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에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서 그런데 응원 한 마디 부탁 드려도 되겠나이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38회
피의 군주
“....‘
온 몸에 마치 전기가 통하는 것 느낌이 팽배했다.
운동을 격하게 한 것처럼 몸이 펌핑 된 것 같기도 했다.
첸의 ‘모순의 축복’을 몸에 두른 결과였다.
달빛 초식을 사용했음에도 몸 상태가 딱 느낌적인 부분에서 멈췄다.
이전처럼 몸이 터지거나 갈라지지도 않고.
나는 달빛 초식으로 인해 깔끔하게 절단된 바닥을 타고 식당으로 단숨에 내려와서 레드의 상태를 확인했다.
달빛 제 1초식 ‘달빛 가르기’는 정확하게 식당에 있는 레드의 몸을 관통했다.
보글보글 끓던 레드의 몸이 바닥에 엎지른 토마토 스프처럼 바닥에 엎질러져 있었다.
살점. 피. 내장.
모든 것들이.
나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상황실에서 확인 한 화면이 채린이 동료들을 데리고 식당을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엄살 그만 피우고 일어나시지.”
내 말에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레드의 파편들이 소형카메라처럼 작은 무언가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뭉친 형상은 점점 사람의 형상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선혈의 파도를 바로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온전히 레드의 모습으로 완성 된 사람의 형상이 기분 나쁜 정도로 입을 양 옆으로 벌리며 웃었다.
“그럼 맛이 없어지거든.”
“....”
레드는 아까 전 내가 난입하기 전에 충분히 식당에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이지 않았다.
이유는 녀석이 말하는 대로.
“신기한 능력을 사용하는군.”
레드가 가볍게 목을 움직이며 말했다.
“좀 더 신기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보여줄까?”
“....”
“아 이건 너한테는 선택권이 없는 선택지야. 그러니까 닥치고 보고.”
나는 발바닥에 치이는 홍련의 단검을 집어 들었다.
“느껴.”
상황실에서 습득한 장검은 가루가 됐다.
달빛 초식을 사용하자마자.
달빛 초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든 어떤 상황이든 무기가 있는 편이 좋았다.
능력의 힘을 집중하기도 편했고, 몸에 부담도 덜 되니까.
“달빛..”
사악.
레드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는 안 되지. 그거 쫌 위험해 보이거든.”
“....”
드라마나 영화 보면 변신하거나 합체하거나 능력 사용 할 때 기다려주던데.
이 새끼는 매너가 영 별로네.
나는 뒤로 점프를 하며 물러났다.
그러자 다시 거리를 좁히는 레드.
“난 너 같은 취향 아니야.”
가볍게 몸을 틀어 팔꿈치로 레드의 머리를 조준했다.
“난 네가 꽤 흥미로운데?”
그런데 이 녀석이 피할 생각을 안 하고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었다.
‘미친 새끼.’
나는 팔꿈치를 아래로 내리면서 다시 거리를 벌렸다.
내 몸에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내, 피를 맛보려는 모양인데.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한 20초에서 30초 정도 남았을까.
“내가 준 초콜릿을 왜 안 먹었지? 맛이 훌륭한 초콜릿인데 말이지.”
“....”
제일관에서 내게 준 초콜릿.
버린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똥 맛 날 것 같더라고. 메두사.”
내게 다가오던 레드의 몸이 주춤거렸다.
“보이지 않는 공포.”
레드의 눈알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잔꾀를 부리는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정시아의 능력을 ‘복제’ 단계까지 사용 할 수 있었다면 레드의 발을 제법 오랜 시간 묶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복제가 아닌 ‘모방’이 사용 가능 했고 길어 봐야..
‘3초 정도.’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공포에 걸려든 레드를 보며 단검을 쥔 손을 가지런히 가슴팍에 올리며 말했다.
“달빛 제 4초식. 보..”
“피의 향연.”
레드가 오른 팔뚝을 자신의 손으로 깊게 그었다.
그리고 곧장 내가 있는 쪽으로 능력을 사용했다.
나는 차마 마지막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자리를 이탈해야 했다.
레드의 피가 물대포처럼 내가 있던 자리를 적셨다.
“달빛 제..”
다시 날아오는 레드의 피.
이렇게 레드와 술래잡기 할 시간이 없었다.
첸의 버프가 풀리는 순간 나는 A급에서 D급 능력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평범한 레드의 공격도 피하기 힘들어진다.
