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23화 (23/196)

학창시절 즐겨듣던 노래였는데. 아시는 분.23회

인명 구조 수업

“서진, 쟤 너무 뜬금없지 않냐?”

“나도 그 생각했음.”

“실기 0점이 갑자기 능력이 생겼다고 하더니 솔지를 저렇게 쉽게 제압 한다고?”

“일부러 입학할 때 능력이랑 스텟 구라친 거 아니야?”

“왜?”

“그건..음.. 관종?”

“야. 우리 학교에서 서진 만큼 유명한 애가 어디 있다고. 지나가는 개도 서진은 알겠다. 대~~ 창조 그룹의 장남. 인정?”

“인정.”

박태산 교관은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뒤에 학생들이 떠드는 말을 들었다.

모니터에는 서진이 박솔지를 제압하고 농협으로 뛰어가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불필요한 얘기는 삼가도록.”

박태산의 한 마디에 웅성웅성 거리던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2개조씩 실습을 실시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상황실에서 대기였다.

‘서진.’

박태산은 서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서진이 창조 그룹의 장남이라던지, 밖에서 망나니였다던지.

그런 데이터는 박태산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다.

학연. 지연. 혈연.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남자가 바로 박태산이었다.

그는 순수하게 입학 후 태도나 실력으로 평가를 했다.

그게 이 남자가 번듯한 길드에서 한 자리를 할 수 있는 실력임에도 학교에서 교관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태산은 싫지 않았다.

교관 생활이 퍽 자신과 잘 맞았다.

서진에 대한 첫 평가는 무(無)였다.

모의 실기 시험에 전부 기권한 탓에.

두 번째 평가는 ‘순발력과 눈썰미. 순간 반응 속도가 좋음.’ 이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

박태산은 서진에게 세 번째 평가를 내렸다.

자신과 대련 후, 고작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보통 그 시간동안 눈에 띌 정도로 성장하는 케이스는 드물었다.

하지만 모니터로 보이는 서진은 달랐다.

일주일 전과 일주일 후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스텟이 많이 올라 보였다.

‘성장력이 엄청나군.’

가끔 성장력이 괴물 같은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부류를 ‘천재’ 혹은 ‘괴물’이라고 불렀다.

“음..”

박태산은 몸이 근질 근질거렸다.

‘직접 가르쳐보고 싶다.’

라는 욕구가 박태산의 몸을 간지럽혔다.

박태산이 그런 욕구에 휩싸이고 있을 때, 모니터 화면에서는 금석이 서진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저거 너무 무식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저러다 인질도 다치면 어쩌려고?”

“알고 저러는 거 아니야? 한설휘 조 인질 4층에 있잖아.”

“그래?”

박태산은 일단 모니터를 계속 관전하기로 했다.

+ + +

째재쟁!!

창문이 깨졌고, 내 몸도 깨질 것 같았다.

퍽.

바닥을 여러 번 구르던 육체가 벽에 닿자 그제야 안착을 했다.

“으으..”

3층에 진입하기는 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동반되기는 했지만.

나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꼼지락거렸다.

온 몸이 짜릿했다.

누가 전기충격기라도 대고 있는 것 마냥.

다행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가 부러진 건 아닌 모양.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을 때, 3층 문을 박살내며 금석이 등장했다.

“으랴랴!!”

나와 눈이 마주친 금석.

“여기가 아닌 모양이군. 4층 인가!!”

그대로 4층으로 달려가려는 금석을 붙잡았다.

“야.”

내 말에 브레이크를 밟는 금석.

“이리와.”

“너 얼굴에 피난다.”

“알아. 그러니까 부축 좀 해줘.”

내게 어깨동무를 하는 금석.

“아야야..”

“쯧. 무식하군.”

내가 신음을 하자 금석이 가볍게 혀를 찼다.

금석한테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뭔가 이상한데.”

못 들은 척 주변을 둘러봤다.

3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인질도. 사람도. 가구도.

그냥 휑한 공간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4층이라는 소린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어?”

4층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움직임이 있다면 발소리라도 들릴 텐데.

치직. 치직.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날 싫어하는 이유 모를 줄 알아?!

정시아의 목소리였다.

무전기 멀리서 웅얼웅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짓말 하지마!! 너 나 싫어하잖아!!

또 다시 들리는 웅얼웅얼 하는 소리.

누군가랑 대화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석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시아가 시간 끌고 있는 것 같아. 이 틈에 작전을 짜자.”

