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60화 (60/196)

세리나가 너무 가여워서.60회

본선

드디어 대망의 본선 날이 밝았다.

교관이나 학생.

더 나아가 외부인들까지.

이 날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본 게임 시작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예선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파로 인해 학교가 북적북적 거리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흡사 축제나 다름없었다.

“대진이 나쁘진 않네.”

오늘 아침 대진표가 발표 됐다.

A그룹에는 금석과 정시아가.

B그룹에는 나와 한설휘가 포진해 있었다.

한설휘와는 서로 연승을 한다는 전제하에 4강에서 만나는 구도였다.

“한설휘가 우리 조라서 나쁜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결승에서는 나와 함께 하는 녀석들이 만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었다.

4강안에만 들면 토레스 영감이 좋든 싫든 상품을 증정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우선 목표를 4강으로 잡고 있는 상태였다.

‘결승까지 가면 더 좋긴 하겠지만.’

현실상으로 지금의 내가 한설휘를 이기는 건 힘들지 않을까?

달빛 능력을 사용하면 가능하긴 했지만, 현재 달빛력이 20이었다.

1초식도 사용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나는 달빛 능력을 가급적이면 오래도록 숨기고 싶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대기실에 누워 발을 까딱까딱 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장외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중으로 벽면에 있는 TV에서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우선 경기 시작에 앞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본선 일정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요일. 오늘이죠? 수요일 오전에는 1학년 32강전. 16강전. 오후에는 2학년 32강전 16강전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목요일에는 오전에 1학년 8강전과 4강전이. 오후에는 2학년 8강전이 예정 돼 있습니다. 금요일에는 2학년들의 4강전이 예정 돼 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토요일에는 1학년과 2학년의 결승전이 예정 돼~~ 있습니다!! 자, 일정을 간단하게 짚어 드렸고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하하. 말이 너무 많다고요? 그게 제 직업인걸요. 아무튼 교장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듣고 가겠습니다!!]

일정을 보면 1학년은 이틀에 걸쳐 이긴다는 전제 하에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반면 2학년은 첫 날 두 경기를 치르면 그 다음에는 하루에 한 경기씩이었다.

아무래도 1학년들 보다 주목도가 높고, 사람들이 주목하는 게 2학년들이다보니 배려를 한 모습이었다.

‘아..지루하네.’

그저께는 훈련하느라,

어제는 밤늦게까지 첸과 세리나 및 레볼루션에 대해 얘기하느라 늦게 자서 그런지 눈이 스르르 감겼다.

잠이 들랑 말랑 할 때 뭔가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부드러운 손길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냄새는..한설휘에게서 나는 냄새인데.’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어.. 도련님. 깨울 생각은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이실장이 내 옆에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대기실 입구 쪽을 쳐다봤다.

‘왔다 갔나?’

“설휘 왔다 갔어?”

“예? 아뇨. 설휘 아가씨는 못 봤는데.”

“그래? 근데 이실장이 여긴 웬 일이야?”

“응원하러 왔습죠!!”

“..선수 대기실 통제구역 아니야?”

“하하!! 제가 누굽니까. 이실장입니다. 이실장.”

“몰래 들어왔구나?”

“하하..컨디션은 어떠십니까?”

“좋아.”

나는 목을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지 찌뿌둥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다.

“도련님. 이러다가 사모님 돌아가시게 생겼습니다.”

“무슨 말이야?”

아직 서진의 어머니가 죽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내가 쳐다보자 이실장이 바보처럼 웃었다.

“행복사로요. 하핫!!”

“....”

“중간고사 1등 하셔서 사모님이 다른 사모님들한테 얼마나 자랑을 하고 다녔는데요. 근데 어제 제일 그룹 장남을..크하하!!”

이실장은 창조 그룹의 골수파였다.

그래서 어제 기사를 보고 통쾌함을 느낀 모양인지, 한동안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행복사는 어머니가 아니라 이실장이 하겠는데?”

“아핳..아하..아.. 죄송합니다. 후우.. 어쨌든. 사모님이 요즘 신이 많이 나셨습니다. 저도 그렇고.”

어머니와 이실장은 예상했다.

