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조금 넘은 시간이군요. 하하핳....25회
달빛 제 1초식
-이름: 금석
나이: 17세.
체력: AAA(50)
근력: AAA(30)
지혜: DD(28)
민첩: BB(10)
-능력
1.고통의 희열
설명: 받은 데미지를 공격 데미지로 전환 할 수 있다.(받은 데미지가 크면 클수록 공격 데미지 증가)(전환 된 에너지 소모에 따라 지속 시간이 비례한다.)
2.자기 치유
설명: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다. (현재 치유력 60%)
3.교감
설명: 동물과 교감이 가능하다. (교감 대상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교감 대상의 특성과 능력을 흉내 낼 수 있다. 반대로 교감 대상 역시 시전자의 신뢰도와 이해도에 따라 시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나는 금석의 훈수 리스트로 금석의 능력과 스텟을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딱 예상대로의 스텟과 능력이었다.
‘단순한 놈.’
야생에 던져놓으면 타잔 뺨을 하루 종일 후릴 정도로 짐승 같은 스텟과 능력이었다.
특히 체력과 근력 스텟이 말도 안 되게 높았다.
체력과 근력 스텟만 보자면 헌터들 사이에서 상위권을 웃도는 스텟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마 탑 급이 아닐까?
나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뚜뚜와 함께 육포를 뜯고 있는 금석을 쳐다봤다.
‘스텟에 비해 능력이 조금 아쉽네.’
금석의 능력은 분명히 좋은 능력이었다.
하지만 맞지 않으면 공격력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자신 수준 보다 높은 상대를 만난다면 금석은 그저 고기 덩어리일 뿐, 별 다른 저항을 못했다.
고통의 희열을 사용해야 공격력이 생겨나는데 그 전에 기절하거나 다운되니까.
앞서 서시우한테 계속 깨지고 오는 거나, 인명 구조 수업에서 한설휘한테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금석은 확실히 새로운 능력을 개화할 필요가 있었다.
금석은 그렇다 치고.
나는 오순도순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여자를 쳐다봤다.
이미 준 완성형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을 한 두 여자.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으르렁 대던 모습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아, 진짜?”
“그렇다니까.”
한설휘와 정시아가 동시에 날 쳐다봤다.
‘내 욕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모른척했다.
앙숙처럼 굴 때 보다는 지금이 훨씬 보기 좋으니까.
지금 보면 두 사람은 참 공통점이 많은 캐릭터였다.
일단 성별. 그리고 각 길드의 유망주라는 타이틀.
태양 길드와 사신 길드.
나이에 비해 월등한 실력.
월등한 외모와 몸매.
이대로 두 사람이 잘 융화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면 입학하고 쭉 여기서 셋이서 훈련했던 거야?”
한설휘의 말에 정시아가 샌드위치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다 같이 하는 거 보다는 개별 훈련하는 게 낫지 않아? 가진 능력이 다 다른데 같이 훈련하는 게 도움이 돼?”
“어..그게. 그러니까 서진, 쟤가 ‘관찰’ 능력이 있더라고. 그리고 아는 것도 많고 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 하하.”
“카피 능력 말고 관찰 능력도 있어? 서진이?”
“응.”
“아는 것도 많다고? 서진이?”
“응.”
“그래에?”
한설휘가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피하며 샌드위치를 뒤적뒤적 거렸다.
미리 정시아한테 여러 가지 당부를 한 상태였다.
그 중 하나가 내가 관찰 능력이 있다는 거였다.
나는 앞으로 조언이나 훈수를 해야 하는데 ‘네가 뭔데?’라고 나오면 곤란 했으니까.
내 말을 정시아는 철썩 같이 믿었다.
레볼루션에 관해 말해준 후로 정시아는 내가 낙동강에 토끼가 뛰어다닌다 해도 믿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 증거로 정시아와의 신뢰도 수치가 ‘80’을 넘겼다.
그래서 이제는 흉내가 아닌 금석과 마찬가지로 모방이 가능해졌다.
또한 미개방 스킬 중 두 개가 추가로 오픈 됐다.
또 한 가지 더.
나는 정시아한테 한설휘에게 레볼루션 관련 된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정시아가 물었다.
‘왜?’
그래서 대답했다.
인체 실험 관계자 중 태양 길드의 수장인 한설휘의 할아버지가 포함 돼 있다고.
사실이었다.
지금 그 사실을 한설휘가 알게 된다면 그녀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게 된다.
한설휘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따르는 유일한 존재가 할아버지였으니까.
“뭐어?! 서진이 예언 능력도 있다고?”
“응.”
“카피 능력. 관찰 능력. 그리고 예언 능력까지.”
그 외에는 괜찮았다.
한 배를 탔으니까.
“너 왜 나한테는 말 안했어?”
한설휘가 앞에 있는 음료수 캔을 내게 집어던졌다.
“아버지가 바라는 능력은 그런 게 아니니까.”
“아니 그래도..”
