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74화 (74/196)

라고.74회

보물 찾기

8조까지 보물찾기가 끝났다.

하지만 발견 된 쪽지는 많지 않았다.

“진짜 심장 떨어질 뻔..”

“알고 갔는데도 너무 리얼해서 와 진짜..”

보물찾기를 끝낸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물찾기.

거기에 담력시험을 곁들인 결과였다.

“9조, 10조. 일어나라.”

남자는 10조까지 있는데 반해,

여자는 8조까지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마지막 조는 남녀 혼성이 아닌,

남자 조로만 편성 됐다.

“10조가 B팀에서 출발해라.”

박태산의 말에 나와 타쿠들은 B팀 팻말 앞으로 걸어갔다.

산 속을 들여다보며,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바가지머리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왜?”

“저기 저 애들이 우리 살벌하게 노려보는데?”

바가지머리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A팀이 있는 109호실 애들이 바가지머리 말처럼 우리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애들 집합소 느낌인데?‘

전부 학교 최강자 선발전에서 내게 패배한 녀석들이었다.

창조 그룹의 라이벌 그룹인 제일 그룹의 장남. 이수혁.

32강전에서 맞붙은 빛 능력자인, 안경잽이.

왕주먹이라는 능력을 가진 철수.

마지막으로 한설휘와 정시아 팬클럽 회장인지 부회장인지 하는 녀석까지.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네.’

저렇게 나를 노려봐도 이건 패싸움이 아니라, 보물찾기였다.

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서진아!! 가는 길에 오른쪽에 큰 소나무 하나 있는데 거기 뭐 있는 것 같았어!!”

“30m 가다보면 왼쪽에 돌탑 있는데 거기 봐봐!!”

우리 조가 서 있는 스타트 라인은 여자 애들이 스타트한 라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여자 애들이 뒤에서 이런 조언을 해줬다.

“땡큐.”

“꺄아아!!”

내 한 마디에 여자 애들이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빌런의 습격 이후로 인기가 많아졌단 말이지.’

“출발해라.”

박태산의 신호에 우리는 산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 + +

50m정도 이동했을까.

아직까지 별 다른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여학생들 조언 덕분에 벌써 쪽지를 두 개나 발견했다.

‘D등급’ 쪽지와 ‘온천 이용권’ 쪽지.

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거리상 따지면 이쯤이었다.

이쯤부터 애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평범한 산 속의 풍경이었다.

딛고 있는 곳 옆으로 가드 라인이 펼쳐져 있는 걸 제외하면.

나는 앞쪽을 쳐다봤다.

지금까지는 등산로처럼 포장 된 도로였다면 앞쪽으로 갈수록 점점 풍경이 거칠어졌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귀신이 숨을 공간도 사방으로 널려 있었다.

“너희 귀신 무서워 하냐?”

“귀신? 훗.”

“잣밥이지. 후후.”

내 말에 안경을 치켜세우는 타쿠들.

‘내가 귀신을 무서워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멈췄던 다리를 움직였다.

‘저승까지 갔다 왔는데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도 쫌 웃기고.’

어쩌다보니 내가 우리 조의 선두에 서 있었고,

나는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귀신에 대해서는 신경 끄고 오로지 보물찾기에 집중했다.

‘A등급 쪽지 찾고 싶은데.’

만물상은 시중에서 거래 되지 않는 레어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 중 A등급으로다가 하나 겟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만물상이 가지고 있는 A등급 중 가장 탐나는 아이템은 아무래도..

“크아아!!”

나무 뒤에서 괴성과 함께 튀어나오는 귀신.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몸을 뒤로 빼며 귀신의 움직임을 피했다.

바닥에 철푸덕 넘어지는 귀신.

눈을 깜빡이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변장 잘 하셨네요.”

진짜 귀신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분장 상태가 완벽했다.

특히 눈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피 눈물과 기괴하게 돌아간 입이 일품이었다.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귀신.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는 소복을 털었다.

“크아아!!”

그리고 다시 내게 달려들려다가 방향을 틀어 내 뒤로 향했다.

나는 뒤 쪽을 쳐다봤다.

나처럼 아무 반응 없이 덤덤한 얼굴로 귀신을 쳐다보는 오타쿠들.

‘이열.’

허세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귀신을 안 무서워할 줄이야.

“우씨..”

