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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21화 (21/196)

완전한 독자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21회

인명 구조 수업

“으.”

정시아와 채린과 헤어진 후 나는 기숙사가 아닌 오피스텔로 갔다.

하리부의 웅담을 삶아서 한 입 먹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텁텁하기도 하고 쓴 맛도 나고.

웅담을 조각 내 소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금석이나 시아에게도 나눠줘야겠다.”

절대 맛이 없어서 그런 게 맞다.

몸에 좋은 건 몸에 쓰다지만 비린 맛 같은 것도 나는 게 영..

금석이나 시아도 성장하면 나한테는 좋은 일이니까.

“그럼. 그럼.”

나는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두 사람에게 내가 조사했다고 하고 레볼루션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알려줬다.

그리고 왜 내가 괜히 들쑤시고 말라고 했는지도 설명했다.

‘간부 존나게 쎔. 지금은 감당 불가임. 레볼루션 피라미들을 죽이는 건 간부 소환술을 부추기는 거임. 그렇다고 피라미들을 냅두냐고? 그건 아님. 설치면 죽여도 됨. 단, 설치기 전에 미리 조사해서 죽이지만 마셈.’

레볼루션의 간부가 한국에 넘어오는 시기는 앞으로 1년 후였다.

‘라이언.’

녀석이 최대한 늦게 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카멜레온. 치타. 코뿔소. 원숭이가 죽었다고?”

-예.

“크하..크하하!! 멍청한 놈들. 약하면 죽어야지. 안 그러냐, 박쥐야.”

-맞습죠. 하핫!

“..뭐?”

-..예?

“녀석들이 약해서 죽었다는 소리냐? 그 말은 대장인 나도 약하다. 이런 뜻이고?

-아..아닙니다!! 절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라이언님. 제 말 뜻은..

“장난이다. 크하하!!”

욕실이라고 하기에는 간이 수영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큰 욕실.

하지만 욕실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남자의 풍채가 워낙 커, 욕실이 딱 적당해 보였다.

금발의 머리카락이 수분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얼굴은 굉장히 상기 돼 있었다.

그의 어깨에 찍혀 있는 숫자가 수심에 내려앉았다, 올랐다를 반복했다.

‘0-87’

“이만 끊어라.”

호탕하게 웃던 넘버 0-87.

속칭 라이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자 정면에서 보이던 화면이 곧바로 암전됐다.

“역시 모조품은 쓰레기란 말이지. 끌끌.”

몸에 가운을 걸치며 거실로 걸어가는 라이언.

“그래도 이 라이언님의 모조품인데 기분이 썩 좋진 않단 말이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보디빌더가 취할 법한 자세를 취했다.

“한국이라..흐음.”

양 팔을 올려 알통을 과시하는 라이언.

“이번 일만 마무리하면 가 볼까나.”

이번에는 등을 돌려 자세를 취하려던 라이언이 거실 한복판에 특수 매트에 빛이 들어오는 걸 쳐다봤다.

“벌써 보고하는 날인가보군.”

입고 있는 가운을 여미며 특수 매트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투명한 빛이 라이언을 감쌌다.

“여~”

장소가 바뀌었다.

밀실처럼 어두운 공간이었다.

장소가 바뀌었다고는 해도 실제로 라이언이 순간이동한 건 아니었다.

일종의 육체 가상전송시스템이었다.

라이언의 육체가 홀로그램처럼 입자가 고르지 않았다.

“뭐야.”

주변을 둘러보던 라이언이 김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증 환자도 없고. 음침한 놈도 없네??

라이언은 공석인 두 자리를 쳐다봤다.

“경박하군.”

라이언의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가 낮게 한 소리했다.

“여~ 변태.”

“..레드. 레드라고 부르도록 해라.”

자신을 레드라고 말한 남자가 입고 있는 턱시도를 만지작거렸다.

“한 번만 더 내가 아랫것 대하듯이 말하면 죽인다고 했을 텐데.”

라이언이 으르렁거렸다.

“내가 언제 아랫것 대하듯이 말했느냐? 천한 것 대하듯이 말했지. 후후.”

“변태 새끼가 드디어 실성했나보군. 이리와. 너는 쫌 맞자.”

라이언이 성큼성큼 레드에게 걸어갔다.

휙. 휙.

라이언의 손이 그대로 레드의 몸을 관통했다.

실재가 아니기 때문에 만질 수가 없었다.

“싸..싸우지 마세요.. 여러분..”

중간에 있던 여자가 양 손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후우. 지숙 때문에 참는 줄 알아.”

