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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77화 (77/196)

운명이란도대체님 후원 감사합니당~77회

미야마 무사시

잠깐 문지기들과 눈싸움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서양의 유명한 점술가다.”

“....”

문지기들이 ‘근데?’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젯밤이었지. 그런 꿈을 꾸게 될 줄이야. 후우..”

깊은 상실감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지몽이라고 들어봤나?”

“예지..몽?”

“그렇다. 내 예지몽이 틀린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지. 예지몽에 따르면..”

“따르면..?”

“길을 터라. 무사시를 직접 만나야 한다. 이건 직접 만나서..”

대문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문지기들이 김 샌 표정으로 내 손을 저지했다.

“비킬 수 없다.”

“약팔이 냄새가 솔솔 나는구만.”

이 녀석들.

‘개 코인데?’

나는 어쩔 수 없이 2차 플랜을 가동하기로 했다.

“담 넘어가면 어떻게 돼?”

내 말에 힐끔 5m 정도의 담장을 쳐다보는 문지기.

“웃기지도 않는 소리하지마라. 감히 어떤 미친놈이 미야마 가문의 담장을..”

나는 옆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담장을 뭐?”

“담장을..”

문지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담장을 뛰어 올랐다.

“미..미친놈!!”

“저 놈 잡아라!!”

담장 안의 풍경은 고즈넉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따스했다.

마당 곳곳에 있는 나무하며, 연못에 발을 담그고 있는 오리까지.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있는 수 십 명의 사무라이들이 마당에 도열해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로 인해 풍경이 다소 칙칙했다.

나는 연못 앞에 착지를 했다.

하나 둘씩 인기척에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나를 쳐다봤다.

“미친놈아!!”

문지기가 허겁지겁 내가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뛰어오는 내내 도열 해 있는 사무라이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군대에서 하는 점호 같은 건가?’

도열 해 있는 사무라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하나같이 무자비하게 생겼다.

그들의 제일 앞에는 그나마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무사시의 오른팔인 타쿠야.‘

“어이~ 타쿠야.”

나는 친구를 부르듯이 타쿠야를 불렀다.

내 말에 사무라이들의 몸의 각도가 점점 내 쪽으로 틀기 시작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무사시 어디 있어?”

사무라이들이 몸의 각도가 완전히 내 쪽을 향했다.

내게 뛰어온 문지기들이 나를 억지로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가만히 있어 봐.”

문지기들의 머리에 딱 밤을 때리며 타쿠야를 쳐다봤다.

“무사시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까, 무사시 좀 불러줘.”

“..웬 놈이냐.”

타쿠야가 위엄 있게 한 마디 했다.

‘똥 폼은.’

나는 자기소개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지기들이 더 빨랐다.

내게 맞은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싸며 조아리듯이 타쿠야를 향해 말하는 문지기들.

“서양의 유명한 점술가라고 하는데..”

“그게 예지몽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무사시님을 꼭 만나 뵈어야겠다고 그래서..”

“그래서 길을 터 줬다?”

타쿠야의 한 마디에 문지기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니 그게 아니라..”

“이 놈이 갑자기 담장을..”

나는 문지기들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갔다.

“무사시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경고?”

“그래. 경고. 무사시는 내일 모레.”

“....”

“죽는다.”

챙! 챙! 챙!

이게 게임이었다면 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을까?

[광역 도발에 성공하셨습니다.]

사무라이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빼 들었다.

오직 타쿠야만이 안색 하나 안 변한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점술가라고 했나?”

타쿠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늘 궁금하던 게 하나 있었거든. 내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겠는가?”

다른 사무라이면 몰라도 타쿠야에 관해서는 아는 정보가 꽤 있었다.

“뭐?”

내 물음에 사무라이들에게 검을 집어넣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타쿠야.

대신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점술가는 과연 자신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가.”

“....”

“자신의 죽는 순간도 예측할 수 있는가.”

한 차례 바람이 불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타쿠야.

내 목에 자신의 검을 들이댔다.

