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76화 (76/196)

스로 시작하는 일본 학교가 뭐가 있더라.76회

만물상

수학여행 이틀째의 아침이 밝았다.

공식 명칭 ‘짐꾼’이라는 타이틀로 채린을 따라나서게 됐다.

만물상이 있는 도쿄로 향하는 차 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채린을 쳐다봤다.

“근데 만물상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나는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른다는 가정 하에 궁금증이 생길 법한 질문.

주로 차 안에서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진행 됐다.

내 질문에 신호에 걸린 걸 확인하고 운전대에서 살짝 손을 떼는 채린.

“한국에서 아이템 박람회를 열었을 때, 사신 길드가 경호를 맡았거든요.”

“와, 진짜요?”

“뭐예요, 그 표정? 전혀 안 놀란 얼굴인데?”

“놀랐어요. 채린씨, 혹시 일본에서는 어느 길드가 경호를 맡았는지 아세요?”

“듣기로는 미야마 가문에게 맡겼다고 하던데. 왜요?”

“그냥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내가 바꾼 현재가 만물상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나하고.

하지만 전생처럼 이번 생에서도 일본 경호는‘미야마’가문인 모양.

신호가 바뀌었다.

엑셀을 밟는 채린.

나는 오늘 아침에 포인트 상점에서 구입한 아이템을 떠 올렸다.

‘코주부 안경. 그리고 목소리 변조 사탕.’

아. 하나가 빠졌다.

“채린씨 혹시 번역 무선 인이어 남는 거 있어요?”

“안 챙겨 왔어요? 하나 드릴까요?”

“네,”

이로써, 준비는 대충 끝났다.

+ + +

도쿄에 입성했다.

일본의 수도답게 서울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주변으로 밀물 썰물처럼 왔다 갔다 했다.

그들이 말 하는 히라가나.

그리고 가타카나가 정확히 번역 인이어를 통해 한국어로 번역이 돼 들렸다.

“서진씨. 이 쪽이에요.”

몇 번 도쿄에 와 본 것인지 채린이 능숙하게 앞으로 걸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가 나를 이끈 곳은 현대적인 건물 사이에 홀로 애도 시대에나 볼 법한 외관을 간직하고 있는 카페였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한복판에 초가집이 있는 거와 비슷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는 채린.

카페 안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안의 풍경을 보자 외관은 단순한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업원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하는 채린.

종업원이 2층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2층으로 올라가자, 개방형인 1층과는 달리 룸 형식으로 돼 있는 공간이 나왔다.

‘3’이라고 적혀 있는 룸 앞으로 다가가는 채린.

“서진씨. 만물상 오빠가 말을 조금 싸가지 없게 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아셨죠?”

“네.”

드륵.

문을 열자 모자를 쓰고 있는 평범해 보이는 30대 남성 한 명이 자리에 앉아,

차 향기를 맡고 있었다.

“왔어?”

만물상이 채린을 보며 다정하게 인사했다.

그가 내 뱉은 언어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이자 한국어 발음이었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었다.

만물상답게 아이템 빨이었다.

만물상의 국적은 중국이었다.

“응.”

짧게 대답을 한 채린.

만물상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 역시 맞은편에 앉았다.

“흐음.”

나를 빤히 쳐다보는 만물상.

눈알이 빠르게 내 몸을 스캔했다.

나 역시 만물상의 몸을 빠르게 스캔했다.

‘진짜 개 도라이 새끼네.’

저절로 욕이 나왔다.

만물상의 복장은 평범해 보였지만 입고 있는 옷이나 손에 끼고 있는 반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 하물며 모자까지.

전부 S급 아이템으로 도배 돼 있었다.

나처럼 스캔을 마쳤는지 피식 웃는 만물상.

“난 또. 창조 그룹 장남이라길래 기대 했더니.”

“....”

“그래도 나름 반지랑 귀걸이는 괜찮네. 아니다. 귀걸이는 빼자. 귀걸이는 네 전용 아이템이니까 소장 가치도, 팔가치도 없네.”

“오빠.”

“응?”

“만나자 마자 그게 무슨 소리야? 인사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니야?”

“했잖아. 방금. 아이템에 대한 인사.”

나를 쳐다보는 채린.

“제가 말했죠? 싸가지 없다고. 그러니까 너무 개의치 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가 끼고 있는 속성 반지를 쳐다보는 만물상.

“아깝네. 그 반지 귀속 반지만 아니었어도 비싼 값에 내가 샀을 텐데.”

“판다고 한 적 없는데요.”

“샀을 텐데. 라고 했지 산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게 그거 아닌가요?”

