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58화 (58/196)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만반의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58회

예선전

어두컴컴한 지하.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전등 하나가 금방이라도 소등 될 것처럼 깜빡였다.

작당모의를 할 법한 장소에서 세 사람이 지도를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며칠 안 남았군.”

한 남자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옆에 있는 남자가 말을 받았다.

“근데 서시우를 죽인다고 해서 창조 그룹이 타격을 받을까?”

“창조 그룹은 몰라도 회장은 확실히 패닉에 빠지겠지. 그거면 돼. 아들을 잃는 슬픔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어.”

“그럼 서시우 뿐만 아니라 서진도 같이 죽이는 게 어때?”

“그 새끼는 죽여 봤자 별 타격 안 받을 거야. 아마도. 내 놓은 자식이나 다를 바 없잖아.”

“음.. 그렇긴 한데.. 소문으로는 서진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얘기가 있어 가지고.”

“신경 꺼. 괜히 욕심 부리다가 한 마리 토끼도 놓치는 수가 있어.”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냥 암살하는 게 어때?”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을 하는 남자.

그의 말에 다른 두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많은 편이 우리가 몸을 내 빼기가 좋아.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게 성공 확률도 더 높고.”

“그리고 최강자 선발전은 16강부터 TV에 중계가 된다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창조 그룹의 기대주 서시우가 죽는다고 생각을 해 봐봐. 개 짜릿할 거 같은데. 아니야?”

“그렇긴 하네.”

담배 연기가 지하실을 자욱하게 뒤 덮었다.

“너는 능력도 사용 안 했는데 연기가 그렇게 나냐.”

“내비 둬. 하루 이틀도 아니고.”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가 담배를 거의 다 태웠을 때, 지하실 문이 열렸다.

끼이익.

“....”

“....”

지하실에 있던 세 남자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우리 위치 발각 된 거 아니야?”

“뭔 소리야. 우리가 현상 수배범도 아니고 발각이 왜 돼? 우린 아직 아무 짓도 안 저질렀다고.”

단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바람에 열린 거 아니야?”

“여기 지하 3층이야.”

“아니면 문이 녹슬어서 고장 났다던지.”

“그게 이 타이밍에 말이 된다고 생각해?”

두 남자가 떠들고 있을 때, 가벼운 바람이 한 차례 불어왔다.

“누구냐.”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곰방대를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어흥!!”

“뒤..뒤다!!”

어흥하는 소리에 동시에 뒤를 돈 세 남자.

10살 정도 돼 보이는 작은 소녀가 방긋 웃으며 서 있었다.

“안녕!”

“....”

“....”

세 남자는 동시에 시선을 교환했다.

능력자 사회의 물을 조금 먹으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되는 수칙 같은 게 몇 가지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겉모습만 보고 절대 판단하지 마라. 였다.

문이 열리고,

한 차례 미풍이 불더니 갑작스레 뒤편에 모습을 드러낸 작은 소녀.

꿀꺽.

한 남자가 마른 침을 삼켰다.

분위기를 보니 소녀의 움직임을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는 건..

‘A급 이상의 능력자.’

“누구냐?”

한 남자가 침착하게 물었다.

“나? 어~~ 나는~”

눈 한 번 깜짝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소녀의 몸이 세 남자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애청자라고나 할까나~”

제 자리에서 뒷짐을 지고 한 바퀴 도는 소녀.

“원작자라고나 할까나~”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가 곰방대에 입을 대고 뿜으려고 했다.

옆에 있는 남자가 손을 들어 만류했다.

“잭. 잠시만.”

“..너는 지금 유일한 탈출 기회를 날려버렸다.”

“..알아, 나도.”

세 남자는 굳이 소녀와 싸워보지 않고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괴물이다.’

무방비 상태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빈틈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근데.. 공격 할 의사가 없는 것 같잖아. 안 그래, 곤?”

“그런 것 같긴 한데..”

잭과 곤.

그리고 잭을 만류한 반까지.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는 식은땀을 한 차례 닦아 냈다.

“용건이 뭐냐?”

곰방대를 내리며 소녀에게 말하는 잭.

“용건이라기보다는~ 조언 해주려고 왔지~”

“조언?”

