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80화 (80/196)

누가 이길까나.80회

한일전

실력이나 상성으로만 따지면 류진이 금석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금석에게는 류진에게는 없는 요소가 몇 가지 있었다.

투지. 근성.

거기다가 내가 해 준 조언까지.

충분히 비벼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제(雷帝), 류진.

현재는 그저 일본에서만 화제가 되는 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시점부터 그의 화제성과 실력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력이 절정을 찍었을 때.

류진은 세계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조심성이 부족하고 성급하고 화끈한 성격 탓에 스스로 자멸과 고독의 길을 걸어가는 캐릭터였다.

“시작해라.”

시작 신호가 울렸다.

나는 분명 금석에게 시작하자마자 류진에게 달려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류진에게 달려드는 건 전기 파리채에 달려드는 파리처럼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금석은 곧장 류진에게 달려들었다.

치직. 치직.

금석의 주먹이 류진의 몸에 닿을 때마다 스파크가 튀었다.

금석은 분명 전생보다 현시점에서 훨씬 강해진 건 맞았다.

나라는 존재.

박태산이라는 존재.

여러 존재의 도움들로.

그 때문에 여전히 움직임이 단순하고 투박했지만, 잘 깎은 돌처럼 제법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더군다나 금석은 또래 중 체력과 근력 스텟이 탑 급이었다.

금석의 공격을 받아내는 류진의 인상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공격하는 금석의 주먹이 분명 전기로 인해 새까맣게 그을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하물며 하는 공격이 하나하나가 전부 묵직하다 못해 파괴적이었다.

이러다 정타 한 대 맞으면 위험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인지 전격을 발산하며 금석과 거리를 벌리는 류진.

“역시 생긴 대로 무식한 타입이네.”

간단하게 감상평을 말하는 류진.

“간지럽네.”

류진처럼 주먹을 돌리며 감상평을 말하는 금석.

금석의 말에 기가 찬 다는 듯이 턱으로 금석의 손가락을 가리키는 류진.

“네 손을 봐라. 그게 간지럽다고?”

자신의 손을 쳐다보는 금석.

검게 그을린 손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기가 물었나본데?”

“푸하하!! 미친 자식.”

두 사람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디 한 번 모기가 무는 것 같은지, 느껴봐라. 낙뢰(落雷).”

금석의 머리 위 허공이 꾸물거리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크르르!

크르!

낙뢰 여러 가닥이 떨어졌다.

낙뢰의 속도는 예측을 한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고스란히 낙뢰를 뒤집어 쓴 금석.

“교관님!!”

금석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경기장으로 난입하려는 박태산을 불렀다.

나를 쳐다보는 박태산.

나는 난입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스턴을 당한 것처럼 제 자리에 굳어버린 금석.

손가락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뒤로 한 발 물러서는 박태산.

나는 금석을 쳐다봤다.

류진이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최대 출력으로 공격을 했다면 금석은 ‘자기 치유’ 능력 때문에 죽진 않겠지만 최소 중상이었다.

하지만 류진은 최대 출력을 내지 않았다.

아무리 막무가내라고는 해도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놈은 아니었다.

나는 궁금했다.

금석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 달려들지 말라고도 했고, 낙뢰를 피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이어이~ 괜찮은 거냐?”

류진이 거들먹거리며 물었다.

꿈틀꿈틀.

손가락을 시작으로 시스템을 재부팅 한 것처럼 서서히 생기를 되 찾아가는 금석.

낙뢰로 인해 몸이 뻣뻣해진 것인지 목을 가볍게 좌우로 움직이며 한 마디 했다.

“마사지사냐?”

“..뭐라고?”

“마사지 잘 받았다.”

“너 그러다 진짜 골로 가는 수가 있어.”

콧방귀를 뀌는 금석.

“그건 내 전문인데. 골로 보내줘?”

“와~”

박수를 치는 류진.

“패기 하나는 멋지다. 인정. 근데.”

손을 드는 류진.

