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31 >
[벨기에, 헝가리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2-0 승리.]
[기분 좋게 폴란드로 떠나는 벨기에 국가대표팀.]
[벨기에,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
5월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6월 1일 헝가리.
벨기에 국가대표팀은 유로 2012에 대비해 마련한 바르샤바 근처의 베이스캠프로 떠나기 전, 두 경기의 친선 경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전력을 점검했다.
유럽 축구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많이 강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1-0과 2-0의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유로 2012 예행연습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유로 2012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무조건 버텨주어야 하는 벨기에의 최대 장점, 수비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수월한 조 편성. 벨기에, 8강 진출 확률은?]
[오래 기다렸다. 조 편성의 이득 앞세워 8강으로.]
[주성배, 맨체스터 시티 이어 벨기에의 성공까지 이끄나.]
일단 대회 전 상황은 벨기에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유로 2008 예선과 본선,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과 본선, 그리고 유로 2012 예선 성적까지 포함해 산출한 포트 배정에서 벨기에는 포트 3에 속하게 되었다.
개최지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2010 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과 준우승팀 네덜란드가 1 포트를 받았고, 전통의 강호 독일과 이탈리아, 잉글랜드에 신흥 강호 러시아가 2 포트를 받았다.
크로아티아, 그리스, 포르투갈, 벨기에가 3 포트,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체코가 4 포트였다.
그리고 벨기에는 모든 강호를 피해 1 포트 최약체 폴란드, 2 포트 최약체 러시아에 4 포트 체코와 함께 A조에 편성되면서 최고의 조 편성을 받아들었다.
폴란드는 개최국이 아니었다면 출전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 평가되는 약체였고, 러시아는 유로 예선에서 이미 벨기에에게 패해 2위로 밀려난 팀이었다.
4 포트이긴 하지만, 러시아, 벨기에와 함께 8강 진출을 놓고 경쟁할 거라 평가되는 체코 역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친 전성기 이후 살짝 침체기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였다.
[유로 2012 출전 국가 프리뷰 : NO.11 벨기에]
‘붉은 악마’, 벨기에가 돌아왔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걸쳐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 메이저 무대에서 사라졌던 벨기에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메이저 무대에 복귀했다.
비록 우승권의 강팀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평가되는 벨기에 대표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 유로 2012 벨기에 대표팀 명단
GK
NO. 1 시몽 미뇰레 (선덜랜드)
NO. 13 티보 쿠르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NO. 23 올리비에 레나르트 (KV 메헬렌)
DF
NO. 2 얀 베르통헨 (아약스 암스테르담)
NO. 3 주성배 (맨체스터 시티) - Captain
NO. 4 뱅상 콤파니 (맨체스터 시티)
NO. 5 토마스 베르마엘렌 (아스날)
NO. 15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아약스 암스테르담)
NO. 20 다니엘 반 바이텐 (바이에른 뮌헨)
NO. 22 니콜라 롬바르츠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MF
NO. 6 티미 시몬스 (1. FC 뉘른베르크)
NO. 7 에당 아자르 (LOSC 릴)
NO. 8 스티븐 데푸르 (FC 포르투)
NO. 11 드리스 메르텐스 (PSV 에인트호벤)
NO. 12 무사 뎀벨레 (풀럼 FC)
NO. 13 악셀 비첼 (S.L. 벤피카)
NO. 16 마루앙 펠라이니 (에버튼 FC)
NO. 17 케빈 데 브라위너 (첼시 FC)
NO. 21 나세르 샤들리 (FC 트벤테)
FW
NO. 9 로멜루 루카쿠 (맨체스터 시티)
NO. 10 케빈 미랄라스 (올림피아코스)
NO. 18 크리스티안 벤테케 (KRC 헹크)
NO. 19 이고르 데 카마고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예상 베스트 일레븐
GK - 미뇰레
DF - 베르마엘렌 콤파니 반 바이텐 주
MF - 아자르 펠라이니 시몬스 뎀벨레 메르텐스
FW - 루카쿠
도대체 그동안 벨기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선발 명단을 처음 보았을 때,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23인의 선수들을 살펴보면 EPL 소속 선수가 8명, 분데스리가 소속 선수가 3명, 라 리가 소속 선수가 1명으로 절반이 넘는 12명의 선수가 흔히 말하는 4대 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그 외에도 4대 리그 바로 아랫단계라 평가되는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에서 활약하는 선수까지 더하면 네 명의 선수를 제외한 열아홉 명의 선수가 유럽 정상권에서 활약 중이라는 이야기다.
벨기에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 이 스쿼드를 보여주면 과연 이게 고작 FIFA 랭킹 21위에 불과한 팀의 스쿼드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그 정도로 벨기에의 최근 성장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 장점
벨기에의 장점을 평가한다면 당연히 강력한 수비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한다.
일단 67경기 연속 무패와 이번 시즌 전 경기 무패로 트레블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의 주장인 주성배가 벨기에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다는 것부터 이야기는 끝난다.
맨체스터 시티에서와는 달리 벨기에 국가대표팀에서 라이트백으로 활약하는 주성배는 오른쪽에서도 왼쪽과 전혀 차이없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냐, 그렇지 않다.
국가대표팀은 물론이고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주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영혼의 콤비 뱅상 콤파니, 맨체스터 시티의 유일한 대항마라 불렸던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센터백 다니엘 반 바이텐, 레프트백으로 빠졌지만, 수비력만큼은 최고인 아스날의 주전 센터백 토마스 베르마엘렌까지.