“자. 대답해라. 내가 네 목을 벨 것 같나, 안 벨 것 같나.”

“....”

타쿠야는 냉동인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표정의 변화가 없기로 유명한 캐릭터 중 한 명이었다.

나는 타쿠야의 무표정한 얼굴을 직시하며 말했다.

“안 벤다.”

“....”

검을 거두는 타쿠야.

타쿠야의 성격을 생각하면 너무도 뻔한 양자택일의 문제였다.

타쿠야는 무의미한 살생을 하지 않았다.

설사 무사시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내가 무사시님에게 전해주겠다. 전할 말을 내게 하고 꺼져라.”

그건 곤란하다.

왜냐하면 무사시 면전을 보고 직접 자극과 도발을 해야 했으니까.

타쿠야라면 내 말을 분명히 전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무사시는 백프로 콧방귀를 뀌며 무시할 게 분명했다.

무사시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듣는 게 아니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소란 떨면 무사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무사시 소환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소환술은 훈수 포인트가 많이 필요해서 웬만하면 안 쓰려고 했는데.

“무사시의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무 표정 없던 타쿠야의 한 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가 어떻게 도련님의 존재를 아는 것이지?”

“내가 말했잖아. 점술가라고. 점술가는 모르는 게 없지.”

“....”

타쿠야가 마치 내 내면을 꿰뚫어 보듯,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내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하기 위해.

“첩자가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첩자가 이렇게 대놓고 오는 거 봤어?”

“....”

“그리고 딱 보면 나 되게 약해보이지 않아?”

내 마지막 말에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타쿠야.

‘은근히 이건 기분 나쁜데?’

“도련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정녕 알고 있다는 말인가?”

“엉.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 봐. 어차피 무사시 아들 오늘 내일 하잖..”

타쿠야의 발도술은 섬광과도 같았다.

나는 내 목을 겨누고 있는 타쿠야의 검을 힐끔 내려다봤다.

“한 번만 더 무사시님의 존함을 함부로 불렀다가는 너의 목을 날려버리겠다. 그리고 도련님 관련해서도 입을 조심해라.”

“엉.”

“따라와라.”

타쿠야가 칼을 거두며 집의 왼쪽 편을 향해 움직였다.

그에 따라 사무라이들 역시 뱀의 꼬리처럼 따라 움직이려고 했다.

“너희들은 그곳에서 대기해라.”

타쿠야의 말에 사무라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중 가장 짬이 차 보이는 사무라이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희들도 따라 나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테이츠.”

“예.”

“대기해라.”

“..예.”

타쿠야의 뒤를 따르며 사무라이들을 쳐다봤다.

나를 보는 눈빛들이 하나같이 살기로 번뜩였다.

그들을 향해 나는 작은 선물을 내밀었다.

메롱.

내 작은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광분하려다가,

살짝 뒤를 쳐다 본 타쿠야로 인해 씩씩거리기만 하는 사무라이들.

만약 내게 빙의 선택권이 있었다면,

무사시. 혹은 타쿠야로 빙의했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미야마 가문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충성심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였다.

불구덩이에 뛰어 들어라 해도 당장 뛰어들 정도의 충성심.

그 정도의 충성심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흉내 내고 싶어도 흉내 못내는 영역이었다.

“무사시님을 보게 되면 무릎을 꿇고 예를 다 해라.”

“....”

“안 그러면 너의 무릎을 잘라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할 지어니.”

별채 앞에 선 타쿠야.

내게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고 별채의 문을 부드럽게 노크했다.

“누구냐.”

안에서 들리는 육중한 목소리.

목소리만 들어도 포스가 철철 넘쳐흘렀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타쿠야입니다.”

“내가 별채에 있는 동안은 찾지 말라고 분명 말했을 텐데.”

“예. 헌데 손님이 찾아와서. 이 작자 말로는 도련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

무사시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만도 한데,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타쿠야.

타쿠야의 말에 갑자기 별채 안이 조용해졌다.

