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눈치 게임 응해주셔서 감사룽62회
정시아vs금석
나는 선수 대기실에서 TV화면을 빤히 쳐다봤다.
곧, 금석과 정시아의 8강전이 시작 됐다.
경기장 위에 서서 대치 중인 금석과 정시아.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정시아가 말을 하다가 갑자기 금석에게 삿대질을 하며 웃었다.
정시아의 삿대질에 한 마디 하는 금석.
정시아의 표정이 곧바로 굳었다.
“둘이서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화면에 조금 더 바짝 다가갔다.
[8강 A그룹 1조의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경기가 시작 됐다.
+ + +
“취소해. 취소하라고 황금 돌대가리!!”
“너나 취소해라!! 마귀!!”
경기가 시작 됐음에도 정시아와 금석은 한동안 말싸움을 주고받았다.
“이..이.. 똥개 자식아!!”
“훗. 그렇게 말해도 네가 살 쪘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지. 후후후!!”
“살 안 쪘거든!!”
“네 배를 봐라 마귀!!”
자신의 배를 쳐다보는 정시아.
입학 이후 금석과 서진. 그리고 한설휘.
특히 금석과 어울리면서 고기를 다량 섭취한 탓에 입학 전보다 살이 아주 조금 찌기는 했다.
‘별 티도 안 나는구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은근히 배가 불룩해 보이기도 했다.
‘예리한 새끼..’
정시아는 배를 쓰다듬으면서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금석을 쳐다봤다.
“괜찮아.”
“....”
“오늘부로 넌 채식주의자가 될 거니까. 그럼 나도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겠지. 호호호!!”
“으으.. 마귀.. 마귀!!”
채식주의자라는 말에 금석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단순한 놈.’
정시아는 살면서 금석만큼 단세포를 본 적이 없었다.
“와라 황금돌대가리!! 내가 이겨서 널 아주 노예처럼 부려주마!! 꺄하하!!”
“하아압!! 박태산 명치 때리기!!”
“....”
금석의 주먹을 공중으로 점프를 하며 피하는 정시아.
“..너 그런 능력 없잖아.”
금석의 뒤로 돌아간 정시아의 말에 금석이 어깨를 돌리며 대답했다.
“이렇게 하면 공격력이 올라가지. 후후.”
“..그래? 채린 명치 때리기!!”
뱀의 움직임으로 금석 앞으로 쇄도한 정시아가 금석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커헉..”
“어라? 진짜네?”
“크흡..후..후후..”
두 사람은 한동안 자신들의 사수 이름을 말하며 간단한 움직임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 이제 슬슬 장난은 그만하자.”
정시아가 말을 하며 금석과 거리를 벌렸다.
“너 받은 데미지도 조금 축적 됐을 거 아니야. 고통의 희열 써. 빨랑. 빨리 끝내고 다른 애들 관전이나 하자.”
“알아서 한다!!”
금석이 정시아에게 달려들었다.
‘왜 이래?’
평소의 금석이라면 방금과 같은 멘트에 ‘ㅇㅋ’하고 달려들었을 텐데.
정시아는 달려오는 금석을 피해 옆으로 돌았다.
곧바로 따라붙는 금석.
뱀의 움직임을 계속 활성화 하고 있었지만 점점 금석에게 움직임이 따라 잡히고 있었다.
아마도 움직임이 눈에 익고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움직임을 이렇게 빨리 간파하는 건..’
사신 길드의 선배 헌터들도 이렇게는 빨리 간파하질 못했다.
“진짜 짐승이네. 짐승.”
정시아가 혀를 내둘렀다.
금석의 피지컬이나 스텟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을 ‘야수의 본능’이라는 능력이 보정해주고 있다는 사실 역시.
지금까지 직접 체감할 기회가 없어서 몰랐는데 금석은 굉장한 놈이었다.
“조금 자존심 상하네.”
정시아는 금석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얼굴 옆으로 흘려보내며 무릎으로 금석의 복부를 때렸다.
멈추지 않고 다리로 금석의 온 몸을 찜질하듯이 패기 시작했다.
“내가 그래도, 엉? 어디 가서 민첩성으로는 꿀리지가 않는데 말이야. 이렇게 네가 쉽게 따라 잡으면 보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어..어라?”
“잡..았다.”
신나게 두들겨 맞던 금석.
정시아의 오른 다리를 잡고 해맑게 웃어보였다.
“놔.”
“항복?”
“아니.”
“옼히.”
