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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48화 (48/196)

정시아나 한설휘가 상대 할 법한 몬스터가 나타났다.48회

중간 고사

박태산은 서진의 스텟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다.

아침 훈련을 매일 시키고 있기도 했고, 교관 생활만 횟수로 5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전 체력장의 결과를 확인하니, 서진의 스텟은 짐작한 그대로였다.

교내 학생들의 평균에 해당하는 스텟이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중간 스텟.

하지만 박태산은 서진의 전투 센스나 순간적인 반응. 판단.

그런 스텟 외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자신이 아침마다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고.

요즘 들어 서진에게서 금석에게로 뭔가 주객전도 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박태산은 서진이 ‘미로 탈출’을 굉장히 손쉽게 할 것이라 예상했다.

딱 스텟에 맞게 미로를 설계 했는데, 서진은 스텟 외적인 부분이 워낙 출중하므로.

“그런데 이건..”

박태산은 상황실에서 서진이 미로를 탈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할 말을 잃었다.

마치 미로를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는 그렇다 쳐도 곳곳에 숨겨둔 함정 역시 바로 간파 당했다.

아무리 손쉬워도 이건 박태산의 계산과 범주를 벗어났다.

미로가 마치 서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30번 미로. C등급으로 설정한 거 맞나?”

박태산의 말에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조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근데 왜 이렇게 허술해 보여?”

“..예?”

“....”

박태산은 30번 미로와 동일한 등급으로 설정 된 미로들을 쳐다봤다.

학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두 명은 벌써 탈락했다.

박태산은 다시 30번 미로를 쳐다봤다.

서진이 벌써 마지막 관문 앞에 도착했다.

미로를 통과하는 속도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몬스터를 처치하고 함정을 피하는 것까지.

모두 완벽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서진에게 ‘완벽했다.’라고 말하면 되는 것일까?

아무런 피드백 없이?

그런 생각과 함께 박태산은 궁금했다.

과연 저 아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채린과 신지수에게 듣기로는 ‘미친 정도’라고는 하는데 박태산은 한 번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었다.

“30번 미로, 설정 바꿔.”

“그래도 됩니까?”

“내가 책임지겠다.”

“..넵. 어떻게 바꿀까요?”

“A등급.”

“..예?”

“A등급.”

“아무리 서진 학생이 탈출하는 속도가 빨라도 추정 스텟이 C 스텟인데 A등급 미로는 쫌.. B등급 미로는 어떠..”

조교는 박태산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눈에 기름을 부으면 활활 타오를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삑. 삑.

“30번 미로. A등급으로 난이도 조정 했습니다.”

“....”

박태산은 30번 미로를 집중적으로 쳐다봤다.

+ + +

이건 저승의 소녀가 일으킨 변수가 아니었다.

‘박태산 교관’

유력한 용의자였다.

나는 손을 들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 했다.

“안..녕?”

쿠오오!!

“짜식. 건강하네. 내가 다 기분이 좋다, 야.”

나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오우거라 맞아도 목숨에 지장이나 위협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저 녀석이 탈출구로 가는 길목을 완전히 막아서고 있다는 건데.

박태산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준 건지는 몰랐지만,

시련 극복은 내 주특기였다.

‘계획을 수정해야겠어.’

현재 내 근력 스텟으로는 무기가 B급은 돼야, 오우거의 살갗을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손에 있는 건 D~E급 무기.

오우거를 잡는 건 무리였다.

‘유인해서 무시하고 미로를 탈출해야겠네.’

설마 자기가 임의로 난이도를 수정해놓고 마지막 몬스터를 안 잡았다고 감점을 할까.

‘에이 설마.’

검은 안광을 희번덕거리며 오우거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게 끝이었다.

마지막 몬스터는 탈출구를 막는 문지기로 설정이 돼 있어서 이동 범위가 넓지 않았다.

“그래도 한 발은 너무 하잖아.”

나는 성큼성큼 오우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주먹을 뻗으며 다시 한 발을 내 딛는 오우거.

동작이 아까 상대했던 일반 오크와 비슷하게 느렸다.

