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55화 (243/356)

< 낭만필드 - 355 >

“언제나 중요한 경기마다 최고의 활약으로 맨체스터 시티를 최고의 클럽으로 만든 주성배 선수,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직접 결승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승리를 가져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상대 전적도 32전 21승 4무 7패가 되었습니다.”

성배는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이자,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인 맨체스터 더비에서 결승 골을 터뜨리며 중요한 경기에 강하다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기량이 하락했어도 맨체스터 시티가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빛나는 선수가 바로 성배였다.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본인이 직접 유종의 미를 거두는 성배의 모습에 팬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본인이 왜 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선수인지, 그 이유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은 주를 보내기가 더 힘들어질 텐데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멋지네요. 그래서 더욱 이 시간이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2020/21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에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승점 5점 차이로 따돌린 맨체스터 시티는 역사상 아홉 번째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0/11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이후 여덟 시즌 동안 네 개의 우승컵을 추가하며 현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클럽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시상식을 끝낸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오늘의 마지막 순서는 우승 기념 파티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후 우승 메달과 우승컵을 건네받고 기념 촬영까지 마쳤지만, 팬들은 그라운드 위로 난입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에 질서정연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단 역시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음료수 샤워를 한다거나 하지 않고 조용히 라커룸으로 들어갔다가 깨끗한 모습으로 다시 그라운드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관계자가 등번호 3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비에이라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유소년 선수들도 3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데다가, 저기 만수르 구단주를 비롯한 보드진도 보입니다.”

“그야말로 맨체스터 시티 관계자 총출동이네요. 맨체스터 시티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이 3번 유니폼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어요. 주의 유니폼이죠.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JU’라는 이름과 ‘The Prophet’, 'Mr. City'라는 주의 별명이 마킹되어 있고요. 장관이네요. 멋진 고별식이에요.”

오로지 성배의 고별식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시간을 내어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찾았다.

평소에는 정장을 입는 보드진과 비에이라 감독 역시 오늘만큼은 성배의 유니폼 상의를 걸치고 있었다.

[THE Prophet]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봐.]

[분명 그가 말한 모든 것이 이루어질 테니까.]

[하늘색 하늘 아래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그는 특별해.]

[목표한 모든 걸 이뤄내는 힘을 가지고 있지.]

[그와 함께라면 우린 크나큰 성공을 이루게 되겠지.]

[부러워도 어쩔 수 없어. 그는 우리의 캡틴이니까.]

“주의 응원가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메웁니다! 그리고, 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경기 종료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시티즌들이 경기장을 찾아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빈자리를 채웠다.

티켓팅을 하지 못해 경기를 지켜보진 못했지만, 성배의 고별식이라도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며 경기장을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이 자신의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는 사이, 성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만수르 구단주까지 모든 사람이 성배의 유니폼 상의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정장을 쫙 빼입은 차림이었다.

“'The Citizen'의 심장, 하늘색 피를 가진 우리의 캡틴! 영원한 시티의 레전드! 주성배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크를 잡은 비에이라 감독은 큰 목소리로 성배를 소개했다.

경기 종료 후 샤워를 마친 뒤, 메이크업까지 받고 정장까지 쫙 빼입어 광을 낸 성배가 그라운드 중앙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티즌 여러분.”

성배는 비에이라 감독으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단지 인사만 했을 뿐인데도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이곳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빅 이어를 차지한 3년 전 그날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느새 마지막입니다. 언젠가 오겠지 싶었던 그 날이 결국 오네요. 오늘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성배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이 직접 결정한 것이었지만, 역시 마지막임을 실감하는 건 불가능했다.

“저는 항상 여러분들의 요구에 귀 기울였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요구는 들어드리지 못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더 뛰어달라는 여러분의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네요.”

아직 성배의 기량이 키그부를 도와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하고, 팀의 리더로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맨시티는 성배를 잡으려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성배는 이제 팀을 떠나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시기라고 여겼다.