금석이 정시아의 다리를 잡고 그대로 장외로 날려버리려는 모션을 취했다.
아무리 정시아라고 해도 서진처럼 플라이 능력이 없는 이상 한 번 장외로 날아가면 장외패를 면할 방법이 없었다.
“너는 오늘 이 누나한테 호 되게 혼 좀 놔야겠다. 메두사.”
몸이 그대로 굳어버린 금석.
“내가 그간 정을 생각해서 말이야.”
금석의 손에서 다리를 빼 내며 다리를 툭툭 터는 정시아.
“살살 하려고 했는데.”
가볍게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정시아.
“안되겠다.”
정시아의 손톱에서 초록색 액체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쫌 맞자. 황금 돌대가리.”
맹독이 묻은 손톱으로 금석의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다가가는 정시아.
지척에 이르렀을 때, 주저 없이 곧바로 금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니.
찌르려고 했다.
“으랴랴랴!!”
기합과 함께 정시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금석.
반사 신경으로 피한다고는 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장외패가 될 정도로 멀리 날아간 정시아.
“크하하!!”
금석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호탕하게 웃었다.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뺨을 매만지는 정시아.
“뭐..지?”
분명히 메두사로 인해 몸이 석화 상태였을 텐데.
“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달짝지근함에 침을 뱉었다.
붉은 선혈이 입 안에서 튀어 나왔다.
분명히 메두사가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
정시아는 물음표를 얼굴에 띄우며 금석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 능력 안 걸렸었어?”
“엉? 걸렸지. 걸렸는데 쎄게는 안 걸렸지!! 음하하!! 박태산 교관이 그러더라고!! 네가 메두사 사용할 때 눈을 감거나 등을 돌리라고. 음하하하!!!”
“아..그래?”
정시아는 시선을 돌려 관중석 쪽을 쳐다봤다.
교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에서 박태산이 근엄한 표정으로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시아와 눈이 마주치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리는 박태산.
“재밌네. 그럼 이것도 어디 한 번 막아봐. 보이지 않는 공포.”
“뱀?”
금석은 지혜 스텟이 낮았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공포가 선사하는 환각이 무척이나 심할..
“아하핳!! 간지러!! 간지럽다!!”
“..미친놈.”
환각 상태에서 분명 뱀들에게 물리고 쪼이고하는 죽음의 공포를 맛보고 있을 텐데, 간지럽다니.
“진짜 정상 아니야.”
어쨌든, 이번에는 제대로 능력이 들어가긴 한 모양이었다.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금석에게 다가가는 정시아.
맹독 묻은 손톱으로 금석의 몸 구석구석을 할퀴었다.
시간이 흐르자 보이지 않는 공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대신 실재하는 ‘맹독’이라는 공포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몸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는 금석.
“안 움직여..”
“당연하지. 내 독이 어떤 독인데. 진짜 이것까지 안 먹혔으면 섭섭할 뻔 했잖아. 황금돌대가리야.”
정시아는 무릎 다음으로 상체를 바닥에 대며 쓰러지는 금석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심판 교관님~”
정시아가 하늘에 떠 있는 심판을 애교스럽게 불렀다.
경기장으로 내려오는 심판.
금석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살폈다.
고개를 흔드는 심판.
정시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독은..”
“경기를 속행하겠다.”
“..네?”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심판.
정시아는 심판과 금석을 번갈아서 쳐다봤다.
“저기..? 심판 교관님?”
심판의 표정이 단호한 걸 확인한 정시아는 알 수 없다는 얼굴로 금석에게 다가갔다.
“숨만 겨우 쉬고 있는데 경기를 속행 한다고?”
어쩔 수 없이 장외로 내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금석의 몸에 터치를 하려고 했다.
그 때.
바닥에 얼굴을 쳐 박고 있는 금석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고통의..희열.”
순간 금석의 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와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로 쪼그려 앉아 있던 정시아는 황급히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늦었다.
받은 데미지가 사경을 헤맬 지경이라 그런지 금석의 움직임은 정시아가 반응 할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맞으면 죽는다.’
그런 생각이 정시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휴. 진짜 곱게 지면 얼마나 좋아?”
정시아는 한 숨을 내쉬면서 능력 하나를 사용했다.
뱀의 움직임. 메두사. 맹독. 보이지 않는 공포.
그리고 아직 누구에게도 오픈 하지 않았던 능력이 하나 더 있었다.
길드 사람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던 능력이었다.
‘어쩔 수 없지.’
