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61화 (61/196)

눈치게임 1 !!!!!!!!!!!!!!!!!!!!!!!61회

본선

파공음과 함께 빛의 화살 세례가 공중에서 쏟아졌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안경잽이의 능력이 무슨 능력인지.

안경잽이는 세리나와 마찬가지로 빛 속성 능력자였다.

세리나에 비해 능력의 질과 수준이 한참이나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빛 능력의 희소가치는 치료 능력과 비슷했다.

저 정도 능력만 되도 대형 길드들이 군침을 흘릴 게 분명했다.

나는 속성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물, 불, 대지, 바람. 그리고 어둠.

불행히도 빛 속성에 대한 저항력은 없었다.

나는 능력 사용 후,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관찰하듯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안경잽이를 쳐다봤다.

피식.

“....”

녀석의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갔다.

그럴 만도 했다.

빛의 화살 세례가 조만간 나를 벌집으로 만드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공중을 올려다봤다.

수십 발은 돼 보이는 빛의 화살.

내가 바보도 아니고 제 자리에서 ‘어서 오십셔~’하고 맞아 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뱀의 움직임’을 활성화 하며 안경잽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안경잽이.

“역시나 예상대로 달려드는군. 후후.”

“....”

“네가 카피한 능력은 정시아와 금석의 능력. 즉, 근접 거리를 주지 않으면 나의 승리가 98.43%에 수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는 하늘에 떠서 팔짱을 끼고 있는 안경잽이를 올려다봤다.

“스텟은 C에서 D등급으로 추정. 데이터에 의하면 어떻게 중간고사 1등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더군.”

안경잽이의 계산은 얼추 정확했다.

“너는 악이다. 내가 너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도록 하겠다!!”

내가 뭘 했다고 악이라고 정의를 하는 걸까.

그냥 내게 그런 배역을 맡기고 싶나 본데.

“하늘의 부름에 답하나니, 내게 악을 처단 할 힘을 주소서.”

나는 플라이를 시전해서 날아올랐다.

“라이트..이..이 자식!!”

눈을 감고 여유롭게 시동어를 읊조리던 안경잽이가 허겁지겁 옆으로 날아갔다.

안경잽이의 능력은 자연스레 캔슬이 됐다.

“후후..후후..”

누가 봐도 당황했는데 애써 침착하게 웃으며 안경을 치켜 올리는 안경잽이.

“플라이 능력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 또한 예상했지. 0.3%긴 하지만. 후후..”

0.3%면 없다고 확신한 수치인데.

나는 천천히 안경잽이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상당히 어수선한 움직임으로 삿대질을 했다.

“물..물러서라!! 안 그러면 당장..”

순간 대시를 해, 안경잽이 앞에 섰다.

“당장, 뭐?”

“다..당장..”

안경잽이가 내게 승리 할 확률 98.43%은 혼자서 제공권을 장악 했을 때 얘기인 것 같았다.

“지금은 몇 %야?”

“..뭐가?”

“네가 날 이길 확률.”

“....”

내 말에 안경잽이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0.0000002%라는 계산이 나오는 군. 후후...”

“그 정도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질 확률 아니야?”

“훼이크닷!!”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얼굴을 가격하는 안경잽이.

솜방망이처럼 가벼운 펀치였다.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

“....”

무안한 얼굴로 주먹을 회수하는 안경잽이.

“그러니까 네가 가진 능력을 다 발휘해서 공격해 봐.”

어린 아이의 꿈을 짓밟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나는 그저 안경잽이에게 토레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그럼 밑으로 내려가 줄래?”

거만한 컨셉은 어디로 갔는지 안경잽이가 정중하게 말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바닥으로 내려갔다.

“크하하!! 멍청한 놈!!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

성격이 참 재밌는 녀석이었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의 세례를 그대로 몸으로 받았다.

“어떠냐!!”

어떻기는.

자기 치유 능력이 없었다면 골로 갈 뻔 했다.

나는 바닥에 누워서 천천히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하강을 하는 안경잽이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고통의 희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파리 잡듯 안경잽이를 후려쳤다.

“멀리도 날아가네.”

안경잽이가 관중석을 넘어 경기장 밖으로 날아갔다.

나는 바닥에 착지를 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 인심 좋게 공격을 전부 허용한 탓에 ‘자기 치유’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처럼 보였다.