“아니지 아니지. 산다고 했으면 나는 꼭 그 아이템을 가져야 직성이 풀리거든. 근데 샀을 텐데 라고 했잖아. 무슨 차이인지 알겠어?”

“....”

“어린 녀석이 이해가 느리네. 내가 산다고 선언하면 말이야. 네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그 아이템을 가졌을 거라고. 이러면 이해가 되나?”

“오빠!!”

채린의 윽박에 어깨를 으쓱하는 만물상.

세계 랭킹 25위 만물상.

그는 아이템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인자해 질수도, 잔인해 질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네 능력은 꽤 대단하더라. 너튜브로 악마 죽이는 영상 봤거든. 그런 능력 있는 아이템은 어디 없으려나~”

기본적으로 성심이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선이라고 보기도 힘들었지만.

“왜 보자고 했어요?”

“그게 말이야 방구야?”

채린의 말에 만물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헌터 학교 애송이들한테 아이템 몇 개 주라는 네 부탁 들어줬잖아. 등가교환 몰라?”

“그러니까 뭘 원하냐고요.”

“들어 줄 거야?”

“아뇨.”

“그럴 줄 알았어. 큭큭.. 그냥 얼굴이나 보자고 불렀지~ 내가 누누이 말하잖아.”

채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만물상.

“너는 네 얼굴과 몸매가 S급 아이템이라고. 크~ 멘트 어때? 너 오는 동안 계속 생각했던 멘트거든.”

“아~ 그러세요?”

“왜? 별로?”

“네 쫌..”

“내 마음의 별로? 캬하~ 내가 너 그렇게 나올 줄 알고 2절까지 준비했거든. 사실 4절까지 준비했는데 들어볼래?”

“아뇨.”

채린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만물상씨.”

“만물상씨?”

나를 쳐다보는 만물상.

“만물상님?”

“이 녀석 보게. 그냥 형이라고 불러, 짜샤. 나이 차이 얼마나 난다고 씨, 님 그러냐?”

“오빠랑 20살 차이는 날 걸?”

“얼마 차이 안 나네~ 그리고 내 얼굴을 봐라. 누가 쟤랑 나랑 20살차이 난다고 생각 하겠냐? 남들이 보면 친군 줄 알아요, 친군 줄.”

확실히 만물상의 얼굴을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긴 했다.

하지만 동안 수준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만물상은 아이템으로 더 어리게 외모를 바꿀 수도 있었지만,

직업이자 능력 특성상 20대 후반의 외모를 고수했다.

20대 후반의 외모가 아이템 협상에 있어서 최적의 외모라는 생각 때문에.

“야.”

“네?”

“불렀으면 말해야지, 뭘 가만히 대화를 듣고만 있어? 낄끼빠빠는 이럴 때 하는 게 아니에요. 나처럼 세계적인 랭커를 영광스럽게 만났으면 무조건 낄끼빠빠에서 낄빠빠는 빼고 주구장창 끼끼끼끼끼 거려야지. 안 그러냐, 채린아?”

다소 재수 없는 말이기는 했지만 인정하는지 채린이 대꾸 보다는 차를 한 번 홀짝였다.

나는 일단 가볍게 화두를 던졌다.

“형은 왜 아이템 박람회를 개최하는 거예요?”

“하, 짜식. 형이라고 하랬다고 넙죽 형이라고 하는 거 보소. 좋다. 이 형이 대답해주도록 하지. 왜 개최 하냐. 그것은 말이지.”

“과시지, 뭐.”

채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만물상이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 맞아, 맞아. 내가 관종이라서 말이야. 한 달에 한 번씩 관심을 안 받으면 좀이 쑤시더라고. 그래서 자랑하려고 개최하는 거지. 이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아이템 교환하자고 막 찾아오거든. 가끔 가다 골동품 같은 것들 들고 오는 병신들이 있기는 한데. 아무튼. 호구 만나면 싼 값에 아이템을 구할 수도 있고 말이지. 크하하!!”

“그렇구나.”

“아, 마지막으로. 아이템 박람회 개최하면 입장료 수입이 또 짭짤하거든. 크크. 특별히 너희 학교는 30%DC 해줬으니까 고마운 줄 알아, 짜샤.”

나는 두 번째 화두를 던졌다.

“형은 아이템 도대체 몇 개나 가지고 있어요?”

“몇 개? 몇 개에? 지금 나 무시 하냐?”

“몇 백 개?”

“하..나 만물상이야. 만물상.”

“수 천 개?”

“수 만 개.”

만물상이 내 말을 정정했다.

“수 만 개요? 와..”

이건 진심으로 감탄했다.