“제 빈자리는 아쉬가 잘 메워줄 겁니다. 주장 역할은 저와 함께 이 팀의 수비진을 이끌어온 제롬이 잘 해주겠죠. 아마 여러분은 당장 다음 시즌이 되면 저를 잊어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는 말아주세요. 하하.”

팬들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성배에게 야유를 보냈다.

턱도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야유가 이렇게 감사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군요. 모든 야유가 이와 같다면 받아볼 만하겠습니다.”

팬들의 야유를 능글대며 받아낸 성배는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자세도 바로잡으며 본론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꽤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 아니라고요? 글쎄요. 2009년 7월에 이적해 벌써 2021년 6월이 다 되어가니 12년이 지났습니다. 긴 시간이죠.”

안더레흐트와 아약스, 토트넘에서 각각 한 시즌 반을 활약한 성배는 2009년 7월, 맨체스터 시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어언 12년째.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팀 내 최고 주급은 물론이고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을 받았고, 여전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고액 주급 선수였다.

그래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겠다는 선언이 더욱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에 불과했던 우리 시티는 잉글랜드를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 되었고, 수많은 우승컵을 손에 넣었죠.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이란 영광이 모두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하며 성배는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프리미어리그 5회 우승을 비롯해 FA컵, 칼링컵에 FIFA 클럽 월드컵까지 포함, 정말 수십 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개인 기록도 화려했다.

우선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과 벨기에의 유로 2012 우승을 이끌면서 받아낸 풀백으로서는 최초의 발롱도르 트로피만으로 모든 설명을 끝낼 수 있었다.

득점과 어시스트 개수는 비슷한 위상의 수비수 중 그야말로 독보적인 1위를 자랑했고,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고 578경기에 출전하며 클럽 역사상 최다 출전 기록 2위에 올라 있었다.

1위는 조 하트, 3위는 다비드 실바, 4위는 제롬 보아텡이었다.

게다가 UEFA가 선정한 베스트 일레븐에 총 5회 선정되며 4회로 공동 2위에 올라있던 알레산드로 네스타와 존 테리를 제치고 6회의 카를레스 푸욜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했다.

ESM(유로피언 스포츠 미디어) 선정 올해의 베스트 일레븐에는 4회 선정되며 카를레스 푸욜, 파올로 말디니와 함께 수비수 중에는 최다 수상, 선수 전체로 따지면 공동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트레블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영리함과 정교한 킥이 눈에 띌 뿐, 화끈한 임팩트가 약하다며 ‘시대를 대표할 수는 있겠지만, 역대급 재능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들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공이었다.

그들의 예상대로 피지컬 하락이 빨리 찾아오면서 생각보다 전성기가 일찍 끝났지만, 수상 실적에서도 알 수 있듯 단기간 임팩트만 따지자면 역대급 수비수라 할 수 있었다.

“저도 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거니까요. 이제 끝을 고하려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정말 행복했고, 사랑했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았다.

원래 성배는 유려한 인터뷰 스킬로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굳이 길게 말하지 않는 편이었다.

진심을 전할수록 말이 짧았고, 이는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습관이었다.

“여러분이 제게 보여주셨던 사랑은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이 열기와 환호, 함성이 그리워 오래 떠나있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 늦지 않게, 여러분이 저를 잊어버리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잊지 마시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환호로 저를 맞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하.”

인사를 마친 성배는 몸을 돌려가며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모든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팬들은 그런 성배를 향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응원가를 부르며 미칠듯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마치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보는듯한 광기였다.

“아빠!!”

“아빠빠!!”

성배의 인사가 대충 끝나자,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지만,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는 장석과 쉰 중반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혜진.

훌륭하게 학업을 마치고 건축가로서 슬슬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유빈.

4년 전, 성배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며 첼시 D.올슨에서 첼시 O.주가 된 첼시.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살배기 딸, 레이첼과 세 살배기 아들, 에이든이었다.

“읏차, 이제 우리 엘라랑 이든, 완전 빠른데? 다 컸나 봐?”

