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66화 (66/196)

본격적인 카운터의 시작이었다.66회

D-day

“제 불빛을 따라오세요!!”

어디선가 들리는 한설휘의 목소리.

“제 뱀을 잡고 따라오세요!! 뭐라고요?! 뱀이 그럼 미끈거리지 푹신합니까!! 예?!”

어디선가 들리는 정시아의 목소리.

“이 쪽이다!! 멍청이들아!!”

야수의 본능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금석의 목소리.

나는 이들을 원래라면 전투에 참여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관들이 목에 힘을 주며 만류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역할은 혼란에 빠진 관중들을 무사히 경기장 밖으로 대피시키는 역할이었다.

그게 첫 번째 스텝이었다.

“박쥐. 지금이야.”

박쥐가 자리에서 일어나 파초선을 한 차례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시야를 가로막던 연기가 걷혔다.

몇 차례 더 휘두르자 경기장을 에워싸던 연기가 경기장 밖으로 대부분 날아갔다.

이게 두 번째 스텝이었다.

나는 맑게 걷힌 전방을 쳐다봤다.

경기장에는 박수향을 보호하듯, 뒤로 숨긴 서시우가 검을 가슴팍에 올리며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서시우의 앞에는 박태산이 서시우에게 뒤로 빠지라는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 한 명이 단검을 양 손에 움켜쥐고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뭔가에 포박당한 듯, 몸을 부들부들 댈 뿐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게 세 번째 스텝이었다.

채린과 사신 길드 간부들이 펼친 지주진.

그로인해 복면 남자는 독 안에 든 쥐가 아닌 거미줄에 걸린 벌레 신세가 됐다.

관중석은 이미 사람들이 거의 대피가 끝난 상태였고,

관중석에 남아 있는 건 지주진을 펼치고 있는 사신 길드 사람들과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남아있는 교관들뿐이었다.

멀리 교장과 토레스 영감이 보였다.

그들은 자리에서 이 사태를 관망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완벽했다.

그런데.

왜.

“한 새끼뿐이지?”

사방을 둘러봐도 지주진에 걸려 있는 건 한 명이었다.

이번 습격의 빌런 숫자는 총 세 명이었다.

한 명은 지금 현재 시야에 보이는 바와 같이 경기장에 있었고.

연기를 만들어 낸 한 명은 어딘가에서 숨어 동료들을 조력하기 위해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테고.

마지막 한 명.

‘이름이 반이었나.’

그 녀석이 가장 경계 대상이었다.

셋 중 가장 기동력이 빠르고 가장 능력치가 높은 녀석이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반 역시 경기장에 보이는 녀석처럼 지주진에 걸려 있어야 했다.

헌데 어디에도 모습이 안 보였다.

“....”

또 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황스럽지 않았다.

사람은 학습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비스트 마스터 때 한 번 학습을 했고, 어떤 변수가 생기던지 틀어막을 생각이었다.

날 보고 있는 채린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대로 지주진에 걸린 놈부터 죽인다.’

예정대로라면 이게 마지막 스텝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스텝이 되지 못했다.

나는 야수의 본능을 최대한 활성화하며 경기장에 내려 선 채린을 지켜봤다.

주변으로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박쥐와 바보 3인방은 파초선의 활용이 끝나자마자 관중석을 벗어난 상태였다.

채린이 지주진에 잡혀 있는 빌런을 향해 대시를 했다.

빌런은 채린이 다가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채린이 품 안에서 꺼내 든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그으려는 것 역시.

“멈춰라!!”

분명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런데 뒤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내 목에 단검을 겨눴다.

그의 외침에 채린이 멈칫하고 내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당장 떨어져라!! 안 그러면 이 녀석을 죽이겠다!!”

“....”

녀석이 내 목에 단검을 조금 더 바짝 갖다 댔다.

목에서 가늘게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반이네.’

반.

추정 능력치는 A급이었지만 S급에 근접한 A급이었다.

그의 능력은 닌자 능력이었다.

은밀 기동과 쾌속 이동에 특화 된 능력자라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내 레이더에 안 걸리는 게 당연했다.

나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채린을 쳐다봤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평온한 얼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시나리오에서 발생 할 변수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곰곰이 해봤다.

빌런들의 목적은 서시우였다.

왜냐하면 창조 그룹에 대한 원한이 크니까.

그 원한을 서시우를 죽임으로써, 해소를 하려고 했다.