‘그냥 맞더라도 사용하는 수밖에.’
나는 최대한 레드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순간 집중 했다.
“달빛 제 4초식.”
레드의 피가 날아왔다.
그리고 다른 무언가가 동시에 내 쪽으로 날아왔다.
‘거미줄?’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미줄이 순간 내게 날아오는 레드의 피를 차단했다.
“보름달.”
낮게 읊조리며 식당 입구 쪽을 힐끗 쳐다봤다.
도망가라고 했던 여자 한 명이 양 손을 들고 서 있었다.
‘채린.’
“가두기.”
초식을 완성했다.
달빛 제 4초식.
‘보름달 가두기.’
초식을 시전하자마자 레드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는 하얀 달빛.
“뭐..뭐냐!!”
레드가 소리쳤다.
하얀 달빛은 레드의 몸을 둥글게 빈틈없이 감쌌고, 더 이상 레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때.
레드는 마치 작은 보름달 안에 갇혀 있는 형국이 됐다.
초식을 시전하자마자 몸이 오류가 난 것처럼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역시 A급 스텟에는 4초식은 무리인가..’
하지만 아직 초식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나는 초식 하나를 더 읊조리기 시작했다.
“달빛 제 5초식.”
손과 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감당할 수준의 초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몸이 터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보름달 부수기.”
내 말에 레드를 감싼 달빛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름다운 꽃가루처럼 달빛이 허공에 날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삭신이야.”
몸이 몸살 나고, 다구리를 당한 것처럼 아프고 쑤시고 땡겼다.
“쿨럭..그래도 이정도면 나쁘진 않네.”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레드가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레드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레드가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동전 크기의 캡슐 하나.
캡슐을 집어 들었다.
“진짜 제로의 권능은..”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비록 완벽한 상태와 완벽한 활용을 하진 못했지만 4초식과 5초식을 사용했다.
그런데 캡슐은 흠집하나 없었다.
이 안에 레드의 본체가 들어있었다.
‘인조 모기.’
캡슐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고 있을 때, 채린이 내게 달려왔다.
“서진씨!!”
“채린씨. 방금 본 건 비밀로 해주실 수..”
말을 끝맺지 못했다.
첸의 버프가 끝이 났다.
극심한 피로도가 몰려왔고, 나는 그대로 채린의 품에 쓰러졌다.
+ + +
반나절 정도 잠들어있었다고 했다.
채린의 말에 의하면.
채린에게 어젯밤 레드가 죽은 후, 사후처리에 대해 미리 지시를 했었기에 망정이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모든 사후처리가 완료 돼 있었다.
“....”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걸까?
“번호표는 뽑으셨어요?”
+ + +
첫 손님은 첸이었다.
“몸은 괜찮은 거냐.”
“예. 보시다시피.”
잠에서 깨어나자 키가 3cm가량 자랐다.
‘모순의 축복’ 영향이었다.
‘육체 나이로 1년이 흘렀으니까.’
나는 첸이 주제를 꺼내기 전에 먼저 얘기를 했다.
채린과 정시아에게 말한 딱 그 정도의 정보.
‘레볼루션’
이라는 집단에 대해.
내 말에 첸은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첸은 레볼루션 집단을 탄생시킨 장본인 중 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
이 문제는 첸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 중 하나였다.
첸은 인체 실험 연구원 중 중간에 그만 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난제는 날이 갈수록 첸의 가슴에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그래서 첸은 몰랐다.
인체 실험 연구소의 마지막을.
“어르신의 제자들에게는 말 안했습니다.”
만약 채린. 신지수. 박태산.
이 세사람이 첸이 예전에 어떤 일에 가담했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대의를 위한 일도 시간이 흐르면 명분이 퇴색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레볼루션에 관해 아는 건 채린씨 밖에 없습니다. 저와 함께 으쌰으쌰하고 있는 중이죠.”
“....”
첸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어르신이 책임질 일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결과가 이렇게 됐을 뿐. 어르신이 책임질 일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무엇을..말이냐.”
나는 씨익 웃었다.
“세리나.”
“그 아이가 왜..”
“그 아이의 능력을 직접 눈으로 보셨잖습니다. 어떤 능력자인지.”
“....”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 후에는 첸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세리나를 거두던.
아니면 방치를 하던.
“알고 내게 데려온 것이더냐?”