32강.

무난하게 승리했다.

+ + +

“아, 따거.”

경기장 바로 옆에 설치 된 임시 부스.

선발전에서 다친 학생들을 위해 설치 된 치료실이었다.

곧 있을 16강전을 위해서 치료를 받으러 들렀다.

자기 치유로 인해 어느 정도 완치가 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멀끔한 상태로 16강전을 치루고 싶었다.

“아름아. 조금만 살살 해주면 안 될까?”

내 몸에 연고를 기계처럼 바르던 박아름.

내 말에 손길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너는 진짜 한 번씩 보면 금석 보다 더 무식할 때가 있다니까?”

의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신지수가 다가왔다.

빛 능력자는 미래에 중요한 자원이었고, 나는 중요한 자원이 나로 인해 좌절하는 걸 막았을 뿐이었다.

나는 옆 옆 칸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안경잽이를 쳐다봤다.

도끼눈을 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지만.’

“아름아 내가 마무리할게. 저기 안경 쓴 애 좀 봐줘.”

“네.”

박아름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경잽이에게 걸어갔다.

옆에 앉는 신지수.

“이틀 남았네.”

“네.”

나뿐만 아니라 내게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금요일을 모두 의식을 하고 있었다.

“너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이요?”

내 몸에 붕대를 감으며 얼굴을 내 쪽으로 들이미는 신지수.

얼굴 보다 그녀의 가슴이 더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영도 말이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그러고 간 후에 박대식이 왕좌에서 물러난다고 선포 했대.”

“....”

“그래서 지금 난리야 난리. 왕좌의 게임이라니까 완전?”

어느 정도 예상은 한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박대식이 스스로 물러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스스로 물러났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춘추 전국 시대를 맞이했네요.”

“그게 꼭 좋은 게 아니야. 박대식이 있을 때는 그나마 룰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완전히 개판이라니까?”

나는 신지수 뒤로 박아름을 쳐다봤다.

‘몰락한 왕권의 공주님은 괜찮으려나.’

무표정해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왜? 아름이가 걱정 돼?”

“조금요. 제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요.”

“알긴 아네. 근데 파초선을 구해야 했으니까.. 아름이 걱정은 하지마. 아름이 나랑 살고 있어.”

“..네?”

“박대식이 나한테 아름이 맡겼어.”

“....”

어째서 박대식 밑에 있을 때보다 더 걱정 되는 것 같지.

“아름이 술 진짜 잘 마시더라. 애가 절대 안 빼. 주는 대로 다 마셔.”

이럴 줄 알았다.

“안 빼는 게 아니라 아름이는 자기 의사 표현을 못하는..”

신지수가 내 등짝을 때렸다.

“알아. 짜식아. 내가 너 보다 아름이를 더 오랜 시간 봤는데 그걸 모르겠냐? 그냥 속에 무슨 얘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랬어. 근데 물어보기도 전에 내가 뻗었지 뭐야. 호호.”

“하하..”

[16강전이 곧 시작할 예정이니 참가 선수들은 대기실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외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경기장 밖까지 흘러 나왔다.

“다 됐다.”

마침 신지수가 붕대를 다 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6강도 파이팅 하고. 아 참. 네 괴물 같은 친구들 있잖아. 16강 상대가 전부 기권 했다더라.”

“....”

혹시나 했다.

내 경기가 끝나고 애들 경기를 모니터링 했는데 진짜 파괴적으로 상대를 박살냈다.

한설휘.

정시아.

금석.

세 명 모두.

셋의 경기 시간을 합쳐도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나는 경기 시간으로나 경기 내용으로나 고만고만했다.

‘나는 상대가 기권 안 하려나~’

“가 볼게요.”

나는 치료실을 나섰다.

+ + +

기권은 무슨.

‘이 녀석은 왜 또 눈을 저렇게 뜨고 있어?’

예선전이나 본선이나 상대 하는 애들의 눈빛이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한설휘. 정시아. 욕심도 많은 새끼..”

“....”

“한설휘 팬클럽 회장. 정시아 팬클럽 부회장으로써 널 처단하겠다!!”

‘병신. 지랄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

이번에는 봐 줄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16강 A조의 경기를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풀 스피드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 + +

본선 첫 날 경기가 모두 끝이 났다.