즉, 녀석들의 목적의 목표는 창조 그룹에 빅 엿을 선사하고 싶은 거였다.

그런데 내 계획대로라면 서시우를 죽일 수 없었다.

자, 그러면 다른 대안으로 창조 그룹에 엿을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나다.’

많은 변수 중에 혹시나 나를 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진짜로 나를 노릴 줄이야.

“강제 수면.”

이번 계획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 중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신지수.

그녀가 관중석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능력을 사용했다.

나라는 변수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녀의 능력에 내 뒤 포지션을 잡고 있던 빌런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신지수의 지혜 스텟은 치유 능력자답게 굉장히 높은 스텟을 자랑하고 있었고,

효과는 직방이었다.

내가 위협에서 풀려나자 흔들리던 채린의 눈동자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이제 어딘가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연기술사를 찾기만 하면 상황종료였다.

사실상 상황종료나 다름없었다.

연기술사는 연기를 조성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능력이 없는 능력자였다.

경기장 밖으로는 이미 슬라임 능력자 정아영 교관을 필두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을 터.

도망갈 구멍이 없었다.

나는 목을 쓰다듬으며 빌런이 들고 있는 단검을 집어 들었다.

“왜? 죽이려고?”

신지수가 다가오며 물었다.

“예. 그 편이 깔끔하잖아요.”

이 녀석을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레볼루션의 잔당이나, 간부라면 몰랐지만 이 녀석은 레볼루션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반 빌런이었다.

신지수가 내 팔을 잡았다.

“나쁜 놈은 맞지만 헌터 협회에 넘기면 알아서 처리 할 거야. 그러니까 단검 내려놔.”

“....”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팔에 힘을 주며 신지수의 팔을 뿌리쳤다.

“야. 꼭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니깐? 그리고 너는 가만 보면 사람 목숨을 참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네 목숨이든 다른 사람 목숨이든.”

내 손에서 단검을 뺏어가는 신지수.

“애면 조금 애처럼 굴 때도 있어야지. 이런 건 어른들한테 맞기..”

“채린!! 떨어져!!”

“아니 그게.. 손이 안 빠져!!”

내 고개와 신지수의 고개가 동시에 경기장 쪽으로 돌아갔다.

이미 지주진에 잡혀 있는 빌런을 처리 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빌런의 목이 금방이라도 몸에서 분리 될 것처럼 달랑달랑거렸다.

아마도 채린이 저렇게 만든 것 같은데.

문제는 빌런이 손으로 채린의 팔목을 잡고 있다는 거였다.

보통 목이 저 상태가 되면 죽은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채린은 빌런의 손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다.

박태산이 채린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 때 빌런의 달랑거리던 목의 틈새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은 단숨에 빌런의 몸을 감쌌다.

“채린!!”

박태산이 소리를 지르며 채린을 향해 뛰었다.

뿐만 아니라 지주진을 형성하고 있는 사신 길드의 간부들까지 경기장으로 난입하려고 했다.

“지주진을 깨뜨리지 마세요!!”

내 말에 사람들이 잠깐 멈칫했다.

오직 박태산만이 채린을 향해 뛰었다.

빌런을 감싼 검은 기운이 채린의 손을 타고 채린까지 집어삼키려고 했다.

“흐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강철로 변한 팔을 아래로 내리치는 박태산.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빠르게 다시 모였다.

그 과정에서 정확하게 채린을 잡고 있는 빌런의 손을 떼어낸 박태산.

채린과 함께 거리를 벌렸다.

빌런을 집어삼킨 검은 기운은 점점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어느덧 5m는 족히 커진 검은 기운.

“저건 분명..”

“알아?”

나는 신지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악마의 열매’를 먹었을 때 생기는 부작용 현상 중 하나였다.

‘악마의 열매를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아직 악마가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러니, 악마의 열매 역시 아직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열매이자 아이템이었다.

‘소녀 이 새끼가..’

이건 대처 가능한 영역을 넘어선 변수였다.

나는 잠깐 하늘을 보며 저승의 소녀를 향해 쌍욕을 퍼부었다.

10m 정도 몸집을 부풀리다가 정체 구간에 돌입한 검은 기운.

점점 검은 기운이 걷히며 하나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다.

악마의 열매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그 중 빌런이 먹은 악마의 열매는 ‘거인 악마’ 열매인 것 같았다.