서진이 사고를 치고 다닐 때도 항상 서진의 편을 들어주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문제는.

“아버지는?”

이 사람이었다.

선발전이 끝날 때까지 카드를 안 주면 직접 말하러 갈 생각이었다.

“음..그게..”

“그게..”

“그게 그러니까..”

“별 반응 없나 보네.”

“..예.”

예상은 했지만 무반응 일줄이야.

그간 서진이 해온 것들을 덮기에, 학교에서 내가 해 온 일들은 아버지 입장에서는 작게 느껴질 수가 있었다.

‘그래도 조금은 티를 낼 줄은 알았는데.’

괜찮았다.

그래도 선발전이 끝나면 당당하게 카드를 요구 할 생각이니까.

[4개 조씩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A그룹의 1조,2조. B그룹의 1조,2조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경기장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교장의 훈화 말씀이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B그룹 1조였다.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응. 너무 크게는 하지 말고.”

나는 대기실을 나섰다.

“....”

한설휘가 대기실 옆에 벽을 기대고 서 있었다.

“너 6조잖아. 왜 나와 있어?”

“얼핏 이실장 아저씨 본 것 같아서 인사하러 온 거야.”

“..그래?”

나는 복도를 가로 질러 가려고 했다.

“화..이팅.”

뒤에서 작게 들리는 목소리.

애들이랑 다 같이 있을 때는 안 그러다가 둘이 있을 때만 유독 까끌해지고 수줍음이 많아지는 한설휘였다.

“엉.”

나는 고개를 돌려 미소 한 방을 날려주며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 + +

“와..”

관중석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꽉 찼다.

내가 알기로 수용 가능 인원이 3만 명은 되는 걸로 아는데.

“재밌는 경기해라!!”

“잘생겼다!!”

“와아아아!!!”

귀가 먹먹할 지경으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렀다.

‘카메라가 하나, 둘.. 열.. 스물..’

경기장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 돼 있었는데, 얼핏 보이는 것만 해도 50대가 넘었다.

이 세계에서는 아무래도 능력자라는 존재가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다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겪는 일이라 눈살을 찌푸리며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경기장에는 총 네 개의 무대가 설치 돼 있었다.

무대의 개수가 줄어든 만큼, 예선전 때 보다 무대가 훨씬 넓었다.

“도려니이이임!!”

“....”

내 저럴 줄 알았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이실장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귓속에 파고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실장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이실장 주변으로 창조 그룹의 간부 몇 명이 플랜 카드를 들고 있었다.

나는 외면하며 관중들을 훑었다.

일반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길드 관계자들.

그 다음으로는 기자들.

그 다음으로는 학생들 순이었다.

각 길드는 자신들의 길드 문양을 깃발에 새겨 위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선발전은 학생들이 길드 관계자들에게 어필 하는 자리기도 했지만, 학생의 능력과 입지에 따라 반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길드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다른 길드 보다 더 돋보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렇다고는 해도 길드 장이 직접 등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선 첫 날.

길드 장이 직접 등판한 길드가 두 길드가 있었다.

사신 길드의 채린.

그리고 태양 길드의 한태문.

한태문이야 워낙 손녀딸인 한설휘를 예뻐해서 그렇다 치고.

‘채린은 왜..?’

빌런이 습격하는 날은 아직 이틀이 남았다.

나를 쳐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채린.

옆으로 무표정한 사신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 홍련이 보였다.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아무래도 나를 응원하러 온 모양이었다.

“서진님!! 이겨라!! 이겨라!!”

둥. 둥. 둥.

“서진님!! 여기도 한 번만 봐주세요!!”

뭐지.

이 위화감은.

어디선가 북소리와 함께 이실장 못지않은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쳐다보니 바보 3인방이 앞자리에 발을 올리고 확성기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돼지는 북을 메고 있었다.

그들 뒤로 수더분한 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일반인으로 변장한 박쥐인 것 같았다.

‘짜식들이 금요일에 오라니까.’

도대체 선발전이 뭐라고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들 떠 있을까.