라이언이 손을 내리려고 했다.

“가소롭군요.”

레드의 말에 다시 손을 올리던 라이언.

“레드, 지숙, 라이언. 오랜만이구나.”

뒤에서 들리는 음성에 동시에 세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시여.”

“아버지.”

“아버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지나쳐 밀실의 중간에 앉는 남자.

온 몸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심지어는 얼굴까지도.

신체 부위 중 노출 된 부위는 눈이 유일했다.

제로.

그의 이름이자 넘버였다.

“포포와 샤인은 하고 있는 일이 바빠, 부르지 않았다.”

제로의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막내가 요즘 들어 허기가 심해져서이니라.”

“내일 중으로 가고일 석상을 입수할 것 같습니다. 바로 들고 뛰어가겠습니다.”

라이언의 말에 제로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의 눈물은.. 다음 주.. 아니.. 이번 주까지 어떻게 해서든..”

“괜찮다. 너희들을 채근하자고 한 말이 아니니, 급할 것 없다.”

제로의 말에 은혜 입은 신자마냥 지숙의 눈가가 젖었다.

“저는 지금 아이템 리스트를 보고 있습니다. 최대한 막내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을 선별해, 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좋구나. 레드.”

“예, 아버지시여.”

레드가 고개를 숙였다.

“라이언. 이번에 너희 아이들의 신체 반응이 많이 꺼졌더구나.”

“예. 워낙 멍청한 놈들이라..”

말을 하다가 제로의 눈치를 보는 라이언.

“그게 그러니까 멍청한 게 아니라.. 무슨 착오가 있었나봅니다.”

라이언이 고개를 숙였다.

“착오는 내게 있었다.”

“아..아닙니다. 당치도 않습..”

“한국의 헌터들이 예상 보다 빠르게 성장을 하는 것 같구나.”

“..예?”

“아니면 우리의 꼬리가 밟혔다던지.”

제로의 말에 세 사람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그럴 리가 없습니다. 녀석들이 아는 정보도 극히 적을뿐더러, 저희 정보를 누설하면 바로 죽게 돼 있..”

“라이언.”

“..예.”

“바가지에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나 있으면 물이 새어 나가는 법이란다.”

그 때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앙!!

으에엥!!

아이가 우는 소리 같기도, 괴물이 짖는 소리 같기도 한 기괴한 소리였다.

“막내가 깼나보구나.”

제로가 세 사람을 한 번씩 지그시 쳐다봤다.

“누가 한국에 가서 구멍을 메꾸고 왔으면 좋겠구나.”

“제가 가겠습니다!”

라이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가서 수습하겠습니다.”

조용히 레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 라이언 보다는 제가 가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레드.”

“라이언은 너무도 경박스러워, 혹여나 일을 그르칠까 염려가 됩니다.”

“너 이..”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가 곧바로 닫았다.

“흐음. 레드가 지금 아이템 선별 작업 중이니, 여유가 있겠구나. 대외적으로 사회적 지위도 있는 신분이고. 좋다. 레드가 한국으로 가도록 해라.”

“예, 아버지.”

“아버지! 이번 건은 제가..”

제로가 라이언을 쳐다봤다.

“이미 결정한 일이다. 불만 있느냐?”

“아..아닙니다.”

바로 꼬리를 마는 라이언.

“아까도 말했다시피, 막내가 허기가 심해졌다. 라이언. 가고일 석상을 입수하는 대로 살아있는 인간들을 잡아오도록 해라. 능력자면 더 좋다.”

“예.”

“그래. 착하구나, 라이언. 이만 해산하도록 해라.”

전송 장치가 작동했다.

“....”

다시 본래의 거실로 돌아온 라이언.

“레드..이 개새끼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보이는 데로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감히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딴 소리를 해?”

씩씩 거리던 라이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박쥐. 내 말 잘 들어라.”

라이언은 박쥐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 + +

“너 도대체 주말에 뭐하고 돌아다닌 거야?”

월요일이 시작됐다.

주말동안 오피스텔에 있었다.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건 금석이었다.

등교 후, 시간이 남아 기숙사로 갔다.

그 때까지는 별로 이상한 게 없었다.

멍멍!!

뚜뚜는 여전히 귀여웠고,

금석은 내가 준 1만 포인트를 전부 예상대로 고기를 사 먹었다.

특이점은 금석과 함께 학교 건물로 걸어가는 도중 생겼다.

본래 나랑 금석이 같이 다니면 학생들이 많이 쳐다보기는 했다.

