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41화 (41/196)

혹시 쓰게 되면 보러와주....3.....ㅎ........41회

살살해.

-이름: 서진

나이: 17세.

체력: DD(90)

근력: DD(40)

지혜: DD(20)

민첩: D(30)

달빛력: 3

아무런 등급 없이 단순한 수치만 기록 돼 있는 달빛력.

“달빛력..달빛력..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나는 목검을 무릎 위에 올리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분명히 들어 본 말이었다.

지나가는 개 이름도 아닌 것이,

지나가는 음식점 이름도 아닌 것이,

기억이 날랑 말랑 했다.

전생에 서진이 분명..

“‘아. 조금만 더 일찍 내가 달빛력에 대해 알았더라면. 아.’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지.”

탄식과 후회가 범벅이 된 대사였는데.

그 때는 그냥 저 새끼 왜 저러나. 싶었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달빛력. 너는 대체 무엇에 쓰는 스텟..이더..냐. 아!!”

기억났다.

달빛력은 달빛 계승자에게만 존재하는 일종의 보조. 혹은 여분의 마나 통이라고나 할까?

달빛 능력을 사용하면 스텟도 스텟이지만 초식 하나 하나가 마나를 엄청 많이 잡아먹었다.

초식 하나 하나가 가진 파괴력과 능력의 사기성을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능력을 남발할 수 있다면 서진은 스텟과 조건만 갖춰진다면 우주 최강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전생에 서진을 떠 올렸다.

전생에 서진은 모든 스텟이 A 스텟을 찍었고 여러 가지 아이템을 장착한 상태에서 달빛 초식을 10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8~10초식 사이 초식은 한두 번만 사용하면 바로 방전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달빛력이라는 스텟은 달빛 계승자에게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텟이나 다름없었다.

달빛력을 올리면 초식을 몇 번이고 더 사용 할 수 있었으니까.

“와.. 첸 어르신이 아니었으면 이걸 모르고 넘어갈 뻔 했네.”

워낙 전생에 서진이 망나니처럼 살다가 끝물에 반짝 정신을 차려서 달빛 계승자에 대한 정보가 다른 정보에 비해 많이 취약했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달빛력을 꾸준하게 올린다면 스텟을 B급만 찍어도 초식 1~2단계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겠네.”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르신. 밤하늘에서 훈련을 하니 참 상쾌하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르신. 밤하늘에 훈련을 하라고 했던 서적 제목이 무엇입니까?

핸드폰을 옆에 던져놓고 다시 목검을 집어 들었다.

찌르고. 베고. 휘두르고.

열중하고 있을 때 문자가 왔다.

띠링.

확인을 하니 첸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껄껄. 달은..저물지 않는다. 이런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 껄껄. 학교 도서관에 가서 찾아 보거라. 그곳에서 본 것이니. 껄껄.

이 양반은 문자로도 껄껄거렸다.

‘달은 저물지 않는다? 내일 도서관에 가봐야겠네.’

-어르신. 세리나는..

까지 쳤다가 지웠다.

괜히 부담 주는 것 같고.

쫌 그러네.

-예. 감사합니다. 좋은 꿈꾸십시오, 어르신~

나는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목검을 챙겼다.

“뚜뚜. 레이. 이제 그만 내려갈까?”

멍멍!!

크르릉!!

녀석들.

내가 훈련 할 때 얼마나 뒹굴고 뛰어다녔는지 털에 흙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자.”

하산했다.

+ + +

다음 날, 점심시간.

나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검색대에서 첸이 말한 도서 제목을 입력했다.

-‘달은 저물지 않는다’ 도서는 없는 도서입니다. 다른 키워드를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없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했으니.

나는 ‘달’과 ‘달빛’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서 뜨는 도서를 살폈다.

-달빛 아래서의 황홀한 밤.

-달처럼 둥근 가슴.

-달빛처럼 눈부신 정사.

“....”

대체로 이런 제목들이 검색 목록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나는 그런 제목들 가운데 정상적인 제목을 몇 개 선별해서, 선별한 도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 나의 달이여.

목차와 내용을 훑었다.

연애 소설이었다.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달님 별님.

동화책이었다.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달나라 가봤니?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이런 식으로 총 20권 정도를 훑었다.

하지만 다 달빛 계승자와는 상관없는 책들이었다.

‘그래도 아직 제일 유력해 보이는 책이 한 권 남아 있으니까.’

