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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65화 (65/196)

추천과 코멘트 한 번씩 부탁 드려요 ! ! !65회

D-day

D-day 날이 밝았다.

서시우의 4강전.

사람들이 마치 이 날만 기다려온 것처럼 관중석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까지 아직 1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이 만석이 됐다.

서시우라는 티켓팅 효과는 과히 놀라울 정도였다.

역대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또래 최강이라는 칭호를 가진 서시우.

그를 직접 눈으로 보는 건 그의 타이틀만큼이나 관중 입장에서도 역대급 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이른 시간 관중석 만석은 어찌 보면 예견 된 결과일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서시우의 상대가 그나마 서시우와 비벼볼만하다고 평가 받는 2학년 랭킹 2등.

‘박수향’이었다.

나는 현재 사람들의 이목과 시선을 피해 선수 대기실에 와 있었다.

박수향을 만나기 위해서.

경비가 삼엄했지만 경비원들에게 한 마디 했더니 바로 물러났다.

‘동생 만나러 왔습니다.’

남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혈육을 만나러 왔다는데.

그것도 대 창조 그룹의 혈육을.

‘조금 갑질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뭐.‘

할 말만 딱 하고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관중석의 열기와는 다르게 대기실 복도는 고요 그 자체였다.

나는 대기실을 훑어보다가 ‘박수향’이라고 적혀 있는 대기실을 발견했다.

똑똑.

노크를 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한번 더.

똑똑.

노크를 했다.

역시나 안에서 별 다른 소리가 안 들렸다.

‘없나?’

나는 좀도둑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었다.

“쿠울..쿠울..”

“....”

바닥에 매트릭스를 깔고 대 자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있는 박수향.

자주 언급을 안 해서 그렇지 이 여자도 참 독특한 캐릭터였다.

“크흠.”

나는 대기실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크흠. 엣헴. 추천. 에엣헴.”

목이 슬슬 따가워질 정도로 헛기침을 하자, 박수향이 몸을 뒤척였다.

그래서 일어나나 싶었다.

하지만 뒤척인 게 끝이었다.

“흠냐..시우야아..뽀뽀오..”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입술을 사정없이 내미는 박수향.

나는 그녀 옆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서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시우우..”

잠꼬대를 하던 박수향.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나를 발견한 박수향.

“아주버님~ 안녕하시옵니까아..흐음냐링..”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시우 꿈을 이렇게 생생하게 꾸고 싶당..퓨휴..”

“꿈 아닌데?”

“에이~ 꿈이 아닌데 아주버님이 여기 왜..”

눈을 비비던 박수향이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진짜 아주버님?!”

대기실을 황급히 둘러보는 박수향.

“대기실 맞는데.. 아주버님이 여긴.. 일단 절을 받으시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박수향을 도로 앉혔다.

“미안. 놀랬지?”

“아..아니요. 그것보다 아주버님이 이렇게 소녀의 대기실을 방문해주셔서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흐를 것만 같사옵니다. 흑흑..”

말은 그렇게 하면서 태연하게 산발이 된 머리를 정돈하고 있는 박수향.

“곧 시우랑 경기인데 긴장 안 되나봐?”

본론을 꺼내기 전에 우선 대화를 예열 할 주제를 꺼냈다.

내 말에 코를 슥 문대며 속눈썹이 유난히 긴 눈을 깜빡이는 박수향.

바보처럼 웃었다.

“긴장이랄 게 있나요. 헤헤.”

“....”

“저는 시우를 돋보이게 하는 한 송이의 꽃일 뿐인걸요. 헿.”

내가 빤히 쳐다보자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시우를 이길 수는 없지만, 최선은 다 할 생각이에요. 그게 시우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방법이니까요!”

서시우가 세상의 전부인 여자다운 멘트였다.

“아주버님 늦었지만 4강까지 올라가신 거 감축 드리옵니다.”

조숙하게 고개를 숙이는 박수향.

“너무 안타깝게 지셔서, 소녀의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흑흑..”

