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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5화 (15/196)

나는 박태산을 보며 씨익 웃었다.15회

강수(强手).

“..간호실에 갔다 와라.”

박태산 교관이 짧게 말했다.

나는 그를 다운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승자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담임 교관이 있는 간호실로 향했다.

+ + +

“너도 꽤 무식한 타입이구나?”

간호 교관이자 담임 교관인 신지수가 내 손에 붕대를 감으며 혀를 찼다.

“박태산이 쫌 무식하게 교육하기는 해도 애들 다치게는 안하는데. 다 됐다.”

“감사합니다.”

나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태산이 표정 봤어?”

“네?”

신지수가 고개를 내 쪽으로 들이밀며 물었다.

박태산과 신지수는 헌터 학교 동기였다.

그래서 부르는 호칭에 스스럼이 없어 보였다.

“막 눈썹이 지렁이 기어가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어?”

신지수의 말에 나는 간호실에 오기 전 박태산의 얼굴을 떠 올렸다.

‘눈썹이 꿈틀거렸던 것 같기도 하고.’

“어.. 조금 그런 것 같기도..”

“캬~ 차 한 잔 내줄까? 녹차? 커피?”

“아, 저는 괜찮..”

“역시 어리니까 녹차가 좋겠지?”

내 의사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녹차 두 잔을 내 온 신지수가 한 잔을 내게 내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땡땡이 친 다고 생각해. 합법적인 땡땡이라고나 할까? 어때? 좋지?”

“....”

교관이 학생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녹차를 후루룩 마셨다.

“너 이제 큰일 났어.”

“뭐가요?”

“박태산 눈썹이 움직였다는 건 굉장히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이거든. 아니면 뭔가 마음에 안 든다던가.”

“....”

“너어. 찍.혔.어.”

신지수가 한 자 한 자 입술을 닭똥집처럼 오므리며 말했다.

“작년에 네 동생이 박태산한테 찍혀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어떻게 됐는데요?”

“개처럼 굴렀지. 아주 아주~ 아주.”

“....”

이 여자는 분명히 내 담임 교관이 분명할지언데.

말하는 건 꼭 남 일처럼 말한단 말이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박태산한테 찍혔다는 건, 좋은 뜻일 수도 있어. 박태산의 하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나 할까? 후후후!!”

내 안색이 조금 굳어서일까?

웃음을 멈추며 말을 하는 신지수.

“장난이야 장난. 태산이가 눈썹을 움직였다는 건 심기가 불편해서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네가 마음에 들었을 가능성이 커. 그건 그렇고.”

녹차 잔을 내려놓는 신지수.

다리를 꼬았다.

“너 채린이랑 무슨 사이야? 이렇게 물어보면 조금 이상한가?”

역시.

언젠가 물어볼 줄은 알았다.

박태산, 신지수.

그리고 채린까지.

모두 헌터 학교 동기들이라 꽤 친분이 두터웠다.

채린은 나랑 친해지라고 정시아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신지수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했다.

“처음에는 네가 창조 그룹 장남이니까 친해지라고 한 건가 싶었는데, 음.. 뭐라고 해야 할까. 하루 이틀 지켜보니까 꼭 그런 것 아닌 것 같더라고. 여자의 촉이랄까?”

나는 아무 말 없이 녹차를 들이켰다.

“필기 시험 만점. 실기 시험 전 과목 기권. 이런 케이스는 여태까지 한 명도 없었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뭐하는 애인가 싶었는데.. 신입생 환영회 때 1등을 하고. 무엇보다 말이지. 가장 이상한 건 아무래도 시아거든.”

“....”

“정시아가 누군가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너랑은 유독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고.”

채린과 신지수가 친구니, 자연스레 정시아도 신지수와 인연이 닿아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거든. 시아한테. 그랬더니 시아가 뭐랬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얼굴이 너무 자기 스타일이래. 나 참.”

정시아답다.

“나도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 하기는 해. 근데 말이야. 서진아. 네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지 않니?”

신지수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망나니가 갑자기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모자라 조용히 학교를 다닌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사람이 그렇게 다른 사람처럼 확 바뀌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

“나는 불가능하다고 보거든.”

