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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43화 (43/196)

밝아진 하늘 위로 ‘레인보우 새’가 우아한 날갯짓을 하며 등장 했다.43회

레인보우 새

하늘산의 ‘레인보우 새’는 곰 왕국의 ‘하리부’처럼 하나의 영지에 군림하는 절대자였다.

그리고 하늘산은 곰 왕국처럼 국가에서 지정한 금지 구역이자 보호 구역 중 하나였다.

또한 웅담처럼 남들은 모르는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늘산 정상에 위치한 레인보우 새의 둥지.

그곳에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고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내려오는 일은 잘 없는데.”

레인보우 새가 고고한 눈빛으로 나를 오시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본래라면 둥지 근처나 하늘산의 정상 부근에서 비행을 하고 있어야 했다.

나처럼 하늘산의 중간지점을 넘어서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레인보우 새는 지금처럼 아래까지 내려오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상에서 꽤 낮은 곳까지 내려왔다.

나를 반기기 위해서?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나를 내쫓기 위해서?

아마도 이 부분이 확률이 크겠지.

하지만 앞에도 말했다시피 침입자가 있다고 해도 레인보우 새가 지금처럼 등장하는 경우는 없었다.

“....”

눈빛을 보면 경계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딱히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딱히 내쫓기 위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녀석의 시선은 오로지..

‘레이?’

이것 참 이상한 일이었다.

두 동물이 아무 말 없이 눈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레이. 쟤 알아?”

크르르.

레이가 레인보우 새에 시선을 고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꾸루룩.

크르르!!

레인보우 새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갑자기 내 품에서 뛰쳐나가 당장이라도 하늘을 향해 뛰어 갈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레이.

꾸룩.

크르르.

‘도대체 무슨 대화가 오고 가는 거야?’

궁금해 하고 있을 때, 레인보우 새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낙하했다.

나는 여차하면 레이를 데리고 도주를 할 생각을 하며 그 모습을 쳐다봤다.

크기가 헬리콥터랑 비슷했다.

날갯짓을 통해 흘러나오는 바람의 강도 역시.

낙하를 한 레인보우 새가 우리가 있는 곳 바로 앞까지 내려왔다.

딱 정면 눈높이까지 내려온 레인보우 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꾸루루.

그러자 내 바짓가랑이를 살짝 깨무는 레이.

크르르.

레인보우 새가 있는 쪽으로 주둥이의 힘을 가했다.

“타..라고?”

꾸루룩.

크르르.

두 동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 일이래.’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라도 할 텐데.

레이가 그렇다니까 일단 타기로 했다.

나는 레이를 품에 안고 플라이를 시전 해,

레인보우 새의 등에 올라탔다.

오색찬란한 레인보우 새의 깃털에서 다양한 기운이 미세하게 흘렀다.

붉은 깃털은 따스했고,

파란 깃털은 차가웠으며,

초록 깃털은 포근했다.

하얀 깃털은 몸에 닿자 순간적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검은 깃털은 몸을 나른해지고 만들고 졸리게 만들었다.

한 번에 다양한 느낌과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레인보우 새가 비상하기 시작했다.

+ + +

레인보우 새의 둥지는 녀석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했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의 소인이 된 느낌.

나는 레인보우 새의 등에서 레이를 안고 둥지로 뛰어 내렸다.

꾸루루.

레인보우 새가 날개를 접으며 둥지에 몸을 안착했다.

‘목표지점에 무임승차로 온 건 호재이긴 한데.‘

나는 주변을 살폈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여기 어딘가에 고이 잠들어 있을 텐데.’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시야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잡혔다.

레인보우 새와 마찬가지로 오색이 찬란한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누워서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몸 여기저기가 상처 투성이었다.

특히 날개 부분이 심하게 찢어져 있었다.

크르릉.

새끼 레인보우 새에게 뛰어가는 레이.

조심스럽게 관찰하듯이 살폈다.

나 역시 레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건 마치..’

인간이 사용한 능력에 당한 것 같은 상처였다.

우리 뒤로 드리우는 그림자.

레인보우 새가 상체를 수그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식을 쳐다봤다.

