제 얼마 버셨는데요?”

“간신히 적자를 면한 정도? 다 저..저..”

신지수가 금석에게 삿대질을 하려다가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손을 내렸다.

“손 괜찮아?”

“어..엉.”

금석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박아름.

덥석 금석의 손을 잡았다.

“어..엇..”

금석의 몸이 경직 됐다.

“회복력이 좋아서 물집은 더 안 나네.”

금석의 손을 이리저리 살피던 박아름.

고개를 갸우뚱하며 금석을 쳐다봤다.

“너 얼굴 왜 그렇게 빨개? 열 나?”

이번에도 덥석 금석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박아름.

금석의 얼굴은 홍당무를 넘어 얼굴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아름아. 아무래도 너 때문인 것 같은데?”

신지수가 말을 하며 박아름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우리는 챙길 게 조금 남아서 이만 간다~”

신지수가 박아름과 함께 떠났다.

나는 금석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숨 쉬어도 돼.”

“크허어억...”

내 말에 금석의 얼굴 혈색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자 만날 수야 있겠냐? 포옹이라도 했다가는 심장마비로 죽을 기세구만.”

“포..포옹?”

내 말에 금석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뽀뽀?”

“크흡..”

금석의 코에서 터져 나오는 코피.

“섹..”

말을 하려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무리 때문에 입을 다물고 그 쪽을 쳐다봤다.

코코로 교관과 어제 대련을 했던 학생들이었다.

“크흠.”

아무도 관심을 안주자 입에 손을 올리며 헛기침을 하는 코코로 교관.

그를 발견하고 미간을 좁힌 박태산이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아니 그냥..”

코코로 교관이 뒤에 서 있는 일본 학생들을 쳐다봤다.

“애들이 그 쪽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지 뭡니까. 참 예의도 바르지요?”

일본 학생들을 쳐다보는 박태산 교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제 대련했던 상대에게 달려가는 학생들.

“서지나!”

유우리가 내 곁에 다가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한설휘가 있는 곳을 힐끔 쳐다봤다.

한설휘도 어제 대련했던 터라, 일본 학생과 마주하고 있었다.

“오늘 떠난다며. 힝.”

유우리가 입술을 앙다물며 애교스럽게 삐죽 내밀었다.

어제 대련이 끝난 후, 잠시였지만 그녀와 얘기를 나눴다.

얘기라기보다는 유우리에게 이런 저런 훈수를 가장한 조언을 해줬다.

그 때 부쩍 친해졌다.

“다음에 한국 놀러 가면 꼭 다시 대련해주기다?”

“응.”

“좋아! 다음에는 꼭 이길 거야. 각오해!”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유우리.

꼭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이 말하고 행동했다.

일본 사람에 대한 그런 프레임이 내게 씌어져 있는 것도 같았다.

“오늘 우리도 아이템 박람회 가는데 혹시라도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줘야 돼. 알겠지?”

“응.”

“근데 우리는 오후 늦게 가서.. 마주칠 확률이 크진 않을 것 같지만..우리가 운명이라면..”

무스비 같은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한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지 유우리가 헤실헤실 웃으며 내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

“또 봐!”

“응.”

유우리가 코코로 교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근데.

“너희 뭐하냐?”

유우리가 내게 온 시점부터 옆에서 두 남자가 서로 먼 곳을 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남자끼리도 서로 쑥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인 것 같았다.

금석과 야마모토 류진.

밀당을 하는 남녀처럼 한 번씩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만 볼 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이! 류진! 멀었냐!”

코코로 교관의 목소리에 쉼 호흡을 한 차례 하는 류진.

몸을 금석이 있는 쪽으로 홱 틀었다.

“어이.”

금석 역시 몸을 돌려 류진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일본 측에 꽤나 유능한 치료 능력자가 있는지 류진의 얼굴이 말끔했다.

“어제는 굉장했다.”

“....”

“물론 내가 방심한 게 크지만. 어쨌든 날 이긴 남자는 류헤이 말고 네가 처음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3자 말하듯 말하는 류진.

주먹을 들었다.

“너를 내 라이벌로 삼아주겠다.”

류진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왜 옆에서 보고 있는 내 손 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지?‘

나는 금석을 쳐다봤다.

과연 금석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너를 내 시다바리로 삼아주겠다.”

“시..시다바리?”

주먹을 들어 류진의 주먹을 친 금석.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내가 어제 이겼는데 라이벌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번개 머리?”

“그..그건 내가 어제 방심을..”

“어이! 류진! 이제 가야 돼!!”

“칫..”

코코로 교관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던 류진.