귀신이 고개를 숙이고 힘없는 얼굴로 사라졌다.

나는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근데 뒤에서 인기척이 안 들렸다.

“너희들 뭐해?”

오타쿠들이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손을 들어 눈앞으로 흔들었다.

“....”

바가지 머리의 어깨를 툭하고 건드려봤다.

풀썩.

마네킹이 쓰러지듯이 뒤로 쓰러지는 바가지 머리.

“이 새끼들..”

선 채로 단체로 기절했다.

+ + +

기절한 오타쿠들을 내버려두고 나 혼자 반환점까지 왔다.

내 손에는 10장의 쪽지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A등급’ 쪽지는 없었다.

반환점까지 오는 동안 마주친 귀신의 수만 10명이 넘었다.

그리고 점점 바닥이 꺼진다던지, 피를 가장한 주스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던지.

이런 트릭 역시 즐비해졌다.

하지만 모두 무사통과했다.

무서운 건 차치하고서라도,

금석의 능력인 ‘야수의 본능’이 트랩을 회피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반환점에 있는 돌 위에 앉아 내가 온 방향을 쳐다봤다.

“음.”

오타쿠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도통 올 생각을 안 했다.

“그냥 가야겠네.”

몸을 일으켰다.

움직이려고 할 때, 9조 애들이 반환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쟁이라도 하고 왔는지 몰골이 처참했다.

“이..이 새끼가!!”

제일 그룹의 장남.

이수혁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욕을 했다.

“뭐?”

이수혁에게 한 발 다가섰다.

그러자 뒤로 한 발 물러서는 이수혁.

최강자 선발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거품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발전 이후.

내 거품은 견고해졌고, 진실로 굳어졌다.

“동료 다 버리고 온 꼬라지 봐라!! 이기적인 자식!!”

트집 잡을 게 없으니까,

별 걸로 다 트집 잡네.

“열등감에 찌들어 있는 너 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수고~”

가려는 내 어깨를 잡는 이수혁.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열등감?”

이수혁의 옆에 서 있던 안경잽이.

이수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질 확률은 100%다. 그 보다 우리가 할 일에 집중 하는 게 확률적으로 네 열등감을 해소하는데 0.5%라도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 닥쳐?”

“역시. 내가 이런 말을 했을 시, 100%로 내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군. 지금까지는 같이 행동 했을 시 쪽지를 발견 할 확률이 높아서 같이 행동했지만, 이제는 개별 행동을 하겠다.”

안경잽이가 이수혁의 어깨에 손을 치우고 내가 걸어온 코스로 걸어갔다.

“야. 치워.”

나 역시 이수혁의 손을 치우고 A팀이 걸어온 코스로 가려고 했다.

“아, 그리고.”

나는 고개를 돌려 이수혁을 쳐다봤다.

“한 번만 더 시비 걸어라.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난 간다.”

이수혁의 몸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렸다.

하지만 더 이상 내 발길을 잡진 않았다.

열등감에 찌들어서 남한테 피해주는 사람은 딱 질색이었다.

웬만하면 제일 그룹의 장남이라,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하는 짓이 워낙 거슬려야지.’

그렇게 반환점을 서로 교차하나 싶었다.

스으으.

몇 발자국 움직였을 때, 내가 방금까지 앉아 있던 바위 뒤편에서 스산한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기와 함께 귀신 한 명이 기이한 걸음걸이로 바위 뒤편에서 걸어 나왔다.

“죽..인다.”

손에 들고 있는 식칼을 위협적으로 앞세우며 표적을 찾는 귀신.

모습은 이전에 등장했던 귀신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바닥에 짙게 깔리고 있는 연기라는 연출과,

귀신은 대놓고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이전 귀신은 놀래 키기만 할 뿐 살기는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귀신은 달랐다.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연출이 아닌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리얼함을 자아냈다.

공포.

저 귀신이라면 들고 있는 식칼로 진짜로 찌를 것 같다는 공포가 연기와 함께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수혁과 녀석을 따르던 애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도..도망치자.”

“저건 진짜..진짜야.”

철수와 한설휘 팬클럽 회장이 이수혁의 옷을 잡아끌었다.

못이기는 척 끌리던 이수혁.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후다닥 아이들과 함께 도주했다.

아이들이 도주하자 남은 표적은 나 하나였다.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귀신.