“잠시만 기다려봐.”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포인트 상점을 창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난 후,

레이의 간식이나 간단한 용품 같은 것을 넣어두고 다녔다.

그 중에 응급처치를 위한 의료 용품도 존재 했다.

의료가방을 들고 포인트 상점을 닫았다.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의료가방을 열어서 이것저것을 꺼냈다.

진통제. 빨간약. 붕대.

꾸루루.

내가 아기 새에게 다가가자 레인보우 새가 주둥이로 접근을 막으려고 했다.

크르르!

그런 녀석의 주둥이를 앞발로 툭툭 치는 레이.

꾸루룩.

크르르!

레인보우 새가 주둥이를 천천히 옆으로 치웠다.

나는 가볍게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기 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기 새라고 하지만 크기가 성인 남자와 비슷한 크기였다.

“따가울 거야.”

꾸루..

아기 새가 많이 아픈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낮게 울었다.

움직일 힘도 없어보였다.

나는 조심스러운 손기로 아기 새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꾸루..꾸루..

아기 새가 내 손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다.

레인보우 새 역시.

레인보우 새의 눈빛이 꼭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자식 잘못 되면 가만 안 둬.’

중간에서 레이가 그런 눈빛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계속해서 레인보우 새의 볼을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다 됐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진통제를 먹였으니 고통이 조금 덜 할 거야.”

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기 새의 숨소리가 점점 엇박에서 정박을 타는가 싶더니 새근새근 잠들었다.

꾸루루.

레인보우 새가 한참을 아기 새가 잠든 모습을 쳐다봤다.

그동안 나는 둥지를 구경하는 척 대놓고 아이템을 찾았다.

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나를 따라다니던 레이도 내가 무언갈 찾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둥지를 박박 손으로 긁고 다녔다.

‘어디 있는 거야?’

아이템의 크기가 내 주먹 만 한 크기였다.

그래서 넓은 둥지에서 찾기란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둥지를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

뒤에서 레인보우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꾸루루.

쳐다보니 아까보다 경계심이 한껏 누그러진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순진무결한 얼굴로 녀석을 쳐다봤다.

‘도둑질하기 쉽지 않네.’

집주인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템을 찾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뜨끔뜨끔 했다.

꾸룩.

내게 걸어오는 레인보우 새.

크나큰 날개를 내 머리 위에 올렸다.

순간 이불을 뒤집어 쓴 것처럼 시야가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고맙다.]

정확하진 않았다.

하지만 날개가 분명 그런 뜻을 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한 편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영상은 5분여간 계속 됐다.

레인보우 새가 의사전달 표현으로 이러한 능력을 사용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잠자코 녀석이 내게 전하려는 의사를 지켜봤다.

5분간 이어진 영상은 몇 명의 헌터가 하늘산 둥지를 침략하려는 내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기 새가 다쳤다.

이게 내용의 전부였다.

레인보우 새가 날개를 치웠다.

꾸루루.

녀석이 침울하게 울었다.

“....”

레인보우 새의 깃털은 여러 가지 효과가 있는 깃털이었다.

약재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무기나 방어구로도 제작할 수 있었다.

즉.

레인보우 새의 깃털은 헌터들에게는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새끼 레인보우 새를 잡아다가 사육하려는 헌터들이 존재했고,

아마 레인보우 새가 내게 보여준 영상에서 등장한 헌터들은 그런 헌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불법이었다.

하지만 곰 왕국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동물과 몬스터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있는 구역은 경비가 심하지도 않을뿐더러, 방치되다시피 했다.

헌터들에게는 동물이었지만,

시민들에게는 몬스터였으니까.

그래서 두 입장을 절충을 하다 보니 금지 구역. 혹은 보호 구역으로 지정은 하되, 경비는 삼엄하지 않게 됐다.

그러한 허점을 노리는 불법적인 범죄가 이 세계에는 성행했다.

걸리면 법적조치가 강하게 이루어졌지만, 걸리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보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보게 된다고 해도 못 본 척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으로 몬스터의 탈을 쓰고 있는 동물들 입장에서는 거지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랬던 거네.’

왜 새 떼가 그렇게 평상시보다 극성으로 출몰했는지 이해가 됐다.

녀석들 입장을 군대 상황에 비춰 설명하면 진돗개 1이 발령 된 상황이었다.