“모르고 데려가진 않았죠. 근데 세리나가 그 때 능력을 사용 할지는 몰랐습니다. 아시잖습니까. 빛의 능력자가 능력자로 개화 하는 시기를. 앞으로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모르는 게 없구나.”
“정보화 시대잖아요.”
첸이 손을 들어 딱밤을 때렸다.
“아야.”
“녀석, 농은.”
“사실 레볼루션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이 정도로 내가 내 뱉은 말을 포장했다.
내 포장지가 마음에 드는지 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체 실험 관찰일지에는 실로 다양한 내용이 기록 돼 있었고 내가 말한 부분도 엄밀히 따지자면 기록 된 내용 중 하나였다.
보다 나은 실험.
보다 높은 성공적인 실험을 위해 인체 실험에 사용되는 능력에 대한 분석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 중 빛 능력은 가장 많이 분석 되고, 가장 많이 연구원들이 개발에 힘쓴 능력 중 하나였다.
“친구의 딸을 외면하지는 않으시겠죠? 이대로 능력을 개화하게 되면 세리나가 어떻게 될지 어르신이 제일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
30년 전 종적을 감춘 빛의 여왕.
그녀를 사랑했던 여러 남자 중 한 명인 첸.
나는 그가 세리나를 거두어주길 원했다.
“근데 어르신.”
“말하거라.”
“제 마나가 그렇게 티가 납니까?”
“무슨 말이냐?”
“제 마나가 ‘나 달빛 계승자다~’라는 주장을 하냐 이 말입니다.”
“내가 여태까지 속을 들여다 본 환자가 몇 명이라고 생각 하느냐? 네 몸에 흐르는 마나를 봤을 때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다. 생전 처음 보는 마나질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던져본 말이었다. 옛 서적에 달빛 계승자가 훈련을 그런 식으로 한다고 본 기억이 나서 말이지. 껄껄.”
“..비밀로 해주시죠. 제가 달빛 계승자라는 거.”
“너도 비밀로 해다오. 나중에.. 내가 직접 제자들에게 말하고 싶으니.”
“예.”
비밀스러운 동맹이 체결 됐다.
첸은 이 정도면 됐고.
+ + +
2번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손님이 들어왔다.
이번 손님은 내가 이 세계에서 가장 허심탄회하고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 중인 여자였다.
“서진씨가 달빛 계승자 였다니.. 와..”
“....”
채린이 나를 신기하게 요리조리 뜯어봤다.
“근데 서진씨 동생이 능력 사용하는 걸 봤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채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한 마디 했다.
“비밀입니다.”“아..옙!”
채린이 손을 들어 충성하는 동작을 취해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혹시..”
“잘 수습 했어요. 혹시 몰라 CCTV 기록도 지웠고. 첸 스승님이 어찌나 극성으로 수습을 하시던지. 첸 스승님은 근데 서진씨가 달빛 계승자인거 아시는 눈치 같던데..”
“네. 딱 채린씨랑 첸 어르신. 이렇게 두 분.”
“아~”
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였다.
“왜..요?”
“서진씨는 참 양파 같은 사람 같아요.”“..네?”
“까도 까도 새로운 능력과 모습이 계속 나타나니까요.”
“....”
칭찬이겠지.
나는 하품을 하며 다음 손님을 불렀다.
+ + +
“뭐지. 뭘까? 서진아. 네 생각은 어때? 응?”
신지수가 내가 앉아 있는 침상을 흔들었다.
“뭐가요?”
“채린이 말로는 네가 미끼 역할이었다고 하는데.”
신지수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내 생각에는 뭔가.. 좀 더..”
나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는 주스를 마셨다.
“둘이서 도대체 뭐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CIA야? 뭐야? 헌터 협회에 등록도 안 돼 있는 S급 빌런을 나서서 굳이 왜 잡는 건데? 엉? 왜에에에!! 그리고 2층에서 식당까지 뚫린 구멍은 뭐야. 뭐냐고오오!!! 나도 말 해줘어어!!”
“....”
나는 웃으며 신지수를 돌려보냈다.
다음 손님.
+ + +
“침착하게 임무 수행을 잘 수행했다.”
박태산이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고 나갔다.
사람들은 내가 채린과 사신길드를 도와 S급 빌런을 잡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제 대망의 VVIP 손님이 입장하실 차례였다.
레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