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43 >
피케와 라모스가 올라갔기 때문에 알바는 스페인의 뒤를 지키고 있었고, 성배도 수비 부담을 버리고 역습을 준비할 수 있었다.
비록 성배는 다른 윙어들처럼 정교한 드리블 스킬을 가지진 못했지만, 드리블 스피드만큼은 어지간한 윙어들보다 빠른 선수였다.
‘좋아. 기회다.’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하는 쪽이 스페인이고 수비하는 쪽이 벨기에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벨기에에게 공격 찬스가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런 역습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한발 빠른 패스로 데푸르에게! 데푸르, 달려드는 알바를 바보로 만들면서 반대편으로! 아자르!”
오른쪽의 성배에게서 중앙의 데푸르를 거쳐 왼쪽의 아자르에게 이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초에서 3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수가 부족한 스페인의 수비진이 흔들렸다.
“아자르의 크로스! 중앙에서, 루카쿠!!”
부스케츠와 알바가 루카쿠를 마크했다.
하지만 루카쿠는 두 선수를 상대로도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며 솟구쳐 올랐다.
“루카쿠, 헤더!! 골! 골입니다! 로메에엘루, 루카쿠!! 역습을 득점으로 마무리짓습니다! 벨기에, 스페인의 공세를 잘 버텨내면서 오히려 선취 골까지 뽑아냅니다!!”
루카쿠와 경합하며 마지막까지 함께 점프한 부스케츠는 루카쿠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심을 잃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알바는 결국 루카쿠를 따라잡지 못하고 부스케츠와의 경합에서 승리하고 득점을 만들어 내는 루카쿠를 뒤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벨기에, 일 한 번 내는 건가요? 예상을 깨고 오히려 먼저 득점을 기록했어요! 주, 데푸르, 아자르에서 마지막 루카쿠에게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완벽했죠!”
수비에 집중하다가 밀고 나온 단 한 번의 역습에 스페인의 골문이 열렸다.
벨기에가 지금까지 수비에 집중하긴 했지만, 공격력이 없는 팀은 아니었다.
“루카쿠, 세 골로 독일의 마리오 고메즈와 함께 이번 대회 득점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립니다.”
이번 대회는 공격수들의 득점이 특히나 적은 대회였다.
그런 와중에 루카쿠는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득점 선두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자, 이제 벨기에가 리드를 잡았는데요, 지금까지 스페인의 공격을 단단하게 잘 막아주었던 벨기에가 리드까지 잡게 되면서 부담감이 적어졌네요. 반대로 스페인은 안 그래도 경기가 마음대로 안 풀리던 상황에서 의외의 일격을 얻어맞았기 때문에 부담을 안고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경기의 주도권은 스페인이 잡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벨기에가 좋았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선취 골까지 뽑아낸 벨기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금은 편한 상황에서 스페인을 상대할 수 있었다.
***
[IN - 10. 세스크 파브레가스 / OUT - 11. 알바로 네그레도]
“아, 델 보스케 감독. 결국,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다시 제로톱을 꺼내 듭니다. 네그레도를 빼고 파브레가스를 투입합니다.”
후반전이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스페인의 델 보스케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 실패를 인정하고 제로톱으로 돌아갔다.
네그레도를 원톱으로 출전시키며 공격력 강화를 노리려던 델 보스케 감독의 시도는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네그레도는 오늘 경기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죠? 선수 본인이 가장 아쉬울 거예요.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득점력 강화라는 특명을 받고 출전한 네그레도였지만, 그나마 다른 2선 공격수들과 끊임없는 연계플레이라도 보여준 파브레가스에 비해 네그레도는 정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측면 크로스가 거의 봉인된 상황에서 뭔가를 해보기에는 벨기에의 수비가 너무 두꺼웠다.
“알론소, 왼쪽의 차비에게! 차비는 곧바로 이니에스타에게 넘겨줍니다.”
선취 골을 허용하고 리드를 내준 채로 후반전을 맞이한 스페인은 파브레가스의 투입과 함께 벨기에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스페인도 슬슬 만회 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토비! 조르디 들어간다!!”
오늘 경기에서 장기인 공격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던 알바는 드디어 타이밍을 잡고 벨기에 진영으로 침투했다.
벨기에 선수들의 시선이 볼을 잡은 이니에스타에게로 쏠릴 때, 왼쪽 측면을 크게 돌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를 발견한 성배는 알데르베이럴트에게 소리쳐 알바의 움직임을 미리 알려주었다.
“이니에스타, 알바, 힐패스! 이니에스타의 돌파!”
벨기에 선수들의 수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알바의 움직임을 미리 읽었고, 이니에스타가 알바에게 밀어줄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좁혔다.
하지만 이니에스타는 그 좁은 틈을 뚫고 알바에게 패스했고, 그러면서 2대1 패스를 받기 위해 그 틈을 뚫고 돌파까지 시도, 벨기에 수비진을 무력화시켰다.
“잛은 패스, 파브레가스! 돌아서지 못하고 흐르는 볼, 실바!! 다행히 벗어납니다!”
이니에스타는 박스 중앙에서 자리 잡고 기다리는 파브레가스에게 짧은 패스로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벨기에 수비수들의 마크에 밀려 돌아서지 못했고, 볼을 뒤로 흘렸다.
마침 볼이 흐르는 자리에서 대기하던 실바는 그대로 강한 슈팅을 시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자, 지금 슈팅이 나가긴 했지만, 정말 위협적인 장면이었거든요? 벨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줘야죠!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요.”
파브레가스의 투입 이후 스페인의 공격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연계 능력이 괜찮긴 하지만, 아무래도 네그레도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했고, 파브레가스는 이니에스타, 실바 등과 함께 볼을 돌리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유형의 선수였다.