주전 포백 라인은 물론이고, 제니트의 주전 센터백 니콜라 롬바르츠와 핫한 수비 유망주 아약스의 얀 베르통헨,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버티는 백업 라인까지 완벽하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장점이 수비력이긴 하지만, 다른 부분도 최근 1, 2년 사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EPL 대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와 벨기에를 대표하는 베테랑 미드필더 티미 시몬스에 스티븐 데푸르, 성공적으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무사 뎀벨레와 악셀 비첼까지 버티는 중원.
릴의 더블을 이끈 이적시장 최대어 에당 아자르, 에인트호벤 공격의 핵심 드리스 메르텐스에 케빈 데 브라위너, 나세르 샤들리, 케빈 미랄라스가 버티는 측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10대의 나이에 맞이한 EPL 첫 시즌에 20골을 넘긴 로멜루 루카쿠와 주필러 리그에서 20골을 넘긴 벤테케가 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진도 파괴력만큼은 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최고의 리더라 평가받는 주를 중심으로 한 조직력 역시 유럽에서 비교할 팀이 몇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몇몇 강팀들이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최고여도 서로 간의 불화 때문에 무너졌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장점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유망주들을 국가대표팀에 대거 발탁해 미래를 준비해왔던 벨기에였고, 그렇게 몇 년 동안 함께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지금의 벨기에 국가대표팀을 이루었다.
이미 일찌감치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기에 주를 향한 신뢰가 굳건하고, 그를 중심으로 단단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젊은 나이 때문인지 활동량과 체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벨기에의 장점 중 하나이다.
- 단점
단점은 간단하다. 바로 경험이 적다는 것.
벨기에의 경험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 기본적으로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많아 절대적인 경험도 적고, 핵심 선수들 역시 20대 중반으로 젊은 편인데, 메이저 대회 진출이 10년 만이라 이들 역시 메이저 대회는 처음이다.
벨기에의 전력은 운이 어느 정도 따라주기만 한다면 조별리그 통과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노려봐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평균 나이가 20대 초중반에 불과하고 루카쿠, 아자르 등 핵심 선수들을 포함해 21세 이하의 선수가 다섯 명이나 포함된 어린 선수단은 불안 요소이다.
만약 흐름을 탈 수 있다면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흐름이 조금이라도 꼬인다면 제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탈락할 확률도 의외로 크다.
이들을 붙잡아주어야 할 중견 라인이 메이저 대회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나마 경험이 있는 반 바이텐과 시몬스, 두 명의 베테랑이 이 무거운 부담감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 예상
벨기에는 확실한 장점과 분명한 단점을 가진 팀이다.
경험은 어느 팀에게나 중요한 요소로 이 부분에 단점이 있다는 건 꽤나 치명적이지만, 분명 강력한 장점 역시 가지고 있다.
게다가 환상적인 조 편성까지 받아들었기 때문에 조별리그 통과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젊은 팀인 벨기에였기에 이 과정에서 분위기만 제대로 탈 수 있다면 조별리그 통과, 즉, 8강 이상의 성과를 내며 이변을 일으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
“후우, 이제 드디어 내일인가.”
벨기에는 폴란드가 속해있는 A조에 함께 속했기 때문에 유로 2012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부터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12년 만에 참가하게 된 유로컵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러게. 내일이면 시작이네.”
성배는 물론이고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도 감흥에 젖어들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2년 월드컵 16강에서 브라질에게 패배하며 짐을 쌀 때까지만 하더라도 다시 메이저 무대에 복귀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벨기에였다.
“허어... 10년 만이야, 10년. 스물네 살에 월드컵을 뛰었는데, 서른네 살이 되어서야 유로컵 무대를 밟았어.”
“어이, 다니엘. 난 서른다섯이야.”
다른 선수들도 그런 기분을 느낄 정도이니, 2002년 월드컵 멤버 중 마지막으로 남은 반 바이텐과 시몬스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란히 2001년에 A매치 데뷔전을 가졌던 두 선수는 1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했고, 바로 16강 무대를 밟으며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10년 전의 월드컵이 그들의 마지막 메이저 무대였다.
“데뷔전이네. 두 사람 다. 결국, 우리 전부 다 내일 경기가 유로컵 데뷔전인가.”
“하하하, 그러네! 다니엘이랑 티미도 별다를 거 없네.”
“와, 베테랑인 척은 다 하더니, 신인이네, 신인!”
성배의 한 마디에 모든 선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웃겨서 웃는다기보다는 웃어서라도 긴장감을 떨쳐내려 하는 것이었다.
반 바이텐과 시몬스를 포함해 커리어 사상 유로컵 첫 경기를 치르는 벨기에 선수들은 경기 전 마지막 날을 웃음으로 시작했다.
“자, 자. 기분이 묘한 건 알겠는데, 감흥에 빠지는 건 뭔가 이뤄낸 다음에 하자고. 실컷 웃었으면 몸 좀 풀러 가볼까?”
아직은 이런 감상에 빠져들 자격이 없는 팀이었다.
웃으면서 어느 정도 긴장감을 털어냈다 판단한 성배는 아직 대회가 시작되지도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선수들을 훈련장으로 이끌었다.
“넵! 알겠습니다, 캡틴!”
“에휴, 내가 괜히 키워줬나? 무슨 독재자야, 독재자.”
궁시렁거리면서도 모두 성배의 인도에 따라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장난을 치고는 있지만, 성배를 향한 벨기에 선수들의 신뢰는 굳건했다.
이런 모습이 벨기에의 진정한 힘이었다.
< 낭만필드 - 331 > 끝
ⓒ 미에크