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11화 (11/196)

나는 침묵 속에서 교장의 답변을 기다렸다.11회

학교 대항전 출전권

신입생 환영회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기숙사 배정 역시 끝이 났다.

‘이순신 헌터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기숙사를 이용해야 했고, 기숙사 배정은 꽤 학생들에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자, 기숙사 배정이 끝난 병아리들은 기숙사 가서 오늘 하루 푹 쉬도록 해라.”

교장의 말에 신입생들이 강당을 나서기 시작했다.

“A동 101호?”

자신의 기숙사 위치를 확인한 정시아.

강당을 빠져 나가며 누군가를 찾았다.

그런데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코를 킁킁 거려 봐도 더 이상 보라 장미의 잔향이 남아있질 않았다.

“어디 간 거야?”

아무리 둘러봐도 서진이 보이질 않았다.

서진의 친구로 보이는 원시인 같은 놈 역시.

강당 입구로 걸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

그것도 모자라 고개를 뒤로 돌려 눈을 치켜뜨는 모습에 정시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한테 할 말..”

“실수.”

“....”

‘실수 한 사람 표정이 아닌데?’

한설휘.

그녀가 자신을 한참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왜 저러는 거야? 아, 몰라 몰라.’

지금 정시아는 서진 한 사람 때문에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생각할 게 많았다.

비록 신입생 중 친해져야 할 리스트 1순위에 한설휘가 있긴 했지만, 방금 리스트가 갱신 됐다.

‘0순위 서진.’

띠링~ 띠링~

강당을 빠져나와 신입생들 인파에서 서진을 찾던 정시아가 핸드폰을 꺼냈다.

-채린 언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자마자 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됐어?

“뭐가요, 언니?”

-서진 말이야.

“....”

오늘 길드의 막내가 입학식을 했는데 다짜고짜 서진 타령이라니.

‘섭섭해지려고 하네.’

하지만 서진의 능력에 대해 들은 이상 채린이 왜 이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언니.”

-응?

“왜 미리 말 안했어요?

-뭐? 서진 잘생긴 거?

“..아니, 예언 능력 있는 거. 미리 말해주지.”

-네가 그걸 어떻게..

“어쩌다 보니 알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도 알아?

“아뇨. 저만요.”

-그 말은.. 벌써 그 정도로 서진과 친해졌다고 받아들여도 되는 거야? 역시, 우리 시아. 우쭈쭈~

“반대인 것 같은데..”

작게 중얼거리는 정시아.

-응?

다행히 채린이 못 들은 것 같았다.

“언니,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 아직 입학식이 안 끝나서요.”

-얘. 시아..

뚜. 뚜. 뚜.

“후우.”

길게 한 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정시아.

강당에서 자신이 손을 내밀었을 때, 서진이 안 잡고 앞으로 걸어간 게 떠올랐다.

“미운털 쎄게 박힌 느낌인데.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가만 생각해보니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말싸움 조금 한 거?‘

양 손으로 머리를 박박 긁는 정시아.

‘친구 하자고 싹싹 빌게 만들어주겠어.’

그런 다짐을 하며 기숙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한설휘는 심기가 너무 불편하다 못해 옆에 있는 사람 아무나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진이 아는 척을 안 한다.

그런데 웬 여우같은 기집 애가 서진에게 꼬리를 흔든다.

“스타일 바꿨던데.”

서진의 모습을 떠 올렸다.

바뀐 서진의 헤어스타일과 평범한 올 블랙의 코디.

그리고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를 모두 제거한 모습이 너무도..

‘잘생겼어. 너무.’

헤실헤실 웃다가 인상을 구기는 그녀.

‘근데 왜 아는 척을 안 해? 밀당 언제까지 하려고?’

한설휘는 점점 기다리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 + +

“왜 이렇게 귀가 가려운 것 같냐, 뚜뚜야.”

멍멍!!

“마치 이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야.”

멍멍..

뚜뚜가 앞발로 내 허벅지를 찌르다가 다른 데로 뛰어갔다.

마치 개소리를 하지 말라는 듯이.

“흐음.”

뚜뚜가 뛰어가는 걸 보며 주변을 둘러봤다.

말이 단독주택이지 내가 살던 오피스텔보다 적어도 세 배는 넓었다.

50평은 넘지 않을까 짐작했다.

넓은 거실에 방의 개수만 해도 6개였고, 주방, 화장실 등등.

방의 개수만 모두 합치면 10개가 넘어갔다.

단순히 넓은 집을 가지고 싶어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1등을 한 건 아니었다.

