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_Doe님 후원 감사합니다. 늦게 봤네요 ㅠㅠ22회
인명 구조 수업
“서진.”
능력자와 비능력자.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그리고 전투 교관, 박태산에게 불려나간 나란 깍두기.
“예.”
박태산이 손에 들고 있는 파일을 훑었다.
“입학식 날, 비능력자라고 작성한 걸로 나와 있는데. 틀린가?”
“어..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교관님.”
“그 말인 즉, 입학 후 능력을 개화했다고 받아들여도 되는 부분인가?”
“예.”
정시아의 능력을 흉내 내는 능력이 전부였지만.
“그렇군.”
박태산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내가 능력 개화한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능력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하지. 역할 군을 정해야 하거든.”
“카피..능력이 있습니다.”
“카..피?”
“예.”
채린과 정시아에게도 이렇게 말을 해 놓은 상태였다.
‘카피 능력자.’
나는 변변찮은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의존 할 능력은 정시아의 능력.
그리고 앞으로 훈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금석의 능력이었다.
그 말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정시아나 금석의 능력을 사용 할 빈도가 많다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일언반구 없이 두 사람의 능력을 사용했다고 치자.
그럼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나를 도둑놈 보듯이 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로 ‘카피 능력자’였다.
‘나랑 아예 동 떨어진 능력도 아니었고.’
극히 제한적이긴 했지만 카피 능력이 맞기도 했다.
“호오.”
박태산 교관의 눈빛이 빛났다.
사스케를 보는 카카시의 눈빛이 저러했을까.
‘안타깝게도 난 ‘사륜안’ 같은 능력은 없는데 말이지.‘
박태산 교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학생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미리 알려준 정시아만 빼고.
카피 능력.
딱 말만 들으면 굉장히 사기적인 능력 같은 뉘앙스이지 않는가.
“일단 알겠다. 능력자 열에 들어가도록.”
“예.”
아이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능력자 열 제일 뒤에 가서 섰다.
“카피 능력이 뭔데?”
금석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네 능력을 복사해서 내가 쓸 수 있다는 말이야.”
“오오!! 나도 알려줘!!”
“....”
그간 읽은 기초 상식 도서가 무색할 정도로 1차원적인 반응이었다.
나는 내 팔에 매달리는 금석을 떼어내며 앞 쪽을 쳐다봤다.
박태산 교관이 조를 나누고 있었다.
“1조는 한설휘,박솔지, 박민정. 2조는..”
조 편성은 능력자 조부터 먼저 편성이 됐다.
총 6개의 조가 편성이 됐고, 2개 조씩 ‘구조팀’과 ‘빌런팀’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 + +
“뭐지?”
“뭐가 뭐야?”
“나를 따르라!!”
나는 시가지 훈련장 입구에 서서 양 옆을 쳐다봤다.
“이거 밸런스가 맞아?”
정시아와 금석이 나를 쳐다봤다.
“안 맞을 건 또 뭐야? 너는 카피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보여준 게 없잖아. 보여준 거라고는 필기 만점에 실기 빵점. 황금 돌대가리는 필기 빵점에 실기 만점. 즉, 둘이 합치면 평균. 거기에 나라는 초절정 미녀 고수가 한 팀. 어때? 밸런스 죽이지?”
“어..그러네. 황금 밸런스였네.”
밸런스를 중요시 하는 우리 박태산 교관님께서 이렇게 황금 밸런스를 짜 줄 줄이야.
“작전 회의 하자.”
내 말에 금석과 정시아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날 쳐다봤다.
“가서 인질 구하면 되는 거잖아.”
금석이 말했고,
“그래. 어려울 게 뭐 있다고. 슥 하고 가서 삭 하고 구하면 되지.”
정시아가 금석의 말을 받았다.
금석은 그렇다 치고.
나는 정시아를 쳐다봤다.
“실전에도 그렇게 대충 말한 건 아니잖아. 그치?”
“그렇긴 한데.. 너 왜 그렇게 진지해? 네 능력으로 애들 루트 파악해서 스르르 구출하면 되잖아.”
그렇지.
나한테 진짜 예언 능력이 있으면.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쓰면 피로도가 엄청나. 아무튼 이거 성적에도 들어간다고.”
“너 성적 신경 써?”
“당연하지.”
50등 안에 들어서 학교 대항전에 나가야하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난 또. 입학식 날 실기 시험 다 기권하길래 신경 안 쓰는 줄 아랏징~”
“..모여 봐. 일단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잖아.”
한 팀은 빌런.
한 팀은 헌터.
서로 상대가 몇 조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한 가지 작은 소원이 있었다.
‘제발 한설휘네만 아니길.’
