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40화 (228/356)

< 낭만필드 - 340 >

“그래도 알바는 수비가 형편없으니까 네 공격력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야. 뭐, 그래도 일단 수비만 제대로 해주면 만족할게.”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지 두 시즌도 채 되지 않았기에 알바의 수비력은 상당히 빈약했다.

풀백 중에서도 공격력이 뛰어난 편인 성배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토비. 네가 주를 대신해서 라이트백으로 뛴다. 오버래핑 욕심은 버려. 토마스, 뱅상, 다니엘과 함께 라인을 유지하면서 스페인의 중앙 공격을 틀어막아. 센터백 네 명이면 중앙이 뚫리는 일은 절대 없겠지. 없어야만 하고.”

이번 대회에서 파브레가스를 제로톱으로 하고 이니에스타, 실바를 그 뒤에 배치해 중앙 공격에 집중하는 스페인을 저격하기 위한 포백라인이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성배에게 맡기고 라이트백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를 보다 중앙으로 배치해 스페인의 중앙 공격을 막아낼 생각이었다.

“뱅상, 다니엘. 토마스랑 토비를 잘 이끌어줘. 수비라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닫아놓고 있겠습니다.”

“하이고, 걱정도 많으셔라. ‘돈겔베르크의 황소’라고 불리던 천하의 마크가 벌써 늙은 거야?”

반 바이텐의 장난에 빌모츠 감독은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 아홉 살 차이에 함께 대표팀에서 활약한 적도 있는 반 바이텐 덕분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건 환영이었지만, 도대체 감독의 권위는 어디로 갔는지 고민되기도 했다.

“뭐, 그건 그렇고. 미드필더들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겠지? 사비 알론소는 스티븐이 지워버리고, 차비는 마루앙이 미친 듯이 따라붙어 주고. 티미는 힘들겠지만, 수비수들이랑 같이 이니에스타, 실바를 막아줘. 힘들다 싶으면 언제든 교체해줄 테니까 괜히 체력 아끼지 말고.”

스페인과의 대결에서는 항상 미드필드진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미드필드 라인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벨기에의 승리는 불가능했다.

“자, 우리가 준비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나머지는 모두 너희 몫이야. 잘 부탁한다. 나도 결승 한 번만 가보자.”

빌모츠 감독은 오른 주먹을 쥐고 흔들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지금 이 자리, 유로컵 준결승은 벨기에 역사상 그 누구도 밟아본 적이 없는 그런 자리였다.

벨기에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선수들은 스페인전을 앞두고 마지막 정비에 들어갔다.

***

[유로컵 4강, 스페인vs벨기에, 독일vs이탈리아 프리뷰]

3주 동안 바쁘게 달려온 유로 2012도 어느새 4강에 돌입하며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4강에 오른 팀은 당연히 네 팀.

대회 시작 전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전통의 강호,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가 세 자리를 차지했고, 다크호스로 꼽히던 벨기에가 4강까지 살아남으며 소소한 이변을 일으켰다.

유로 2012의 주인이 가려지기 전, 간단하게나마 4강전 경기 예상을 해보고자 한다.

Match A : 스페인 vs 벨기에

- 예상 선발명단

스페인

카시야스(GK) - 알바 피케 라모스 아르벨로아 - 알론소 부스케츠 차비 -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실바

벨기에

미뇰레(GK) - 베르마엘렌 콤파니 반 바이텐 주 - 펠라이니 시몬스 뎀벨레 - 아자르 루카쿠 메르텐스

- 승자 예측

아무래도 세계 최강인 스페인 쪽으로 조금이나마 기우는 것이 사실이다.

유로 2008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 메이저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스페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 최초의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노린다.

하지만 벨기에 역시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4전 전승으로, 3승 1무를 기록한 스페인보다 오히려 낫다.

거기에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벨기에는 지금처럼 기세가 올라왔을 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강력한 수비진과 탄탄한 미드필드진을 보유한 벨기에이기에 스페인의 가장 큰 장점인 2선과 3선의 유려한 연계를 무너뜨릴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미세하게나마 스페인의 승률이 높다고 보지만, 벨기에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 변수

스페인의 공격이 심상치 않다.

언제나처럼 2선과 3선에서의 연계는 완벽하지만, 마무리에서 상당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일정상의 문제로 스페인은 벨기에보다 이틀을 덜 쉬고 준결승전에 임하게 되었다.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벨기에보다 상당히 높은 스페인에게 이 이틀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또, 3년 전, 2009년 9월에 있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벨기에가 스페인에게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당시의 스페인은 지금보다 더 강력했고, 벨기에는 미완성의 팀이었다.

스페인의 강력함이 조금은 옅어지고, 벨기에라는 팀이 완성된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또, 분위기를 탄 젊은 선수들은 언제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키 플레이어

스페인 : 세스크 파브레가스

스페인의 에이스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고, 그의 뒤를 차비와 실바가 받쳐주는 구도이지만, 가장 중요한 선수는 파브레가스다.

펄스 나인 역할의 파브레가스가 벨기에의 강력한 수비진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벨기에 : 에당 아자르

리그에서만 20골 20어시스트를 훌쩍 넘긴 아자르의 공격력이 영 잠잠하다.

네 경기에서 두 개의 어시스트는 나쁘지 않지만, 아자르에게 걸었던 기대감에 비하면 실망스럽고, 경기력 역시 완전하지 않은 모습이다.