“패기 하나로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불가능이지~ 딱 보니까 너 격투가 타입인 것 같은데.”

다시 금석의 머리 위의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내가 너 같은 애들 한 둘 상대해 본 줄 아냐? 패기로 어디 한 번 버텨보던지. 패기는 말이야.”

낙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도합 다섯 번의 낙뢰.

“약자가 강자에게 가지는 열등감을 순화한 말이나 다를 바가 없거든.”

금석의 무릎이 구부러지려고 했다.

“패기가 좋으면 뭐하냐고~ 실력이 쥐똥인데~ 아앙?”

위태위태하게 무릎과 함께 상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버텼다.

더 나아가 한 발. 한 발.

천천히 류진을 향해 발을 뻗었다.

“맷집 보소? 코끼리도 다섯 번 연속으로 맞으면 개 거품 물고 쓰러지는데. 오케이. 더 매콤한 걸로 먹여줄게.”

이번에는 양 손을 드는 류진.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러다 황금돌대가리 머리에 안테나 생기겠어.”

옆에서 정시아가 걱정스레 말했다.

정시아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진영에 있는 학생들이 걱정과 우려 섞인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누가 봐도 금석은 더 이상 류진의 공격을 받아낼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금석은 꿋꿋하게 한 발 한 발 류진을 향해 다가갔다.

“박태산 교관.”

박태산 교관에게 다가오는 코코로 교관.

“경기를 중단해야 할 것 같은데. 류진이 한 번 흥분하면 파워 조절을 못해서 말이지. 이러다..”

“아직 입니다.”

박태산이 말을 하며 팔짱을 꼈다.

나처럼 금석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아직이라고 말 했습니다.”

“....”

코코로 교관이 미친 놈 보듯이 박태산 교관을 쳐다봤다.

“혹여 당신네 학교 학생이 잘못 되도 저희 책임이 아닌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박태산 교관?”

“알겠으니까 입 좀 다무시죠.”

코코로 교관이 ‘빠가야로’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자신네 진영으로 걸어갔다.

우리의 시선은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라이트닝(Lightning).”

한 마디에 류진의 양 손에서 터질 것처럼 많은 양의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쇼크(shock)”

한데 응어리진 터지듯 금석을 향해 뻗어나갔다.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금석.

갑자기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

“뭐야, 어디 갔어?”

아이들이 눈을 비볐다.

사라진 게 아니었다.

나는 금석의 발이 있던 부근을 쳐다봤다.

그곳에 어린 뚜뚜처럼 작아진 금석이 서 있었다.

금석이 가진 ‘교감’이라는 능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교감 대상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교감 대상의 특성과 능력을 흉내 낼 수 있다. 반대로 교감 대상 역시 시전자의 신뢰도와 이해도에 따라 시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되는 포인트는 ‘교감 대상의 특성과 능력을 흉내 낼 수 있다.’라는 대목이었다.

설마 뚜뚜의 ‘크기 변환’ 능력을 흉내 낼 줄이야.

그로인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류진의 공격을 피할 수가 있었다.

작게 변한 금석이 류진에게 달렸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금석의 크기가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야..야!! 그건 반칙이지!!”

살짝 당황한 류진이 삿대질을 했다.

류진 앞에 도달한 금석.

곧바로 류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이전에 금석이 공격을 시도했던 탓에 막아도 데미지가 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는 류진은 막는 대신 몸을 뒤로 한 발자국 빼며 피하려고 했다.

“그럴 줄 알았다.”

“..뭐?”

금석의 몸에 있는 혈관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고통의 희열’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회피 동작은 방어 동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방비 상태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미처 류진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코앞까지 다가간 금석.

곧바로 류진의 목을 움켜잡았다.

받은 데미지가 상당해서 그런지 순간 스피드가 오늘 본 타쿠야의 속도와 비슷해 보였다.

“6대.”

“크윽..”

“6대 때렸으니까 나도 딱 6대만 때리겠다.”

