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7화 (7/196)

7회

미친 개를 보았읍니다.

단순무식.

이 단어가 뜻하는 바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아주 간단하다.

그저 단순하고 무식하다는 뜻.

자, 그럼 이 단어는 과연 좋은 의미일까 나쁜 의미일까.

“아, 고민되네.”

학생들의 중심에는 분명 내가 예상하는 인물이 있을 터.

그 인물과 가까워지는 건 도박에 가까웠다.

멀리하자니 미친놈이 와서 물어뜯을 것 같고.

가까이하자니 미친놈이 좋다고 물어뜯을 것 같고.

“여기 왜 있는 거야. 도대체.”

고민을 회피하기 위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소용없다.

내 걸음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고기도 잘못 먹으면 탈이 나는데 광견병 걸린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간지럽구나!! 크하하!!”

내 뒷걸음질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때, 누군가 뒤를 돌아 내 쪽을 보며 말했다.

“못 보던 얼굴인데?”

그러자 하나 둘씩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누구야? 우리 학년은 아닌 것 같은데?”

“선배인가?”

“선배들 다 지금 해외로 실습 갔잖아.”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양 손을 교차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탁.

그러다 대련실로 들어오던 학생이랑 부딪혔다.

“야!! 걔 데리고 와!!”

그 한 마디에 나는 전장에 합류하게 됐다.

+ + +

“야. 쟤 서진 아니야?”

“그러네. 근데 사진이랑 딴 판인데?”

“잘생겼다..”

학생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거의 강제로 후드를 벗은 탓에 내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옆에서 어금니까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웃고 있는 녀석을 쳐다봤다.

입고 있는 옷이 군데군데 찢겨 있었고, 온 몸에 잔상이 가득했다.

그리고 얼굴의 반 정도가 피로 물 들어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웃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기뻐 보이는 얼굴로.

단순무식.

이 한마디로 정의가 가능한 캐릭터.

이름은 금석.

잠재력 점수 92점.

현재 전투력은 아마.. 74점 정도.

싸움광이자, 애견인.

특이사항으로 맞는 것에 엄청난 희열감을 느낀다.

또 하나.

친해지면 자신의 목숨까지 쉽게 내 줄 정도로 의리가 강했다.

“흐흐흐..”

근데 친해지기가 쫌..힘들다.

마치 개처럼 침을 흘리고 있는 금석.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손을 들어 침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눈빛이 사람의 눈빛이 아닌데?’

“쟤 우리 학교 입학한다는 찌라시 사실이었어?”

“여기 있는 거 보니까 얼추 맞는 것 같은데?”

자유롭게 떠들다가 갑자기 속삭이면서 하는 말.

“야, 뒤에 시우 있으니까 말조심해.”

“그래. 골로 갈라.”

그래그래.

너희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나는 이만 가면 안 될까?

내가 옆으로 슬쩍슬쩍 이동을 하자 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학생이 슬쩍 도로 있던 자리로 밀었다.

‘안되는구나. 녀석들 참. 하하!!’

“어서 덤벼!! 병신들아!!”

게임이라면 이런 메시지가 떴을 것 같다.

[금석의 광역 도발이 성공했습니다.]

라는.

금석의 도발에 잠시 정체 된 흐름이 다시금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창조 그룹 아들이라 해도 어차피 내일 되면 우리가 선배잖아?”

‘그렇지. 근데 오늘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인데?’

“우리 학교 교훈이 그거잖아. ‘능력으로 말하라.’”

‘그러니까 나는 아직 입학 안했다니까?’

“저 새끼 입학하면 괜히 어깨에 힘주고 다닐 것 같으니까, 지금 조금 밟아줄까?”

“뒤에 시우 있다니까?”

“저 새끼 신경 안 쓸걸? 물어볼까?”

실제로 말을 꺼낸 놈이 시우에게 뛰어갔다가 왔다.

“서진이 누구냐는데?”

“야..크크.. 지리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신.입.생. 환영회.”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쿵짝쿵짝 거리더니 두 사람이 금석과 내 앞으로 튀어 나왔다.

“야, 너 누구 맡을래?”

“나는 서진.”

“아.. 나 저 새끼 또라이라서 싫은데.”

“그럼 바꿔?”

“됐어. 서진도 또라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검증 된 또라이가 낫지.”

자기들끼리 상대를 정하는 모습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옆을 쳐다봤다.