금석과 간략하게 작전회의를 하고 있을 때 정시아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너 서진 좋아하잖아!! 그래서 나한테 질투심 느끼는.. 치직.. 치직..

쿠웅!!

“....”

“....”

무전기가 꺼졌다.

동시에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치직. 치직.

다시 켜지는 무전기.

-두 사람 다 4층으로 올라와.

한설휘의 목소리.

대단히 차분하고 대단히 간결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굉장히 화난 목소리라는 걸.

“이..일단 가볼까?”

“내가 한설휘를 묶고 있을 테니까, 인질을 데리고 탈출해라.”

[정시아 학생. 중상.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있도록.]

“....”

“....”

우리는 말없이 4층으로 올라갔다.

+ + +

4층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밧줄에 포박당해 있는 정시아가 구석에 박혀서 미동도 않고 있었고,

인질 역할을 하고 있는 비능력자 학생이 중간에서 포박당한 채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실제 상황과 다를 바가 없는 분위기이자 상황이었다.

“민정아. 인질 좀 보고 있어.”

“으..응.”

민정이란 학생이 한설휘의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표정이 한설휘를 겁내하는 것 같았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한설휘.

“서..서진.. 도망쳐야..한다.”

“....”

금석은 싸우는 걸 좋아하고 야성미가 넘치는 녀석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짐승이었다.

그런 녀석이 ‘도망’이라는 말을 꺼냈다는 건 그만큼 한설휘의 존재감에 압도 됐다는 뜻이었다.

‘서시우에게도 안 쪼는 녀석이.’

하긴.

서시우는 대충 파리 잡듯이 금석을 상대했을 테고.

지금 한설휘는 마치 뭐라고 할까.

전력으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초콜릿을 먹은 파렴치한 녀석들을 보는 것처럼.

분노와 증오가 한설휘에게서 풀풀 흩날리고 있었다.

실제로 한설휘의 겉으로 붉은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다.

한설휘의 능력은 ‘불 속성’.

그것도 태양에 근접할 정도로 뜨거운 불 속성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설휘의 할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태양 길드에서 대대로 내려져 오는 능력이었다.

“나한테는 쟁취 한다느니.. 떠 들어 놓고. 뒤에서는 내가 널 좋아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나보지? 서.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한설휘는 지금 눈이 반쯤 뒤집혀 있었다.

“어쩐지..이상하다고 했어. 어쩐지..어쩐지!!”

한설휘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금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식은땀을 흘리던 금석이 내 눈빛을 읽었는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설휘는 지금 내게 포커싱이 고정 돼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촤아악!!

한설휘가 들고 있던 목검이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이게 목검을 휘두르는 소리야?’

불길을 머금은 목검이 내 턱 끝을 향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 없지. 안 그래?”

“내 말을 우선 들..”

“내 잘못이야. 너의 유치한 장단에 맞추다니. 호호호!!”

분명히 소리는 웃는 소리인데 한설휘의 입가가 미동도 안했다.

“그런 말 하고 다닌 적 없어.”

내 말에 한설휘가 흉흉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네 말은 이제 안 믿어. 나쁜 새끼.. 그런 줄도 모르고 할아버지한테..”

한설휘가 어금니를 물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목검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불길로 인해 목검이 순식간에 형체를 잃고 타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검 형상을 유지하며 점점 농도를 더해갔다.

“..야.”

나지막하게 한설휘를 불렀다.

“닥쳐.”

“아니.. 그게 아니라.”

한설휘의 손에서 지옥의 불길처럼 일렁이는 불의 검을 가리켰다.

“그거 맞으면 나 진짜 죽어.”

“죽어.”“응?”

“죽으라고. 넌 죽어도 싸.”

“..그거 맞고 내가 만약에 지옥 가잖아? 그럼 나는 팻말 들고 지옥 입구에서 널 기다릴 거야.”

“흥!”

진심인데.

[한설휘. 멈춰라. 이 이상 능력을 사용한다면 이번 모의 실습 평가는 0점으로 처리하겠다.]

박태산 교관의 말에 불길이 조금 사그라들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목숨에 위협적인 건 마찬가지.

나는 한설휘의 어깨 너머를 쳐다봤다.

금석이 민정이라는 여학생과 투닥거리고 있었다.

몰랐던 사실인데 금석은 여자는 함부로 때리지 않았다.

“비켜라!!”

여학생한테 두들겨 맞으면서 억지로 인질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고 있었다.

“이거 봐.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델 보네?”

“....”

한설휘가 내게 달려 들었다.

