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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29화 (29/196)

많이 보러 와주세오~29회

의술사 '첸'

“껄껄.”

첸이 턱에 자리 잡은 하얀 수염을 잡고 신선이 낼 법한 웃음소리를 냈다.

“어린 것 답지 않게 기특하구나. 껄껄껄! 그래. 몸은 괜찮고?”

“예. 어르신 덕분입니다.”

“녀석. 말하는 거 보세. 껄껄껄!!”

마루에 둘러앉아 티타임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사방에서 동물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가 기분 좋은 소음을 자아냈다.

“할배. 수염 왕창 빠지고 있는 거 알아?”

신지수의 말에 수염을 쓰다듬던 자신의 양 손을 쳐다보는 첸.

“아..아닛!!”

손을 털고 다시 수염에 손을 올리는 첸.

“껄껄.”

다시 웃었다.

“아까 그 멧돼지 잡아먹을까? 할배?”

“예끼 이놈!”

“아~ 왜에.”

“가여운 아이이니라.”

“어떻게 멧돼지가 가여울 수가 있어?”

탁.

부채로 신지수의 머리를 짧고 강하게 내리치는 첸.

“아야.”

“사람과 똑같은 하나의 생명이니라.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더냐. 무릇 짐승 또한 인간과..”

“뒤뜰에 닭 잡아먹은 흔적 있던데?”

“크..크흠..크흠흠. 그..그것은..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개똥이 산책 시킬 시간이로구만.”

“작년에 할배가 잡아먹은 똥개 이름이 개똥이 아니야?”

“예..예끼!”

딱 말만 들었을 때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보였지만 첸은 동물을 살리고 치료한다.

허나, 동물이 생을 마감하면 그 동물을 먹었다.

먹음으로써 기억한다.

첸만의 독특한 의식 같은 행위였다.

자신의 손을 거친 생명을 잊지 않기 위한.

“저 아이도 네 제자더냐?”

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세리나가 있었다.

마당의 중앙에서 여러 가지 동물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세리나.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들이미는 동물들의 머리를 차례차례 쓰다듬고 있었다.

다양한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에도 불협화음 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다.

‘동물들의 엄마 같네.’

보는 사람이 힐링 될 정도로 기분 좋은 광경이었다.

“뭐.. 넓게 보면? 우리 반이 아니라 다른 반 애거든.”

“..그래? 껄껄.”

“할배.”

“말투가 난감할 정도로 공격적이구나. 듣지 않겠다.”

첸이 자세를 옆으로 살짝 틀었다.

사전 차단하는 자세가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그런다고 말을 안 할 신지수가 아니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데?”

“어허..”

첸의 몸이 조금 더 옆으로 돌았다.

“언제까지 혼자 꽁해서 여기 있을 거냐고, 이 영감탱이야!!”

첸의 몸이 완전히 신지수를 등졌다.

“동물들 돌보고 말년에 여유자적하게 지내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왜 할배 환자들을 다 나한테 보내는 건데? 어엉?! 내가 어?! 밖에서 그 지랄하기 싫어서 학교에 짱 박혀 있는데 어?!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할배?! 어어?! 대답 좀 해보시지!!”

“엣헴..”

딱히 반박할 말이 없는지 첸이 헛기침을 했다.

“전화기 어디 있어. 내가 오늘 왜 온 줄 알아? 딱 기다려 할배. 내가 전화기든 핸드폰이든 다 부시고 갈 거니까. 한 번만 더 할배 찾는 환자들한테 이순신 헌터 학교에 있는 신지수를 찾아가도록. 이딴 말 못하게 해버릴 테니까!!”

신지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때 나와 눈이 마주친 첸.

눈짓으로 신지수를 다급하게 가리켰다.

“..저..교관님.”

“너도 찾아. 집에 무사히 돌아가고 싶으면.”

“....”

나는 첸을 쳐다봤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장하게 일어나는 첸.

“산책이나 가야겠구나!!”

비장하게 도주를 선택했다.

+ + +

“공기가 참으로 좋지 않으냐. 껄껄.”

우당탕탕!!

아래에서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첸은 태평하게 산길을 올랐다.

나 역시 도주를 선택했고 첸과 함께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맞습니다.”

나는 대꾸를 하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마치 공기에 민트향이 배어있는 것처럼 코와 속이 확하고 뚫렸다.

“좋은 공기는 몸과 정신을 맑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지. 껄껄!”

첸이 걷는 속도를 높였다.

마치 뛰어오르는 것과 같은 속도였다.

하지만 뒤에서 보면 평온하게 걷고 있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나는 그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노인네가 참 정정하기도 하지.’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점점 첸이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숨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노인네가 참 쓸데없이 많이 정정하네.’

나는 결국 제 자리에 멈춰 섰다.

익숙하지 않고 바닥이 온통 나뭇가지와 돌이 자욱해서 결국에는 첸을 놓치고 말았다.