뒤를 돌았다.

“내가 널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한테도 지지마라!! 알겠냐!!”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는 류진.

금석 역시 아무 말 없이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씨익 웃으며 코코로 교관에게 달려가는 류진.

단세포끼리는 역시 통하는 게 있는 것인가.

“준비 다 됐으면 버스에 탑승해라!”

박태산 교관의 말에 학생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버스에 타기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내 옆을 지나가는 한설휘.

일부러 손에 들고 있는 편지와 초콜릿을 과시하며 지나갔다.

“....”

자세히는 못 봤지만 편지 봉투 초콜릿에 일본어가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일본 학생이 아까 준 건가?’

피식.

이런다고 내가 질투를 느낀다고 생각하면.

나는 멀어져가는 일본 학생들을 쳐다봤다.

“달빛 초식 제..”

“서진?”

박태산이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버스에 안 타고 뭐하나?”

“..예.”

버스에 탑승했다.

+ + +

도쿄로 가는 버스 안은 김해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보다 더 시끄러웠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다가 서울로 가는 셈이니,

이해는 한다만.

나는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의 볼륨을 높였다.

첫 날. 이튿날.

두 날은 마음이 평온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아니었다.

도쿄에는 지숙이 있었다.

긴장을 한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지숙이 다른 간부와는 달리 선한 마음을 가지고는 있다고 해도,

그녀는 엄연히 레볼루션 간부였다.

어떤 사건, 사고가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 얌전히 미야마 가문의 손에 죽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 + +

호텔에 도착했다.

간단히 호텔에서 중식을 해결 한 후, 우리는 아이템 박람회로 향했다.

“와..”

“진짜 커.”

아이템 박람회 입구.

아이들이 감탄사를 내 뱉었다.

공장부지에 박람회 건물을 세웠으니 크기가 큰 건 당연했다.

하지만 더 굉장한 건 이제부터였다.

박람회 안에 발을 딛는 순간 없던 탐욕도 생기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터였다.

나는 입구로 들어서기 전,

입구 주변과 박람회 외곽에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미야마 가문의 사무라이들을 쳐다봤다.

눈을 부릅뜨고 사주경계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특색은 보이질 않았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럴 예정이었다.

“들어가면 우리 말고도 관람객이 있으니,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않도록 주의해라.”

“네!”

“네에!”

학생들이 유치원생처럼 줄줄이 박람회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마지막으로 박람회 안으로 들어간 나.

감탄 대신 기가 질린다는 얼굴로 박람회 안을 쳐다봤다.

S~E등급까지.

각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그런데 만물상 이 미친놈이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로비에 대놓고 S급 아이템 몇 개를 진열 해 놨다.

그래서인지 들어서는 사람마다 곧바로 입을 쩍 벌렸다.

“이 맛이지. 이 맛이야.”

2층 난관에서 1층 로비를 보고 있는 만물상.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것도 관음증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라면 A급과 S급 아이템만 구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학여행 첫 날, 획득한 쪽지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로비를 지나 E급 아이템이 진열 돼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빠르게 훑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으면 몇 초간 쳐다봤다.

D급 아이템 진열관으로 넘어갔다.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아이템이 아니면 곧바로 스킵 했다.

그렇게 해도 워낙 진열 돼 있는 아이템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단축 됐다.

아이템 등급이 올라가면 갈수록 아이템의 수가 반으로 자른 듯 줄었다.

A급까지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S급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급에 비해 S급은 문전성시였다.

총 50개의 아이템이 진열 돼 있었다.

워낙 만물상이 보따리에 짱 박아둔 아이템이 많다 보니 나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300 캡슐-

이라고 적혀 있는 아이템이었다.

동그란 볼 안에 캡슐 하나가 덩그러니 들어있었다.

나는 만물상이 간략하게 적어놓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우리 아이. 성장이 더디다고요? 걱정 노노해! 이거 한 알이면 걱정 끝! 먹는 순간 보너스 스텟 300포인트가 띠용~!]

정보 밑에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더 있었다.

-B급 이하 스텟만 보너스 스텟이 적용 됨. A급 이상은 효과 없음.

이곳에 있는 어느 아이템 보다 내게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보너스 스텟이라니.

그것도 무려 300포인트.

300포인트라 함은 스텟 레벨 업 세 번을 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손 안대고 코를 흥 하는 정도를 넘어섰다.

“아이템 설명만 보면 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호주머니에 있는 블랙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아버지는 분명 말했다.

S급 아이템을 사도된다고.

‘오늘인가. 오늘이 장날인가!!’

나는 만물상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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