“야. 너는 누구 맡을..”

“크흐흐.. 기다려. 저 새끼들 다 물어뜯고 너도 맛 봐 줄 테니까.”

금석.

이 새끼는 지금 피아식별이 안 되는 상태였다.

‘뭐.. 딱히 편먹은 적도 없고.’

나는 내 쪽으로 다가오는 녀석을 쳐다봤다.

간편한 츄리닝 차림에 평범한 얼굴.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 걸 보니 듣보잡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내게는 버거운 상대가 분명했다.

대련장에서는 지켜야 할 절대 수칙이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교관이 참관하지 않은 대련에서 능력. 혹은 스킬 사용 금지였다.

‘적당히 때리다 말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듣보잡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반항하거나 맞설 생각이 없었다.

사람 심리란 게 마네킹처럼 있다 보면 괜히 미안해서 덜 때리는 법이었다.

딱히 덤벼서 이길 수도 없고.

내가 진짜 서진이었다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맞서 싸웠겠지만, 내게 이런 일은 단순 헤프닝이었다.

“크아앙!!”

옆에서 자세를 낮추고 있던 금석이 사족보행으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한 마리의 개가 따로 없는 모습이었다.

직선으로 뛰던 금석.

갑자기 깡충 뛰어오르더니 내 쪽으로 비웃음과 함께 다가오던 학생의 목덜미를 양 손으로 후려쳤다.

그러더니 다리로 바닥을 쓸어 넘어뜨린 후, 미친 듯이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크하!! 크하하!! 디져라 디져!! 골로 보내주마!!!”

금석의 아주 다이나믹한 움직임에 박수를 칠 뻔 했다.

감히 추측하건데 금석은 단순히 내 쪽으로 오던 학생이 더 가까워서 공격한 게 분명했다.

“미친 새끼가!!”

본래 금석의 상대가 욕을 내뱉으며 금석에게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금석은 집요하게 바닥에 깔린 학생에게 주먹질을 했다.

“아하하핳!!!!”

광기에 찬 금석의 웃음소리.

급기야 구경하던 학생들이 금석을 떼어냈다.

“놔라 이 새끼들아!! 다 쳐 죽여주마!!”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금석은 단순무식한 놈이 맞았다.

하지만 저 정도로 헤까닥 해서 날 뛰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분명 무슨 이유가..

끼잉..끼잉..

그 때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

뒤를 돌아보니 애기 강아지 한 마리가 여학생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가시밭에라도 구른 것인지 애기 강아지의 몸이 성치 않아보였다.

정황상 저 애기 강아지 때문에 금석이 날 뛰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새끼 밟아!!”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단체로 금석을 밟기 시작했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단순무식한 게 과연 나쁜가 좋은가.

누가 내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지 싶다.

‘대상이 만약 금석이라면 좋은 뜻이 아닐까.’

나는 애기 강아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집단 구타 현장에 끼어들었다.

태어나서 전생과 이번에 새로 얻은 생까지.

사람을 때려 본 적이 전무한 나였다.

하지만 의외로 때리는 것에 소질이 있었고, 그 재능이 너무 늦게 피어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상급생들에게 주먹을 날렸고, 발길질을 했다.

이 과정에서 몇 몇이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야!! 이 새끼도 밟아!!”

누군가의 신호와 함께 어떤 이가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렸다.

대련실 바닥은 딱딱한 콘크리트나 대리석이 아니라 얇은 매트가 깔려 있었다.

내 머리위로 조여 오는 그림자들.

나는 다가오는 공격에 대비해 몸을 웅크리며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퍽. 퍽.

그러다가 크리티컬로 한 번 씩,

퍽!

날 정도로 어떤 빌어먹을 놈이 때렸다.

‘이것이 다구리라는 것인가.’

아드레날린이 분비 돼서 그런지 아프긴 했지만,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자니, 처음에 생각했던 단순한 헤프닝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너희들 얼굴 다 기억 한다. 내가.’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다구리 동지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더는 못 참는다!! 진짜로 죽여주마!! 으아아!!!”

실눈을 떠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발길질 사이로 금석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고개를 비정상적으로 뒤로 젖히고 하늘을 보며 포효 하고 있는 금석.

‘저 자세는..’

금석은 받은 에너지 자원을 자신의 힘으로 변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금석은 데미지를 받으면 받을수록, 받는 피해가 크면 클수록 강해진다는 소리였다.