적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

근데 여전히 미스테리한 점은 남아 있었다.

그런 상황인데 왜 레인보우 새가 우리를 둥지로 데리고 왔나.

하는 점이었다.

맥락을 보면 무조건 레이 때문이긴 한데.

나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레이를 무릎 위에 앉혔다.

크르릉.

뭐가 어찌 됐든 나는 아이템만 가지고 돌아가면 되는 입장이었다.

아무리 지금 레인보우 새가 구슬픈 눈빛을 내게 쏘아 보내고 있었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헌터들이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당장 들이 닥치면 내가 뭐 어떻게든 도움을..

꾸루루!!

레인보우 새가 갑자기 급발진 하듯이 날갯짓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

레이가 내 품에서 벗어나 제 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들이닥친 거로구나. 하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인보우 새가 내게 보여준 영상이나 아기 새의 상처로 봤을 때, 그제. 혹은 어제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했다.

그리고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불법 사냥을 하는 헌터들은 대체로 능력치가 낮았다.

능력 역시 B급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했다.

좋은 능력치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애초에 불법적인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레인보우.”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시동을 걸고 있는 레인보우 새를 불렀다.

녀석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나를 쳐다봤다.

“도와줄게. 대신에 나중에 부탁하나만 들어줘.”

도둑질 보다는 합당한 보상으로 아이템을 수거해 가는 방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인보우 새.

“들어 줄 거야, 말거야.”

녀석이 거절하면 지금 둥지에서 나갈 것 같은데, 빈집털이를 할 생각이었다.

꾸루룩.

고개를 끄덕이는 레인보우 새.

살짝 아쉬웠다.

빈집털이 각 제대로 나왔었는데.

“레이.”

크르르.

“쟤, 간호해주고 있어.”

내 말에 아기 새를 쳐다보는 레이.

이번에는 별다른 불평 없이 아기 새 쪽으로 걸어갔다.

같이 가봤자 자신이 방해 된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나는 펄쩍 뛰어올라 레인보우 새의 등에 올라탔다.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플라이 능력은 아껴 둘 생각이었다.

지속 시간이 10분밖에 안 되니까.

“출바알~”

레인보우 새의 등을 툭툭 건드렸다.

비상하는 레인보우 새.

둥지를 벗어나 아래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지상 쪽으로 향하게 하고, 급 하강을 하는 레인보우 새.

그 덕분에 등에 매달려 있는 나는 죽을 맛이었다.

‘자이로드롭을 타는 기분인데.’

머리카락이 짧은 머리에서 조금 자란 탓에 머리카락이 뽑힐 것처럼 휘날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1분 남짓 비행을 했을까.

브레이크를 밟는 레인보우 새.

도착한 곳은 아까 나와 레이가 잠시 머물렀던 구역이었다.

아래로 우리를 막아섰던 새 떼들이 이번에는 다른 침입자를 막아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침입자는 우리와는 달리 힘으로 새 떼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것들 좀 어떻게 해 봐!!”

“아푸.. 새 똥이랑 새털 개 날리네 진짜!!”

“조금만 기다려봐!! 캐스팅 다 됐어!!”

새 떼 밑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캐스팅?’

이 세계는 많은 능력들이 즉발로 사용 가능한 능력이 많았다.

캐스팅을 하는 능력은 내가 사용하는 달빛 초식같이 예비 동작이 필요하거나 마법사 계열의 능력이 많았다.

‘마법사 능력자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밑에서 치솟는 화염 기둥.

폭죽이 터지듯 사방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파이어..익스플로전?”

마법 중에서도 상위 마법으로 알려져 있는 스킬인데.

‘뭐하는 새끼들이야?’

나는 새 떼가 화염에 휩싸이며 서서히 드러나는 3인방을 내려다봤다.

“저 바보들이 여기 왜 있어?”

아는 인물들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서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다.

[작품후기]

며칠 전에 노트북이 고장나서 피시방에서 글을 쓰다보니 오늘까지 연재 시간과 편 수가 들쭉날쭉 했습니다.

하지만 주문했던 노트북이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이제부터는 제대로 자정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연참 하도록 하겠습니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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