하지만 일반 오크 보다 덩치가 10배 정도 크고 파괴력 역시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나는 롱소드로 오우거의 발등을 찍었다.

팅~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흠집도 안 났다.

그래도 모기가 문 것처럼 따끔은 했는지 오우거가 양 손을 휘두르며 내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놓고 오우거에게 등을 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움직임이 둔하다고는 했지만 덩치가 커서, 한 발 움직이는 게 내가 5걸음 움직이는 것과 맞먹었다.

‘왼쪽.’

왼쪽에 커브를 도는 길이 있었다.

‘저기로 유인하면 되겠다.’

나는 먼저 왼쪽 길로 진입했다.

나를 따라온 오우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거친 숨소리만 낼 뿐 다가오진 않았다.

저기가 오우거의 행동반경의 최대치인가 본데.

우리 안에 갇힌 동물처럼 녀석이 손을 계속해서 허공에 허우적거렸다.

“무릎 밟고, 어깨 밟고 하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다가 주먹이라도 한 대 맞으면 바로 사망이었지만 오우거의 움직임 속도를 보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자, 그럼..”

계획을 행동에 옮기려고 할 때 갑자기 땅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10분이 지났습니다.

-미로가 움직입니다.

“....”

눈앞에서 오우거가 사라졌다.

양 옆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좌우반전을 한 것처럼 도는가 싶더니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처럼 내가 서 있는 땅이 이동을 했다.

A등급 미로에만 있는 특별한 룰이었다.

나는 머릿속에 차오르는 육두문자를 입으로 배출하려다가 참았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터져 나왔다.

“이런 시부랄!! 시작 포인트로 오면 어쩌자는 거야!!”

미로의 움직임이 멈췄을 때 내가 서 있는 곳은 미로의 입구였다.

하필 와도 입구라니.

나는 최대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다시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이런 시버어어얼!!!”

한바탕 소리 지르니까 속이 시원하긴 한데.

어디선가 박태산이 지켜보고 있을 생각을 하니까 쫌 찜찜하기도 하고.

나는 머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미로의 입구를 쳐다봤다.

차근차근 A등급 미로를 파해하다가 미로가 움직이면 그나마 괜찮았다.

미로가 움직인다고 해서 파해한 장애물이나 함정이 리셋 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나는 C등급 미로를 클리어 하고 다녔지, A등급 미로는 아무것도 클리어 한 적이 없었다.

설정 값이 A등급으로 바뀌었으면 나는 지금 완전히..

‘A등급 미로를 처음부터 돌파해야 한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남은 시간을 쳐다봤다.

-19:40

천장에 있는 CCTV를 가만히 응시하면서 한 마디 내 뱉었다.

“양심 있으면 무기나 업그레이드 해주시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고 있던 롱 소드가 반짝 하고 빛이 났다.

한 눈에 봐도 A급은 되 보이는 검으로 탈바꿈 했다.

‘아니지. 양심 있으면 본래 C등급 미로로 돌려줘야하는 거 아니야?’

근데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이고.

“탈출하면 가산점 두둑하게 주시는 거죠?”

본래 계획에 없던 A등급 미로를 탈출하게 생겼다.

나는 빠르게 전생에서 한설휘와 정시아가 A등급 미로를 어떻게 공략했고, 어떻게 탈출했는지 복기하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3조 다 나온 거 아니야?”

한 학생이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근데 교관님은 왜 안 오시지?”

몇 몇 학생이 동조했다.

“아직 한 명 안 나왔어.”

정시아가 30번 미로를 가리켰다.

다른 미로의 탈출구는 전부 오픈 돼 있었는데, 30번 미로만 문이 닫혀 있었다.

“어..그러네?”

“30번 미로 서진 아니야?”

“아마 맞을 걸? 되게 빨리 탈출할 것 같았는데. 의외네.”

정시아도 동감이었다.

“얘, 안에도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시아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한설휘가 시계를 쳐다봤다.

“이제 곧 30분인데.”

한설휘가 벌러덩 누워 있는 금석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진짜 행동을 예상 할 수가 없다니까.”