수 천 개인 줄 알았는데.

수 만 개라니.

“크흐흐. 쩔지?”

내 리액션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얼굴로 으스대는 만물상.

“A급 아이템도 많아요?”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만물상.

“어디 A급뿐이겠냐? S급도 몇 백 개 가지고 있지.”

마음 같아서는 만물상의 보따리를 털고 싶었다.

하지만 만물상의 보따리는 스위스 은행 보다 더 털기가 어려웠다.

아니 애초에 턴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았다

만물상의 보따리는 훈수 포인트 상점처럼 본인만 이용 할 수 있는 아공간 보따리였다.

이 모든 건 마지막 화두를 던지기 위한 밑밥이었다.

만물상의 기분을 북돋아주기 위한.

나는 마지막 화두를 던졌다.

“와.. 그럼 어제 저희들이 보물찾기로 찾은 쪽지로 아무 아이템이랑 교환 할 수 있는 거예요? 진짜로요?”

최대한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만물상을 쳐다봤다.

내 표정을 확인한 만물상.

“크하하!! 당연하지!!”

후회할 텐데.

나는 속으로 웃으며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쳤다.

A에서 E등급까지.

총 13개의 아이템을 고를 수 있었고, 나는 그 중 알짜배기 중에 알짜배기만 고를 생각이었다.

내 속내를 모르는 만물상은 내 반응이 기분 좋은지 계속 웃었다.

나는 채린의 귀에 속삭였다.

“저 그럼 잠시 나갔다 올게요.”

“네. 늦어도 5시까지는 돌아오셔야 돼요.”

도쿄로 오는 차 안에서 미리 채린에게 볼 일 좀 보고 온다고 언질을 한 상태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본격적인 업무를 보러 갈 시간이었다.

+ + +

일본에는 길드라는 말 대신에 ‘가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에 태양 길드나 사신 길드처럼 다른 길드에 비해 독보적인 자리와 행보를 이어가는 가문이 몇 가문이 있었다.

그 중 한 가문이 ‘미야마’ 가문이었다.

미야마 가문은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능력자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다.

사무라이 정신이 어느 정도냐면, 중요한 임무를 실패하면 ‘할복’ 할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고지식할 수도, 어떻게 보면 시대정신에 뒤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정신이 아무래도 사는 게 편하니까.

하지만 미야마 가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런 뚝심 때문인지 미야마 가문은 세계적으로 무력이 가장 강한 단체 ‘10위’에 랭크 돼 있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순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야마 가문은 상당히 매력적인 가문인 건 틀림없었다.

그런 미야마 가문 앞에 등장한 낯선 남자.

서양 사람인지 메부리 코가 얼굴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툼한 뿔테 안경 때문인지 다소 코가 작아 보였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를 하듯,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남자.

목소리가 상당히 중저음이었다.

목을 매만지며 몇 번 더 테스트를 하듯이 말을 하던 남자.

“감쪽같네.”

나는 흡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포인트 상점에서 1000포인트를 주고 산 의미가 있었다.

코주부 안경.

그리고 목소리 변조 사탕.

이 둘의 효과로 나는 체격만 제외하면 서양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체격도 초반에 비해 잦은 단백질 섭취와 훈련으로 많이 벌크 업 돼 있어서 그런지,

전혀 왜소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야마 가문의 대문을 지키고 있는 두 남자를 쳐다봤다.

문지기. 혹은 경비병이라고 함은 나태하게 잡담이나 늘어지기 마련인데, 이 녀석들은 눈에 힘을 부릅 주고 사주경계를 철저히 신경 쓰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적이 쳐들어 올 것처럼.

역시 미야마 가문의 일원다웠다.

“어험.”

일부러 목에 힘을 주며 사또처럼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허리에 차고 있는 칼집에 손을 올리며 나를 쳐다보는 문지기들.

“누구냐?”

누가 봐도 이방인 같은 얼굴 때문인지 문지기가 태도에 곧바로 적개심을 드러냈다.

“무사시를 만나러 왔다.”

내 한 마디에 문지기들의 표정이 기겁이라도 할 것처럼 뜨악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미야마 무사시.

문지기들에게 무사시라는 이름은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될 존함이었다.

그런데 낯선 자가 다짜고짜 무사시를 거론하니.

문지기들의 태도가 전과 달리 급 공손하게 변했다.

“무..무사시님을 아십니까?”

“아니. 모른다.”

내 당당한 태도에 눈을 깜빡이는 문지기들.

칼집에 다시 손을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 했다.

“하지만 알고 있다.”

“....”

문지기들이 나를 미친놈처럼 쳐다봤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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