일부러 ‘민첩’과 ‘체력’ 스텟을 올리려고 능력을 사용 안 하고 있었는데.

‘조금 쉬다가 뱀의 움직임 써서 따라 잡아야겠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누웠다.

“평화 롭네.”

이제는 내가 서진이라는 사실에 별다른 위화감이 없었다.

이전 생에 대한 기억이 거의 희미해져서인지.

아니면 이번 생에 대한 적응이 완료 된 것인지.

“아~ 집에서 축구나 보면서 치킨에 맥주 한 잔 마시고 싶다~”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이런 기억은 또 잊혀 지지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닭다리 한 입 앙 베어 물고 맥주 한 잔 마시면 캬~ 죽이는데.’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을 뜨자 날이 저물어 있었다.

“....”

잠들었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동안.

“공기가 좋긴 좋은가보네.”

나는 기지개를 켰다.

바위에서 낮잠을 자서 그런지 몸이 조금 뻐근하긴 했지만 정신은 굉장히 상쾌했다.

“어르신도 내려갔겠지?”

나는 터덜터덜 첸의 집으로 가려고 했다.

“응?”

옆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다.

금석의 능력은 대부분 패시브 능력이었다.

이번에 금석이 습득한 ‘야수의 본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도 항시 ‘야수의 본능’을 시전하고 있는 셈이었다.

어둡고 나무들로 인해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살기였다.

나는 살기가 느껴지는 쪽으로 걸어갔다.

야수의 본능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위협적이지 않다.’라고.

단순히 야생 동물이 표출하는 경계심일거라고 생각했다.

“맞네. 근데..”

동물 한 마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오오!! 늑대로구나!!”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여기는 진짜 없는 동물이 없네.”

덩치가 굉장히 작은 늑대였다.

강아지랑 비견 될 정도였다.

딱 봐도 새끼 늑대였다.

내게 강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었지만 움직일 기력이 전혀 없어보였다.

나는 새끼 늑대 앞에 쪼그려 앉았다.

크르르..

어금니를 보이며 위협을 했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새끼 늑대를 관찰했다.

‘이마가 쫌 찢어져 있고.. 다리 한 쪽이.. 부러진 건가?’

크아앙!!

새끼 늑대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나를 물어뜯으려고 주둥이를 내밀었다.

나는 손을 들어 새끼 늑대의 찢어진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끼잉..끼잉..

“너 운 좋은 줄 알아. 아니지. 내가 운이 좋은 건가?”

나는 새끼 늑대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녀석이 어찌나 발버둥을 치는지 이마를 몇 번 더 때렸다.

끼잉.

잠잠해졌다.

“너 근데 왜 혼자 있어? 늑대는 보통 무리 생활하잖아. 친구나 부모님은?”

크르르!!

내 말을 알아 들은 건지 새끼 늑대가 갑자기 날 뛰려고 했다.

옛다 딱밤.

“너희들.”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어둠 속에서 형형색색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탐욕스러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놈 찾아봐. 얘는 너희 먹이 아니야.”

무시하고 가려고 했다.

근데 이놈들이 대담하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에나? 와.. 진짜 여기는 무슨 동물의 왕국이냐?”

첸이 동물을 치료해주는 게 선순환을 불러일으키는지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꺼지라고 했다. 형은 두 번 말 안 해.”

꺼지기는커녕 내게 한 발 자국 다가오는 하이에나 무리들.

“나는 분명히 말했어. 앞 길 막기만 해라, 진짜.”

막았다.

그것도 일렬로 줄 서서.

“....”

나는 하는 수 없이 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시아와 신뢰도가 상승하면서 5개의 능력 중 4개까지 오픈이 됐다.

‘뱀의 움직임’과 ‘메두사’에 이어,

‘맹독’.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공포’까지.

“보이지 않는 공포.”

내 한 마디에 하이에나들이 갑자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주는 효과는 일종의 최면술이었다.

순간 시야가 어둡게 변하면서 어디선가 뱀이 덮칠 것 같은 위협을 느끼게 하는 능력이었다.

시전자의 지혜 스텟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더 강렬해졌다.

얼마나 강렬해지냐면 전생에서 정시아는 ‘보이지 않는 공포’로 헌터를 여럿 죽인 전적이 있었다.

최면에 한 번 걸리면 뱀이 덮칠 것 같은 환영이 지혜 스텟에 비례해 덮치는 위협이 아니라 덮치거나 몸을 감싸거나 목을 졸랐다.

환영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실재라 느끼고 환영 속에서 죽어가는 꽤 잔인한 능력이었다.

끼잉..낑..끼잉..

“엥? 너도 걸렸어?”

새끼 늑대가 발작을 일으키려고 했다.

나는 황급히 능력을 캔슬 했다.

그러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는 새끼 늑대.

“또 당하고 싶어?”

정신을 차린 하이에나들이 다시 다가오려다가 내 말에 뒷걸음질을 쳤다.