신지수의 눈빛마저 차갑게 식었다.

“네가 누구든, 무슨 목적을 가지고 채린과 시아한테 접근한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한테 상처 입히면.”

어금니를 꽉 깨무는 소리가 났다.

“가만 안 둬.”

이 사람 뭔가 대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접근한 게 아니라 채린과 정시아가 내게 접근 한 건데.

‘뭐, 충분히 신지수 입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음.. 미안. 말이 조금 심했지?”

신지수가 볼을 긁적였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근데..”

나는 붕대 감긴 팔을 들어 보였다.

“바로 치유해주시면 안 되는 건가요?”

내 말에 검지를 들어 좌우로 까딱거리는 신지수.

“응. 안 돼. 너희 나이 때는 자기 치유력이 되게 중요하거든. 작은 상처 생길 때마다 치유 능력으로 치유 했다가는 나중에 상처가 생겨도 잘 아물지 않을 거야. 항상 치유 능력자가 곁에 있는 게 아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납득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응? 벌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땡땡이도 물론 좋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스텟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투 수업을 빼 먹는 건 손해였다.

“미안하다니까. 화났어?”

나를 따라 일어서는 신지수.

“아뇨. 학기 초에 수업을 빼 먹으면 나중에 진도 따라가기가 힘드니까요.”

나의 모범생적인 답변에 신지수가 아무 말 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간호실을 나가나 싶었다.

“신지~ 나 왔어~”

간호실 문을 잡으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었다.

“....”

채린이 빵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아.. 이 여자가 왜 여기에. 하필 이 시간에.’

“오오!!”

채린의 반응을 보니 빠져나가긴 힘들 것 같았다.

+ + +

“크아아아!!”

전투 교관 박태산은 10분에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키는 학생에게 다가가,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앉아라 금석. 그리고 읽어라. 다 읽을 때까지 점심시간은 없다.”

점심시간은 없다는 대목에서 도로 자리에 앉는 금석.

능력을 사용하면 지혜 스텟이 올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금석에게 능력을 사용 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교육 내용을 수정했다.

그 결과 금석은 비능력자 학생들과 함께 독서 하게 됐다.

‘야생마가 따로 없군.’

하지만 박태산은 금석 같은 스타일이 싫진 않았다.

본인의 옛날 모습이 얼핏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지능 부분만 어떻게 하면 A급 헌터가 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학생들을 둘러봤다.

‘쟤들은 왜 또 저래?’

5개의 조 중 가장 밸런스가 잘 잡힌 조에는 딱 두 명의 조원이 있었다.

한설휘와 정시아.

박태산은 두 사람에게 능력을 사용해도 좋으나, 약식으로 대련을 해라. 라고 지시 했었다.

“그만.”

근데 하고 있는 모양새가 서로를 죽이려 들고 있었다.

박태산의 말에도 기세가 전혀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왜 그러는데!!”

정시아가 소리쳤다.

“왜..그러냐고?”

한설휘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세상에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있다는 걸.. 알아야지!!”

한설휘가 들고 있는 목검에서 불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뭐라는 거야 진짜.”

한설휘는 지금 진심이었다.

그래서 정시아도 진심으로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스네..”

“둘 다 멈춰라!!”

박태산이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흥.”

능력 사용을 중단하며 고개를 홱 돌리고 가버리는 한설휘.

“왜 저래, 진짜?”

정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한설휘한테 잘못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근데 그녀는 마치 자신을 부모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짐작 가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한설휘는 다른 학생들과 말을 잘 섞질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에게서는 이런 오오라가 흘러 나왔다.

‘난 너희들과 수준이 달라.’

그렇다가 싸가지 없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어쨌든, 그런 그녀가 유독 한 번씩 눈길을 주는 남정네가 한 명 있었다.

“둘이 말도 안 섞더만. 왜 나한테 이래?”

정시아가 박태산에게 고개를 꾸벅거리고 개별 훈련을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박태산은 그저 이 사태를 이렇게 평가 했다.

“혈기왕성하군.”

박태산은 이번 신입생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유난히 인재가 많다.’

아직 섣부른 평가일 수는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랬다.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만지는 박태산.

그리고 오늘 새로운 인물이 박태산의 인재 리스트에 추가 됐다.