금석이 손을 들어 올려 류진의 얼굴을 한 대 후렸다.

야구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류진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홱 돌아갔다.

한 대 더.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류진의 머리.

이러다 죽겠다 싶었는지 얼굴이 아닌 다른 부위를 때리기 시작하는 금석.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박태산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아무래도 웃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도 모자라 코코로 교관에게 다가가는 박태산 교관.

“경기를 중단해야 할 것 같은데. 금석이 한 번 흥분하면 파워 조절을 못해서 말이지. 이러다가 애 하나 잡겠습니다.”

코코로 교관이 한 말을 똑같이 돌려주는 박태산 교관.

코코로 교관의 얼굴에 있는 구멍이 모조리 확장 돼 있었다.

아무 말이 없자 재차 말하는 박태산 교관.

“혹여 당신네 학교 학생이 잘못 되도 저희 책임이 아닌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코코로 교관?”

이 말 역시 코코로 교관이 박태산에게 한 말이었다.

이러는 와중에 류진은 피떡이 된 몰골로 바닥에 쓰러졌다.

정확하게 6대를 때리고 멈춘 금석.

“우와아!!!”

“개 멋있다!!”

“와아아!!!”

한일대항전에서 이긴 것처럼 한국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넓게 보면 한일대항전이 맞긴 했지만.

어쨌든.

한국 진영과 일본 진영의 분위기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 사람인 한 여자가 일본 사람처럼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3경기는 류진에게 걸었단 말이다!! 금석 이 새끼야!!”

신지수였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진정 시키는 정아영 교관.

한국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신지수를 향했다.

“아..아니. 그게 그러니까.. 류진이 패배한다는 쪽에 걸었다는 말이지..”

신지수가 어벌쩡 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나는 금석을 쳐다봤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그저 뇌에 우동사리가 찼다는 말만 들어온 금석인데.

나는 진심으로 금석을 향해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내 훈수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승리했다.

어쩌면 금석에게 내 훈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졸업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는 해도 훈수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

훈수 포인트를 쌓아야 했으니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고통의 희열이 풀려가는 금석.

점점 몸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휘청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는지 류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어디론가 향하는 금석.

녀석이 향한 곳에는 박아름이 앉아있었다.

눈을 깜빡이며 금석을 쳐다보는 박아름.

역시나 얼굴에는 별 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치료해야 될 것 같아.”

박아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앞에 류진을 던져놓는 금석.

“사과해라.”

“....”

“아름이한테 사과해라. 일본 놈 새끼야!!”

류진은 기절했다.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메아리처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금석.

고통의 희열 효과가 모두 끝이 났는지,

풀썩 소리와 함께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엉겁결에 받은 것인지, 아니면 받으려고 한 것인지 쓰러지는 금석을 껴안으면서 쓰러짐을 막은 박아름.

살포시 자신의 옆에 눕혔다.

그 모습을 모두들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아?”

“응. 오늘 처음으로 황금돌대가리가 조금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

한설휘와 정시아의 말이었다.

그렇게 3경기는 금석의 승리로 끝났다.

나중에 애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이 사건의 발단은 류진과 류진의 일행이 박아름에게 치근덕거리며 시작 됐다고 했다.

짐승은 사람보다 ‘내 것’이나 ‘지켜야 할 존재’ 앞에서는 더 이빨을 드러내거나, 가진 힘 보다 더한 힘을 낼 때도 있는 법이었다.

‘나 지금 금석을 인간이 아닌 짐승 카테고리 안에 넣은 것 같은데.’

아무렴 어때.

오늘 금석은 꽤나 멋졌다.

+ + +

금석이 승리함으로서,

2:1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3경기 때 여파로 경기가 중단 되나 싶었지만 코코로 교관을 포함한 일본 측이 강경하게 다음 경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시작한 4경기.

“기권이요~”

정시아가 곧바로 기권 선언을 하며, 나를 보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

정시아 망할 년 때문에,

스코어가 2:2개 되버렸다.

“서진. 나와라.”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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