순간 오래전 본래의 나였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2002년 월드컵 때 이런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녀석들을 보며 옛 기억을 떠 올리고 있을 때 너무 시끄럽게 해서 그런지 바보 3인방이 교관들에게 제지를 당하고 있었다.

시선을 돌렸다.

세리나가 뚜뚜를 옆에 두고, 레이를 품에 안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첸이 한태문과 교장이 있는 쪽을 쉴 새 없이 번갈아 쳐다보며 노려보고 있었다.

‘괜찮아졌나보네.’

나는 첸의 시선을 따라 교장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관중석 중 로얄석으로 보이는 정 중앙 자리에 교장이 앉아서, 첸에게 혓바닥을 내밀며 메롱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유치하다는 걸 첸과 교장을 보며 새삼스레 상기했다.

채린. 신지수. 박태산.

이 셋이 동기 듯이,

첸. 교장. 한태문까지.

이렇게 세 사람 역시 동기였다.

나는 교장 옆에 앉아 있는 하얀 수염이 지긋한 남자를 쳐다봤다.

하얀 수염이 얼마나 길면 앉은 자세에서 바닥까지 내려왔다.

과히 수염만 보면 신선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얼굴은 신선과 거리가 멀었다.

굉장히 투박하고 고집이 세 보이는 얼굴이었다.

수염을 만지는 손 역시 얼굴만큼이나 투박하고 두꺼웠으며 잔 상처가 가득했다.

인간과 드워프의 혼혈이자,

드워프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작 기술을 가졌다고 정평이 나 있는 대장장이.

‘토레스.’

선발전이 각 길드에게 어필하는 장이기도 했지만,

토레스에게 어필하는 장이기도 했다.

4강안에 들면 토레스가 만든 아이템 하나를 가질 수 있었고,

우승을 하면 토레스가 직접 우승자를 위해 아이템을 맞춤 제작을 해줬다.

하지만 8강에서 탈락하든, 16강에서 탈락하든 경기가 마음에 들거나 선수가 마음에 들면 아이템을 거저 주기도 하고 제작 해주기도 했다.

토레스표 아이템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걸로 유명했다.

선발전은 그런 토레스의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나는 토레스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했고, 싫어하기도 했다.

‘똥고집.’

호불호가 확실했고, 성격이 제 멋 대로였다.

영도의 박대식이 그냥 꼰대였다면,

토레스는 특급 대왕 꼰대였다.

‘꼰대 중의 왕.’

화창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토레스의 도움이.

아니 토레스의 아이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저 영감탱이를 어떻게 구슬린담.”

수염을 만지다가 코를 후비적거리고 있는 토레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

휙.

매몰차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토레스.

“....”

내가 빙의하기 전 서진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토레스가 잘생긴 남자에 대한 혐오증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전방을 쳐다봤다.

32강전의 상대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 12위.

대련 랭킹은 23위.

잠재력 점수는..

‘기억이 안 나네.’

하지만 학교 성적만큼이나 나중에 꽤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능력자로 기억을 했다.

제일 큰 특징으로는 머리가 쫌 좋은 편이었다.

행사장에 선 스타처럼 사방을 보며 손을 흔들던 상대가 손을 내리며 나를 쳐다봤다.

끼고 있는 안경을 가운데 손가락으로 살짝 올리는 녀석.

‘이름이..뭐였더라.’

까먹었다.

분명히 대진표를 볼 때 확인 했는데.

“잘 부탁한다. 서진.”

“어. 나도.”

생긴 건 족제비처럼 생겼는데, 생긴 거와는 달리 예의가 바른 친구였다.

[자!! 이제 32강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외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자 소란스럽던 관중석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해졌다.

나는 안경잽이를 가만히 서서 녀석이 먼저 공격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머리가 좋은 건 기억이 나는데 이름과 마찬가지로 도통 무슨 능력자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탐색을 할 겸 기다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잡고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는 안경잽이.

“주님. 오늘 주님의 곁으로 어린 양을 보내니, 부디 잘 보살펴주소서.”

“....”

‘저거 나 죽인다는 소리 아니야?’

나는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작품후기]

저는 이 글을 재밌게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만 재밌는 글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코멘트 좀!!!!!!!여!!!!!! 눈치게임이라도 해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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