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우는 척을 했다.

‘전혀 안타깝지 않았는데.’

어제 한설휘와의 경기는 일방적인 내 패배였다.

그래서 전혀 아쉽지도 않았다.

“수향아.”

“예, 아주버님.”

내 부름에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장군처럼 결의 찬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박수향.

“내가 무슨 말 할 줄 알고 그렇게 비장하게 쳐다봐?”

“저는 아주버님의 말씀이라면 독약이라도 마실 준비가 돼 있습니다!!”

“어..그래. 독약까지는 마실 필요 없고.”

나는 오늘 일어날 일에 대해 간략하게 박수향에게 설명했다.

입을 쩌억 벌리고 내 얘기를 경청한 박수향.

“이..이 새끼들이 감히 나의 낭군님을..이..”

내 얘기를 전부 듣고 분노에 휩싸인 그녀.

“그래서 네가 사건이 일어나면 서시우를 보호해 줬으면 해.”

“맡겨만 주세요!!”

“땡큐.”

“무슨 말씀을!! 나의 낭군님을 헤치려는 자!! 응당 소녀가 이 목숨을 다 바쳐서!! 악의 무리로부터 낭군님을 구해보겠습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박수향의 서시우를 향한 사랑.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너도 조심하고.”

“옙!!”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곧 서시우 대 박수향의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들은 자리에 착석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관중석에 앉아서 관중석을 전체적으로 훑었다.

곳곳에 사신 길드의 간부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채린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관중석의 제일 앞자리에는 동서남북으로 박태산을 비롯해 금석, 정시아, 한설휘가 앉아 있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는 박쥐와 바보 3인방을 쳐다봤다.

정확하게는 박쥐가 무릎에 올리고 있는 파초선을 쳐다봤다.

“신호주면 파초선 바로 사용 해. 그리고 애들 데리고 대피 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쥐.

참 대피하라거나, 도망가라는 말은 곧 잘 듣는 박쥐였다.

[서시우 학생과 박수향 학생은 경기장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경기장으로 나오는 서시우와 박수향.

관객들의 발수갈채가 이어졌다.

헌터 학교는 입학 규정에 따로 나이 제한이 있지 않았다.

능력을 개화한 사람에 한해서.

그렇다고는 해도 무턱대고 헌터 학교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잘 없었다.

17세.

이 나이를 사람들은 입학 적기라고 말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나를 포함해 동기들은 거진 전부 17세였다.

하지만 서시우. 그리고 박수향은 15세의 나이로 헌터 학교에 발을 디뎠다.

특이 케이스였다.

좋은 의미로.

워낙 능력이 출중했기에, 아무도 그들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보란 듯이 승승장구했고, 현재 16세의 나이로 학교 간판스타가 됐다.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고,

세간에서는 그들을 ‘역대급 능력자 커플’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간의 관심사대로, 커플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철벽남, 서시우.’

‘직진녀, 박수향.’

그래서 이런 수식어가 둘 앞에 붙었다.

꽤나 잘 어울리는 수식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에 올라 서, 눈을 감고 부동자세로 서 있는 서시우와는 달리 관중석을 요리조리 훑어보던 박수향.

찾던 게 나였는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입모양으로 뭐라뭐라 말을 하는 박수향.

‘저만 믿으세요. 아주버님.’

이라고 말을 하는 듯 했다.

저런 강심장이 또 있나 싶었다.

물론 서시우가 관련 돼 있어서 그런 거긴 하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의 강심장 투 탑이라고 할 수 있는 한설휘와 정시아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관객석 앞에서 상당히 긴장감이 역력한 얼굴로 주변을 계속해서 둘러보고 있었다.

[과연 결승에는 누가 오를지!! 지금 바로 준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4강전 막이 올랐다.

먼저 칼을 뽑아든 건 서시우였다.

“달빛 제 4초식. 보름달 가두기.”

레드를 상대로 나도 한 번 사용한 적 있는 초식이었다.