“응! 너희들 다음 주 금요일에 헌터 학교 습격 할 거지? 서시우 죽이려고?”

세 남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 사실을 어떻게..”

“실패해.”

“..뭐?”

“그리고 너희 다 죽어.”

“....”

갑자기 나타나 미래를 알고 있는 신 마냥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는 소녀.

“자, 이제부터 조언 들어간다? 필기 할 사람은 필기해!”

“....”

그저 헛소리인 줄 알았던 소녀의 조언이,

점점 세 남자의 귀에 쏙쏙 박히기 시작했다.

+ + +

월요일 아침.

“석아. 너 뚜뚜한테 뭐 특별한 거 먹여?”

“우걱우걱.”

모처럼 박태산의 트레이닝이 없는 날이었다.

오늘 뿐만 아니라 이번 주 통째로 박태산의 트레이닝은 휴무였다.

학교 최강자 선발전 때문에 워낙 바빠진 탓이었다.

내 말에 밥을 입에 우겨넣던 금석이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뚜뚜를 쳐다봤다.

“무슨 말..우걱..이냐?”

“아니 그냥..뭐랄까.”

나는 내 무릎 위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레이와 뚜뚜를 번갈아 쳐다봤다.

뚜뚜는 날이 갈수록 몸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중형견을 넘어 대형견을 넘보고 있었다.

반대로 레이는 여전히 작은 솜털이었다.

그래서인지 뚜뚜를 보면 레이가 피해 다녔다.

“개가 원래 이렇게 성장이 빠른가?”

멍멍!!

내 말에 금석 대신 뚜뚜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와 머리를 숙였다.

손을 들어 뚜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래에 대괴수가 된 뚜뚜의 몸집이 집 채 버금가니.

‘이상한 건 아닌가? 아니 잠시만. 이대로 계속 성장하면 기숙사에서 못 키우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금석의 밥그릇에 고기 한 점을 올렸다.

“꼭꼭 씹어 먹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입에 가져가는 금석.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훈수 포인트는 틈틈이 쌓아나가고 있었다.

현재 ‘3500포인트’ 정도가 쌓여 있었다.

아, 그리고.

어제 저녁.

드디어 금석과 정시아의 신뢰도 점수가 90을 찍었다.

90을 찍으니 여러 개의 메시지가 떴었다.

[신뢰도 점수가 90점을 돌파하셨습니다.]

[모방이 아닌 복제를 할 수 있습니다.]

[복제는 복제 대상의 능력을 100% 활용 및 발휘 할 수 있습니다.]

흉내는 50% 정도.

모방은 80% 정도.

복제는 100%.

나는 이제 정시아와 금석의 능력을 오리지널만큼이나 사용 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최강자 선발전을 앞 둔 내게 희소식이었는데, 한 가지 희소식이 더 있었다.

[정시아의 능력이 모두 개방 됩니다.]

그렇다.

미오픈 상태였던 정시아의 마지막 능력이 개방 됐다.

하지만 이 능력은 정시아가 사용하기 전까지 사용 할 생각이 없었다.

비장의 무기라고 아끼고 있는데 내가 떡 하니 사용해버리면, 너무 미안하니까.

이런저런 희소식이 연달아 들려 왔지만 내가 제일 기다리는 희소식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한설휘.’

그녀가 아직까지 훈수 리스트에 등록되지 않고 있었다.

분명 한설휘를 대상으로 훈수 포인트를 500을 넘긴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능력의 급에 따라 필요한 포인트가 다르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 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원래라면 최강자 선발전을 시작하기 전에 한설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게 목표였는데.

‘어쩔 수 없지.’

“밥 먹고 레이랑 좀 놀아줘.”

크릉.

레이를 금석 무릎 위에 올렸다.

레이는 한설휘나 정시아가 만지려고 하면 으르렁 거리는데 유독 금석한테는 얌전했다.

교감 능력 때문인 것 같았다.

금석의 무릎 위에 엎드려서 나를 쳐다보는 레이.

“나중에 날 잡고 놀아줄게. 알겠지?”

크릉. 크르릉.

