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쾌재를 불렀다.72회
펫 등록
서이란의 노트를 습득 후,
나는 곧장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에 짱 박혀서 서이란의 노트를 보고, 또 보고 계속 봤다.
서이란의 노트가 닳도록.
내 눈이 닳도록.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그가 전하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다.
그런데 막상 따라하자니 몸이 이해를 못 했다.
물구나무서기를 못 하는 사람에게 물구나무서기를 하라고 시키는 것 같다고나 할까?
어떻게 서고, 무슨 원리인지는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음..
“해보면 알겠지.”
크릉.
나는 서이란의 노트를 옆에 나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품에 안겨있던 레이가 폴짝 품에서 뛰어내렸다.
서이란의 노트에 가장 많이 거론 되는 단어가 한 가지 있었다.
‘호흡.’
그는 호흡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호흡을 잘만 해도 달빛 계승자로서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전부 납득할 만한 근거들이었다.
일단 서이란은 달빛 아래에서 명상하는 걸 추천했다.
그래서 뒷산에 가려는 참이었다.
서이란이 말하는 0초식.
달의 호흡을 익히기 위해서.
멍멍!!
뚜뚜가 현관에 서서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뚜뚜!!”
“뚜뚜뚜~”
현관으로 들어오는 한설휘와 정시아.
들어오자마자 뚜뚜를 껴안았다.
뚜뚜는 이제 여자 두 명이 안아도 될 만큼 성장해 있었다.
급속 성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른 성장세였다.
“웬일이야?”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에는 각자 할 거 하는 편이었다.
“문자 못 받았어?”
내 물음에 오히려 되묻는 정시아.
“문자?”
“응.”
서이란의 노트를 머릿속에 새기느라 핸드폰을 안 보고 있었다.
“뭔데? 중요 한 거야?”
“수학여행 관련 단체 문자 왔잖아. 가서 확인하고 와. 근데 황금 돌대가리는 어디 갔어?”
“지하 훈련실에.”
나는 대답을 하며 도로 방으로 들어가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정시아 말대로 단체 문자가 와 있었다.
요약하자면 수학여행을 가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확정이 아니었다.
-과반수이상 불참을 할 경우 수학여행 대신 간단한 소풍으로 대체 할 생각입니다.
나는 쭈욱 문자를 읽었다.
-원래 계획은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갈 생각이었으나, 거리가 멀어지면 학부모님들의 걱정과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판단입니다. 그에 따라 한국과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변경 했습니다. 또한 이번 여행에는 안전 목적으로 사신 길드에게 ‘경호’ 의뢰를 한 상태입니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근거리에 사신 길드에게 경호를 맡긴다면.
이 정도면 학부모들도 보내 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쭈욱 내려 목적지를 확인 했다.
확인하는 순간 나쁘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일본을 간다고?! 이 시국에?! 시국이 어느 때인데!!”
이 시국에 일본을 간다니.
-다음 주에 일본에서 만물상의 아이템 박람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만물상의 아이템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나는 핸드폰을 닫고 거실로 나갔다.
“문자 확인 했어?”
정시아는 금석이 있는 지하 훈련장으로 갔는지 한설휘 혼자 레이랑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불참.”
“응?”
“불참!!”
레볼루션 간부, 지숙과 눈 마주칠 일이 있나.
이 시국에 일본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니, 잠시만.
‘지숙이면.’
그리고 배경이 일본이면.
일본한테 덤터기를 씌우고 잡을 수도 있겠는데?
“참석!!”
“..어디아파?”
“참석이다 참석!!”
일본에서.
일본 능력자가 레볼루션 간부를 죽인다?
그럼 한동안이 아니라 장시간 레볼루션의 시선이 일본에게 쏠릴 게 분명했다.
+ + +
과반수이상이 참석에 표를 던졌다.
그러자 속전속결로 다음 스텝이 진행 됐다.
월요일 오후 출발.
3시 출발이니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나는 지숙을 죽일 계획을 짰다.
이제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수학여행 일정은 총 4박5일 일정이었다.
아이템 박람회가 열리는 날짜는 일정의 3~4일차였다.
띠링.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확인했다.
박쥐에게서 온 문자였다.
-서진님 지숙은 내일 일본으로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목요일에 만물상의 아이템을 털 거라고 했습니다.
