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얘기가 다른데?63회
서진vs한설휘
-이름: 한설휘
나이: 17세.
체력: B(70)
근력: BB(60)
지혜: AA(30)
민첩: AAA(70)
모든 지표가 정시아와 흡사했다.
하지만 다른 지표를 두 가지를 꼽자면 아무래도 지혜와 민첩 스텟이었다.
지혜 스텟은 한설휘가 높았고,
민첩 스텟은 정시아가 높았다.
한설휘의 스텟은 정시아와 마찬가지로 모든 스텟이 A등급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의 스텟은 본래라면 이번 학기가 끝나면 이루는 스텟이었다.
하지만 웅담으로 인해 성장이 조금 앞당겨진 모습이었다.
유망주. 슈퍼 루키.
이런 말 보다는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높은 스텟.
현 시점에 이 정도의 스텟은 사신 길드의 수장 채린과 비슷한 정도의 스텟이었다.
나는 상태 창 다음으로 한설휘의 능력 창을 열었다.
-능력
1.화염의 인도자
설명: 대상을 화염으로 인도한다. 지속시간과 효과는 시전 자의 지혜 스텟에 비례한다.(화형식으로 줄여 표현하기도 한다.)
*장작 태우기와 중첩 가능. 단, 동시에 사용 시 마나 급감.
2.장작 태우기
설명: 화염의 화력을 순간 증폭 시킬 수 있다.
3.소각(燒却)
설명: 일직선으로 강력한 화염포를 발사 한다.
*장작 태우기와 중첩 가능. 단, 동시에 사용 시 마나 급감.
4.불 소나기
설명: 전방에 광범위한 불의 소나기를 내릴 수 있다.
*범위가 작을수록 데미지 상승.
*범위가 넓을수록 데미지 하락.
*장작 태우기와 중첩 가능. 단, 동시에 사용 시 마나 급감.
5.불의 찬사
설명: 불의 가호가 함께 한다.
*불 속성에 대한 친화력 100%.
(단, 물과 대지 속성에 대한 친화력이 대폭 하락한다.)
6.[미개방]
7.[미개방]
*미개방 능력은 훈수 대상과 신뢰도가 쌓이면 개방 가능.
일반 능력자 같은 경우 3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평균이었다.
하지만 한설휘는 일반 능력자 보다는 4개나 많은.
정시아보다 2개나 더 많은 7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이 세계관에서 총애를 받고 있는 캐릭터다웠다.
현재 오픈 된 능력만 해도 굉장했다.
하지만 미오픈 된 능력들은 굉장하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사기에 가까웠다.
‘신뢰도 점수가 82점이라니. 쩝..’
생각보다 많이 낮았다.
최소 85점은 예상했는데.
최근에 관계가 원만하게 바뀌긴 했지만, 서진에 빙의 전 서진이 해오던 짓들 때문에 신뢰도 점수가 더디게 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훈수 리스트에 추가 됐으니까.’
인간관계라는 게 원래 조급하면 조급할수록 망치기 마련이었다.
특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사아악.
한설휘의 능력 창을 보며 혼자 품평회를 열고 있을 때,
파이어 볼 하나가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경기 시작했다는 말 못 들었어?”
“아..쏘리.”
못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녀 말처럼 경기가 시작 했는지, 조용했다.
“와..”
관중석을 별 생각 없이 훑었다가 나는 감탄사를 내 뱉었다.
어제보다 카메라의 수가 배는 많아진 건 기본이었고,
내로라하는 길드의 수뇌부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아마도 영입 0순위에 해당하는 한설휘 때문이겠지.‘
한설휘는 헌터 학교 졸업 후 태양 길드로 들어가는 게 기정사실화였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라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들 직관하러 많이들 온 거 같았다.
나는 힐끔 토레스 영감을 쳐다봤다.
상체가 앞으로 살짝 나와 있었다.
토레스 영감도 이 대결.
아니, 한설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찌됐든 이 경기에 주목도가 높은 건 나로서는 좋은 현상이었다.
그만큼 토레스 영감이 옆에 겉절이로 있는 나를 보기 싫어도 봐야 할 테고,
세간에 떠도는 ‘돈빨’ ‘운빨’이라는 소문도 불식시킬 수 있을 테고.
무엇보다.
‘서시우.’
녀석이 관중석 입구에서 거만하게 서서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등장 안 했을 녀석이 관전하러 등장했다.
