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6화 (16/196)

추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16회

대련 랭킹

-이름: 정시아

나이: 17세.

체력: BB(10)

근력: C(5)

지혜: B(30)

민첩: AAA(2)

-능력

1.메두사(Medusa)

설명: 시전 대상을 석화 상태로 만든다. 단, 대상이 등지고 있을 시 효과는 반감한다. 또한 상대방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효과는 현저히 떨어진다. (대상이 시전자 보다 지혜 스텟이 높을 경우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2.뱀의 움직임

설명: 은밀 기동이 가능하다. 또한 이동 속도 증가 효과가 있다.

3.[미개방]

4.[미개방]

5.[미개방]

*미개방 능력은 훈수 대상과 신뢰도가 쌓이면 개방 가능.

‘와..’

나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시아의 정보를 보며 감탄했다.

몰래 정시아가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관음증처럼 정시아의 정보를 탐닉하다가 제일 마지막 줄에 놓친 부분을 읽었다.

‘정시아와의 신뢰도 점수는 70. 정시아의 능력 50% 흉내 내기 가능.’

이 대목이 내게는 이렇게 보였다.

‘신뢰도 점수가 높아지면 정시아의 능력을 마치 내 능력처럼 사용 할 수 있다.’

이건 비능력자인 내게 가뭄의 단비 정도가 아니라 가뭄의 장마 같은 소식이었다.

“크큭..크크..”

웃음이 흘러나왔다.

훈수 포인트가 500점 오른 것도 감지덕지인데 이..

“아. 뭐해?”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블랙맘바 소환에 좋아하던 정시아가 내가 달려 들었다.

“좋아서 그러지!!”

내 품에 안긴 정시아가 내 몸을 끌어안고 좌우로 흔들었다.

어지간히도 좋은 모양이었다.

무협지로 따지면 내가 막힌 혈을 뚫어준 셈이니 좋아할 만도 했다.

본래라면 떨어지라고 했을 테지만, 나 역시 정시아를 끌어안고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복덩이었구나, 정시아!!’

“자..잠시. 어지러워.”

정시아가 내 품에서 떨어지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야, 너. 왜 안 밀쳐내고 오히려 좋아해? 너 설마..”

자신의 몸을 손으로 가리는 정시아.

“아니야. 그런 거.”

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책과 씨름하고 있는 금석을 쳐다봤다.

‘근데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정시아보다 금석이 먼저 반응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도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지?’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무난하게 흘렀다.

그 시간동안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훈수 리스트에 추가하기 위해서는 신뢰도 점수도 중요하지만 훈수 포인트도 중요하다.’

나는 정시아보다 금석에게 훈수를 더 많이 뒀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시아보다 금석과 신뢰도가 더 두텁다고 생각했다.

차이점은 단 하나.

훈수 포인트 차이였다.

현재까지 내가 금석에게 훈수로 인해 벌어들인 포인트는 300포인트 남짓이었다.

하지만 정시아는 ‘강수’로 인해 단번에 500포인트였다.

‘훈수 리스트에 추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500포인트인 것 같은데.’

아직까지 금석은 훈수 리스트에 포함 돼 있지 않았다.

나는 내 식판에 있는 제육볶음을 금석의 식판에 올리며 말했다.

“이거랑 상추 싸 먹으면 맛있어.”

“낵아. 우걱우걱. 알아서. 우걱. 먹는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가 말하는 대로 먹는 금석.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슬쩍 옆을 쳐다봤다.

정시아가 식판을 내게서 멀리 가져갔다.

나는 제육을 한 점 들었다.

“하..하지마. 나 괜찮아. 나 다 먹었어. 진짜야.”

“아니야, 우리 시아. 너 너무 말랐어. 더 먹어.”

“너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이상해진 거 알아? 왜 그러는데?”

‘너랑 신뢰도를 올려서 네 능력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

이런 내 뜻을 모르는 정시아는 거부감이 생기는지 내게서 제육을 가로채 금석의 식판에 던졌다.

‘역효과인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훈수 리스트를 열어보면 정시아와의 신뢰도가 1점 하락해 있었다.

‘69점.’

“아~ 그래. 먹던지 말 던지.”

평소처럼 하기로 했다.

나는 양 팔을 머리에 받치며 몸을 뒤로 기울였다.