“헤헤, 완전 빠르지?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빨라!”

“헤헤헤.”

성배에게도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슬럼프가 성배를 괴롭혔지만, 가장 심각했던 슬럼프는 2014년에 찾아왔다.

첼시가 레이첼을 임신했을 때였다.

전생에서 딸 엘리자베스를 사고로 먼저 보내는 비극을 겪었던 성배였기에 슬슬 자신의 아이가 생겨났음을 실감하게 된 임신 6개월 즈음부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악몽과 함께 찾아온 불안감은 성배의 컨디션을 떨어뜨렸고, 시즌 막판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정도로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성배의 위상을 생각하면 슬럼프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복덩이. 아빠 축하해주러 왔어?”

“응! 엄마가 앞으로는 아빠가 조금 더 편할 거라고 했어! 그래서 내가 축하해줄 거야!”

“나도, 나도!!”

하지만 악몽과 불안감은 레이첼이 태어난 순간 씻은 듯이 사라졌다.

레이첼이 태어나는 순간, 그리고 레이첼의 첫 번째 울음소리를 듣고 첫 번째 미소를 보게 된 순간, 그냥 마음이 따뜻해졌고, 눈물과 함께 모든 불안감을 씻어낼 수 있었다.

레이첼이 태어나면서 가슴 속에 맺혀있던 모든 응어리가 사라진 성배는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달렸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레프트백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성배야, 수고했다. 아직 은퇴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몸은 조금 더 편하겠지.”

“수고했어. 누구보다 멋있었어, 우리 아들. 정말 대견해. 이 많은 사람이 너 하나만을 축복해주기 위해 모였다니. 정말 큰 사람이 되었구나.”

장석은 푸근한 미소로, 혜진은 기쁨과 감동의 눈물로 성배의 마지막을 함께해주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성배를 자랑스러워하는 두 사람이었다.

“하하, 제가 과연 편하게 쉴 수 있을까요? 할 일은 여전히 많지만, 그래도 최대한 쉬어볼게요. 감사해요.”

“그래. 그동안 너무 열심히 뛰었지. 앞으로 몇 년이라도 좀 편하게 쉬어. 이제 나도 꽤 성공했다고! 내가 먹여 살릴게. 나만 믿으라고!”

매일매일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힘들게 공부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좀 살 만해졌는지 요즘 들어 자신감이 넘치는 유빈이었다.

이 꼴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은 오빠가 할 일이 아니었다.

“네가 날 먹여 살리면 나는 지구를 먹여 살리겠다. 꿈 깨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 어딜... 네가 번 돈으로는 껌이나 사 먹어.”

성배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제 현실이 성배가 알고 있는 미래를 따라잡았지만, 이미 모아놓은 재산이 수천억대를 넘어갔다.

기존의 축구선수 최고 부자였던 베컴은 아주 옛날에 따라잡았고, 지금은 거의 두 배가량 차이를 벌린 상태였다.

미래에 대한 지식은 사라졌지만, 이젠 더 이상 필요도 없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수고했어, 정말로.”

“어, 아빠! 엄마 울어!”

“엄마... 울지 마앙... 히잉...”

첼시 역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열렬한 시티즌 중 한 명인 첼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성배의 아내로서의 감정과 시티즌으로서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눈물을 감춘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리포터를 그만두고 풋볼 칼럼니스트 역할에 전념하며 양질의 기사를 쏟아낸 첼시는 이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칼럼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성배와 함께 맨체스터를 떠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첼시의 칼럼을 싣고자 여러 매체에서 접근할 테니까.

“울지 마. 어차피 곧 돌아올 건데, 뭐. 뚝!”

성배는 첼시를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

엄마가 울자 아이들까지 따라 울어 성배 혼자 고생하고 있었다.

“큼, 크흠흠. 이거 엄마랑 할머니가 우니까 다들 따라서 우는구나. 아이들은 이리 주고 너는 멋지게 마무리해. 내가 달랠 테니까.”