지금 금석이 하고 있는 자세는 일종의 스킬 캐스팅 과정이라고나 할까.

‘혼자만의 의식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굳이 저런 불필요한 과정이 없어도 바로 에너지 변환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억지로 바닥에 손을 짚으며 날아오는 발길질을 버티며 일어났다.

“비켜.”

말을 하며 나를 에워싸고 있는 이들을 밀치며 금석에게 다가갔다.

“크흐..크하..크하핫!!!”

아주 마약한 놈처럼 맛탱이가 가고 있었다.

눈은 뒤집힌지 오래였고.

“야, 금석.”

“크하핫!!”

“진정해.”

손을 들어서 금석의 어깨를 잡으려다가 관뒀다.

괜히 이 타이밍에 손댔다가 나를 먹잇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 씨발 새끼, 어디 있어?”

아까 금석에게 밑에 깔려 두들겨 맞던 상급생이 정신을 차린 모양.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곧장 걸어오려고 했다.

“오지마.”

내 경고에도 녀석의 걸음걸이는 거침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상급생들까지 우르르 거리를 좁혀왔다.

“까는 소리 하지마!! 저 새끼는 내가 오늘 반드시 죽인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후우..후우..”

옆에서 들리는 안정화 된 금석의 숨소리.

그리고 사라진 녀석의 신형.

녀석의 신형이 나타난 곳은 바로 우리에게 씩씩거리며 다가오던 상급생이었다.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무도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런 말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금석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빨랐다.

다구리를 맞아도 아주 신명나게 맞은 탓에 변환 된 에너지가 큰 탓이었다.

금석이 상급생의 멱살을 잡고 상대의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리며, 그대로 자신의 오른손을 내리 꽂으려고 했다.

딱 여기까지가 1초라는 시간에 이루어진 동작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죽을까봐 오지마라고 한 건데.”

내 말대로 안 다가왔으면 상급생은 목숨 건지고 나는 훈수 포인트 하나 얻고.

일석이조였는데.

입맛을 다시며 금석의 그 다음 동작을 보고 있을 때,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누군가 끼어들었다.

“거기까지다. 신입.”

전형적인 상급생의 말투.

거기다가 전형적인 상급생의 우월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살짝 치켜든 턱.

서시우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이름이 당장 기억은 나질 않았지만 얼굴은 낯이 익은 걸로 보아 잠재력 수치가 80은 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금석의 주먹을 가느다란 검인 레이피어로 흔들림 없이 막아서고 있었다.

표정변화도 전혀 없었다.

“이..익...”

표정 변화가 있는 쪽은 금석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레이피어를 뚫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는 있었지만, 턱 밑으로 흐르는 침만 많아질 뿐이었다.

탁.

가볍게 손날로 금석의 목덜미를 내리친 여학생.

지랄발광에서 지랄발까지 진전 되던 광기가 사그라들며 스르르 몸이 아래로 허물어졌다.

‘금석을 단 번에 기절 시켰다고?’

이건 꽤나 충격이다.

아무리 스킬 공격이 아니라, 간단한(?) 다구리 였다고는 하지만 금석은 자신의 능력인 ‘고통의 희열’을 발동했다.

그런데 단 한 번에 제압하다니.

‘아..이름이 뭐지?’

뭔가 실력자 같은데 이름이 떠오를 듯 말듯했다.

그런 그녀가 친절하게도 내 앞으로 걸어와서 이름을 알려줬다.

“소녀, 박수향. 이제야 아주버님을 뵙습니다.”

“....”

박수향.

기억났다.

서시우를 짝사랑하는 일편단심 민들레.

잠재력 점수는.. 조금 애매하다.

서시우라는 증폭제가 있으면 90점대가 넘었는데 서시우라는 존재가 빠지면 김빠진 사이다 같이 변하는 캐릭터였다.

모니터 세상에서 서진에게 ‘꺼져 미친년아.’ 혹은 ‘시발년아.’라는 말을 줄곧 들어도 웃으며 ‘아주버님~’거리던 캐릭터였다.

그냥 서시우가 자신의 세상의 중심이자 전부인 캐릭터.

위잉~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괜차ㄴ

딱 이렇게 왔다.

한설휘한테.

‘아 혼란하다 혼란해!’

너무도 혼란할 지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