요즘 들어 레이가 부쩍 서운한 티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나는 선발전에 예선부터 참가해야하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일정이 빠듯했다.

반면 금석은 대련 랭킹 10등 안에 든 탓에 바로 본선행이라 수요일부터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관전을 하던지 자유 시간을 가지던지 본인 자유였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 + +

학교 최강자 선발전에 참가하는 인원은,

1학년 130명.

2학년 50명이었다.

1학년과 2학년의 참가 인원 차이가 두 배를 넘었다.

1학년은 개나 소나 다 참여하는 반면,

2학년은 서로 간의 실력과 격차를 인지하고 있는 탓에 상위권 학생들만 참가를 했다.

본선은 32강부터였다.

이미 대련 랭킹 10등까지 본선에 진출해 있는 탓에 예선전에서는 총 22명의 인원만 선발했다.

즉, 1학년이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본선 인원 제외 120명 안에서 22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학교 시설 중에 가장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

-다용도 경기장-

축구 경기장과 흡사했다.

경기장의 크기나 수용 가능 관객 인원이나.

예선전 첫 날에는 무작위로 뺑뺑이를 돌려 대결 상대를 정했다.

승리하면 승리한 사람들끼리 또 뺑뺑이를 돌렸다.

그렇게 총 2번을 싸워야 했다.

그러면 인원이 120명에서 30명으로 확 줄었다.

그리고 내일.

30명 중에서 22명을 선발하는 경기가 치러졌다.

나는 하품을 하며 대기실에서 TV 화면을 쳐다봤다.

교관들이 아날로그 식으로 복권 당첨 번호를 추첨하듯이 뺑뺑이를 돌리고 있었다.

[A조의 1조. 전상수. 그리고 안치홍.]

[A조의 2조. 박나라. 그리고 이만세.]

총 120명의 인원을 뺑뺑이 돌리고 호명을 해야 되다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냥 자기네들끼리 정하거나 컴퓨터로 하면 금방 될 것을, 굳이 저렇게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해서였다.

나는 강한 애랑 붙는데 쟤는 왜 약한 애랑 붙냐.

이런 식으로 형평성과 공정성을 운운했다.

꼭 약한 애들이 그런 소리를 했다.

실력에 자신 있는 애들은 찡찡 대지도 않았다.

아무튼.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 됐다.

[D조의 3조. 서진. 그리고 박철수]

‘철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 + +

A~C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두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가 속한 D조의 차례였다.

[D조 1~10조는 경기장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울렸다.

나는 대기실을 나가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경기장은 복싱 링처럼 사각의 링이 10개가 설치 돼 있었다.

복싱 링과 다른 점은 넓이가 네 배 정도 넓었다.

나는 3조 팻말이 붙여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앞에 조가 제법 치열했는지 링을 고치고 있는 기술 능력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나는 링에 올라섰다.

“역시 예선전이라 관중이 별로 없네.”

관중석이 휑했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앞에 조를 응원하러 왔던 건지 자리에서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래도 본선만 되면 관중석의 좌석이 모자랄 지경으로 변했다.

선발전은 외부인의 관전을 허락했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많이들 구경하러 왔다.

특히 방송사와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

미리 유망주들에게 점 찍어두기 위해서.

그래서 학생들도 그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리나?”

관중석 한 편에 익숙한 동그리 안경을 쓴 애가 수줍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첸 어르신도 왔네.”

세리나 바로 옆에는 첸이 앉아서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두 사람의 그림이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친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나는 손을 들어서 흔들었다.

“한 눈 팔다가는 큰 코 다칠 걸!!”

뒤에서 들리는 앳된 목소리.

나를 뒤를 돌았다.

오늘의 첫 상대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를 정도로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뭐..뭐?! 어떻게 나를 까먹을 수가 있어!! 어떻게!!”

나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까먹은 거 보니까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뭐라고?! 이..이..”

‘이름이 박철수 였던가.’

부들부들 거리는 철수.

“아!!”

나는 손뼉을 쳤다.

기억났다.

대련 랭킹이 발표 된 직후 내게 대련을 신청했던 녀석.

핵주먹인지 뭔지 하는 능력을 사용했던 녀석.

‘이거 꽁승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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