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보이는 S급들-6화 (6/196)

6회

미친 개를 보았읍니다.

“....”

집에 도착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 앞.

주차장도 아니고 그냥 집 앞.

근데 이 여자가 도통 갈 생각을 안 한다.

그것도 한 시간 째.

“왜요. 또 물어볼 게 남았어요?”

내 옷 소매를 붙잡고 있는 채린의 손을 걷어내며 물었다.

한 시간이다.

아니지.

여기까지 오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시간 넘게 취조인지 질의응답 시간인지, 아무튼 그런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채린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 적정선을 지키며 대답했다.

그 결과 이 여자는 이성에게 반했을 때의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예언가 능력은 희귀 특성으로 앞서 말했다시피 세계적으로 몇 없다.

더군다나 국내에는 한 명도 없다.

‘군침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냥..”

‘뭐야, 이 밍기적거리는 태도는?’

손을 꼼지락거리는 태도를 보며, 나는 그녀가 잠시 잊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켜 줄 필요성을 느꼈다.

“뒷수습 안 해도 됩니까?”

“아..”

내 말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눈과 입을 확장하는 채린.

그녀의 동생이 죽었고, 동생을 죽인 범인도 죽었다.

그리고 부잣집 도련님 하나가 죽었다.

3자 입장에서는 ‘저런!’ 하고 방관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 됐지만 채린은 아니다.

그녀는 죽은 이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바쁘게 수습해야 할 인물이 바로 채린이다.

“제가 아까 한 말 명심하세요. 조사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절대 들쑤시고 다니지 마세요.”

내 말에 채린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채린에게 당부했다.

아니, 경고라고나 할까?

지금 시기는 레볼루션의 말단.

즉, 카멜레온 같은 것들이 종종 설치는 시기였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녀석들을 파고 들다가 레볼루션의 간부들을 국내로 소환하는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실제로 모니터 세상에서도 레볼루션의 간부가 국내로 발을 딛는 이유는 채린의 이유가 컸다.

국내에 현재 종종 일어나는 길드 간부.

혹은 기업 간부 타살 사건.

그리고 범인의 신체에서 발견되는 똑같은 십자가 문양.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채린은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배후에 집단이 있다고 판단 한다.

‘그래서 한바탕 난리가 나지.’

괜한 벌집을 쑤시고 다니다가 도시 하나가 날아가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레볼루션의 간부.

속칭 넘버라고 불리는 녀석들은 지금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었고, 그런 녀석들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채린에게 에둘러 전했다.

‘님 짐작이 맞음.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님. 님 길드원들 전부 죽이고 싶음? 나도 아직까지 예언 능력이 완벽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먼저 선빵 치지 말고 대응만 하셈. 아시겠음?’

이런 식으로.

다행히 나를 예언가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어서 수긍하는 눈치였다.

“자, 그럼. 아! 마지막으로 제가 예언가 능력이 있다는 거..”

“비밀.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었다.

“조심히 가요.”

“네. 서진씨, 오늘 고마웠어요.”

“고맙긴요.”

‘당신 아니었으면 나 오늘 지옥 갔어.’

라는 뒷말은 삼켰다.

차 시동 거는 소리와 함께 채린이 떠났다.

“더럽게 힘든 하루네.”

오늘은 일찍 자기로 했다.

+ + +

“예언가라..”

채린은 차에 시동을 끄고, 백미러로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서진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 다음 한 행동은 핸드폰으로 서진에 대해 검색해보는 일이었다.

서진에 대한 기사가 빼곡하게 나왔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가십거리까지.

굳이 기사를 눌러보지 않았다.

[창조 그룹의 장남. 서진. 푸른 항공에서 승무원 폭행하다!!]

[서진, 그는 반항아인가 아니면..]

긍정적인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채린은 서진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채린에게 서진은 딱 기사 속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서진은..

“음..”

정상이었고,

어린 나이지만 짧은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남자답게 잘생겼고,

“예언가 능력도 있고.”

이 사실이 제일 중요했다.

예언가 능력.

전 세계적으로 S급으로 분류되는 예언 능력.

스크롤을 아무리 내리고 올려도 서진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서진의 능력에 관한 언급은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다.