‘지하에 체력 단련실이 있단 말이지.’

50평 공간이 지하에 또 있었다.

온전히 체력 단련을 하기 위해 설계 된 공간이.

단독주택은 본래 학교의 최상위 랭커.

각 학년별로 10위권 안의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같은 거였다.

하지만 난 입학 첫 날에 그런 특권을 누르게 됐다.

거기다 하나 더.

나는 테이블에 있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이게 메인이지.’

봉투 안에 내용물을 꺼냈다.

얼핏 봤을 때는 공연 티켓처럼 보였다.

-학교 대항전 출전권-

중간고사. 그리고 기말고사를 합쳐 종합 랭킹 5등 안에 들게 되면 가질 수 있는 기회.

나는 출전권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글씨를 읽었다.

“종합 랭킹 50등 안에 들어야 이 출전권을 사용 할 수 있다.”

즉, 5등 안에 들어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50등 안에만 들면 된다는 소리였다.

“좋아, 좋아.”

학교 대항전에 꼭 나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5등 안에 들 수 있을 지는 확신 할 수가 없었다.

‘50등쯤이야.’

띠링.

출전권을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역시. 예상대로네.”

오늘 오전에 치른 필기와 실기 시험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결과에 따른 임시 랭킹이 발표 됐다.

나는 필기시험 만점.

실기 시험 빵점으로 임시 랭킹은 150등이었다.

1학년 총원이 300명인 걸 감안하면 딱 중간인 셈.

공교롭게도 내가 위치한 랭킹이 능력 사용자와 비능력자를 구분하는 위치였다.

헌터 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전부 능력 사용자는 아니었다.

나처럼 비능력자도 있었다.

50대 50 수준.

학기 중에 그 비율이 한 쪽으로 급격하게 치우치기는 했지만 현재는 그랬다.

“어디 보자.”

금석은 나 보다 조금 아래인 160등에 랭크 돼 있었다.

나랑 비슷하게 한 쪽이 만점, 한 쪽이 빵점이었지만 아무래도 기물 파손 한 게 마이너스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스크롤을 쭉 내렸다.

100등. 50등. 30등. 20등.

10위권 안으로 진입하자 익숙한 이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시아는 9등이었다.

5등 안에 들면 너무 넘사벽이라는 느낌이 드니까 스스로 순위를 조작한 게 분명했다.

그 편이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쉬웠으니까.

1등은 역시 한설휘였다.

필기 98점.

실기 100점.

내 등수를 제외하면 딱히 바뀐 등수는 없었다.

본래 서진은 전교 꼴찌였다.

하지만 미래 지식이 있는 나였기에, 필기시험은 앞으로 3년 동안 아무 걱정 없었다.

“김도진?”

스크롤을 올리며 특정 인물을 찾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번잇문에서 만났던 서진의 친구였다.

‘이 녀석이 왜?’

“여보세요?”

-야. 진짜 너무 한 거 아니냐?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내가 너 헌터 학교 입학 하는 걸 기사로 알아야겠어? 우리 사이가 그 정도야? 귀띔이라도 해 줄 수 있는 거잖아.

“나도 몰랐어. 아버지가 강제로 보낸 거야.”

-아..그래? 너희 아버지 참.. 한결 같으시네.

그리고 이어진 침묵.

-너 진수 장례식에는 왜 안 왔어?

‘진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금방 유추가 가능했다.

번잇문에서 카멜레온에게 죽은 녀석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 됐다. 안 오길 잘했어. 진수 엄마빠가 진수 죽은 게 다 우리 탓이라고 어찌나 소리 지르던지. 거기 주말에는 외출 가능하다며?

“어어.”

김도진 말대로였다.

평일에는 특별한 이유와 사유가 없다면 외출 불가였다.

하지만 주말에는 자유로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수 있었다.

-나중에 한 잔 하자 그러면. 근데 이실장 아저씨한테 들었는데 너 카드 끊겼다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이 형님한테 연락 해. 내가 이래봬도 대통령 비서실장 아들내미 아니냐.

“어, 땡큐~”

전화를 끊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자금 줄 하나가 생겼다.

“어이. 어이이..”

기숙사로 올 때 금석이 자연스레 나를 따라왔다.

따라오지 않았어도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무 방에 들어가 코를 골며 자더니 일어난 모양이었다.

‘근데 상태가..’

좀비처럼 어슬렁어슬렁 내 앞으로 걸어왔다.

“어이.. 배고파..”

“..서진. 내 이름은 어이가 아니라 서진이야.”

“어이..서진. 나 배고파.”