“우리 아버지 알잖아.”
“아니..”
한설휘가 입을 다물었다.
우리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능력은 단 한 가지였다.
그 외의 능력은 아버지는 취급도 하지 않았다.
“내가 예언 능력이랑 관찰 능력 있다는 건 비밀로 해줘. 설휘야. 최대한 숨기고 싶거든.”
“어..응.”
대충 모든 정리가 끝났다.
서로 아는 정보에 대한 차이는 있었지만 지금은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천벌 받아라.”
옆에서 금석이 육포를 씹으며 나한테 저주를 내렸다.
“그것도 고기야, 임마.”
“으으..”
금석은 단세포라 복잡하게 설명을 안 해줘도 될 것 같고.
슬슬 훈련을 해볼까.
“자, 그럼..”
“안 사귄다고?”
“응. 찼어. 내가.”
아직 정리가 덜 된 문제가 남은 듯했다.
난 한설휘한테 차였다.
옥상에서 뽀뽀를 하고.
‘나는 학교 다닐 때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어. 그리고 너에 대한 신뢰나 믿음도 네가 말했다시피 크지 않고. 학교 다니는 3년 동안 증명해 봐. 그러면 사겨줄게.’
라고 했다.
그럼 뽀뽀는 왜 한 건데?
라고 물어보자 한설휘가 내 이마를 톡 치며 말했다.
‘동기 부여.’
그런 관계로 한설휘와 나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도 괜찮았다.
애초에 목적이 그게 아니라, 한설휘의 마음을 내게 여는 거였으니까.
지금 그녀가 내가 같이 훈련하자는 말에 여기 함께 있다는 게 마음을 열었다는 증거였다.
“나 잠시 1층에 올라갔다올게.”
우리가 있는 곳은 나와 금석이 살고 있는 기숙사 바로 밑에 있는 지하 연습실이었다.
주방에 가, 웅담을 챙겨 지하로 내려갔다.
“너무 순하지?”
“응. 말도 되게 잘 듣는다. 너무 귀여워.”
한설휘와 정시아가 뚜뚜를 사이에 두고 쓰다듬고 있었다.
처음에는 뚜뚜가 정시아를 피해 다니더니 지금은 별로 신경 안 쓰는 눈치였다.
“너는 어쩌다가 저런 주인을 만난거야?”
멍멍!!
정시아의 말에 뚜뚜가 정시아의 손을 물었다.
“아야.. 취소. 됐지?”
멍멍.
그러고 보니 금석은 뚜뚜를 어디서 만난 거지.
아니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가 않았다.
“다들 일로 와.”
나는 애들을 모았다.
“그거 뭔데?”
“먹는 거?!”
“징그럽게 생겼다.”
나는 말없이 각자 손에 하나씩 나눠줬다.
“먹어. 웅담이야.”
“웅담?”
“응.”
나는 보란 듯이 웅담을 입에 넣고 씹었다.
‘쓰고 비릿하다.’
애써 웃으며 말했다.
“웅담 효과 알지? 이건 특히 좋은 거라 효과가 직방이거든. 자, 어서들 먹어.”
“냄새가 원래 이래?”
한설휘가 물음표를 던졌다.
“나 입학하기 전에 먹어 봤는데 냄새가 조금 다른데? 뭔가.. 똥 냄새 비스무리 한데..”
정시아 역시 물음표를 던졌다.
“으..쓰다!!”
오직 금석만이 바로 입으로 직행했다.
나는 웅담을 들고 있는 반대 손에 들고 있는 사탕을 금석 입에 넣었다.
“앞으로 훈련하기 전에 매일 먹을 거야. 그러니까 적응해. 아이고, 우리 뚜뚜. 뚜뚜도 먹고시퍼용? 인누 와봐용!”
나는 쪼그려 앉아서 뚜뚜 입에 웅담을 작게 떼서 가져다 댔다.
머머멍!!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에 뚜뚜가 훈련실을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빨리 먹어. 벌써 8시야. 5시에 마쳤는데, 3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했잖아.”
코를 틀어막고 웅담을 먹는 정시아와 한설휘.
금석과 마찬가지로 사탕을 나눠줬다.
“이거 웅담 맞아?”
“왜?”
“아니.. 먹자마자 조금 후끈후끈 해지는 것 같아가지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석은 벌써 뚜뚜와 마찬가지로 훈련실을 뛰어다니며 기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야, 근데 우리 쉬는 날은 있지? 입학하고 나서 줄 곧 훈련만 하고 있잖아. 학교에 얼마나 놀거리 볼거리가 많은데.”
“나중에.”
정시아나 한설휘는 지금 나가서 놀아도 괜찮았다.
워낙 성장이 잘 돼 있어서.
당장은 크게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야지 훈수 포인트를 잘 쌓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웅담을 먹고 훈련을 하면 그녀들이 보기에도 소소하지만 스텟이 오르는 게 보일 터였다.
“오늘 할 훈련은 간단해. 우선.. 석아!!”