“스텟은 낮지만, 눈썰미와 순간 움직임이 발군이라..”

한 인물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있을 때 구석에서 짐승 한 마리가 다시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박태산은 짐승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 +

“어쩐 일이야?”

“너 보러 왔지.”

라고 말을 하며 나를 보는 채린.

그 후로 여러 대화를 나눴지만 채린의 시선은 줄곧 내게 고정 돼 있었다.

그리고 그런 채린 덕분에 신지수의 시선 역시 내 쪽으로 고정 됐다.

예쁜 두 여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나란 남자.

“저 가보겠..”

“에이. 좀 더 있다가 가요.”

너무 황송해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너 나 보려고 온 거 맞아?”

“응. 뭐.. 그렇지. 겸사겸사 서진씨도 보게 되고. 좋네.”

“뭐지? 겸사겸사가 서진이가 아니라 나인 거 같은데?”

“서진? 너 서진씨한테 반말해?”

“..나 서진이 담임 교관이야.”

“아..”

잠깐 신지수를 향했던 채린의 고개가 다시 내 쪽을 향했다.

가뜩이나 혼자 머릿속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지금 채린의 행동으로 신지수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예언 능력 있습니다.”

“....”

“....”

갑작스러운 내 고백에 채린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신지수는 ‘뭔 소리야?’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말 그대로입니다. 채린씨가 절 호의적으로 대하는 건 제가 예언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얘 말 사실이야?”

신지수가 채린을 쳐다봤다.

채린은 내게 입모양으로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게.

왜 정시아랑 신지수한테 나랑 친하게 지내라고 말을 해 가지고.

나는 채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네가 해명해.’

채린이 신지수에게 나랑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설명을 했다.

그제야 나를 보는 신지수의 눈빛이 선하게 변했다.

“와..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니, 그럼.”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지수.

“성격은 갑자기 왜 변한거야? 그것도 예언 능력을 숨기는 거랑 연관이..아야.”

신지수의 무릎을 탁 때리는 채린.

“아니, 궁금하잖아. 너는 안 궁금해?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됐는데.”

“너는 그게 문제야. 사람이 쫌.. 어? 너무 직설적이고.. 어?”

채린의 시선이 천천히 내 쪽을 향했다.

거짓말 한 번 하는 게 어렵지 두 번, 세 번 하는 건 쉬웠다.

“연기 했었습니다. 그동안. 지금이 본래 성격입니다.”

“와..”

“헐..”

“채린씨. 시아, 그리고 신지수 교관 말고 또 저랑 친하게 지내라고 말 한 사람 있어요?”

“아..아니. 두 사람이 전부인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채린과 정시아에게 거짓말 한 거, 신지수를 끌어들인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었다.

그리고 채린 쪽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인식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게 좋아 보였다.

“두 분, 저에 대한 비밀.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넵!”

“어..알았어. 근데 왜 연기한 거..”

“그만해. 신지. 무슨 사정이 있으시겠지.”

그런 거 없는데.

그냥 빙의한 것 뿐인데.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 피로감이 몰려왔다.

+ + +

“음..”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숙사 지하 훈련실에 어제처럼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나는 책을 펼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채린에 이어 정시아.

그리고 신지수까지.

미래에 내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어..어?!”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정시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손에 검은 뱀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성공했어!! 블랙맘바!!”

블랙맘바는 뱀 이름이었다.

‘와..재능충 보소.’

내가 귀띔을 해주기는 했지만 하루 만에 성공할 줄 전혀 몰랐다.

적어도 몇 주. 혹은 한 달 넘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 예상했다.

“음?”

그 때 들리는 기계음.

이 전과 들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강수(强手)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가 500 포인트 적립 됩니다.]

[훈수 대상과 신뢰도가 일정 수치를 초과 하셨습니다.]

[훈수 리스트에 훈수 대상 ‘정시아’가 추가 됩니다.]

[‘정시아’의 스텟과 능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뢰도 수치에 따라 훈수 리스트에 있는 훈수 대상의 능력을 흉내. 모방. 복제를 할 수 있습니다.]

‘뭔..소리야?’

뭔가 좋은 소리인 것 같은데.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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