나는 레드의 몸 전신을 보름달로 가둔 반면,

서시우가 사용한 보름달 가두기는 고작 박수향의 발을 가두는데 그쳤다.

시작하자마자 발이 묶인 박수향.

황홀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아.. 좋아. 너의 능력은 언제나 황홀하고 영롱해.”

“..빨리 끝내주도록 하지.”

박수향에게 대시하는 서시우.

갑자기 관중석에 꽃향기가 만연해지기 시작했다.

서시우가 들고 있던 검으로 박수향의 몸을 가를 의향으로 사선으로 그었다.

“꺄아악!!”

“어..어?!”

박수향의 몸이 정확히 사선으로 갈렸고,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경기라고는 했지만, 상대방을 죽이는 건 허용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시우는 담담하게 검을 거두며 박수향을 쳐다봤다.

응당 흘러나와야 할 피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얼굴에 홍조가 가득한 박수향의 얼굴을 시작으로,

온 몸이 꽃잎으로 조각나 흩어졌다.

흩어진 꽃잎은 서시우의 뒤로 날아가 하나의 형체를 만들었다.

“짜잔~”

꽃잎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박수향이 등장했다.

그제야 비명을 지르던 관객들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놀랐잖아!!”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관객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나는 박수향을 쳐다봤다.

‘꽃 능력자, 박수향.‘

그녀는 다재다능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만능 플레이어였다.

서시우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면 자연스레 박수향까지 1+1으로 따라오기에, 현재까지는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서시우라는 전제 조건이 성립 됐다는 전제 하에,

나는 박수향을 정시아나 한설휘 보다 높게 치는 부분이 있었다.

“향기롭네요.”

옆에서 박쥐가 중얼거렸다.

박수향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쇼맨십으로 관객석에 꽃향기를 퍼트렸다.

그래서 관중들의 경기를 향한 몰입도가 더 상승했다.

자신이 빛나기 위해서가 아닌,

서시우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조강지처가 따로 없었다.

“달빛 제 1초식. 달빛 가르기.”

그 후로 일방적인 서시우의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8강처럼 서시우의 공격이 잘 먹히질 않고 있었다.

일방적인 서시우의 공격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기며 경기장을 활보하는 박수향.

딱히 서시우를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원래라면 눈물을 머금고 서시우를 공격 했을 터였다.

그 편이 서시우의 호감을 사는 쪽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대기실에서 한 말 때문인지, 공격 할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박수향의 공격 의사가 전혀 없다고 서시우도 느꼈는지 제 자리에 멈춰 서는 서시우.

“적당히 해라, 박수향.”

“적당히 안 하면? 뽀뽀라도 해주게?”

“....”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는 서시우.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달빛 제 6초식.”

경기를 단번에 끝낼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을 방해하듯, 어디선가 들리는 앙칼진 비명소리.

“꺄아아악!!”

그 소리는 너무나도 커, 관전 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여자의 머리.

머리 아래 부위는 바닥에 널브러져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고통과 공포.

두 가지 감정만이 얼굴에 남아 죽은 여자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충격적이다 못해, 단체로 순간 패닉에 빠진 사람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이네. 박쥐. 준비해.”

내 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박쥐.

사람들이 패닉에 빠진 순간, 관중석 한 곳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는 삽시간에 관중석과 경기장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퍼졌다.

나는 연기로 인해 시야가 차단되기 전, 서시우가 있는 경기장을 쳐다봤다.

뜬금없는 전개에 관중석을 두리번거리며 사태파악을 하려는 서시우.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귓속말을 건네는 박수향.

거기까지가 시야의 마지막이었다.

연기는 어느새 내가 있는 곳까지 뻗어와 보이는 모든 걸 차단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잘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짙은 연기였다.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

이어지는 안개로 인한 시야 차단.

이러한 수순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살려줘!!”

“꺄아악!!”

“비..비켜!!”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밀치는 소리가 난무했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관중석은 아마 아비규환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그 때 사방에서 친근한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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