+ + +
시가지 훈련장은 실제 시가지와 모습이 똑같았다.
다른 점은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점 하나였다.
상황은 빌런이 인질을 납치한 상황이었고,
클리어 조건은 인질을 무사히 구출 하는 거였다.
아군의 사망자 없이.
“나와라!!”
“석아. 우리 위치 상대한테 알려주면 참 좋겠다. 그치?”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닥쳐.”
“....”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뭔가 금석도 슬슬 훈수 리스트에 추가 될 때도 됐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나는 금석과 함께 천천히 사주경계를 실시하며 거리를 걷는 중이었다.
“이 쪽은 아닌 것 같아.”
‘뱀의 움직임’ 능력으로 정찰병 역할을 수행하던 정시아가 돌아왔다.
우리도 그렇지만 상대방도 우리가 어디서 접근해 올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먼저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느냐가 제일 중요했다.
‘정보.’
그런 의미에서 정시아의 정찰병 역할은 아주 막대한 중책이었다.
우리는 정시아가 정찰한 지역이 아닌 지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포지션 별 임무를 수행했다.
정시아가 앞 쪽을 수색하러 갔다.
“석아. 넌 오른쪽.”
나는 정시아의 ‘뱀의 움직임’ 능력을 흉내 내며 정시아가 이동한 방향의 왼쪽 방향으로 뛰었다.
금석은 내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모의 상황이긴 했지만, 시간이 무제한이 아니었다.
‘제한시간 30분.’
30분 안에 인질을 구출하지 못하면, 인질이 죽는다.
라는 상황이었다.
처음 5분은 정시아 혼자.
5분이 지나면 각자 산개해서 빌런의 위치를 찾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 헌터라는 임무에 맞게 거리가 떨어져도 소통할 수 있는 무전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전혀 모르겠는데.”
금석은 감각이 예민했다.
특히 뚜뚜를 닮아 코가 특히.
그래서 사람 냄새나 향수 냄새를 잘 맡았다.
금석은 굳이 건물을 전부 오르지 않아도 그 건물에 누가 있는지 예측할 수가 있었다.
정시아는 길드에서 이런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엘리트였다.
하물며 그녀의 스텟과 능력은 어떻고.
문제는 나였다.
건물 안에 숨은 빌런들이 ‘나 여기 있어요~’ 하지 않는 이상 건물도 수색해야 했다.
그런데 어디서 ‘나 여기 있어요~’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타타탁!
뒤에서 들리는 뜀박질 소리.
보폭소리가 가벼운 걸로 봐서는 여자거나 들고 있는 무기가 상당히 가벼운 것 같은데.
나는 뒤를 돌았다.
‘빙고.’
여학생 한 명이 나무로 만든 단검을 들고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워터 샤워!!”
갑자기 내 머리 위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방해 될 정도로 거센 물줄기였다.
위를 슬쩍 쳐다보니 우산처럼 회색 구름이 내 머리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야압!!”
기합과 함께 내게 달려드는 여학생.
나는 손으로 세수하듯이 얼굴을 닦으며 옆으로 피했다.
“너..어푸..인질 옆에 안 있고..푸.. 이렇게 나와도 돼?”
“당연하지! 가만히 앉아서 헌터 기다리는 빌런도 봤어? 말 걸지마!! 과묵한 빌런 컨셉 잡았으니까!!”
“푸우..그래? 너 누구랑 팀이야?”
“나? 나 민정이랑 한.. 말 걸지 말라니까!!”
‘아, 누구랑 팀이더라.’
순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나는 여학생의 공격을 계속해서 회피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여학생은 스텟이 높지 않아 피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물대포!!”
가끔씩 하는 능력도 견딜 만 했다.
여학생의 물대포가 내 배에 적중했다.
강도가 목욕탕에 있는 냉탕에 버튼 삑 누르면 쏟아지는 물줄기 정도랄까.
“항복해!!”
이런 착한 빌런을 보았나.
헌터에게 친절히 항복을 권해주다니.
치직. 치직.
그 때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정시아 목소리였다.
-서진!! 황금 돌대가리!! 여기 오지마!! 사거리 우측에 있는 농협.. 치직. 치직.. 이..미친..년아 적당..치직.
무전이 끊겼다.
여학생도 내 무전소리를 들었는지 양 팔을 허리에 올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핫!! 항복하시지!! 지구는 우리가 접수하도록 하지!!”
“이거 지구 접수 시나리오가 아닌데?”
“어..어쨌든!!”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이 쏟아내는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공격해대더니 어깨가 눈에 보일정도로 들썩이고 있었다.
저게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1학년 신입생의 아주 정상적인 모습.
그동안 너무 비정상적인 애들만 봐와서 그렇지 아주 평범한 모습이었다.