말을 하며 금석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정시아.

“너는 안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옷이 그렇게 찢어졌어?”

금석은 아무런 미동도 눈을 감고 있었다.

드르렁.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사는구나.”

정시아는 한설휘를 쳐다봤다.

시선이 30번 미로 쪽에 고정 돼 있었다.

“걱정 돼?”

“응? 아..아니 그냥.”

사실 정시아도 내심 걱정 되는 마음이 들긴 했다.

C등급 미로를 탈출한 애들 말로는 함정이나 장애물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서진은 아직까지 미로 안에 있었다.

‘설마 레볼루션이..’

정시아는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며 생각을 지웠다.

서진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하거나 등장하면 항상 레볼루션과 연관 돼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여기는 학교였다.

학교에 레볼루션이 나타났으면 서진이 미리 알려줬을 터.

“똥이라도 싸나~”

정시아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로 했다.

‘레드’ 건 이후로 괜히 조바심이 느껴졌다.

그 당시 느꼈던 소외감.

그 마음이 정시아의 마음속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어? 문 열렸다.”

한 학생이 말했다.

그의 말에 학생들의 시선이 동시에 30번 미로 탈출구를 향해 쏠렸다.

“이..이씨..이씨..”

넝마가 된 서진이 좀비처럼 걸어 나오며 당장이라도 욕을 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너..”

정시아가 금석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안에서 자해라도 했어? 아니..”

정시아가 금석과 서진을 번갈아서 쳐다봤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면 옷이 찢어지고 다치냐고. 어엉?!”

정시아의 말에 서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정시아와 한설휘가 앉아 있는 곳 바로 앞에 벌러덩 자빠졌다.

“이..씨발..”

“....”

“....”

정시아와 한설휘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우리한테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응. 나도 그런 것 같아.”

그렇다면 누굴 향한 욕이란 말인가.

+ + +

“교..교관님.”

박태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조교의 어깨를 가만히 눌렀다.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는 조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30번 미로가 보이는 모니터를 쳐다봤다.

모든 함정이 발동 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기록하지 못했다.

아슬아슬했지만 전부 피했다.

몬스터도 꽤 여러 마리 있었다.

근데 전부 때려잡았다.

고전하긴 했지만.

그 중 가장 압권은 마지막 몬스터인 오우거를 때려잡는 장면이었다.

명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그 장면이었다.

“아무리 A급 무기를 쥐어줬다고는 하지만..”

조교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떻게..C급 스텟을 가지고..”

조교는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했다.

박태산은 아무 말 없이 방금 전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 올렸다.

위험천만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진은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부족한 스텟을 피지컬로 메웠고,

부족한 시간을 철저히 오우거의 약점을 공략함으로서 극복했다.

뇌지컬과 피지컬.

이 두 가지가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제한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초.

서진은 A등급 미로를 탈출했다.

박태산은 어제 서진의 시험지를 채점했던 기억을 떠 올렸다.

마지막 25번 문제에 적힌 답.

‘도주’

옆에 적은 두 글자.

‘만점’

“크흐..크하하!!”

박태산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런 괴물을 만나게 될 줄이야.

박태산은 신지수와 채린이 왜 서진의 재능을 ‘미친 정도’라고 평가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박태산은 인정했다.

서진은 미쳤다.

+ + +

길고 길었던 실기 시험 첫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뻐근한 목을 돌리며 학교 정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 평일에 학교 밖으로 외출하는 건 담임 교관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동행 하는 게 다른 반 교관이라 별 다른 허락은 필요 없었다.

“갑자기 밥을 사준다니. 어지간히 미안하긴 했나보네.”

학교에서 박태산이 걸어 내려왔다.

“오래 기다렸나?”

“아뇨.”

“제일관 음식을 좋아한다고 신지수 교관이 그러던데.”

“네.”

“제일관으로 가도록 하지.”

원래는 여름 방학을 맞이하기 전 조금씩 박태산에게 물 밑 작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한 번에 작업을 끝내기로 했다.

이른바,

‘강한 금석 만들기 프로젝트’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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