이 뜻은 아마도 나를 보러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만해? 자꾸 딴 생각하네. 안 봐준다고 했지?”
한설휘가 손을 들었다.
“소각(燒却).”
아이언 맨의 손에서 나오는 레이저 빔처럼 화염포가 뿜어져 나왔다.
화염포는 내게 다가오면 올수록 몸집을 부풀렸다.
나는 제 자리에서 가볍게 점프했다.
한설휘의 능력 중 ‘불의 찬사’라는 패시브 능력을 탑재 한 상태였다.
또한 속성 반지도 있었다.
친화력과 저항력의 숫자를 합치면 불 속성에 관한 저항력 및 친화력이 130%였다.
하지만 한설휘와 워낙 지혜 스텟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정통으로 맞으면 아무리 130%라는 수치가 나를 보호해 주고는 있다 해도 데미지가 있을 게 분명했다.
내가 점프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능력을 사용하는 한설휘.
“불 소나기.”
머리 위에서 불똥처럼 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맞을 만하네.“
조금 따끔거리긴 했지만 별로 데미지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열심히 날아다니며 벼락을 피하는 것처럼 불 소나기를 피해 다녔다.
내가 한설휘와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내가 한설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 한설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변수로 잘만 활용을 하면 이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장작 태우기.”
불줄기가 폭우처럼 굵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한설휘에게 날아갔다.
“소각.”
날아오는 화염포.
나는 옆으로 몸을 비틀며,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메두사.”
10m 정도 거리까지 접근 했을 때 정시아의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공포.”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지혜 스텟 차이가 너무 난다.’
지혜 스텟만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뱀의 움직임’과 ‘야수의 본능’을 활용해 최대한 한설휘의 공격을 피해 다녔다.
한설휘는 원거리 마법사형에 가까운 캐릭터였고,
근접거리로 접근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해 볼만 했다.
‘근데 그게 어렵지.’
불의 화신이라도 되는 마냥 사방으로 화염을 난사하고 있는 통에,
한설휘에게 다가가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내게 한설휘의 능력이 없다는 전제 하에.
하지만 나는 한설휘의 능력이 있었고,
비록 그녀처럼 난사를 하거나 강력한 화력을 뿜어 낼 수는 없었지만 빈틈을 만들 수는 있었다.
“화염의 인도자.”
한설휘가 능력을 시전 하자, 내 몸이 장작이라도 된 것 마냥 불이 붙었다.
“기권해!!”
한설휘의 외침.
뜨겁긴 했다.
열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온 몸이 화끈하긴 했다.
하지만.
고통 때문에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한설휘에게 도약했다.
“기권하라고!!”
한설휘가 ‘장작 태우기’를 시전 했는지, 몸에 붙은 불이 한층 뜨거워졌다.
몸이 익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내게 한설휘의 능력이나 속성 반지가 없었다면 내 몸은 이미 잿더미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진짜 크게 다쳐!!”
한설휘가 걱정이 되는지 추가적인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와의 남은 거리 5m.'
“불 소나기. 장작 태우기.”
나는 한설휘의 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했다.
한설휘 머리 위로 불 소나기가 굵은 방울을 형성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한설휘의 시선이 위쪽을 향했다.
지금이 내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한설휘의 능력으로는 한설휘에게 데미지를 줄 수가 없었고,
정시아의 능력 역시 먹통이었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능력은 하나.
“고통의 희열.”
지면을 박차면서 한설휘 앞으로 뛰었다.
몸에 힘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거리를 코앞까지 좁혔고,
지체 없이 한설휘의 목을 움켜지려고 했다.
“염옥(炎獄)”
한설휘의 시선은 여전히 내가 시전한 ‘불 소나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입은 마치 내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이 능력 하나를 읊조렸다.
순간 바닥부터 치솟은 불의 장벽이 한설휘를 에워쌌다.
“아뜨뜨..”
나는 불의 장벽에 손이 닿자마자 급하게 회수를 했다.
이건 아무리 불 속성에 대한 저항력과 내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뚫을 수 있는 불길이 아니었다.
지혜 스텟이 비슷하다면 모를까, 지금은 절대 불가능이었다.
한설휘가 가진 능력 중 가장 화염의 온도가 높은 능력이자,
한설휘의 유일한 방어 능력이었다.
염옥.