나는 여학생 앞으로 걸어갔다.
기억났다.
여학생과 한 팀을 이루고 있는 마지막 한 명이 누구인지.
‘한설휘.’
한설휘가 빌런이라니.
무전의 내용을 봐서는 정시아가 잡히거나 사망 처리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오지마! 찌를 거야!!”
여학생이 단검을 양손으로 들고 소리쳤다.
“메두사.”
“어..어? 몸이..”
여학생의 몸이 경직 됐다.
흉내 내기라 효과가 약하긴 했지만, 바로 앞에서 사용해서 그런지 효과가 나름 괜찮았다.
나는 여학생의 손에서 단검을 뺏었다.
“죽어랏!! 빌런!!”
톡.
여학생의 장단에 맞춘 대사를 치며 단검으로 가볍게 여학생의 목 부근을 건드렸다.
[박솔지 학생 사망. 사망. 상황이 종료 될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도록.]
건물 마다 띄엄띄엄 스피커가 달려있었다.
스피커에서 박태산 교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만.’
지금까지 정시아나 금석이 사망했다는 소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정시아가 말한 정보를 토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거리 우측 농협.’
정시아가 이동한 동선을 쭉 타고 가다보니 사거리가 나왔다.
우측의 농협 역시.
“농협일까, 아니면 농협 근처의 어딘가 일까.”
위치를 말하던 중 무전기가 치직 거려서 제대로 된 위치를 듣질 못했다.
나는 농협 반대편에서 농협과 농협 주변 건물들을 살폈다.
전투의 흔적은 따로 없었다.
건물도 다 멀쩡해 보이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가가자니, 어디선가 한설휘가 덮칠 것 같고.
그렇다고 탐색만 하고 있자니 시간은 흐르고.
“석아. 금석.”
나는 무전기를 들어, 금석을 불렀다.
그랬더니, 녀석이 친절하게도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쨍그랑!!
농협 2층의 유리가 깨지며 금석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크..크으윽..”
“괜찮냐?”
“시..시..”
바닥을 몇 번 구르며 안착을 한 금석이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너 때문에 들켰다!! 몰래 숨어 들어가고 있었는데!!”
“아..진짜?”
“그래!!”
“네가 잠입을 할 줄도 알고. 많이 컸네.”
“기초 헌터 상식 56페이지에 나오는 기초 상식이다!!”
“오..”
장족의 발전이군.
이라고 기뻐하기에는 쫌 미안한데.
나는 금석의 몸을 손으로 털어주며 말했다.
“그래서. 안의 상황은 어때? 한설휘는 몇 층에 있어? 인질은?”
“..모른다.”
“..몰라?”
“그래. 네 무전이 울리자마자 뭐가 날 때렸다. 그리고 여기까지 날아왔다.”
“....”
금석을 이 정도거리까지 단숨에 날릴 수 있는 사람은 한설휘 밖에 없었다.
“인질이 2층에 있다면 굳이 창문을 깨면서 오픈을 할리는 없겠지.”
남은 건 3층과 4층인데.
“어디에 있을까요, 알아 맞춰봅시다. 딩. 동. 댕. 동~ 정답은 바로 3층이다!!”
옆에서 금석이 날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크흠. 일어날 수 있어?”
“당연하지!!”
금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에 생긴 잔 상처가 벌써 아물고 있었다.
다른 학생이었다면 벌써 방송으로 이렇게 나왔을 게 분명했다.
[금석 학생. 중상. 제 자리에서 간호반을 기다리도록.]
하지만 박태산 교관은 아무런 방송도 하지 않았다.
금석의 능력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는 모양이었다.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학교에서 그 난리를 피우고 다녔는데.’
금석은 저번 주 주말에 자신의 능력을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었다.
그래서 한설휘도 망설임 없이 날려버렸을 테고.
“석아.”
“뭐냐?”
“나 들어서 3층까지 날릴 수 있겠냐?”
“지구 밖으로도 가능하다.”
‘짜식. 나 때문에 들켜서 삐졌네.’
“오늘 수업 끝나면 고기 쏜다.”
“....”
금석이 양 손으로 내 허리를 정성스럽게 감싸기 시작했다.
“다쳐도 책임 못 진다.”
“내가 3층에 딱 도착하는 순간 바로 계단으로 올라와. 양동작전. 알지?”
금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현재 스텟은 모든 스텟이 D급에 근접해 있었다.
민첩은 DDD(10) 스텟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일반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설마 죽진 않겠지.’
“야. 하나 둘 셋 하면 던져. 하나, 둘..”
“흐라차차!!”
이런 노래가 떠올랐다.
‘i believe i can fly.’
난 잠시지만 하늘을 날았다.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