나는 마지막 책을 뽑아 들었다.

-달이 뜨는 밤.

평범하디 평범한 제목이었다.

책을 펼쳐보려고 할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안녕!”

세리나가 서 있었다.

방과 후가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근데 어찌 표정이 밝아 보이는데?’

세리나는 어두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화사하게 웃는 밝은 캐릭터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의 세리나는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돈이라도 주운 사람처럼.

“좋은 일 있어?”

나는 인사 대신 안부를 물었다.

내 안부에 갑자기 몸을 배배 꼬며 교태부리는 동작을 취하는 세리나.

‘뭐지..? 점심을 잘못 먹었나?’

“있잖아. 있잖아.”

뭐지. 이 설렘 가득한 어린 아이 같은 말투는.

나는 자상한 아버지 같은 얼굴로 세리나를 바라봤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

“도서관에서 떠들면 안 되니까.. 너 시간 괜찮으면 잠시 같이 밖에..”

“응. 이것만 대여하고.”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달이 뜨는 밤’을 대여했다.

+ + +

학교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한 벤치에 세리나와 나란히 앉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으로 학생들이 수시로 지나다녔고, 운동장에는 축구나 농구하는 애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세리나가 내게 할 말이 뭘까.

‘뭐 고백만 아니면..’

“나 고백할 게 있어.”

“....”

아니겠지.

고백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

“나 사실..”

근데 말하는 뉘앙스가 꼭 내가 생각하는 그런 쪽 같은데.

‘에이 설마.’

“고아야.”

“....”

아니네. 아니었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세리나를 쳐다봤다.

수줍은 사랑 고백을 하는 것처럼 수줍게 웃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고아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살면서 고아라는 것에 감정이 무뎌진 것일까.

마치 ‘고아’라는 단어를 말하는 게 남 일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들은 부모가 있는 게 당연하지만,

세리나에게는 부모가 없는 게 당연했던 삶이었으니까.

자신이 고아라고 고백하고 웃는데, 내가 ‘슬퍼하면서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고.

세리나의 말을 잠자코 끝까지 듣기로 했다.

“놀랬지? 헤헤.”

“응. 조금.”

알고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해야 이상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모네랑 살았거든.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쭉.”

“응.”

“근데 이모네가 더 이상 나랑 못 살겠다고 그래서..”

학교에 버렸다.

태어나서 한 번 버림받고.

살면서 한 번 더 버림받고.

“너무 슬펐지만..괜찮았어. 나는 혼자인 게 익숙하니까..”

밝게 말하던 세리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근데 있지.... 네가 도서관에서 처음 나한테 말 걸어줬을 때, 되게 기뻤다?”

“....”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계속 나한테 말을 걸어줘서 진짜.. 너무..”

세리나가 울먹였다.

나는 조용히 그녀가 말하길 기다렸다.

“흐으읍.. 사실 안 괜찮았어. 이모네가 나 학교에 버렸을 때. 버림받는 게 어떻게 괜찮아. 혼자인 게 어떻게 괜찮아. 안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흐으..”

세리나가 대놓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였다.

“너랑..훌쩍.. 있으면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훌쩍.. 너무 좋았어..”

나는 주머니에서 금석이 수업 시간에 졸 때마다 침을 흘려서 항시 들고 다니는 휴지를 꺼냈다.

“흥 해.”

“흐응!!”

코를 푼 세리나.

눈가를 닦으며 애써 웃어보였다.

“너 어디 떠나?”

내 말에 세리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말하는 게 꼭 어디 떠나는 사람 같은데.

“그게 아니라아..”

“그게 아니라?”

“나 가족 생겼어!!”

세리나의 텐션이 갑자기 확 올랐다.

조증 환자처럼.

“가족? 갑자기?”

“응!”

짐작 가는 데가 있긴 한데.

“첸 할아버지가 나 입양하겠대!!”

역시.

영감탱이.

빨리 결정했네.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왜 안 놀라?”

“응? 어.. 놀랐는데?”

“진짜?”

“응.”

“놀란 사람 표정이 그거야?”

“응. 심장 만져봐. 심장 멎었어. 놀라가지고.”

“헤헤.. 나도 첸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 말 했을 때 심장 멎을 뻔 했는데.”

“그래서 첸 할아버지 딸 하려고?”

“그게..응.”

“생각 많이 해 봤어?”

“쪼금? 근데 첸 할아버지 좋은 사람이잖아. 동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어. 근데 첸 할아버지는 동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잖아.”