끝이 나자마자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사에 가장 많이 거론 되는 인물들은 정해져 있었다.

1학년 중에는 한설휘, 금석, 정시아.

이 세 사람의 주목도가 가장 높았다.

나는 창조 그룹이라는 명함을 제외하면 많이 낮은 편이었다.

2학년 중에는 서시우가 압도적이었다.

나처럼 창조 그룹이라는 명함을 차치하고서라도 학교에 입학 이후 성적이면 성적.

대련 랭킹이면 대련 랭킹. 모든 지표에서 다른 학생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물며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하다고 평가 받는 달빛 능력이었다.

어찌 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서진. 슬슬 동생 서시우의 발목을 잡을 때가 됐는데? (좋아요:2600. 싫어요:0)

-서진 새끼 솔직히 진짜 운 빨 아니냐? 인정하지? (좋아요:5000. 싫어요:2)

-진짜 아무 능력도 없는 새끼가 갑자기 카피 능력이니 플라이 능력이니. 참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쥬. 분명 돈으로 능력 샀겠지. 돈 아니면 그 새끼가 8강에 오를 수야 있었겠어?(좋아요:14222. 싫어요:5)

-돈으로 교관들도 매수한 거 아니야?(좋아요:1700. 싫어요:240)

-에라이 붕신들. 나는 서진이 중간고사 전교 1등한 시점부터 타도 서진 코인 타기 시작했는데. 네들도 타. 타도 서진 코인. 지금 개 떡상 중이니까. 헌터 학교에서는 동아리도 있다던데?(좋아요:1200. 싫어요:30)

“....”

나는 단지 동생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려고 했을 뿐이었다.

핸드폰을 바닥에 휙 던졌다.

“레이. 가서 물어버려!!”

크릉!!

내 품에 있던 레이가 총알처럼 튀어가서 핸드폰을 물고 발로 밟기 시작했다.

“후우..”

댓글 내용 보다 더 열 받는 건 좋아요 수와 싫어요 수였다.

“타도 서진 코인?? 우리 학교에 동아리도 있다고?”

그냥 웃음이 나왔다.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마음대로 생각 혀라~”

당장은 기분이 나빴지만 뭐 어쩌겠어.

빙의 전 서진이 벌어들인 이미지를 회복하는 건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내가 망나니라는 이미지가 없었어도 사람들은 나에 대한 악플을 달았을 게 분명했다.

시기와 질투.

가진 자에 대한 못 가진 자의 당연한 권리 같은 감정들이니까.

“확 그냥 나중에 레볼루션에 죽게 내버려 둬?”

아담과 이브처럼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이렇게만 살려 놓으면 세상을 구한 게 아닐까?

“아.”

별의 별 생각을 다 한다.

“레이. 핸드폰 좀 줄래?”

내 감정을 대변하듯이 핸드폰을 부술 것처럼 밟고 있던 레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핸드폰을 물고 다가왔다.

레이의 이빨자국이 나 있었지만 고장 나진 않았다.

나는 레이를 무릎 위에 올리며 내일 있을 8강 대진표를 확인했다.

-8강 A조 1경기. 금석vs정시아.

내일 첫 포문을 두 사람이 열게 됐다.

그래서 금석은 지금 지하 훈련실에 박혀서 맹훈련 중이었다.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 된 후, 정시아가 금석을 도발했다.

금석은 당연히 도발에 넘어갔고.

소원 10000개 빵.

지는 쪽은 거의 승자의 노예나 다름없는 내기였다.

승자 예측을 하자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생이었다면 나는 당연히 정시아의 손을 들었을 테지만,

지금은 한.. 6;4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석이 박태산의 트레이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내일 경기를 직접 눈으로 봐야 정확히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A그룹 말고 B그룹의 대진을 쳐다봤다.

-8강 B조 1경기. 한설휘vs이서린.

-8강 B조 2경기. 서진vs우람찬.

무난했다.

오늘처럼 낙승을 예상했다.

내 스텟은 1학년 평균이었지만 가진 능력의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상대하는 애들이 대처를 잘 못하고 있었다.

“으랴랴랴!!”

지하에서 금석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 뒷산에 가자.”

크르릉!

내일 남자 대 여자의 대결 구도에서,

금석은 몰라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한설휘를 이길 생각이었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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