다행인 점은 나를 진짜로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불길은 단순히 위협용으로 휘둘렀고, 실제로 나를 때리는 건 맨 주먹이었다.

“나쁜 놈.. 나쁜 놈!!”

“흡..큽..”

한설휘의 근력 스텟이 높아서 그런가 주먹이 너무나도 매웠다.

“그런 말.. 흡.. 하고 다닌 적 없다고!!”

나는 최대한 덜 맞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정시아가 하는 말은 뭔데!!”

더 맞았다.

그야 정시아가 눈치가 빠르니까 혼자서 눈치 챈 게 아닐까?

정시아라면 충분히 그럴 인재였다.

“내가 어떻게 알아!!”

소리를 지르자 한설휘가 표독스럽게 날 한 번 째려봤다.

“네가 감히.. 소리를.. 질러?”

더 더 맞았다.

“이빨로 물어뜯어 이 새끼야!!”

금석은 포박 매듭을 풀 줄 몰랐다.

맞으면서 한 번씩 쳐다보니 하루 종일 걸릴 기세였다.

내가 소리 지르자 곧바로 밧줄에 이를 가져다 대는 금석.

녀석의 치아는 뱀파이어처럼 뾰족한 치아가 몇 개 있었다

그리고 단단했다.

마치 개처럼.

“그렇구나.. 너는 이 상황에서도 미션이 중요하구나. 그렇구나.”

한설휘가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봤다.

“불태워버리겠어.”

한설휘가 손을 들어 금석을 겨냥했다.

“인질을 죽이면 너희 조도 영점이잖아!!”

나를 흘깃 보는 한설휘.

“괜찮아. 난 1등이라 별로 타격 없어.”

망할 년.

이기적인 년.

속으로 욕하고 있을 때 한설휘 보다 금석이 한 발 빨랐다.

“으라차차!!”

밧줄을 모두 풀었다.

“야!! 인질 데리고 창문으로 뛰어내려!!”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한설휘의 손에서 생성되는 화염구.

그 때, 내 귀에 울리는 메시지.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가 1포인트 적립 됩니다.]

[훈수 대상과 신뢰도가 일정 수치를 초과 하셨습니다.]

[훈수 리스트에 훈수 대상 ‘금석’이 추가 됩니다.]

[‘금석’의 스텟과 능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뢰도 수치에 따라 훈수 리스트에 있는 훈수 대상의 능력을 흉내. 모방. 복제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금석과 신뢰도 수치는 83점입니다.]

[금석의 능력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이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금석의 능력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사용 했다.

금석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고통의 희열’.

나는 현재 고통 빼면 시체일 정도로 온 몸이 고통스러웠다.

고통의 희열을 사용하자, 순간 파스를 붙인 것처럼 고통스럽던 부위가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급격하게 분비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온 몸에서 힘이 넘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설휘!!”

한설휘의 이름을 외치며 몸을 날렸다.

마치 태클을 하듯이 한설휘의 몸을 덮쳤다.

무게 중심을 잃은 한설휘가 휘청거리며 나와 함께 넘어졌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녀의 손에서 생성되던 화염구가 목표를 잃고 천장에 발사 됐다.

“금석!!”

“우오오오!!!”

인질을 업고 나를 보며 갈팡질팡하고 있던 금석이 내 외침에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렸다.

째재쟁!!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

금석에게 업혀 있던 인질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한설휘 위에 올라타서 양 손목을 잡은 채, 미소를 지었다.

한설휘가 일어서려고 바둥바둥 거렸지만 아직 나는 ‘고통의 희열’ 효과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비켜.”

한설휘가 톡 쏘듯이 말했다.

“상황 종료 됐다는 방송 나오면.”

한설휘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자세가 조금 야해서 그런지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한설휘. 잘 들어. 뒤에서 네가 날 좋아한다느니 그런 말 하고 다닌 적 없어.”

한설휘의 고개가 정면을 향했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한설휘.

그 때였다.

“비켜!! 이 변태 자식아!!”

한설휘와 같은 조인 민정이라는 여학생이 의자를 들고 내 등을 내려쳤다.

“크흡..”

헛바람을 들이키며, 상체가 아래로 쏠렸다.

“음..?”

뭔가 가슴에서 느껴지는 쿠션감.

뭔가 입술에서 느껴지는 촉촉함.

뭔가 촉촉함 사이로 흘러나오는 온기.

눈을 뜨자 한설휘의 눈이 정면에서 눈을 크게 뜨고 날 보고 있었다.

‘여자의 입술은 이런 느낌이군.’

한설휘의 입술.

달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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