[창조 그룹에서 약 100년 만에 달빛 계승자가 나타났다고 알려져. 계승자는 요 근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삼고 있는 서진이 아닌, 서시우.]

[창조 그룹의 둘째 아들 서시우. 드디어 세상에 달빛 계승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다!! 그에 반해 무능력자인 창조 그룹의 첫째 아들 서진. 그는 아무런 능력도 계승 받지 못한 것일까?]

서진을 내리며, 서시우를 드높이는 기사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서진과 얘기를 하며 채린은 서진이 하는 얘기가 진실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사실인 이야기도 많았고.

그래서 서진이 예언가 능력이 있다는 건 확신했다.

근데 이렇게 항간에 떠도는 기사 속의 서진을 보고 있자니..

“일부러 이런 이미지를 만든 건가? 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예언가를 자신의 길드로 포섭하기 위해 채린은 서진에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 + +

“헉..헉..”

힘들다.

무척. 엄청. 아주. 많이.

하지만 다리를 쉬지 않고 움직였다.

드디어 내일 개학이었다.

그동안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운동 했다.

그리고 독서를 했다.

일주일 동안 오로지 이 패턴으로 살았다.

서진의 스텟은 E~F급이라 이 정도 노력만으로도 스텟이 제법 올랐다.

기본적이며, 1차원적인 방법.

지금은 딱 그 정도가 좋았다.

내일 입학을 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스텟을 올리고, 미래를 위한 포석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오오!!”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 벤치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할아버지들을 발견했다.

나는 곧장 그리로 뛰어갔다.

내가 헬스장이 아니라 밖에서 운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내가 옆에서 구경해도 할아버지들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낙장불입이라는 말도 모르는가, 이 사람아!!”

“아직 안 놨어.”

“어허!! 내가 다 봤는데도!!”

“안 놨다니까 그러네!!”

싸운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유치한 걸로 잘만 싸운다.

“할아버지.”

“..응?”

판세를 보고 불리한 쪽 할아버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눈은 바둑판을 향해 있었다.

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우측 상단 33 자리에 단수 쳐요.”

내 한마디에 고개를 갸웃한 할아버지가 내가 말한 자리에 검은 돌을 놓았다.

“어..어엇?!”

전세 역전.

나는 검은 돌을 쥐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엄지를 세우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훈수 두기에 성공 하셨습니다.]

[훈수 포인트 1이 적립 됩니다.]

[현재 훈수 포인트는 99입니다.]

포인트 상점을 열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앞으로 1점.

뭐하는 상점인지는 몰랐지만, 한 번 열어보기로 했다.

‘혹시 알아? 금은보화가 잔뜩..’

“돈은 많은데. 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제 자리에 우뚝 섰다.

-이순신 헌터 전문학교-

너무 멀리 왔다.

생각 없이 뛰며 주변에 훈수 둘 게 뭐 없나 하고 뛰었더니 학교 앞까지 와버렸다.

나는 후진 기어를 밟으려다가, 기어를 틀었다.

“구경이나 한 번 해볼까?”

어차피 내일 입학할 거.

실제로 어떻게 생겼나 궁금증이 동했다.

옆에 높은 외벽을 두고 앞으로 걸어가자 학교 정문이 나왔다.

“와..”

정문이긴 했다.

근데 학교에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경사가 90도는 돼 보이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모니터로 볼 때는 별로 안 길어 보였는데.”

족히 200m는 돼 보였다.

오늘까지 재학생들은 방학이라 그런지 사람은 안 보였다.

끽 해봐야 옆에 보이는 경비원 정도.

“무슨 일 이십니까?”

헌터 학교의 경비원은 헌터다.

그래서 그런지 타 경비원과는 다르게 제법 위압감이 있다.

나는 쓰고 있는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내일 입학하는데 견학 좀 하려고요.”

내 얼굴을 확인하는 경비원.

“홍채 검사 한 번만 하겠습니다.”

“네.”

지금은 방학기간이라 그렇지 학기 중이 되면 지금보다 신원 검사가 더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신원을 확인한 경비원의 눈에 잠깐 이채가 스쳐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신원 확인 되셨습니다.”

나는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랐다.