“..그러네.”

‘입양 할 거면 어제 문자 할 때 미리 말 쫌 해주지. 그래도..’

다행이다.

첸이 세리나 곁에 있어주는 결정을 내려서.

이로써 세리나에 대한 관심을 조금 줄여도 될 것 같았다.

첸이라면 세리나를 옳게 가르치고 키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빛 능력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뭔가 느낌이 내 딸을 입양 보내는 것 같네.’

나는 그윽한 눈빛으로 세리나를 쳐다봤다.

본래라면 내가 키울 생각이었는데.

“그리고 하나 더!”

세리나가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였다.

“나 이제 방과 후에 도서관 못 갈 것 같아.”“왜?”

“첸 할아버지가 나 입양하면서 학교 측에 ‘방과 후에는 내가 지도 하고 싶소. 껄껄.’이라고 했거든. 그래서 나 내일부터 기숙사 나가.”

첸 할배가 한 번 마음먹은 거 제대로 세리나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나 본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뭐.”

“안 섭섭해?”

“섭섭하지. 말해, 뭐해. 섭섭해서 심장 다시 멎었잖아.”

“에이~”

나는 피식 웃으면서 세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보잖아. 안 그래?”

“응응.”

내 말에 세리나가 귀엽게 웃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었고,

남은 시간동안 세리나와 잡담이나 떨다가 들어갈 생각이었다.

“세리나 너 그거 알..”

“아이고. 미안.”

말을 하려고 할 때 여학생 한 명이 지나가다가 손에 들고 있는 음료를 세리나의 어깨에 쏟았다.

고개를 들어, 여학생의 얼굴을 쳐다보니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괘..괜찮아.”

세리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으로 어깨를 문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여학생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녀를 따라오던 여학생 무리가 세리나의 어깨를 보곤 똑같이 피식 하고 웃었다.

세리나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꽤 심할 정도로.

하지만 나는 구태여 그 사실에 관여하지 않았다.

왜냐고?

그게 세리나의 삶이었으니까.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내가 괜히 짜잔하고 영웅처럼 간섭을 한다고 해도 세리나와 나는 반이 달랐다.

매일 매일 쉬는 시간 마다 가서 세리나를 보호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옆에서 대놓고 괴롭히면 얘기가 다르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첸의 능력 ‘모순의 축복’ 때문에 키가 자라서인지 여학생들이 그 전에 비해 더 작아 보였다.

“제대로 사과해.”

내 말에 주동자 여학생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뭘? 사과 했잖아. 근데 너. 설휘랑 사겨? 아니지? 나랑 사귈래?”

그녀의 말에 뒤에 있던 여학생들이 ‘어머’ ‘어머머’ 거리며 난리가 났다.

“왜? 싫어? 나 정도면 심하게 예쁜 편인데.”

“....”

주동자 여학생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도대체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면 이런 참신한 캐릭터가 탄생할까.

‘공주병도 이 정도면 치료가 안 될 수준인데.’

“사과나 하고 꺼져.”

“서..서진아. 나 괜찮아.”

세리나가 일어나서 내 팔을 잡았다.

그러자 주동자 여학생이 세리나의 팔을 탁 쳤다.

“네까짓 게 감히 어딜 손 대? 조각상에 똥 물 묻히지마, 이 년아. 서진아. 나 잘했지?”

나는 교칙을 떠 올렸다.

‘여자를 패면 가중처벌이라는 조항이 있던가?’

그 때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단체로 비명을 질렀다.

하늘에서 우렁찬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랏나 이것들이!!”

“거기 딱 서!!”

우리 반은 4층이었다.

4층에서 두 여자가 뛰어 내렸다.

우리가 있는 곳 앞에 정확하게 착지를 한 두 여자.

“니네 뭐냐?”

“너희 10반 애들이지?”

한설휘와 정시아가 여학생들 앞에 섰다.

주동자 여학생이 주춤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근데 왜?”

“근데 왜? 근데 왜에?”

정시아가 주동자 여학생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 괜찮아?”

한설휘가 세리나에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세리나.

“귀엽게 생겼네.”

한설휘의 말에 세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름이 세리나?”

한설휘가 세리나의 가슴에 있는 명찰을 쳐다봤다.

“으..응.”

“세리나 데리고 들어가. 여기는 시아랑 내가 알아서 할게.”

한설휘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살살해.”

나는 세리나를 데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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