이건 생각지 못한 변수가 맞았다.

그래서 미처 대처를 못했던 것도 맞고.

하지만 대처를 못했다고 해서 해결까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악마의 열매는 경작하는 악마가 누구냐에 따라 효과나 성능이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은 악마의 열매라고는 해도 중급 악마로 변하는 게 한계였다.

그것도 대악마가 경작한 악마의 열매를 먹었을 경우였다.

보통은 소악마로 변했다.

그렇다는 말은 소악마.

혹은 많이 쳐줘서 중급 악마 수준이라는 건데.

나는 검은 기운이 걷힌 빌런의 머리 쪽을 쳐다봤다.

돋아난 뿔이 두 개였다.

‘시발..’

중급 악마였다.

현재 경기장에 있는 구성원으로 중급 악마를 상대할 수는 있었다.

다만 ‘빛’이나 ‘신성력’이 있는 능력자가 없어서 굉장히 힘들 뿐이지.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토레스와 교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30년 전.

빛의 여왕과 함께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악마의 출현은 그들에게 상당한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교관님.”

“으..응?”

내 말에 입을 벌리고 있던 신지수가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나를 쳐다봤다.

악마를 실제로 처음 봐서 그런지 토끼 눈을 뜨고 있었다.

“사랑의 불주사 좀요.”

“응?”

“빨리요. 시간 없어요.”

검은 기운이 거의 다 걷혔다.

하지만 녀석은 마음대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지주진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지주진의 지주가 현재 포지션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언제 지주진이 붕괴 될지 몰랐다.

‘지금 잡아야 한다.’

나는 얼 타고 있는 신지수의 옆구리를 제법 세게 때렸다.

“교관님!!”

“아야. 너 설마 저.. 무지막지한 저거 잡으러 가려는 건..맞구나. 내 생각에는 사제들이 올 때까지..아니.. 그러면 너무 늦으려나.. 아니 그러면..”

신지수가 횡설수설했다.

“빨리!! 이 여자야!!”

“..이 여자?”

내 호통에 잠깐 정신을 차린 신지수.

“에라 나도 모르겠다!! 너 나중에 보자. 이 여자아?”

품에서 주사기를 꺼내, 내 팔에 주사를 놓는 신지수.

지주진의 위력이 점점 약해지는가 싶더니 몇 몇 사신 길드의 간부들이 제 자리에 픽하고 쓰러졌다.

더 이상 버티는 게 한계인 모양이었다.

그오오!!

그러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칠게 포효를 하는 거인 악마.

곧장 타겟을 정하고 발을 뻗었다.

타겟인 서시우가 박수향을 끌어안고 자리를 이탈했다.

“다 됐다!!”

신지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기장으로 뛰어내렸다.

[죽인다아!!]

거인 악마가 검게 변한 안광을 번뜩이며 서시우에게 다시금 발을 뻗었다.

이번에도 박수향과 함께 자리를 이탈하려던 서시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거인 악마의 급은 중급 악마.

그것도 A급 능력자가 변한 중급 악마였다.

서시우가 딛고 있던 땅이 갑자기 늪처럼 변했다.

중급 악마의 인간 시절 능력이었다.

발을 빼려고 애를 썼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인지 안고 있던 박수향을 멀리 집어 던지는 서시우.

“시우야아!!”

“서시우!!”

여기저기서 서시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관들이 어떻게 해서든 중급 악마의 움직임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공격이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서시우!!”

나는 뱀의 움직임을 활성화하며 서시우를 향해 돌진했다.

나를 쳐다보는 서시우.

“야이 새끼야!!”

표정이 꼭 죽음을 직감한 듯, 해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는!!”

나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초식을 사용했다.

‘달빛 제 3초식. 달의 축복.’

조금 있는 달빛력을 쥐어짜냈다.

신지수의 버프와 달의 축복.

2단 버프로 가까스로 서시우 앞까지 당도를 한 나.

“너는 죽고 싶어도 내가 죽으라고 할 때까지 못 죽어. 알겠어?”

서시우의 손에 있는 검을 뺏으며, 있는 힘껏 서시우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그러자 녀석의 발이 늪에서 빠지며 멀리 날아갔다.

대신 내가 늪에 빠진 꼴이 됐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중급 거인의 발이 머리 위까지 와 있었다.

“와.. 이 새끼 발 냄새 개 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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