그런데 막 기피하거나 피하지는 않았다.

근데 지금은 학생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피하는 게 아닌가.

“주말에 뭐했어?”

“뚜뚜랑 놀았다.”

“그래?”

물증이 없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섰을 때, 물증이 생겼다.

“미친..개. 새..끼?”

칠판에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글씨.

우리 반에 저런 말을 들을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데.

금석은 자신을 저격하는 말인지도 모르고 자리로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듣고 말았다.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떠드는 말을.

“야, 쟤 조심해. 누구?”

“금석.”

“왜?”

“소문 못 들었어?”

“무슨 소문?”

“주말에 대련장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 패고 다녔대.”

“헐..진짜?”

“어. 그렇다니까, 글쎄. 쟤한테 맞고 입원한 애가 한 둘이 아니래.”

소문은 와전되기 마련이었다.

근데 왜 전부 사실인 것만 같지?

왜지?

나는 금석에게 걸어가려다가 옆을 보며 방긋 웃었다.

“안녕.”

“응.”

교실로 들어서고 나서부터 어찌나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지.

내 인사에 한설휘가 짧게 대꾸했다.

그러고 지나가려고 했다.

근데 날 계속 쳐다보는 게 아닌가.

“머리 예쁘네.”

살짝 웨이브를 넣은 머리가 그녀의 자세처럼 다소곳했다.

살짝 얼굴이 빨개진 한설휘가 내 옷을 잡아당겼다.

내 귀에 속삭이는 그녀.

“여기 학교인데 그런 얘기 하면 어떡해!”

“....”

뭐라는 거지.

내가 무슨 얘길 했다고.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한설휘를 지나쳤다.

“정시아는 아직 안 왔나보네. 석아.”

자리에 앉으며 금석을 불렀다.

심드렁한 얼굴로 나를 보는 금석.

“정식 대련 신청은 하고 패고 다녔지?”

표정이 마치 네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었다.

“그러게. 어떻게 알았을까나.”

칠판에 적혀 있는 글씨와 아이들의 반응.

금석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잘 몰랐다.

당사자만 몰랐다.

나는 혹시나 해서 핸드폰을 꺼내 대련 랭킹을 확인 했다.

금석은 본래 13등이었다.

근데 현재 랭킹은 8계단이나 상승한 5등.

‘어지간히 난리치고 다녔나보네.’

금석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금석은 지금 상당히 욕구불만인 상태였다.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이론 수업만 하지, 집에 가면 내가 하루 종일 책을 읽으라고 하지.

언젠가 한 번 터지겠거니 했다.

다만 예상 보다 빨랐을 뿐.

‘슬슬 금석도 본격적인 훈련을 시켜야겠네.’

“야!! 야!!”

정시아가 뒷문을 밀며 뛰어왔다.

주말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평소처럼 행동하기로 약속을 했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 온 정시아.

“너 서시우랑 주말에 한 판 했다며?”

정시아의 말에 내 고개가 천천히 금석으로 향했다.

“근데 한 대도 못 때리고 기절했다며!! 아하하!! 바보!! 아하하핫!!”

금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어디가.”

금석이 교실을 나갔다.

표정을 보니 단단히 분한 것 같았다.

“뭐..뭐야? 삐졌어?”

금석이 나간 뒷문을 보는 정시아.

“쟤, 싸움에서 지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

“아..진짜?”

“응.”

저 바보가 서시우랑도 싸웠을 줄이야.

‘잘됐네.’

힘의 격차를 절실하게 느꼈을 테니.

‘특훈을 시키면 잘 따라오겠군.’

금석에게 시킬 특훈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교내 방송이 울렸다.

[아, 교내에 계신 1학년 금석 학생 담임선생님은 지금 당장 교관실로 오시길 바랍니다.]

“....”

이 짧은 시간 안에 뭔 짓을 한 거야?

+ + +

전투 수업 시간이었다.

나는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금석을 쳐다봤다.

반창고는 정시아의 말에 바로 서시우가 있는 2학년 실에 쳐들어가 빛의 속도로 기절한 흔적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번 수업이 끝나면 다시 달려 갈 것 같았다.

‘제 풀에 지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정면을 쳐다봤다.

“이번 수업 시간은 인명 구조 테스트 시간이다. 능력자와 비능력자를 구분해 진행 할 테니, 교관을 기준으로 능력자는 왼쪽. 비능력자는 오른쪽으로 서라.”

나는 슬금슬금 왼쪽으로 걸어갔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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