지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킹 코브라.”
길이가 최소 30m는 돼 보이는 코브라가 정시아의 몸을 감쌌다.
취이익!!
전광석화처럼 주먹을 뻗는 금석을 향해 위협적으로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킹 코브라.
눈이 뒤집혀 있는 금석에게 킹 코브라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금석의 주먹이 킹 코브라에게 닿았다.
퍼엉!
폭발음을 내며 킹 코브라의 하반신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코브라의 육체를 뚫고 정시아의 앞까지 도달한 금석의 주먹.
하지만 끝내 닿지는 못했다.
“..휴.”
정시아는 흰 자를 드러내며 주먹을 뻗은 자세로 굳어 있는 금석을 살짝 밀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뒤로 자빠지는 금석.
정시아는 킹 코브라를 캔슬하며 금석에게 다가갔다.
‘아슬아슬 했어.’
킹 코브라라는 정시아의 비장의 무기이자 궁극기인 만큼,
기동성이나 공격력 측면에서는 A급 헌터를 1:1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하반신을 통째로 날려 버릴 줄이야.”
정시아는 쪼그려 앉아서 금석의 볼을 찔렀다.
맹독이 퍼지고 있어서 그런지 금석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처럼 보였다.
정시아는 품에서 해독제를 꺼내며 고개를 들어 심판을 쳐다봤다.
경기가 끝났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8강 1라운드 경기!! 치열한 접전 끝에 정시아 학생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아나운서의 승리 선언이 들리자마자 금석의 입에 해독제를 들이붓는 정시아.
“소원 10000개. 유용하게 써줄게. 황금돌대가리.”
정시아는 기분 좋게 웃으며 금석의 머리를 강아지 만지는 것처럼 쓸어 넘겼다.
+ + +
“아깝네.”
막 치열한 승부는 아니었다.
서로 친분이 있다 보니 중간 중간 대화도 하고 봐 주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조금 쫄깃했다.
나는 이번에 정시아가 지더라도 ‘킹 코브라’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용했다.
‘킹 코브라는 내가 사용하지 전까지 절대 먼저 쓰지마.’
라는 정시아의 당부.
“이제는 써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석은 애초에 ‘고통의 희열’로 한 방을 설계한 것 같았다.
아쉽게 실패했지만.
[8강 B그룹 1조 경기는 이서린 학생의 기권으로 한설휘 학생이 기권승을 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곧바로 8강 B그룹 2조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진 학생과 우람찬 학생은 경기장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
한설휘는 또 기권승이었다.
일반 학생들이 한설휘에게 느끼는 위압감은 내 생각 보다 훨씬 거대한 것 같았다.
나는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 + +
금석 스타일의 우람찬을 상대로 약간 고전하기는 했지만 쉽게 승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4강전.
A그룹인 정시아의 경기가 먼저였다.
8강전과는 다르게 사정없이 상대를 두들겨 팬 정시아.
손쉽게 4강전을 승리로 가져왔다.
이로써, 정시아는 최소 준우승 확정이었다.
이제 그녀의 결승 상대를 정할 시간이 다가왔다.
[서진 학생과 한설휘 학생은 경기장으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이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대기실을 나섰다.
“나 최선을 다 할 거야.”
“....”
복도에서 한설휘와 마주쳤다.
그런데 대뜸 그녀가 다짐하듯이 선언했다.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죽이지만 마.”
나는 너스레를 떨며, 똥머리로 머리를 묶고 있는 한설휘의 이마를 가볍게 옆으로 쓸었다.
“머리카락 삐져나왔다.”
탁.
내 손을 가볍게 치는 한설휘.
“다정한 척 해봤자 소용없어.”
“....”
한설휘가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딱히 바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안 봐주는 편이 훨씬 서로에게 이득이었다.
서로 화끈하게 치고 박는 걸 토레스 영감은 선호했으니까.
‘결과는 내가 질 것 같지만.’
한설휘를 따라 걸어가고 있을 때 메시지가 울렸다.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훈수 대상과 신뢰도가 일정 수치를 초과 하셨습니다.]
[훈수 리스트에 훈수 대상 ‘한설휘’가 추가 됩니다.]
[‘한설휘’의 스텟과 능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뢰도 수치에 따라 훈수 리스트에 있는 훈수 대상의 능력을 흉내. 모방. 복제를 할 수 있습니다.]
[‘한설휘’와 신뢰도 수치는 82점입니다.]
[‘한설휘’의 능력을 모방까지 사용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