메르텐스, 루카쿠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자르까지 부활한다면 벨기에가 이변을 일으킬 확률도 충분하다.

Match B : 독일 vs 이탈리아

- 예상 선발명단

독일

노이어 (GK) - 람 훔멜스 바트슈투버 보아텡 - 슈바인슈타이거 케디라 - 포돌스키 외질 뮐러 - 고메즈

이탈리아

부폰 (GK) - 발자레티 보누치 바르잘리 아바테 - 데 로시 피를로 마르키시오 - 몬톨리보 - 발로텔리 카사노

- 승자 예측

예상이 까다로운 매치업이다.

만약 내 지인이 이 경기에 베팅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일반적인 예상대로 독일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유로 2012 참가국 중 스페인을 제치고 전력 완성도가 가장 높은 팀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은 지금까지 4전 전승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역시 만만한 팀은 아니다.

아주리 군단의 상징인 강력한 수비와 프란델리 감독의 뛰어난 전술, 돌아온 피를로의 경기 운영 능력은 힘들 것이라 평가되던 이탈리아의 4강 진출을 만들어냈다.

이 경기 역시 독일이 미세하게 우세하지만, 이탈리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백중세라 평하고 싶다.

- 변수

라이트백 마지오의 경고 누적과 백업 아바테의 컨디션 난조, 수비의 핵심 키엘리니의 부상을 안고 싸워야 하는 이탈리아의 타격이 작지 않다.

회복해서 팀 훈련에 복귀하긴 했지만, 슈바인슈타이거의 출전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안 그래도 노인정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베테랑 위주의 팀인데 설상가상으로 휴식 기간까지 이틀 더 짧아진 이탈리아의 체력 회복 여부도 중요하다.

- 키 플레이어

독일 : 필립 람

세계 최고의 풀백이자 전차군단의 심장인 필립 람은 언제나 최고의 활약을 펼쳐주며 기복까지 없는 월드클래스 풀백이다.

기본적인 재능과 기량에서도 앞서는 데다가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까지 겹친 이탈리아의 오른쪽 측면 공략을 맡은 람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탈리아 : 안드레아 피를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최소한 피를로에게만큼은.

AC 밀란의 상징이었지만, 노쇠화를 피하지 못하고 팀을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피를로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를로는 유벤투스에서 귀신같이 부활했고, 리그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하며 유벤투스 역사상 최초의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 기세를 몰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피를로의 활약에 이탈리아의 결승 진출이 달려있다.

슬슬 유로 2012 우승팀, 유럽 최강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유로 2012를 향한 축구팬들의 관심 역시 피크를 찍고 있었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준결승에 진출한 네 팀은 4강에 올라와 유럽 최강의 자리를 놓고 경쟁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팬들을 열광시켰다.

비록 앞의 세 팀에 비해 벨기에의 인지도와 지지층이 얇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전력마저 약한 것은 아니었다.

- 우와... 진짜 나는 우리가 여기까지 살아남을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유로 4강이라니! 우리가 유럽 4강이라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아니면 2년 전 월드컵에 우리 이름이 없었던 게 꿈이었나?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모르겠다.

ㄴ 그 정도면 병원을 가보는 게 어때?

- 일단 나는 앞으로 주가 어떤 말을 하든 다 믿어줄 생각이야. 지금까지 주가 말해서 이뤄지지 않은 게 없다고. 당장 내일부터 벨기에에 단일 의회가 세워진다고 말해도 나는 믿을 거야. 그걸 주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언급한다면 말이지.

- 벨기에의 단일 의회라...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나도 주가 이야기하면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아. 2년 전까지 FIFA 랭킹 40위에도 못 들었던 우리가 유로 4강에도 진출했는데, 안 될 일이 뭐가 있겠어?

ㄴ 안더레흐트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ㄴ 그것도 가능해. 주가 안더레흐트로 돌아와 준다면.

- 주는 정말로 예언자가 아닐까? 아니면 미래에서 온 미래인 일수도...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잖아? 주가 말하면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모두 현실로 이뤄진다고! 주가 인터뷰했던 2008년에 맨체스터 시티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 주가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챔피언스리그, 유로 2012 우승으로 내년 발롱도르를 노린다고 했을 때,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사람? 없잖아!

ㄴ S.F 소설가이신가요? 상상력이 뛰어나시네요!

ㄴ 왜. 재밌는데. 다음 편은 언제 나오나요?

-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가 스페인이랑 붙는다는 거야! 그리고 스페인이랑 붙는데도 주가 우승하겠다고 한마디 한 것 때문에 기대감이 생긴다는 거지! 벨기에 전체가 미쳐 돌아가고 있어! 우린 지금 주에게 완전히 홀려버렸다고! 근데 나도 어쩌면 스페인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미쳤나 봐!

그리고 벨기에 축구팬들은 성배를 교주로 삼는 광신도들로 바뀌어 있었다.

어떤 팀이 상상하지 못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 쏠리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였다.

하지만 벨기에는 마크 빌모츠 감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벨기에 최고의 스타이자 세계 최고의 레프트백이면서 팀의 대체 불가능한 리더이기까지 한 성배의 영향력이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빌모츠 감독 선임 건에 있어서 성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었다.

어쨌든 성배가 말하는 대로 모든 게 착착 이루어지면서 우승을 약속한 성배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앞세운 벨기에는 스페인과의 준결승전 준비에 매진했고, 만반의 준비로 준결승이 벌어질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에 도착했다.

< 낭만필드 - 340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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