벨기에 수비진이 지나치게 단단했기 때문에 지금은 파브레가스와 같은 유형의 선수가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IN - 22. 헤수스 나바스 / OUT - 21. 다비드 실바]
“스페인, 다시 한 번 선수 교체를 단행합니다. 나바스 선수를 투입하면서 실바를 빼줍니다.”
델 보스케 감독이 두 번째 교체 카드는 클래식 윙어의 마지막 자존심, 세비야의 헤수스 나바스였다.
커리어 초기, 자신이 세비야를 떠나 원정경기를 떠났을 때, 아버지가 목숨을 잃을 뻔했던 사건을 겪은 후 트라우마가 생겨 세비야만 떠나면 발작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 있었던 나바스는 이후 4, 5년이 흐른 뒤에야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자, 실바도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답답한 면은 있었어요. 스페인의 공격이 중앙에 집중된 이유 중 하나였거든요? 하지만 돌파와 드리블, 그리고 크로스까지 클래식 윙어의 전형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보유한 나바스의 투입은 지금까지 스페인에게 없었던 측면 공격 옵션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위협적인 교체입니다.”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세비야에서 데뷔해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던 나바스는 분명 뛰어난 선수였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스피드와 민첩성을 앞세워 측면을 파괴하고, 그 후 크로스를 올리는 유형의 전형적인 클래식 윙어인 나바스는 이 단순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었다.
상대 수비수들 역시 나바스가 뭘 할지 잘 알지만,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효율적인 돌파가 그의 장점이었다.
[IN - 12. 무사 뎀벨레 / OUT - 6. 티미 시몬스]
“벨기에도 역시 선수 교체를 단행합니다. 공격을 강화한 스페인에 맞서 벨기에는 중원을 강화합니다.”
빌모츠 감독은 노장 시몬스를 빼주고 뎀벨레를 투입했다.
아무리 투지가 넘치고 헌신적인 선수라고는 하지만, 시몬스의 나이는 벌써 서른다섯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이 뛴 지금, 체력이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시몬스가 빠지고 테크니컬한 중앙 미드필더, 뎀벨레가 투입되었거든요? 이렇게 되면 펠라이니가 한 칸 아래로 내려가 시몬스의 역할을 해줄 것 같네요.”
경기 종료까지 30여 분이 남은 상황에서 벨기에는 여전히 한 골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많이 뛰어주면서 체력이 떨어진 중원을 선수 교체를 통해 보강하면서 승리를 지키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나바스, 측면에서 크로스! 반 바이텐이 한발 앞서 걷어냅니다.”
스페인은 한 골을 만회하기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고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벨기에가 경기 내내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는 있었지만, 스페인의 공격력은 확실히 강력했다.
“나바스 투입 이후 스페인의 공격이 활기를 찾는 모습이죠? 확실히 아무리 중앙 공격이 뛰어나도 측면과 연계가 되지 않으면 그 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특히 교체 투입된 나바스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전문 풀백이 아닌 베르마엘렌의 한계가 보이기도 했다.
베르마엘렌은 센터백 치고 발도 빠르고 민첩성도 좋은 선수지만, 세계 최고의 스피드 스타 중 한 명인 나바스를 상대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 스페인이 다시 한 번 공격에 나섭니다. 알론소가 볼을 잡고 천천히 올라옵니다.”
“우리 선수들 마지막까지 집중해줘야죠? 한 골의 리드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어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집중력을 잃지 말고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스페인이 다시 한 번 밀고 올라왔다.
어떻게든 만회 골을 넣어 일단 동점을 만들겠다는 스페인 선수들의 기세는 정점을 찍은 벨기에의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알론소, 오른쪽 측면으로 크게 열어줍니다. 나바스에게 연결! 나바스, 가슴으로 받아서 머리 위로 넘겼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알론소의 패스는 정확하게 나바스에게로 향했다.
베르마엘렌이 나바스를 막기 위해 붙었지만, 나바스는 가슴으로 볼을 받은 뒤 떨어지기 전에 베르마엘렌의 머리 위로 넘기며 터치라인 방향으로 돌아섰고, 베르마엘렌이 따라붙자 다시 한 번 머리 위로 볼을 띄워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나바스에게 농락당하는 베르마엘렌! 나바스, 차비에게 빼줍니다.”
베르마엘렌이 나바스의 스피드에 고전하면서 체력이 빵빵한 뎀벨레가 베르마엘렌과 함께 나바스를 막아섰다.
순간적으로 중원 장악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틈타 차비가 좋은 자리를 선점했고, 나바스에게 볼을 받았다.
“차비의 대각선 돌파! 뎀벨레를 제치고, 베르마엘렌까지!”
뎀벨레가 돌아오기 전에 스피드를 붙여 지나친 차비는 나바스를 수비하다가 중앙으로 들어오는 베르마엘렌을 역동작에 걸리게 하면서 다시 측면으로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볼을 접어놓고 다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 스킬을 보여주며 역시 스페인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앙으로 낮은 크로스! 이니에스타!!”
차비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라인을 따라 들어가며 돌파를 시도했고, 콤파니가 그런 차비에게 따라붙었다.
콤파니까지 끌어내며 할 일을 다한 차비는 중앙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사실상의 노마크 찬스를 맞이한 이니에스타가 있었다.
“이니에스타 오른발로! 아... 들어갑니다. 이니에스타의 만회 골. 벨기에, 후반 27분에 동점을 허용합니다.”
후반전도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던 후반 27분.
스페인의 만회 골이 터지며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 낭만필드 - 34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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