컨셉은 처녀 귀신인지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전체적으로 가리고 있었고,

하얀 소복에 케찹이 튄 것처럼 피가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야수의 본능이 내게 경고했다.

하지만 나는 제 자리에서 빤히 처녀 귀신을 쳐다봤다.

바람을 통해 미약하지만 처녀 귀신에게서 나는 향수 냄새.

야수의 본능이 경고와 함께 내게 준 정보였다.

“어딜 갔나 했더니.”

“죽인다. 죽인다아!”

“여기 계셨네요. 채린씨.”

“죽인..”

주춤거리는 처녀 귀신.

잠깐 무언가를 고민하는가 싶더니 다시 삐거덕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내 정체를 알다니..더 살려둘 수 없겠군.”

“....”

참 일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 여자였다.

그녀에게 호응해주기로 했다.

“너무 무서워서 저는 이만 도망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등을 돌리려고 했다.

아직 10분 정도 여유가 있었고, ‘A등급’이 적혀 있는 쪽지를 마저 찾아볼 생각이었다.

“흐아압!! 잡았다 아쿠마!!”

“꽉 잡아라 레드! 도주로는 내가 차단하겠다!!”

“블루!! 그렇다면 나는 옆에서 잘 잡고 있는지 지켜보겠다!!”

‘뭐지.’

정신을 차린 오타쿠 5인방이 어둠에서 나타나 처녀 귀신의 몸을 붙들었다.

“흐아압!!”

레드라고 불린 바가지머리가 처녀 귀신의 허리를 붙들고 쓸데없는 기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머지 녀석들도 제각기 맡은 임무가 있는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오타쿠들의 일사불란함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기뉴 특전대와 맞먹었다.

여전히 처녀귀신의 표정은 머리카락 때문에 보이진 않았지만,

많이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죽인다!! 안 놓으면 죽일 거야!!”

“훗. 가소롭군!! 우리에겐 히어로가 있다고!!”

레드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나머지 네 명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

뭐지.

이 기대감에 찬 눈빛들은?

“너희 귀신 무서워하는 거 아니었어?”

“무..무슨 소리!!”

“서진쿤!! 마니막 피니쉬를 부탁한다!!”

“아쿠마를 처치 해다오!!”

이 녀석들은 지금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야. 이거는 귀신 퇴치가 아니라 보물찾기..”

나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녀석들은 진심이다.’

나는 귀신 앞으로 걸어갔다.

“죽인다아!!”

처녀 귀신이 소리를 지르며 오타쿠들의 손아귀를 뿌리쳤다.

“내가 명색에 귀신인데 인간 따위한테 질까보냐!!”

씩씩거리며 오타쿠들에게 식칼을 겨누는 처녀 귀신.

“서..서진쿤..”

“어서 사륜안을..”

오타쿠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나를 간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쳐다보는 처녀 귀신.

머리카락을 살짝 치우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어떻게 좀 해봐욧!!’

나 역시 입모양으로 말했다.

‘조금 아파도 참아요.’

처녀 귀신에게 다가가 식칼을 뺏으며 의도적으로 팔을 높게 들었다.

내 팔 높이만큼이나 오타쿠들의 표정이 고조가 됐다.

“하..하압! 치..치도리!”

일부러 기합 소리를 내며 처녀 귀신의 목 부근을 약하게 때렸다.

“으아악!!”

철푸덕 바닥에 주저앉는 처녀 귀신.

살짝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오 역시!! 우치하 일족의 후예!!”

“오오오!!”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다.

나는 그들을 외면하고 가려고 했다.

근데 처녀 귀신의 하얀 소복에서 금색으로 반짝이는 뭔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살짝 쪼그려 앉아서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잡는 처녀 귀신.

“치도리!”

“끄아악!!”

다시 쓰러지는 처녀 귀신.

하얀 소복의 치마 부분에 붙어있는 금박지 같은 걸 뜯어냈다.

네모난 금박지.

자세히 보니 몇 번 접은 흔적이 있었다.

나는 금박지를 펼쳤다.

알파벳과 글자가 적혀 있었다.

“타쿠들아!!”

확인한 순간 우리의 타쿠들에게 달려갔다.

이 녀석들이 아니었으면 하마터면 지나칠 뻔 했다.

-A등급-

드디어 찾았다.

[작품후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