“이번에는 환영이 아니라 진짜로 간다.”

내가 위협적으로 발을 구르자 하이에나들이 혼비백산 달아나기 시작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낑낑....

새끼 늑대가 앓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사용한 능력 때문에 가뜩이나 약해져 있는 정신에 타격이 간 모양이었다.

“조금만 참아. 밑에 가면 아주 용한 전문의가 두 명이나 있어.”

나는 ‘뱀의 움직임’을 시전하며 첸의 집으로 내달렸다.

+ + +

“뭔데 이렇게 조용하지?”

나는 밖에서 놀다가 집에 늦게 귀가한 아들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불이 켜져 있는 방문을 살짝 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저녁 식사 시간이 연출 되고 있었다.

도끼눈을 뜨고 있는 신지수와 아무 일 없는 척 ‘껄껄’ 거리며 수저를 뜨고 있는 첸.

그리고 둘 사이에서 좌불안석으로 두 사람을 번 갈아서 쳐다보고 있는 세리나까지.

아무래도 내가 화룡정점을 찍은 모양이었다.

“어디 갔다 와, 이 자식아!!!”

나는 싱긋 웃으며 바로 방문을 닫았다.

“어라? 저녁 밥 먹기 싫다 이거지!! 네가 하도 안 와서 여기서 하룻밤 묵고 가게 생겼는데!! 빨랑 안 튀어와?!”

나는 다시 방문을 열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또 뭐야!!”

“물건이 아니라 생명체입니다. 교관님.”

“그 놈의 생명. 생명. 아주 윤리 논문 써서 할배랑 손잡고 노벨문학상 타러 가도 되겠어.”

나는 방구석에 박살 나 있는 핸드폰과 전화기를 쳐다봤다.

‘한 대. 두 대. 세 대. 총..10대가 넘어 보이는데.’

저 합이 신지수가 느끼는 분노 수치와 맞먹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아이 많이 성치 않아 보이는구나!!”

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 걸음에 달려왔다.

“어이구야!!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겠구나. 옆방으로 가자꾸나!!”

계속 신지수와 밥 먹다가는 본인의 생명이 위독할 것 같아서 도망치는 것 같은데 말이지.

“교관님. 인상 쓰시면 예쁜 얼굴에 주름집니다.”

“뭐..뭐라고?!”

첸과 함께 옆방으로 도주했다.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내 말을 듣고 주름을 곧바로 핀 모양인지 훈수 포인트가 올랐다.

“어디 보자..”

나는 첸이 깐 모포 위에 새끼 늑대를 조심스레 올렸다.

“이 구역에는 늑대가 없을 지언데. 흠.. 희한하구먼.”

첸이 두툼한 손을 올려 가볍게 새끼 늑대의 이마를 쓸었다.

그러자 상처 났던 이마가 말끔히 아물었다.

“이건 아무래도 태어나면서부터 생긴 상처 같구나.”

상처가 말끔히 아물었음에도 새끼 늑대의 이마에 십자가로 흉터가 남아 있었다.

“자, 다음은 다리로구나.”

이번에도 가볍게 손으로 새끼 늑대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살짝 어긋났던 다리가 원위치를 찾아갔다.

눈앞에서 첸의 의술을 보고 있자, 마치 마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껄껄. 이제 편안할 거다.”

첸의 말대로였다.

불규칙했던 새끼 늑대의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근데 이 녀석은 털이 유독 검구나.”

첸이 말을 하며 새끼 늑대의 털을 쓰다듬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밖에서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새끼 늑대의 털은 뚜뚜의 털처럼 완전한 흑색을 띠고 있었다.

“검은 털 늑대라.. 내가 알기로는.. 음.. 그럴 리가 없지. 근데 참으로 기이한 만남이로다. 헌데 서진아. 어디 갔던 거냐? 한참을 찾아 다녔다.”

“저야 말로 어르신을 찾으러 다녔는데요.”

“허허. 그랬더냐. 껄껄.”

“서진아.”

“예.”

첸이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늙은이가 조언 한 마디만 해도 되겠느냐?”

“예.”

“훈련 할 때 밤하늘을 보며 훈련 하거라.”

“..예?”

“그게 낭만적이지 않겠느냐. 껄껄.”

영감이 갑자기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네.

내가 멀뚱히 쳐다보자 내 어깨를 툭 쳤다.

“시장하지 않느냐. 가서 한 숟갈 뜨거라.”

“어르신은요?”

“..껄껄.”

엉덩이를 들썩이는 자세가 또 도망 갈 모양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밥 먹으러 가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옆방으로 넘어가며 첸이 한 말을 상기했다.

‘밤하늘을 보고 훈련하라고?’

그 말을 계속 곱씹으며 옆방 문을 열었다.

[작품후기]

제 작품의 연재 시간은 밤 12시에서 12시 10분 사이입니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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