애써 눈물을 참으며 혜진이 말했다.

아직 자리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계속 이렇게 울다가는 아들이 이 자리를 멋지게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아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는 중이었다.

“그럴까요? 그럼 부탁할게요, 어머니.”

성배는 혜진에게 아이들과 첼시를 맡기고 다시 뒤돌아 단상으로 향했다.

“하하, 우리 가족도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에 감동했나 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슬픈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오히려 이제 스트레스 안 받을 거라고 좋아해 줬는데 갑자기 우네요.”

숙연해진 분위기를 환기한 성배가 갑자기 씨익 웃었다.

“그나저나, 제 마지막 모습을 정장 입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단 선수로서는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유니폼 입은 모습은 앞으로는 보여드리고 싶어도 보여드리기 힘든 모습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성배는 정장 재킷을 벗었다.

와이셔츠까지 벗으니 그 안에는 조금 전까지 입었던 유니폼이 있었다.

곧이어 거침없이 정장 바지까지 벗어 던졌고, 지금까지 12년 동안 보아왔던 성배의 유니폼 차림이 드러났다.

“제롬! 다비드! 이리 와봐!”

정장을 벗고 유니폼을 입은 성배의 모습에 팬들은 다시 처음처럼 엄청난 환호를 보내주었다.

팬들의 환호에 신이 난 성배는 보아텡과 실바를 불러 한쪽 스탠드로 향했다.

“자,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을 위한 이벤트 한 번 하겠습니다. 로멜루! 그 카트 좀 이쪽으로 보내줘.”

루카쿠는 카트를 끌고 성배에게 다가왔다.

카트 위에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빅 이어를 들어 올리는 성배의 모습과 성배의 친필 사인이 프린팅된 기념 볼이 쌓여 있었다.

“자, 이게 여러분들을 위한 저의 선물입니다. 최소한 이 선물을 받으신 분들은 저를 잊지 못하시겠죠.”

성배의 고별식을 기념해 맨체스터 시티에서 만든 볼이었다.

앞으로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샵을 통해 판매가 되겠지만, 성배가 직접 건네주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그냥 드리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차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정한 분의 가슴에 직접 안겨드리죠. 저 믿으시죠? 저 주성배입니다. 지정한 분의 가슴에 볼 하나 안겨드리는 정도는 주머니에서 동전 꺼내듯 합니다.”

성배는 마이크를 보아텡에게 넘기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실바는 카트를 몰고 성배와 거리를 벌렸다.

“자, 그러면 첫 번째는... 저기 핑크색 머리하고 오신 남자분. 팔을 쭉 뻗고 가슴으로 받아주세요. 그 자세 그대로 볼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실바에게 신호를 보내려던 성배는 잠시 멈추고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혹시나 욕심을 부려서 날아가는 공을 낚아채는 분이 계시다면... 평생 저주할 겁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죠? 혹시 제 고별식 마지막 이벤트를 그렇게 망치는 분이 계시면 바로 에티하드 스타디움 출입 금지 시켜버릴 겁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한 번 해보셔도 좋습니다. 하하.”

말을 마친 성배는 실바에게 신호를 보냈다.

실바는 아주 느리게 패스를 굴려주었고, 실제 경기처럼 표정을 굳힌 채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던 성배의 왼발이 휘둘러졌다.

[[와아아아!!! 주! 주! 주!]]

“어때요? 정확하죠?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고 했죠? 저를 믿으세요! 환호하세요! 하하, 다음은 저기 3번 유니폼을 입고 얼굴에 한국 국기를 그리신 여성분! 태극기 멋지네요. 팔 앞으로 뻗어주세요.”

성배의 킥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날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정확한 킥이 성배에게 지목당한 팬의 가슴에 안겨들었다.

자신을 상징하는 정확한 킥으로 팬들에게 마지막 이벤트를 선물한 성배와 그런 성배에게 환호하는 팬들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고별식을 마무리했다.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선 성배의 모습이었다.

< 낭만필드 - 355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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