잠시 후.

“그런 놈을 한두 놈 본 줄 아느냐. 물러가라고 해라. 내 오늘은 살생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나를 힐끔 쳐다보는 타쿠야.

‘어떡할래?’

라고 내게 물어보는 듯 했다.

어떡하기는.

당연히 직진이지.

“미천한 제가 감히 죽음을 무릅쓰고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최대한 저자세.

“혹시 아드님의 손등을 시작으로 버짐이 피어나듯 초록색 균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목까지 번져 호흡까지 곤란해지지 않았습니까?”

최대한 명의처럼.

“초록색 균이 심장까지 번지게 되면..”

최대한 웹소설 작가처럼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끊어버리기.

이러면 아주 그냥 사람 심리가..

드르륵.

문을 열고 나타난 호리한 체형의 무사시.

다짜고짜 내 멱살을 움켜잡았다.

“너냐. 내 아들을 저렇게 만든 범인이?”

사람 심리가 이렇게 작용을 하는구나.

아하.

+ + +

다행히 타쿠야의 만류로 범인에게서 탈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의심을 거둔 건 아닌 듯, 무사시가 불편한 기색으로 턱을 괴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 아들이 조금이라도 잘못 되기만 해라. 잘못 되는 날에는..”

어금니를 가는 무사시.

“너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어쨌든 다행이었다.

무시사는 현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지푸라기가 될 기회를 얻었다.

‘네가 잡은 건 지푸라기가 아니라 금싸라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닫고 무사시의 아들을 쳐다봤다.

7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병상에 누워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간헐적으로 숨을 쉬었다.

“하..하아..”

숨소리가 너무나도 불규칙 해,

금방이라도 숨이 멎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불을 조심스레 옆으로 치웠다.

‘역시.’

내 예상대로 초록색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아이의 몸 오른 편이 초록색 얼룩으로 물들어 있었다.

손등 부분은 유독 색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아이가 입고 있는 잠옷을 살짝 들추었다.

초록색 얼룩은 오른 편 가슴을 물들이면서 점점 왼 쪽 가슴으로 전이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목 부근까지 침범하려 들고 있었다.

“고칠 수.. 있겠나?”

자식 문제 앞에서는 헛된 희망 속에서도 기적을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라더니.

‘아까는 그렇게 잡아먹으려고 하더니. 아니 그 보다..’

나는 명의가 아니라 점술가로 여기 온 건데.

딱히 내 역할이 무엇이든 목적만 이루면 됐기에, 별 상관은 없긴 했다.

나는 무사시를 쳐다보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고칠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라도 주겠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부. 명예. 권력.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겠다.”

귀가 시원해질 정도로 기분 좋은 소리이긴 한데.

내 손가락이 뜻하는 바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1분.”

“..뭐?”

“1분이면 돼.”

말을 마치고 훈수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아이템’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어디 보자~”

무사시의 아들은 간단히 말해 ‘왕 눈 사마귀’에게 물렸다.

그래서 감염 됐다.

‘왕 눈 사마귀’는 희귀 곤충 몬스터로 일본에만 있는 곤충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보기가 드물었다.

그런데 그런 드문 확률을 뚫고 물린 게 바로 무사시의 아들이었다.

보기 드물고, 아직 왕 눈 사마귀에게 물린 전례가 없다보니 치료약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손을 못 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지옥에 가기 싫어 발버둥치는 사나이가 아니던가.

“찾았다.”

나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물병을 집어 들었다.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 했던가.

가격이 무려.

-2000p-

“..적자 같기도 하고.”

하지만 지숙을 죽일 수 있다면야.

“투자라고 생각 하자.”

나는 포인트를 지불하고 물약을 구입했다.

이른바 ‘천사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명약이었다.

어떤 해로운 효과도 단숨에 짜잔~ 하고 풀 수 있는 해독약 중 최최상급이라 불리는 아이템.

천사의 눈물을 한 손에 쥐고 포인트 상점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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