본래 목적은 상대방을 불길 안에 가두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설휘는 염옥을 방어 스킬로 자주 사용했다.
염옥은 내가 한설휘 능력 중 가장 탐내는 능력이었다.
저기다가 ‘장작 태우기’를 같이 사용하면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염옥은 미개방 능력 중 하나였다.
“이상하다 했어.”
불길 안에서 한설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불길은 네 속성 반지 하나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이상하게 잘 견딘다 싶었어. 너 내 능력도 카피 했구나?”
“....”
“언제야? 언제 내 능력 카피 했어?”
“얼마 안 됐어.”
한 20분 됐으려나.
“화염의 인도자 좀 캔슬 해줘. 기권 할게.”
나는 손으로 몸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탁탁 쳤다.
고통의 희열 효과가 지속 데미지로 인해 효과가 급감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불길이 전하는 고통이 배가 되고 있었다.
“순서가 바뀐 것 같은데? 기권을 먼저 해. 그럼 캔슬 해줄게.”
화염의 장벽 안에 숨어서 말을 하는 한설휘.
‘예리한 년..’
캔슬하면 다시 달려들려고 했더니.
나는 공중에 떠 있는 심판을 향해 손을 들었다.
“기권이요.”
내 선언에 곧바로 몸을 덮고 있던 화염이 사라졌다.
“야. 야..”
“응?”
한설휘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급기야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는 한설휘.
“미안..”
행동을 보면 이겨서 미안해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기권 선언에 차단 됐던 관중석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꺄!!”
“몸 좋다, 야!!”
“도..도련님!!”
많은 관중들 사이에서 이실장이 외투를 벗으며 경기장으로 난입하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왜들 저..런..”
어쩐지 몸이 시원하다 했다.
옷이 다 불타고 팬티도 거의 다 타서 중요부위만 겨우 가리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확인했다.
다행히 한설휘가 머리에는 불을 안 지른 모양인지 끝이 꼬들꼬들 말려있긴 했지만 대머리가 되진 않았다.
“화염의 인도자.”
나는 셀프로 몸에 불을 질렀다.
따뜻한 불길이 내 몸을 감쌌다.
나는 총총 걸음으로 대기실로 뛰어갔다.
+ + +
[2학년 8강전에 앞서, 앞선 1학년의 4강전. 총평을 해주시죠. 교장 선생님.]
아나운서의 말에 마이크를 잡는 교장.
“학교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주 밝다고 느낀 경기들..”
옆에 앉아있던 토레스가 교장의 마이크를 홱 하고 뺏었다.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잘 들어라 애송이들아!! 아주 형편없는 경기들이었다!!”
적나라한 표현에 교장이 토레스 손에서 마이크를 뺏으려고 했다.
토레스는 꿋꿋하게 교장의 얼굴을 밀치며 말을 이었다.
“친목질을 하려거든 놀이터 가서 하던지!! 소꿉놀이를 하려거든 집에 가서 하던지!! 그나마 태문이 손녀딸과 채린의 제자만 그럭저럭 볼만하고 사내놈들은.. 에잉 쯧쯧. 눈만 버렸다!! 특히 창조 그룹..”
마이크 쟁탈전에서 승리 한 교장.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얼추 다 했는지 토레스가 불만 없이 자리에 앉았다.
“토레스 영감의 올해 나이가 150살입니다. 여러분들. 노망난 게 분명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교장의 말에 토레스가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키가 150cm 정도라 그런지 앉은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노망?! 노마앙?!”
분노한 토레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 나왔다.
장외 아나운서를 쳐다보는 교장.
[아..예. 자, 그럼 여러분들이 그토록 고대하고 기다리시던 2학년 8강전 경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첫 경기는!! 슈퍼초울트라 루키!! 서시우 학생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중석에 금석과 나란히 앉아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하..”
“후후..”
패배자들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정시아와 한설휘는 승자 인터뷰를 하느라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는 통에 함께하지 못했다.
“잘했어.”
앞에 앉아있던 세리나가 우리를 위로했다.
“고마워.”
나는 대답을 하며 경기장을 쳐다봤다.
서시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서진에게 빙의 후 서시우의 싸움을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다.
과연 서시우는.
‘어느 정도로 달빛 능력을 사용할까?’
아니.
어느 정도로 달빛 능력을 흉내 낼 수 있을까?
[작품후기]
제가 요즘 즐겨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 번씩 들어들보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