‘훈수와 강수라.’

일주일 동안 두 가지 수(手)에 대한 차이를 생각해 봤다.

대상에게 끼치는 영향력.

딱 이 차이인 것 같았다.

즉, 대상에게 얼마나 유효하고 정타로 훈수를 두냐에 따라 벌어들이는 훈수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소리인데.

“야. 너 식당 이모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야. 알아? 적당히 좀 먹어!!”

정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금석에게 하는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휴대폰을 확인 하자 채린에게서 온 문자였다.

-서진씨, 다른 길드에서 ‘치타’ 건으로 협조 요청이 왔는데. 어떡하죠?

일주일 전 양호실에서 채린과 번호 교환을 했다.

그 후에 채린은 종종 내게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왔다.

‘치타’는 레볼루션의 피라미 중 한 마리였다.

지금 시기는 치타를 비롯해 몇 몇 동물 능력자들이 설치는 시기였다.

‘뭐.. 상관없으려나.’

나는 문자를 입력했다.

-협조해도 괜찮습니다.

띠링~!

칼답이 왔다.

-아 넵! 서진씨 맛점하세요!(웃는 이모티콘)

예언 능력이 뭐라고.

참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는 여자였다.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간간히 채린에게도 훈수 포인트를 쌓아가고 있었다.

‘잘만 하면 채린도 훈수 리스트에 추가 할 수 있겠는데?’

띠링~!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온 문자였다.

단체문자인지 식당 곳곳에서 동시에 알림 음이 울렸다.

-대련 랭킹 순위

‘슬슬 뜰 때도 됐다고 생각했는데.’

대련 랭킹은 학교 성적과는 별개였다.

대련 랭킹이 아무리 높다 해서 학교 성적에는 조금도 영향을 끼치질 않았다.

말이 대련 랭킹이지 조금 속된 말로 이렇게 표현 할 수도 있었다.

‘학교에서 싸움 잘하는 랭킹 순위’

대련 랭킹은 입학식 날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대련 시물레이션을 실행한 결과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전에 고지 된 학교 종합 성적 랭킹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학교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레 대련 랭킹도 높았다.

학교 성적이 좋다는 것 자체가 기본 실력이 바탕이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랭킹을 확인해보니, 50등 안팎 학생들은 종합 성적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대련 랭킹은 살짝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학생들이 합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명분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는 해서 대련 랭킹이 완전히 등한시 되는 건 아니었다.

등한시 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신경 쓰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대련 랭킹 10등 안에 들면 학기 중 한 번 열리는 ‘학교 최강자 선발전’에서 예선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선으로 진출 할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딱 거기까지가 대련 랭킹이 가지는 유의미한 가치였다.

식당이 시끌시끌해졌다.

특히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야! 옥땽으로 따라와.”

“너무 시시해서.. 죽고 싶어 졌다.”

“한 판 뜨자!!”

대련 랭킹은 학교 측에서 무분별한 학생들의 싸움을 방지하고자 만든 시스템이기도 했다.

사람은 본디 자신이 잘하는 걸 내세우고 싶어 하는 법이었다.

특히 10대 때는 더.

‘한설휘가 1등. 정시아가 5등. 금석이 13등?’

한설휘는 학교 성적과 마찬가지로 1등이었다.

정시아는 4 계단이 오른 5등.

금석은 학교 성적은 160등이었지만, 대련 랭킹은 13등이라는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나는..

“서진아..”

정시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들자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너..300등이야.”

“....”

아무래도 대련 랭킹이다 보니 모의 실기 시험 점수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게 말하는 듯 했다.

‘네가 전교에서 싸움 제일 못해 ㅋ’

어느 정도 예상했고, 결과에 바로 수긍을 했다.

근데 기분이 꽤.. 아니.. 조금.. 아니 꽤 조금..

‘더럽네.’

전교 꼴찌라니.

“네가 실기 시험 전부 다 기권해서 그런가 보다. 신경 쓰지 마. 서진아 내일 뭐해? 주말인데.”

정시아가 위로와 함께 화제를 전환하려고 했다.

‘맞네.’

내일은 주말이었다.

갈 데가 있었다.

그동안 쌓은 훈수 포인트를 사용할 때가 왔다.

“약속 있어.”

“아.. 진짜로?”

“응.”