“냉장고에 먹을 거 있던데. 냉장고 봐봐.”

“다 먹었다.”

“....”

간단 식품 몇 개가 들어있던 걸로 봤는데 그걸 그새 다 먹었다니.

“너 아까 강당에서 받은 휴대폰 있지? 그거 가져와봐.”

내 말에 터덜터덜 방으로 걸어가, 휴대폰을 들고오는 금석.

“자, 따라 해.”

금석을 옆에 앉히고 내 핸드폰으로 학교 어플을 눌렀다.

따라 누르는 금석.

“여기 밑에 10만 포인트라고 적혀 있는 거 보이지. 이게 학교에서 사용 할 수 있는 현금이야.”

헌터 학교에서는 따로 현금을 사용 할 일이 없었다.

매 달 지급 되는 일정량의 포인트로 학교 내에 있는 가게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가 있었다.

포인트를 다 썼다고 해서 진짜 돈을 사용 할 수 있느냐.

아니었다.

진짜 돈은 사용 불가였다.

10만 포인트는 대략 ‘원’으로 따졌을 때 100만원 정도였다.

“위에 보면 마트라고 적혀 있는..너 뭐했냐?”

“고기 시켰다.”

“아니 그건 알겠는데, 왜 잔여 포인트가 0이야? 핸드폰 줘봐.”

나는 금석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마트에서 10만 포인트만큼 소고기를 배달 주문했다.

“1만 포인트 빼고 전부 환불해.”

내 손에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낚아채는 금석.

“고기는 많을수록 좋다!!”

멍멍!!

뚜뚜와 거실에서 이상한 춤을 추며 뛰어 다녔다.

“고기! 고기!”

핸드폰을 잘 못 만지는 줄 알았더니, 고기 시키는 속도가 이리도 빠를 줄이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때 아닌 고기 파티가 열렸다.

여기도 고기.

저기도 고기.

냉장고에도 고기.

냉동고에도 고기.

금석 입에도 고기.

뚜뚜 입에도 고기.

“참 잘 먹네.”

금석이 얌전할 때는 딱 두 가지 경우였다.

먹을 때. 그리고 잘 때.

“석아.”

우걱우걱.

“돌아.”

우걱우걱.

“스톤아.”

우걱우걱.

“....”

먹을 때는 집중력이 대단한 금석이었다.

나는 금석이 배를 어느 정도 채울 때까지 기다렸고, 금석이 드디어 처음으로 젓가락을 내려놨을 때 다시금 말을 걸었다.

“야.”

나를 쳐다보는 금석.

“너는 왜 헌터 학교에 입학 한 거야?”

궁금했다.

무슨 이유로 금석이 헌터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같이 살고, 함께 하게 될 텐데.

금석에 대해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싶었다.

“돈 벌어야 한다.”

다시금 젓가락을 드는 금석.

“돈 벌어서 뭐하게?”

멈칫.

고기를 집으려다가 뚜뚜를 쳐다봤다.

“고아원에 있는 동생들한테 고기 사줘야 한다.”

“그게 전부야?”

내 말에 묵묵히 고기를 입에 쑤셔 넣는 금석.

전과는 다르게 오물오물 씹었다.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굳이 본인이 말을 안 하니 더 물어보기도 그렇고.

나는 차차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놈들이 고아원을 없애려고 한다.”

고기를 집어 먹고 있을 때 금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아무 대꾸 없이 금석을 쳐다봤다.

“지켜야한다. 고아원도. 동생들도.”

“고아원 이름이 뭔데?”

“샛별..이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잠시 나갔다가 왔다.

“야, 근데 너 나는 왜 따라다니냐?”

“밥 주면 좋은 사람이라고 원장님이 그랬다.”

“얼씨구?”

“그리고 뚜뚜가 널 좋아한다. 뚜뚜가 좋아하면 착한 사람이다.”

“그러셔?”

“그렇다.”

띠링.

겟톡이 왔다.

-샛별 고아원. 운영비가 없어서 원장이 사채를 써서 애들을 돌보고 있음. 사채 빚은 1억 정도.

이실장에게 대충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왔다.

일 처리는 이실장이 진짜 최고였다.

‘1억이라.’

“그렇다면 대놓고 착한 사람 좀 되려고 하는데.”

금석이 고아원 생각을 하는지 좀체 고기를 입에 넣질 못하고 있었다.

“고아원. 내가 지켜줄게. 대신 약속 하나만 해.”

나를 쳐다보는 금석.

“앞으로 내가 하는 말 잘 듣기로. 어때?”

“무슨 소리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