목요일이면 4일차 되는 날이었다.
-땡큐.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닫았다.
어젯밤 박쥐에게 지시했다.
지숙과 연락을 하라고.
연락해서 지숙의 스케줄을 알아 오라고.
지숙은 내 친구 중 세리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였다.
고분고분하고 거절을 못하고 순수한 캐릭터.
순수하기 때문에 악이 선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캐릭터.
역시 예상대로 레드인 척하는 박쥐에게 스케줄을 줄줄 알려줬고,
나는 지숙의 스케줄을 알게 됐다.
세부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박쥐에게 연락해,
지숙의 정보를 캐내면 그만이었다.
나는 이번 일은 철저히 혼자서 행동할 예정이었다.
아무도 엮지 않고, 오로지 일본 능력자들만 엮을 생각이었다.
주변 동료에게 손을 벌렸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내 계획을 반길 리가 없었다.
‘첫 날은 아무런 경계 안 해도 되겠네.’
내일 지숙이 일본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오늘은 프리였다.
나는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우느라 짐 싸는 게 늦었다.
크르릉.
캐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레이.
“나도 같이 가고 싶지만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레이가 캐리어 안에서 떼쓰듯 뒹굴 거렸다.
나는 레이를 쓰다듬으며 캐리어에서 끄집어냈다.
크릉! 크릉!
토라진 레이가 작고 귀여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거실로 걸어갔다.
“근데 진짜 안 크네.”
옆에서 뚜뚜가 자꾸 몸집이 커져서인지 레이랑 계속 비교가 됐다.
레이는 첸의 집에서 주워 왔을 때랑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귀여운 건 똑같지만.”
캐리어를 다 쌌다.
딱히 쌀 게 별로 없었다.
포인트 상점이 있어서 딱히 캐리어를 쌀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나 혼자 가능 여행이 아니었으니까 대충 필요한 것들 몇 개만 집어넣었다.
그래서 내 캐리어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캐리어를 끌고 거실로 나갔다.
“벌써 다 쌌어?”
거실에 대자로 누워 있는 금석.
아까까지만 해도 캐리어에 뭘 넣어야 하냐고 물어보더니.
“제대로 싼 거 맞아?”
“엉.”
금석 앞으로 걸어갔다.
잠들랑 말랑한 얼굴로 대답 하는 금석.
금석의 캐리어를 들어봤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정도.
‘웬일이래?’
캐리어를 내려놓으며, 남는 시간동안 서이란의 노트를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금석의 캐리어가 이상하게 자꾸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급기야 안에서 미약하지만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려왔다.
“..안에 열어봐도 돼?”
“어..엉..”
금석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 뚜뚜와 레이.
‘에이 설마.’
금석의 캐리어를 열었다.
멍멍.
크릉.
사이좋게 붙어 있는 강아지와 늑대.
얌전하게 나를 올려다봤다.
어쩐지 빨리 쌌다 했다.
“둘 다 나와.”
끼잉..
크르릉..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캐리어에서 나오는 뚜뚜와 레이.
“..음?”
뭔가 이상했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뚜뚜를 쳐다봤다.
“뚜뚜.”
멍멍!
“너 왜 이렇게 작아졌어?”
멍멍?
“너 원래 이만 했잖아.”
나는 양팔을 살짝 벌렸다.
멍멍!!
내 말에 갑자기 뚜뚜의 몸집이 커지기 시작했다.
“어..어? 석아. 야, 금석.”
발로 금석의 어깨를 건드렸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금석.
“왜?”
“뚜뚜가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하는데?!”
“..처음 봄?”
“당연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금석.
“처음보지!! 와!! 뚜뚜야, 다시 작아져 볼래?”
멍멍!
레이처럼 몸집이 작아지는 뚜뚜.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혹시 많이 커질 수도 있어? 나 보다 더?”
멍멍.
뚜뚜의 몸집이 풍선이 부푸는 것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대형견을 넘어 호랑이처럼 몸집이 커진 뚜뚜.
옆에서 시샘이 나는지 레이가 뚜뚜의 발을 꾹꾹 눌렀다.
“석아. 뚜뚜 원래 저런 능력 있었어?”
“아니. 얼마 전에 교감 능력 레벨 업 하고나서부터 저런 능력 생겼다.”