“데이트 신청하려고 했는데~ 아쉽네~”

표정은 전혀 아쉬워 보이질 않았다.

“몇 시쯤에 나가?”

“왜?”

“아니 그냐앙~”

수상한데?

“황금돌대가리. 너 도대체 밥을 몇 시간 째 먹는 거야?”

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자 눈웃음을 지으며 금석을 쳐다보는 정시아.

금석은 여전히 식사 중이었다.

‘오후 수업이 뭐였더라.’

밥 먹으니 나른나른 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을 때,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야. 야!!”

남자 목소리.

“서진!!”

날 부르는 소리였네.

한 쪽 눈을 뜨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남학생 한 명이 친구들을 대동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한테 대련을 신청한다!!”

“....”

대련 랭킹은 자신 보다 랭킹이 높은 사람과 대련해서 이겨야지 랭킹이 올랐다.

근데 이놈은 내게 대련 신청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련 랭킹이 발표 되자마자.

“나 300등인데?”

“뭐..뭐!! 어쩌라고!!”

반응을 보니 내 등수를 알고 있는 게 확실한데.

내가 학교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느낀 점 중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남학생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밖에서 떠도는 나에 관한 소문.

그리고 잘생긴 얼굴.

돈 많은 집안.

등등.

사람에게 한 번 미운털을 박으면 싫어하는 이유 찾기는 쉬웠다.

“나랑 붙자!!”

“마저 먹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금석을 앉혔다.

내게 대련을 신청한 남학생은 목표가 등수가 아니라 나로 인해 느끼고 있는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나를 이긴다면 열등감 해소뿐만 아니라 자존심, 자존감등이 덩달아 올라 갈 테니까.

의기양양한 얼굴을 보니 백프로 나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보였다.

“너 몇 등인데?”

“너..너 보단 높아!”

“그래서 몇 등이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랑 머리가 하나 차이 날 정도로 키가 작은 학생이었다.

내가 내려다보자 주춤거리며 대답을 하는 녀석.

“190..등이다!”

생각 보다 낮진 않네.

‘이 녀석 이기면 꼴찌는 면하겠지.’

아무래도 전교 꼴찌는 쫌 그랬다.

무엇보다 거절하자니 주변 시선이 너무도 거슬렸다.

식당의 모든 시선이 안 보는 척하며,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지금 대련 신청을 거절했다가는 날파리가 더 꼬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룰은? 190등이면 비능력자 같은데. 비능력자 룰로?”

“나 능력 사용자거든!!”

190등인데 능력 사용자라.

어지간히 능력이 형편 없나본데.

“하지만 네가 비능력자인 것 같으니까 내가 특별히 봐줄게. 비능력자 룰로..”

“아니. 그럼 능력자 룰로 해. 점심시간 아직 조금 남았으니까 지금 대련하는 걸로 하자.”

“지..지금?”

내가 저자세로 나올 줄 알았는지 당황한 얼굴로 주변 친구들을 쳐다보는 남학생.

친구 버프를 받았는지 호기롭게 소리쳤다.

“좋다!!”

나는 휴대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실이죠. 5분 뒤에 대련실에서 ‘정식 대련’을 할 예정인데 감독 교관님이나 학생부 인원 한 명만 보내주시겠어요? 예. 예, 알겠습니다.”

휴대폰을 내리자 정시아가 내 허벅지를 젓가락으로 찔렀다.

“너 뭔가 되게 능숙하다?”

“학교 가이드 집 보면 나와 있는 거잖아. 석이랑 먼저 교실에 가 있던지 아니면 구경하러 오던지, 알아서 해.”

나는 식당 입구로 걸어갔다.

그러자 뒤에서 민족대이동 같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착각이겠지.’

+ + +

“착각이..아니었군.”

점심시간에 대련실을 이용하는 학생은 대부분 2학년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대련실을 학생들로 붐비다 못해 꽉 차 있었다.

나라는 놈의 마케팅 효과가 이렇게나 뛰어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무관객 대련으로 진행하는 건데.’

이미 늦었다.

감독 교관이 팔짱을 끼고 나와 상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필 박태산 교관이라니.’

“준비 됐나?”

물어보는 박태산 교관의 표정이 즐거워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이 양반 수업 시간만 되면 나를 못 잡아서 안달이었다.

“예.”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