+ + +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책상에 앉아 수시로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한설휘.

“아니지. 내가 그 새끼 걱정을 왜 해?”

그러다가도 핸드폰을 들어 겟톡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놓는 그녀.

한설휘는 요즘 들어 고민이 하나 생겼다.

원래 있던 고민의 심화 과정 같은 거였다.

서진.

이 남자에 대한 고민.

본래라면 매일 지겹도록 겟통과 전화.

혹은 집에 찾아오거나, 하루 종일 귀찮게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남자를 떼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오늘도 연락이 없으시다?”

일주일 째 연락두절.

아니다.

연락두절이 아니라 일주일 째 먼저 연락이 없다.

그렇다고 먼저 연락을 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정혼을 파하자는 말.. 진심이었다고? 에이~ 그럴 리가.”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 놓인 한설휘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가 놓았다.

얼마 전 번잇문에서 일어난 사건이 세간에 발표됐다.

그 자리에 서진이 있었다는 걸 확인한 한설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어디 다치기라도..에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한설휘.

서진에게 겟톡을 쳤다.

-야. 몸 괜차..

지웠다.

다시 썼다.

-어..어이. 몸..

지웠다.

다시 썼..

한설휘는 급기야 핸드폰을 침대에 집어던지고 천장을 쳐다봤다.

“뭐하는 짓이래. 진짜.”

서진은 정혼자이면서 소꿉친구였다.

창조 그룹과 태양 길드.

선조 때부터 서로 연을 이어온 사이였고, 차세대 연의 끈은 서진과 한설휘였다.

한설휘는 싫지 않았다.

어릴 때 한설휘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한 남자 때문에 생긴 꿈이었다.

하지만 점점 변해갔다.

그리고 현재.

그는 다른 사람이 됐다.

“설아.”

“아, 할아버지.”

밖에서 들린 인기척에 방문을 연 한설휘.

태양 길드의 수장이자 자신의 친 할아버지인 한태문이었다.

“아직도 연락이 없느냐.”

“....”

60대라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젊고 신체가 건강하다 못해 울긋불긋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눈치 레벨도 올랐는지 눈치가 상당했다.

한설휘는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서진이도 입학한다는구나.”

“....”

“헌터 학교에.”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설휘는 바로 뒤를 돌았다.

그리고 씰룩씰룩하는 입 꼬리를 진정시켰다.

‘서진. 네가 그럼 그렇지. 네가 감히 내게 서프라이즈 하려고? 훗.. 귀엽네.’

그런 한설휘를 바라보는 한태문.

“껄껄.”

손녀가 그저 귀엽다.

+ + +

헌터 학교는 웬만한 아파트 단지 보다 넓었다.

필기 수업하는 건물 따로.

실기 수업하는 건물 따로.

거기서 어떤 수업을 하냐에 따른 용도로 건물이 여럿 존재했고,

기숙사, 식당, 마트, 은행 등등.

없는 게 없었다.

그래서 대충 둘러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차가 있어야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정문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옆 건물에서 굉장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대련실-

“열심이네.”

아마 재학생들이겠지.

신입생은 나처럼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없을 테니까.

“누굴까?”

개학 바로 전 날에 대련실에서 훈련하는 연습벌레가 있다?

혹시 잠재력 수치가 높은 인물이 아닐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대련실로 들어갔다.

“음..?”

뭔가 특이점이 있는 대련실이었다.

대련실은 운동장만큼 넓었는데 한가운데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그 곳에서 목소리와 소리가 다양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련하는 걸 구경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가까이 가려다가 멈칫 했다.

대련장 구석에서 몇 명이 개의치 않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서시우?”

뿐만 아니라 녀석의 곁에서 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녀석들은 하나 같이 잠재력 점수가 85점이 넘어가는 녀석들이었다.

내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혹은 훈련에 매진한다고 아직 나를 발견 못한 상황.

‘가서 아는 척이라도 할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대련장의 중심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크하하하!! 다 덤벼라!! 다 물어 뜯어주마!!”

“....”

저 톤.

저 대사.

아무래도 이곳에 광견병 진하게 걸린 개 한 마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작품후기]

시간이 된다면 9시쯤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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