“교감 능력 레벨 업 했어?”
“엉.”
금석이 말하는 것처럼 능력은 레벨 업을 할 수가 있었다.
다만 그 가능성과 확률이 굉장히 낮을 뿐이지.
능력의 종류가 패시브 능력일수록 가능성과 확률이 증가했다.
요 근래 금석의 상태 창을 열어보지 않아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뚜뚜의 몸집이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싶었다.
“뚜뚜. 이제 작아져도 돼.”
멍멍!
나는 말을 하며, 금석의 상태 창을 열어 교감 능력을 확인 했다.
3.교감
설명: 동물과 교감이 가능하다. (교감 대상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교감 대상의 특성과 능력을 흉내 낼 수 있다. 반대로 교감 대상 역시 시전자의 신뢰도와 이해도에 따라 시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밑에 한 줄이 더 생겼다.
*동물 한 마리를 펫으로 지정할 수 있다.
“펫?”
나는 멀뚱멀뚱 그 말을 되뇌다가 레이 앞에 가서 앉았다.
금석의 능력을 100% 사용 할 수 있는 나도 저 기능을 이용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아. 펫으로 등록 어떻게 해?”
레이를 품 안에 안으며 물었다.
“너로 정했다!! 라고 하니까 되던데?”
“....”
포켓몬이야 뭐야.
나는 살짝 목을 가다듬었다.
“레이. 너..너로 정했다!!”
고요.
크르릉!
레이가 나를 한심하게 올려다봤다.
“안되는데?”
“난 되던데?”
“....”
레이를 눈높이까지 들었다.
“레이. 내 펫 해.”
크르릉.
나를 빤히 쳐다보는 레이.
나 역시 레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크릉.
내 손을 살짝 핥는 레이.
그러자 메시지가 울렸다.
[‘레이’를 펫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오오! 좋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레이의 몸에서 하얀 빛이 한 차례 뿜어져 나왔다.
빛이 사라지고.
[‘레이’의 상태 창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레이의 상태 창이 생겼다.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바로 레이의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레이
나이: 4살.
종족: (?)늑대.
체력: B(10)
근력: C(60)
지혜: BB(30)
민첩: AA(5)
"와..“
인간 상태 창과 별반 다를 바 없었는데,
능력치가 어마무시 했다.
‘이 조그마한 게, 나 보다 능력치가 좋다니. 근데 종족에 물음표는 뭐지?’
늑대면 늑대지 늑대 앞에 물음표가 하나 붙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능력 창에도 물음표로 도배 돼 있었다.
레이의 능력 창은 모두 잠금이 돼 있었다.
*각성 필요
라는 문구가 마지막에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물음표는 레이가 각성하면 해제 되는 모양인데.
‘레이의 각성 조건을 알아야 각성 시키던가 하지.’
각성 안하면 어떠랴.
이렇게 펫으로 등록하자 이 전보다 훨씬 더 레이라는 존재가 내게 크게 다가왔다.
진짜 한 가족이 된 느낌이랄까?
크르릉.
레이가 내 손에서 바둥바둥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크르릉.(내려 놔라.)
분명 늑대 소리인데.
크르릉!!(손가락 물어버린다!!)
왜 번역이 돼서 들리는 것만 같지?
+ + +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관광버스처럼 시끌벅적했다.
아무래도 얼마 전 빌런의 습격이라는 사건이 있었다고는 해도,
들 뜬 기분을 감출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나이였으니까.
나는 창밖을 쳐다봤다.
레이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레이는 뚜뚜처럼 몸집을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레이의 몸집이 안 크는 게, 각성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레이가 마냥 애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4살이었다.
늑대의 평균 수명이 14~16년인 걸 감안하면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내 옆에 앉아 있는 채린이 말을 걸어왔다.
사신 길드가 이번 여행에 경호를 맡은 만큼 출발부터 동행이었다.
그래서 각 버스마다 사신 길드원들이 소수지만 탑승하고 있었다.
나는 맨 앞자리에 채린과 함께 앉아 있었다.
“아니, 그냥요.”
버스가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 레이가 아닌,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레볼루션 간부를 한 명 제거한다는 생각으로.
[작품후기]
이게 왜 노블 1위?
모른다고!!!!!!!!!!! 나도!!!!!!!!!!!! 나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