금석이 제 자리 점프를 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앉아봐.”
금석이 흥분한 거시기처럼 반항했다.
“정시아.”
“응. 메두사.”
내 한 마디에 정시아가 능력을 사용했다.
몸이 굳은 금석을 마네킹 다루듯 자리에 앉혔다.
“너희..뭐해?”
“별 일 아니야.”
한설휘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만 우리는 익숙했다.
금석을 제어하는 방법은 메두사가 직방이었다.
“양반 다리 하고 앉아 봐.”
내 말에 금석이 뻣뻣한 다리를 움직였다.
“눈 감아.”
금석이 양반다리를 하고 눈을 감았다.
“석아. 이제부터 널 공격할건데, 눈 감고 피하면 돼.”
“우오오오!!”
웅담을 먹어서 그런지 대단히 의욕적이었다.
나는 한설휘와 정시아를 쳐다봤다.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보는 두 여자.
“뭐해? 공격 안하고? 능력도 사용해도 돼.”
“....”
“....”
나는 금석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인 ‘야수의 본능’을 깨울 생각이었다.
고심해본 결과 이 방법이 ‘야수의 본능’을 깨우기 가장 적합하고 금석 만능 전략 같았다.
단순 무식한 방법이었으니까.
야수의 본능은 반사 신경. 반응 속도. 움직임. 적이 강한지, 약한지에 대한 판단.
이러한 동물적인 감각을 극한으로 올려주는 능력이었다.
지금도 금석은 어느 정도 야수의 본능을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사용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본능을 능력으로 개화한다면 금석의 움직임은 보다 유연해질 게 분명했고, 상대가 대처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게 분명했다.
“맞춰도 돼. 점마 회복 능력 있거든.”
야수의 본능이 있다면 눈을 감고도 공격이 날아오는 소리와 바람의 정도를 측정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석은 아직 야수의 본능 능력이 없었고, 백프로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을 게 분명했다.
상관없었다.
그것 또한 전략 중 하나였으니까
데미지를 입으면 입을수록 금석이 가지고 있는 ‘고통의 희열’ 능력과 ‘자기 치유’ 능력의 레벨이 상승했다.
“샌드백이다. 생각하고 마음껏 공격해.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너는?”
“나?”
“너는 뭐하려고?”
“나는 뚜뚜 데리고 산책 잠시 다녀올게.”
“장난?”
“진짠데. 훈련하고 있어. 너희도 능력 사용하면 훈련 되고 좋잖아.”
나는 뚜뚜를 품에 안았다.
아무래도 주인이 지금부터 신나게 얻어터질 텐데.
뚜뚜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데리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멍멍!!
아무것도 모르고 내 뺨을 핥는 뚜뚜.
금석이 훈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덕분에 내게도 ‘교감’ 능력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뚜뚜가 나를 너무 좋아했다.
원래도 좋아하긴 했지만.
“원래 훈련 이런 식으로 해?”
훈련실을 나설 때, 뒤에서 한설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소곤거리는 정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뭐.. 가끔?”
그 때 두 여자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금석의 목소리.
“덤벼라!! 마귀할멈들아!!”
“이 새끼야!!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뭐..뭐? 마귀..할멈? 언제 봤다고 마귀할멈이래!!”
금석의 광역 도발이 성공 했다.
+ + +
“하~ 시원하네. 뚜뚜도 시원하지?”
멍멍!
나는 지금 기숙사 뒤편에 있는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뚜뚜가 좋다고 혓바닥을 내밀며,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었다.
속보로 걸은 탓에 나는 생각보다 빨리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정상보다 낮은 지점에서 샛길로 빠지면 작은 언덕이 나왔다.
언덕 위에 서자 시가지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달빛이 내리쬐고 있어서 그런지 풍경화가 따로 없었다.
시선을 올렸다.
상현달이 오롯이 빛을 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허리춤에 두르고 있던 목검을 꺼냈다.
“뚜뚜야. 잠시 옆으로 빠져있어.”
뚜뚜가 옆으로 뛰어갔다.
나는 목검을 들고 발도술 자세를 취하며 눈을 감았다.
“후우..후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다.
한 번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이건 분명히 나의 과욕이고, 성급한 판단이었다.
스텟이 너무나도 낮았고,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몸이 부서질 게 분명했다 .
하지만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의 시작점이라도 체험하고 싶었다.
내게는 금석의 ‘자기 치유’ 스킬이 있었다.
‘죽진 않겠지.’
나는 호흡을 순간 멈췄다.
서진이 극후반 캐릭터인 이유.
“달빛 제 1초식.”
눈을 떴다.
“달빛 가르기.”
사아아아~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콰지직.
목검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터졌다.
그 다음 순서는 나였다.
내 몸이 갈가리 찢기는 것처럼 핏줄이 터지며 살이 갈리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바다가 순간적으로 양 옆으로 갈라졌다 합쳐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작품후기]
여러분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